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 회의부터 발표까지, 말센스 10배 높이는 법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 한선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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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회사에서는은 일종의 트릭 같기도 합니다. 읽어본 바로는 회사는 하는 삶의 일례일 뿐이고, 이 책은 놀랍게도(?) 상황 한정 말하기 테크닉이나 형식이 아닌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응용법에 대해 설명한 책입니다.

 

세계 최고로 고된, 불법과 학대에 가까운 청소년 수험기를 살다보니, 배우는 건 그때까지만이라는 이상한 심리가 있습니다. 배우는 게 지겨우니 진짜 공부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박사학위 논문 통과되고 나면 공부도 연구도 그만두는 것과도 유사합니다. 그런 사람이 교수가 되면 내내 자기 학위 논문 자랑만 합니다. 수업도 태도도 배울 점이 없습니다(유사 경험 다수).

 

말과 글은 평생 중요하고, 직업을 가지는 경우 거의 모든 업무가 말하고 읽고 쓰기입니다. 말의 중요성은 인간인 한 줄어들지 않습니다. 정직하고, 진실하고, 논리정연하고, 설득력과 품위가 있어야 합니다. 내용과 태도 모두가 필요합니다. 물론 타인을 고의로 상처주거나 해치기 위해 사용하는 건 안 됩니다.

 

어렵기도 하고 현실에서 본보기를 잘 못 봅니다. 정치인들의 언행은 끔찍한 수준입니다. 한국은 중요한 것을 언제 열심히 배워서 어떻게 잘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불의는 무한 인내심으로 잘 참고 불편은 조금도 못 참는사람이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제 얘기입니다).

 

일요일은 심정적으로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고 준비하는 날이라서, 기분을 가다듬으려고 읽었습니다. 언어는 곧 생각이고, 명명은 곧 사물 자체이자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본질이니까요. 잡념을 물리치고 감정을 달래고 나를 보호하는 장치로 책만한 것이 없습니다.


 

대박’ ‘등의 어휘로 살던 사원이, 재활 훈련하듯 어휘를 늘리고 말을 간결하게 하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은 제게도 치유과정 같습니다. 일상에서 불쑥 쉬운 조롱과 욕이 하고 싶어지는 아슬한 순간들이 있으니까요.


 

비법은 없고 정답은 있습니다. 차분히 할 말을 떠올리고 정리하고 전달하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시키는 것입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 안 해서 못 하는 것이 많으니 시도하는 모든 분들을 제 힘껏 응원합니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을 바꾸는 기적은 없어도, 분량을 늘리면 양질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장 따라 하기 쉬운 훈련 하나만 소개합니다. “하루에 한번 30초 안에 명사 10개 말하기. 단 소리 내서!” 작가 이름 10, 식물 이름 10, 동물 이름 10, 국가명 10개 시도해봤는데... 왜 다 실패... 생각만으로는 우스워 보이는 도전인데, 소리 내어 말하니 결과가 참담합니다. 꼭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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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북극 출장 중
이유경 지음 / 에코리브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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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과에는 여성 학우들이 많아서 여럿이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만 봐도 때론 코가 시큰거리고 부러웠다. 많은 여성들이 함께 과학을 공부하는 학과의 분위기는 어떨까 늘 궁금했다.

 

첫 폭염에 아이들 일정을 따라 다니다 지친 여름날 밤에 제목이 시원하고 매력적이라 이유경 박사를 만나러 책 속으로 다이브! (조금 졸다 일어남) 금방 몰입된다. 저자의 삶인지 내 삶인지 문득 헷갈리면서.

 

한 번에 되는 실험도 없지만 한 번만 해도 되는 실험은 없다에 끄덕끄덕. 대학() 실험실은 그리 훌륭한 공간이 아니라서 오류 많은 실험 결과를 어떻게 분석해야할지 늘 답답했다. 90년대 물리학과에선 보안경 없이 레이저 실험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동기는 렌즈 각도가 변하는 바람에 시력을 다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조언은 옳다. 적자생존. 꾸준히 쓰는 사람이 남는다. 논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연구/학위 논문 얘기 하는 게 민망하고 화가 차오르는 기분도 들지만, 진짜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정직한 데이터로 세상 속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낼 때 그 짜릿한 기쁨을 꼭 맛보기를 바랍니다.”



 

북극 출장 준비는 냉장고부터. 워킹맘은 벌써 알아챘을 지도. “과학자로서 한 우물을 파지 못한 유목민이었다는 얘기는 전공을 바꿔 진학하는 나를 걱정하시던 할아버지 생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 사셔서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통합학문에 대해 알게 되셨음 뭐라고 하셨을까.

 

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북극여우와 여유 있게 풀을 뜯는 순록,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완전한 고요함……. 이런 것들이 있어 북극 탐사의 힘든 시간을 잊고 또다시 북극으로 향하게 된다.”



 

과학자의 여정과 삶이 궁금하거나, 관심이 있거나, 그 길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그 길 위에 있는 모든 이가 - 여성들이면 더욱 - 공감할 이야기이다. 분투와 좌절과 실패만이 아니라서 기쁘고 든든하다. 2023년 북극, 지구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듣고 싶다.



 

육지 빙하가 사라지고 툰드라 얼음이 녹으면 북극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한 과학자다. 북극을 자주 오가며 북극 다산과학기지 주변에서 찾아낸 박테리아에 다사니아’, 알래스카 툰드라에서 찾아낸 박테리아에 툰드라에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요즘은 사라져가는 북극 툰드라 식물을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까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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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수학 상점 - 간단한 수학으로 이해하는 미래과학 세상
김용관 지음 / 다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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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계산할 수 있는 미래는 아주 많습니다. 다만 우리 대다수가 방법에 익숙하지 않거나, 이미 사용하는 방법이 수학인지 모르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바로 몇 분 후의 카드게임 카운팅도 수학이고,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건축 공간이 수학 측량으로 세운 것들입니다.

 

일상에는 함수가 적용되는 현상이 정말 많다. 휴대전화 통화량과 요금의 관계, 날씨와 기분의 관계, 선물과 상대의 만족도 관계, 기름값과 물가의 관계, 자판기의 버튼과 나오는 물건의 관계, 출연자와 출연자가 선택한 상대의 관계 등이 모두 함수로 표현될 수 있다.”

 

물론 수학을 사용한 공법은 구체적이고 즉각 대입/활용 가능한 것이 비해, 수학적 상상이나 사유는 좀 다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수학이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만 보이는 암호는 아닙니다. 숙제량에 지쳐서 수학과 점점 멀어지는 초6 아이와 함께 읽어보려 기대한 책을 먼저 펼쳐봅니다.

 

게임 속 세상 같은 가상 상점이 등장합니다. (), 도형, 좌표, 2진법, 확률, 경우의 수, 함수... 그렇게 반가운 개념들은 아닌가요. 제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이런 내용이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이라고 합니다. 수학은 논리이고 실험은 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수학 실험을 합니다.

 

수학 퍼즐이나 퀴즈, 혹은 추리 같은 구성입니다. 수학 자체로는 스토리가 없으니, 과학 기술과 연계되어 알록달록 다채로운 모습의 이야기들로 변합니다. 과학전공자인 제게도 여전한 미스터리인 암흑에너지, 엔트로피, 블랙홀이 반갑습니다. 엄청 궁금한 차원 측정기라는 발명품은 혹시 현실에도 있는 것일까요.

 

아름답고 안정되어 보이기에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간이 궁극의 대칭성으로 삼은 반물질, 마치 사변철학처럼도 들리는 음수의 연산, 예전에 열심히 그리며 계산했던 벡터와 삼각함수 스토리, 외계 언어처럼 보이는 수학 기호들의 개념, 이론을 영상화한 영화 이야기... 다방면으로 재밌는 이야기모음입니다.



 

과학전공자라서, 이상한 물질이나 음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법칙은 상상 속에서도 어렵지만, 지식의 한계라는 건 영원할 지도 모르니까요. 양자역학이 그랬듯이 언젠가 패러다임 자체의 전복이나 무쓸모를 인정할 일이 생길 지도 모를 일입니다.

 

책의 구성이 기발하고 수학 상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연결된 방식도 묘하게 재미있습니다(스포일링 방지로 소개 생략). 그리고 역시 상점이 흥하려면 입소문이 이어져야 한다는 수학인 듯 아닌듯한 성공(?)의 법칙도 확인합니다. 스트레스보다 재미가 큰 책입니다. 즐거운 독서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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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지음, 김경미 옮김 / 이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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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여름에 잘 어울린단 생각. 만화 단행본처럼 화려하고 멋진 표지가 즐겁다. 우리 집 청소년들에게 기분 좋게 권해볼 자신감(?)이 생기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이다.

 

원작은 인신매매/인신공양이라 누구에게도 소개하기 곤란한데 심청전을 재해석한 영어 원작을 한글로 옮겼다. 한인작가(이 호칭 별로지만 어쨌든...)의 작품이다. 영어 원문으로 읽어도 색다르게 재미있을 듯하다.

 

바다를 좋아하니 어릴 적부터 용궁이나 수중 세계를 궁금해 했는데 이야기 속 묘사가 늘 아름답고 환상적이라 즐거웠다. 도착한 날 밤에 살짝 구경만 하려하는데 훌훌 다 읽게 될 것 같아 조금 두려웠다.

 

기존의 설화와 다를 것이란 짐작에 즐거웠는데, 기대 이상이다. 주인공이 다르다! 새로 창조된 인물을 만나는 일이 나는 무척 유쾌했다. 심청은 어쨌든 처한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 스스로 선택할 폭이 넓을 수가 없다.

 

주인공이 품은 의문은 어릴 적 내가 가진 질문과 비슷하다. 도대체 신은 왜 응답하지 않는가.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은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면 화를 내고 인간을 해치는 게 신이 할 법한 일인가. 그런 신을 계속 믿어야 하는가.

 

정화홍련전에 겁을 먹어서, 전래동화전집을 다시 읽지 않았다. 한국계 미국인 2세 작가가 적어도 나보다는 한국전래동화를 자연스럽게 더 잘 활용하는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어떤 동화들인지 찾는 재미도 좋을 듯하다.

 

기대한 바닷속 왕국, 혼령 축제, 저잣거리, 제사, 부족, 의상, 소품... 작가는 당연히 엄청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하는 직업이지만, 덕분에 한국적인 것들에 대해 배웠다. 카리스마 가득한 신들이 많은 세상이 현실보다 흥미로웠다.

 

불행이 겹치고 겹쳐 결국 희생되는 것 외엔 선택권도 없었던 심청전의 설정이 차용되고 각색되어 2023년에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 것이 가장 좋다. 구원자나 결혼해서 신분세탁은 더 이상 효용도 없다는 느낌이 즐겁다.

 

로맨스로만 채워지지 않는 세계관이 단단하고 행동도 의지적인 주인공을 만나, 현실에서 피가 서늘하게 식은 여러 가지 참담함으로부터 잠시 쉴 수 있었다. 주인공이라고 나대면서 온갖 피해를 유발하지 않은 캐릭터라서 편안했다.

 

더 장편이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 캐릭터들이 좀 더 풍성하고 섬세해졌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재밌는 이야기다. 이런 방식의 재창작이면 전래동화도 반가울 듯. 드라마나 영화화가 된다면 아주 매력적인 조연들도 만나보고 싶다.

 

이건 산처럼 크거나 달처럼 밝지는 않아요.”

 

하지만 당신의 혼이기 때문에 아름다워요. 단단하고 회복력이 강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죠. 그리고 고집도 세고요.”

 

그리고 소중해요.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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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에게
류시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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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를 아주 늦게 만났다. 어릴 적, 연예인도 선생님도 위인(?)도 좋아해본 적이 없어서. 반한다, 사랑에 빠진다, 라는 경험도 신기했지만, 한결같이 혹은 더 깊이 타자를 사랑하는 법은 한참이 더 지나서야 배울 수 있었다. 내 세계 밖의 사람들을 염려하고 사랑하는 법은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쩌면 살아갈 수 없을지 모를 우리를 위해, 사랑할 수 있는 대상과 세계를 확장해 준 문학이 아닐까 설레고도 조심스러운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문득 근래 장편보다 소설집을 연이어 읽는다는 생각.

 

표지 색감이 아름답고, 제목도 손편지의 시작처럼 다정하다. 그래서 준비를 못하고 내용을 맞았다. 사랑이 언제 어느 때 완전히 좋고 기쁘기만 했을까마는, 어둡기도 하구나 했던 내용은 더 깊은 심연을 가졌다.

 

혈압이 급상승하게 즉각적으로 두렵고 화가 나는 사적 정보의 해킹, 사랑하나 최애의 범주에 나는 한번 넣지 못했던, 반려식물과 반려동물, 심장이 조여드는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자리... 작품 대부분에 늘 어른거리는 죽음.

 

현실의 함정들을 작가가 이야기마다 심어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좀 헤매었다. 감정이 일렁거려 멀미가 났다. 내 기대 속에서 미리 설정해둔 짐작을 벗어나는 스토리 때문(덕분)이다. 생각과 질문이 많아지는,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읽기를 통해 느낀 것과 생각한 것을 다 표현할 언어가 부족해서 조금 서운하다. 아마 당장은 내 안에서 정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아마 지금은 내 종합적인 역량이 수용도 이해에도 못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직접 경험만으로 배우는 건 아니지만, 나는 소위 요즘세대들의 덕질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니 공감의 폭도 깊이도 별 볼 일 없을 듯하다. 다만 화자를 통해 만난, 사랑의 방식이 무척이나 쓸쓸했다.

 

언제든 내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는, 그래서 더 달콤하고 안전한. 이만큼의 거리가 이제는 좋고 편했다.”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안전한 것만을 원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심정, 아니 위험한 현실이 안타깝고 아프다.

 

상호적인감정이 아니라도, 수신되지 않아도, 그저 사랑하는 것. 어쩌면 대가 없는 지고지순한 감정이랄 수도 있겠지만, 긴밀한 상호작용이 오가는 관계에 대한 포기와 체념이 그림자처럼 어른거린다.

 

물론 이건 다 꼰대 독자의 사견일 뿐이다. 나조차도 진짜, 긴밀한, 친밀한 새로운 관계 형성에 전혀 자신이 없다. 실은 그런 에너지 과다소모의 기회는 회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스스로 측정한 최적화된 거리가 여전히 쓸쓸하니 내 안에 존재하는 모순이다.

 

단 한 번도 깔끔하게 정의 내리지는 못했지만, 어슴푸레 윤곽이 잡혀 있던 사랑에 대해 혼란과 질문 속에서 새롭게 생각해보고 내게 익숙한 관점을 살펴 본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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