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사회 - 순 자산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
임의진 지음 / 웨일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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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님이 답이 있다고 추천하셨기에, 깊은 회의를 누르고 기대하며 읽었다. 종교, 철학, 사상, 담론, 의미... 거의 모든 가치가 힘을 잃고 비웃음 당하는 시절, 이익 계산만 빠른 시대가 아닌가.

 

소득격차가 크기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과 기본권을 보장 받는 사회를 이상적이라 여긴다. 그래서 감정이 들끓고 화가 날 것이라 짐작했는데, 논조가와 현상 진단과 분석이 차분해서 고요하게 읽었다. 도움이 되었다.

 

물론 짐작과 확신에 맞는 내용을 만나면, 맞았다고 기쁘기보다 답답했다. 불멸할 듯한 비교, 경쟁, 구별, 분리, 소비사회, 자본제일주의, 더욱 획일화되고 노골적인 성공의 방식, 정상성과 정답들의 기세 등등... 이 틀을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기적처럼 느껴진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다른 꿈을 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다른 삶을 선택한/하는 이들의 용기가 새삼스럽게 대단하다. 그리고 귀하다. 사례가 있어야, 문제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는데 용기와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니 공식 같은 단일한 해법과 정답은 없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공동체와 다양한 모습의 성공 방정식이다.

 

한국인들이 가진 사회경제적 욕망의 핵심인 돈과 자신을 그대로 두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시도가 가능할 리 없다.”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희망적이다. 결국 내가 무언가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 스펙트럼 안에서 움직일 것만 같다. 물론 근본적인 변혁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분들도 계시다. 더 좋은 건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이다.

 

숫자가 많아지면, 그 다채로운 풍경이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한두 가지 틀로 삶을 가두고 강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오래된 공식을 믿는다.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이 다시 바꿀 수 있다는.

 

가만히 계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불안과 두려움에 가려진 우리가 진짜읽을 것의 숫자를. 생각보다 웃길 정도로 미미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수익 창출과 자산 축적만 하다 죽기에는 너무 귀한 삶이 아닌지.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아닐까.”


 

한방을 얻으려다 한방에 가는, 안전망 대신 경쟁과 각자도생을 따르다, 신뢰도가 없는 사회를 견뎌야 하는, 성공은커녕, 억울함과 소외감과 박탈감만 느끼는, 그런 삶이 지겹고 무가치하지 않은지.

 

저자는 30대이다. 저자보다 나이가 많은 독자들은 필히, ‘내가 해봤던일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정리해서 뭔가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열심히 산 것과는 별개로, 지금 다 같이 헤매는 이 현실에 각자의 몫의 책임을 져야 한다. 방기하지 말고, 방해하지 말고, 함께 해결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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