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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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발표작 <마나즈루>2023년에 만나는 일이 잠시 현실의 시공간을 일렁이게 한다. 환상성을 지닌 문학에 대한 문해력이 낮아서 책점에 의지하듯 아무 곳이나 펴보았다. 전체 내용이 엄청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문장을 만났다.

 

남편은 이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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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존재가 사라졌을 때, 남겨진 사람에게 얼른 극복하고 더 잘살아야지, 하는 격려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따라할 수는 없는 가혹한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비단 그 경우는 사람만이 아니어도 그랬다.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의 뜻을 내가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진단으로 이해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우리 모두는 정해진 수명에 따라 누군가를 잃고 남겨지고 살아가지만, 여전히 경험하지 않은 것을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돌아가신 그리운 분들의 기억에 나는 여전히 문득 분해하곤 한다. 그 관계가 영원히 모두 사라졌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면서.

 

환상문학에 추리설정까지 복잡하게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일까 했던 기우는 읽는 동안 사라졌다. 오히려 나는 모호하고, 흔들리고, 분열되고, 아픈 케이를 만나 안도하고 위로 받았다. ‘상실에 대해 남겨진 아픔에 대해 차분하게 고요하게 치료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예상해도 결국엔 갑작스런 큰 상실을 겪으면, 상황을 견디고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감각을 차단하고 기억을 봉인하기도 한다. 적어도 둔화시키고 깊이 묻어두는 시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주 조금씩 꺼내어 내가 지금은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생겼는지 시험해본다.

 

해결이라는 단어를 그리 신뢰하지도 지향하지도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상처를 봉합하고 둔중한 통증을 가진 흉터로 바꾸어 살아간다고 해도, ‘해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은 상실된 채로, 상처를 입은 채로,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

 

심각이라든지 경박이라든지 운운하며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죠, 살아 있다는 건.”

 

그럼에도 따라오는 유령이 케이의 분열된 일부였고, 따라왔던 이유가 케이가 자신을 되찾고 싶었던 이유였다면, 기억을 찾고 과거를 받아들이면서 사라진 결과가 다행이라 여긴다. 케이가 흘러가는 대로 살 수밖에 없어 그렇게 살다가 그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가야할 방향도 모르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나는 이제 장자의 호접몽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 실재하는 삶을 산 것 같은데, 간혹 그 삶이 모두 현실이었는지, 현실이라는 것이 실재하는 것인지,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짧은 꿈인지, 삶과 죽음은 아주 얇은 경계라도 있었던 적이 있는지 모든 것이 모호해지곤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존재하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눈으로 직접 보았던 모든 것도, 훨씬 전부터 잊고 있었던 것들도 모두 마음속에는 생생하게 존재한다. 그뿐인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결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것까지도 거기에는 존재한다.”

 

그래서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가는 삶이 공기 중에 그리는 어떤 무늬나 그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존재는 떠난 후 빛과 향이가 아름답기도 하다. 존재와 삶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모호한 환상성이야말로 정확한 기록법이 아닐까. 이 작품을 만나 다행이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마나즈루가 좌표도 있고 행정상으로도 실재하는 장소라서 놀랐다. 언젠가 조금 두려워하고 많이 궁금해 하며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케이가 만난 바닷바람과 그 안개가 거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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