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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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서 숙고하는 학문이다. 제목을 보니 주체가 숲인 듯해서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다. 인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혹은 생존에 절대로 필요한 존재가 숲이라면, 그 관계를 찾아 배우는 것이 결국 인간에 대한 공부와 이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란 단어는 늘 좋고, 표지도 좋고, 자신이 끌린 대상에 대해 공부하고 책이라는 결실을 만든 저자도 좋다. 산책을 더 오래 하고 싶었는데, 몸이 불편해서 아쉽게 보내는 주말, 나무에서 온 종이책 속 숲으로 가까이 다가가 즐겁게 공부하는 것으로 뇌를 깨운다. 숲 사진은 오래 봐도 피곤하지 않다.


 

숲은 푸르게 확장되어 지구 이야기가 되고 인간이 사는 도시로 돌아온다. 사진이 적지 않은데도, 새롭게 배울 내용이 많아서 테마별로 포만감이 드는 공부였다. 잘 읽히는 것이 좋으면서도 너무 빨리 읽히는 것이 아쉬운 책이다.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천재들의 이야기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어른 독자에게도 기존의 업적 찬양이 아닌 다른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 그들 곁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큰 나무에 기대 쉴 때처럼 안도감을 준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빛을 달리하던 내가 만난 작고 큰 숲들이 생각난다.


 

내가 아는 숲의 모습이 될 때까지, 이끼에서 시작된 지구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어서 기분이 초록초록해졌다. 48천만년의 탄생과 이어짐을 인간이 너무 쉽게 망가뜨리는 현실이 낯 뜨겁고 무참했다. 한 때 인류는 생존을 위해 숲을 찾아 목숨을 걸고 이동했다. 그 숲의 열매를 먹고 나무 위에서 맹수를 피하며 숲을 보금자리로 삼았다.

 

숲과 초원을 파괴한 문명치고 살아남은 문명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햄버거용 비육우를 키울 옥수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광활한 초원을 가축사육용 목초지로 개간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대 문명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숲이 좋지만 숲에서 살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을까. 도시화된 문명에 기대어사는 방식 외에는 무지하고 무능한 나는 그래서 여전히 머뭇거리고 주춤거린다. 바이러스는 과밀화된 인간 서식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도시에는 밥벌이가 있지만, 재난과 위기에 굶어 죽기도 좋은 곳이다. 도시의 편리함은 도시 이외의 낭비와 파괴와 오염으로 공급되고 유지된다.


 

도시공원이 늘어나기를 원하지만 단순한 인공 조성과 주먹구구식 관리는 나무도 숲도 되지 못할 것이다. 단독주택에 살 자신도 없으면서 베란다 텃밭을 만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직도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생 2부인 도시 농부, 텃밭 농부에 대해 책을 읽고 고민하고 질문해본다.

 

과밀 도시에서 밤낮없이 눈치 보고 또 경쟁하는 사회에서 너그럽고 어진 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죽은 나무에 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짐작과 다른 기획의 책이라 나는 참 좋았다. 몰랐던 지식 정보는 지치지 않을 분량으로 깔끔하게 전달하고, 문제 제기는 논리적이고, 인문학적 사실들도 잘 정리된 설명으로 새롭게 배웠다. 저자가 제안한 지향의 내용을 곱씹으며 내가 갈 방향을 헤아려본다. 해 지기 전 초록한 길로 산책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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