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으로 성장하는가 - 63권 서평으로 쓴 CEO 에세이
전익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책을 읽는가가 누군가의 전부를 알려 주진 않지만,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가 궁금하고 알게 되는 기회가 즐겁다. 나와 접점이 적을수록 더 궁금하다.

 

전공과 직업이 아닌 책 읽기를 시작한지가 몇 해 되지 않아서일지도. 책 읽는 것이 직업이 아니게 되자 책 읽기가 즐겁다. 생각지도 못한 책들은 생각지도 못한 세계 같아서 흥미롭다.

 

저자는 연배도 전공도 직업도 많이 다른 편이라서, 이 책에 골라 담은 63권이 무척 궁금했다. 다양한 탐독을 하시는 분이라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저자와 책들이 겹치기도 했다.

 

요즘에는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지. 살고 죽는 게 병인가? 탄생이 병이고 죽음이 병이냐고? 생사의 문제가 낯선 사람들의 공간에서 다뤄지니 안타까워. 나는 내가 살던 친숙한 공간에서 눈을 감았으면 해. 최고의 사치지. 가난한 사람도 당연했던 일이 이젠 꿈이 되어버린 거야.”

 

덕분에 근래에 돌아가셔서 그리운 분도 만나고, 매년 되풀이되는 올 해에도 읽지 못한 책탑이 올 해도 높아가는 처지라서, 책장에 모셔둔 책을 몇 년 만에 꺼내 읽는 장면도 좋았다. 읽고 기록하지 못한 책은 더 많…….

 

개인의 삶에서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는 생각, 태도, 물건, 인간관계 등은 결국 복잡함으로 나타난다. 복잡해지는 이유는 버리는 선택을 못하기 때문이다.”

 

버린다는 단어를 선호하진 않지만, 일단 책은 장식품도 사치품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시 읽게 되지 않을 책을 보관하지 않으려 한다. 저항감은 작지 않다. 그래도 9월부터 240권 정도를 기증했다. 12월에 좀 더 책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생각대로 될까.

 

시민 개인이 철학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수준은 우리 국민이 그동안 가져온 문화와 철학 수준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그렇기도 하고 개인에게 맡겨서 될 일도 아니다. 내가 느끼는 피로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의 노동을 매일 하는 이들은 문화와 철학을 갖출 시간도 체력도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는 사람은 개인적 노력을 더하는 것이 물론 좋지만, 나는 공교육의 영역이 출발이자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 현실을 생각하면 미래가 가장 절망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은 하자. 내 세상엔 다들 책만 읽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괴리에 어리둥절할 때도 많지만, 더 많은 분들이 책도 읽고 살 수 있는 일상의 조건을 꼭 마련하고 확대해야 한다. 느린 것 같지만 더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없다. 교육의 내용이 가장 확실한 미래다.

 

이 시대는 핏방울도 땀방울도 아니고 눈물 한 방울이 필요하다네, 지금껏 살아보니 핏방울과 땀방울은 너무 흔해. (...)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거라네.”


 

방대한 분야의 다양한 책들에 대한 좋은 에세이가 많은데, 내가 머물고 싶은 책들에 머물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이 책의 장점은 어느 책을 골라 먼저 읽더라도 순서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천천히 자신의 관심사대로 옮겨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좋은 방식이다.

 

스스로 쓸 말이 없어서 남의 얘기나 옮겨봐. 그건 서생이지. 글자 쓰는 사람. 글 쓰는 사람이 아니야. 사람은 글씨 쓰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을 혼동하는데, 글씨 쓰는 사람은 서경이네. 베끼는 사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발견의 첫걸음 6
박은지(데조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 방어술과 방어수업 중에도 목표가 나를 나답게라니 좋다. 저자 덕분에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도, 방어수업 대상이 초등생부터 80대까지, 장애나 질환이 있는 분들이라는 것도, 훈련팀 파도(FADO), 운동센터 피프티핏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십대들은 이 책이 가이드하는 자기 방어 수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의견들이 무척 기대된다.

 

https://blog.naver.com/changbi_book/223272750084

<나를 나답게! 자기 방어 수업 독서 활동 자료 무료 나눔>


....................................................................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힘이 센 이들은 약한 이들을 돕고, 재능이 많은 이들은 나누고, 복잡할 것 없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는 드문 시절도 있고, 악랄한 범죄로 변질되기도 하고, 당연한 일들이 귀해서 미담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의 저자처럼 많은 분들이 청소년의 안전과 방어에 관심을 갖고 안내 수업을 해주신다. 저자의 키워드는 자기’ ‘방어’ ‘훈련이다. 구체적이고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내용일 듯해서 기대가 크다.


 

단지 몸의 기술만이 아니라, 감정적 대처법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성장기에 이런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어른 독자로 관심 있게 읽었다. 읽다 보면 우리 집 십대들을 대할 때 더 주의할 점도 배우게 된다.


 

출판사 창비에서는 독서활동자료를 무료 배포하고, 책에서는 워크숍을 위한 내용을 상세히 알려 준다. 자기 방어 훈련이야말로, 지식과 함께 연습이 중요하다.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 훈련은 자신감과 용기를 채우기에 꼭 필요할 것이다.


 

약자에 대한 안전과 보호망이 촘촘하고 튼튼해지기는커녕, 약자라서 더 쉽게 가해하고, 없는 약자도 만들어서 갈라치고, 육체적 약자와 사회적 약자가 연령에 무관하게 위협을 거세게 받는 사회이고 시절이다.

 

모두가 조심해야 하지만, 여러 위협을 상상하면 심각하게 불안해지기도 하지만, 위해와 위협이 존재한다고 움츠려 들어서는 안 된다. 겁을 주는 찌질한 위해 세력들이 바라는 풍경이기도 하고, 그래서는 해결도 없기 때문이다.

 

같이 화를 내고 힘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생각하는 훈련, 말하는 훈련, 설명하고 소통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무례를 참지만 말고,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훈련도 중요하다. 연습과 반복을 통해 익숙해지고 당연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눈에 띄는 기사 제목들에는, 어린이 청소년을 착취하고 제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성인 범죄자들이 등장하고, 도움을 청할 어른 한 명이 없어 스스로 해결하다 큰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도 잦고, 도움을 청해도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는 기막힌 일도 있다.

 

다 어른들 잘못이지만, 그래서 더욱 어린이 청소년들은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분별하고 필요한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도 조직도 사회도 폭력을 가한다. 어렵고 두렵고 힘들지만, 지적하고 저항하고 폭로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제목의 나답게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반응을 하고 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통한다. 물리적 폭력만이 아니라, ‘나답게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비난하고 저지하려는 모든 것이 공격이다.

 

모두 피하면 평생을 살 수는 없으니, 매번 휘둘리지 말고, 지지 않고 나답게사는 힘이 자기방어다. 이 책을 통해 공격방어의 개념을 확장하고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구매 가능한 호신용품과 배울 수 있는 호신술도 있다.


 

청순가련 등의 외모 이데올로기에 저항하고 삶의 중요한 자산인 체력과 근력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것도 자기 방어다. 그렇게 나답게사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공동체도 안전해진다. 물론 그 순서는 개인의 노력만을 전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번이라도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배웠다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 “폭력 위협이 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을 얼마나 받으면 좋을까요?”를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스키 창비아동문고 332
전수경 지음, 우주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 독자의 선입견은 무섭고 그게 왕창 어긋났을 때의 즐거움도 크다. 창비어린이책이고 SF문학이라서 짐작한 도입과 전혀 다른 통쾌한 출발 - 이별통보 - 에 크게 웃고 더 큰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전수경 작가님 전작들도 모두 좋아하는 팬으로서 인간 주인공 수호의 캐릭터가 뜻밖이어서 놀랍고 흥미롭다. 정말 별로다 싶은 유형이었는데, 모기 알레르기가 있다니 나도 마찬가지라 급 친근감이 든다.

 

게다가 현미경으로 아주 작은 곤충을 처음 보고 완벽한 존재라는 생각에 경외심이 든 기억이 있어서, 수호가 모기를 아름답다고 한 대목에서 애정이 커졌다. 자세히 보면 아름답고 알면 미워하지만은 않게 될 존재들이 많으니까.



 

선입견과 편견이 강하고 노력해도 차별주의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는 판단을 천천히 하려고 노력한다. 타인에 대해서도 인간 이외의 생명에 대해서도 그렇다. 알레르기 때문에 모기와 동거하긴 어렵지만 조건반사적으로 죽일 듯 미워하는 건 지나치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모기는 흡혈만으로 사는 존재가 아니고, 꽃의 수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수호가 만난 은빛 날개 모기의 이름이 무스키라고 한다. 시베리아의 무스키 산맥이 떠올랐다. 잠시 기분이 청량해졌다. 그러나 이 특별한 모기는 외계에서 존재이며, 아주 중요한 비밀을 수호에게 알려준다.(과도한 스포일링인가...)



 

자만에 빠져 상대와 소통을 못 하고, 가장 친밀한 가족과도 침묵의 메모 대화를 하는 수로가, 외계 모기와 만나, 그 목소리를 듣는 전환은 조금 서글프면서도 아름답다. 흡혈하는 모기가 생물의 DNA를 전달하는 역할은 유쾌하고 설득력 있는 과학적 상상력이다. 알레르기가 심리적 문제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과도한 거부감을 잠시 내려 두고, 오래된 거부감과 부정적 이미지를 재고해 보는 문학적 훈련이 소중하고 감사하다.

 

우리는 모두 별의 후손이고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실이지만, 그건 우리가 지독하게 혐오한다고 생각하는 존재와도 그런 관계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컨택트>의 장면들처럼, 소통과 교감을 나누려는 노력은 인간 사이에서만이 아닌, 종을 불문하고 우리가 상당한 이해와 교감이 가능하다는, 그래서 공존할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들이 소중해진다. 애정은 노력에 비례하기도 한다. 인류가 해답이라고 생각한 절멸과 근절의 방법들은 예외 없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해충, 잡초, 살충제, 제초제 등의 폐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필요와 이용가치에 따라 인간도 다른 종도 분류하는 사고방식을 인간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온 결과, 인류는 급변하는 기후재앙의 시대를 맞아, 지구생태계에서 확실히 멸종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올 해는 함께 심으면 힘이 되는 씨앗들에 대해 배워서 실험 삼아 두 화분에 심었다. 뜻밖에도 열무와 메리골드는 함께 자라면 해충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열무는 여름 내내 속아 먹었고, 메리골드는 아직 잎만 보여주고 있지만, 월동 후 내년에는 마침내 꽃을 피워줄 지도 모른다.

 

모기가 유해하다는 건 인간이 명명한 분류법이다. 그러나 지구생태계에서 인간의 불편이 바로 해결되어야한다는 요구는 허락받은 적도 인정받은 적도 없다. 지구는 인간이 멋대로 이용하고 더럽혀도 되는 소유물이 아니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재밌고 아름다운 문학이 어른 독자의 글로 점점 무거워진다. 글은 마무리하고 좀 더 오래 생각을 이어가야겠다. 이만 총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 짭짤 코파츄 2 달콤 짭짤 코파츄 2
다영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제로는 5개월 만인데. 자주 궁금해서 체감 상 더 반가운 2권이다. 내가 아는(?) 가장 재밌는 초등학교 교사이자 작가인 다영님의 코파츄. 과학 전공자인 나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과학 이야기를 재밌게 들려주신다.

 

웃기기만 한 건 아니고, 과학 학습에 필요한 내용도 충실하다. 1권에서는 생태계를 지키자는 시선도 멋졌다. 2권에서는 어떤 기발하고 생태계에 바람직한 방식으로 빛을 밝힐지 궁금하다. 주말에 아이들에게 넘기기 전 먼저 탐독한다.

 

이번엔 본격(?!) 물리 이야기라서 일단 나는 흥미롭고 즐겁다. 3학년부터 6학년 물리 과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와 지식으로 활용되는 방식이 좋다. 이번에도 요즘 아이들 부럽단 생각.

 

코파츄의 코홍홍, 코홍홍콧노래도 그대로이고, 강력한 콧바람과 콧물 그물도 이상 없다. 고생할 빌런이 궁금하고 불쌍하네. 과학 이야기를 하면서 유령과 액체 괴물이 등장하는 건 아이러니해서 더 재밌다. ()과학 퇴치 같달까.

 

주된 사건을 마주하기 전에 간단한 게임이 등장하는 구성도 좋고, 취재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늘 흥미진진하다. 어둠의 기운이 서린 숲과 오두막집까지 상승하던 긴장은 악당 마법사의 존재에서 어른 독자의 웃음을 팡 터트린다. 스포일링 방지를 위해 정체는 밝히지 않을 결심.


 

! 그런데 단순하고 폭력적인 악당 물리치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어른 독자는 또 뭉클하다. 악당의 서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타인에 대한 태도가 기본적으로 어때야 하는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작가가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감사하다.

 

나는 친절도 다정함도 배려도 유머도 모두 용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훈련과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남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 목소리를 낼 결심도 용기다.



 

서사도 멋지고, 물리학에서 다루는, 자석, 그림자, 거울, , 렌즈, 전기까지 스토리와 더불어 배우고 기억할 수 있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밤코 작가님은 어떻게 이토록 유쾌한 캐릭터들을 그리시는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하다.

 

부담이 전혀 없이 가족이 함께 읽고 자연스럽게 물리학 지식을 간단 정리해보는 시간으로 삼아도 좋을 책이다. 이제 다시 3권을 기다릴 시간. 둘째가 초등학교를 졸업해도 궁금해서 읽고 싶어질 듯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유일일 거라 짐작하지만, 어쨌든 국내 유일 화성 이주 간접 경험이 가능한 문학작품이다. 연작이고 시간 순서대로 실어서, 첫 단편부터 읽으면, 화성 이주의 시대를 경험하며 행성 공부부터 시작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화성에서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모든 존재는 다른 존재를 대신할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다. 죽음이 너무나 가까운 탓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과학이야기도 아니고, 사건의 드러남이 빨라서 우주 공간을 하염없이 바라보듯 매번 결말까지 읽게 된다. 단편에 대한 섭섭함이 덜한 이유는 다음 단편이 화성이라는 매개로 이어진 다음 시공간을 펼쳐주기 때문이다.

 

화성 체험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이상하다 묘한 기분으로 조금은 두렵고 두근거리며 읽었다.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인류 문명을 깊이 들여다본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정치사회학적인 문제들은 지구의 것과 다르지만 지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구의 국가주의가 화성에 그대로 옮겨 가지 못하게 할 거야.”

 

분명 많은 조건들과 환경이 다르고, 인간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감안하면 아주 낯설어야 하는데, 미래의 어느 시기를 가상 체험하듯, 혹은 미래로 시간 여행하듯 읽는 경험이 특별하고 소중하다.



 

문득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나도 내가 아는 사람들도 다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 복잡한 기분이 된다. 그럼에도 나는 일독 후 학위를 받은 학생처럼 뿌듯한 기분이 되었다. 화성 공부를 힘 안들이고 이렇게 재밌게 즐겁게 해도 되나 싶다.

 

실제로 국가에서 의뢰받은 2년간의 화성연구 자료에 배명훈 작가가 피와 살을 채워 이미 존재하는 세계처럼 만들었다. 나만 몰랐고 모든 게 실재하는 것만 같다. 정확한 상상력이란 우주만큼 신비롭고 이토록 유쾌하다.

 

아무리 아껴 읽어도 책은 끝나고, 아무리 책 속 화성 여행이 즐거워도 나는 지구인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산다. 그러니 화성 이주 생활에 확실한 대안적 미래가 되려면 화성에 절대 가져가서는 안 되고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지구에서 인류가 자행한, 과욕과 어리석음에 기인한 짓들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무모한 짓.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사람이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근거 없는 낙관.”

 

200년 만에 생존 환경을 이렇게나 망친 인류가 살던 대로 살 생각으로 화성 이주를 해봤자 거듭 망가뜨릴 뿐이다. 현실이 된 재앙과 위기의 시대를 살며, 두려워서 솟구치는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며, 화성 이주를 하지 못할 우리는 살아 있는 한 필요한 일을 계속 해간다는 결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여기 있었어요. 잠깐 헤매도 결국은 여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