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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가족과 등대섬 ㅣ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6월
평점 :
새 그림책만한 행복도 드물다. 무민 시리즈라면 더욱. 톤다운된 색감들은 늘 좋고, 무민 가족들과 새로운 등장인물은 이번에도 현실의 존재 못지않게 생생하고 매력적이다. 항해 모험인가 했는데 지금 이 시절의 필독서처럼 읽혔다.
바다가 친근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한 장마다 슬픔이 푸르게 차오른다. 수많은 기대를 품었고 그만큼 실망이 거듭된다. 생명이 살아가기 좋은 온도로 물이 풍부한 아름다운 행성, 그 기적을 망치는 호모 사피엔스라니.
그림에서처럼 단출하게 준비해서 바다로 나갈 수 없어서 가지 못한 곳도 가본 적 없는 곳도 다 그리워진다. 방향 지표들이 준비되어 있고, 작은 섬에 도착하니, 등대와 등대지기도 있는 세계가 작고 안전하고 아름다워서 또 서럽다.
여름이면 질문이 이어지고, 속임수와 반전이 거듭되는 장르문학을 읽고 싶어진다. 외부 기온이 올라갈수록 자극이 강한 구성과 결말이 체온을 낮춘다고 느낀다. 참고 삼키고 한 것들을 결말과 반전을 알면 다 끝나는 이야기로 해소한다.
그런데, 더운 공기가 몸속을 파고드는 오늘, 순한 맛 그림책과 더불어 차분하게 행복하다. 항해를 마치고 귀가하는 무민 가족을 배웅하며, 또 다른 책으로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며, 다시 묻는다. 바다에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가.
수산물, 해산물, 소금, 해수욕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이토록 완벽한 지구의 바다에, 수많은 생물이 사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출하는 극악한 짓을 하려는 걸까. ‘가장 비용이 저렴한 처리법’이라는 현실 인류의 비교분석에 수치스럽다.
지금 막지 못하면 회복이 불가능한,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