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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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친절하고 여유로운 인간관계로 갈아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다.”

 

대체로 문장 길이가 짧고 간결하고 직선적이고 서슴지 않는다. 단단한 생각이 느껴진다. 주제도 사례도 결론도 제안도 아주 많다. 그 점이 안심이 된다. 이렇게 많다면 모두 동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당연한 것, 뻔한 것, 너무 많이 들어서 아무 설득력이 없는 것, 여전히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 등등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아니라고 한다.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 불안하면서도 좋다.

 

힘이 강한 쪽, 다수인 쪽을 기준으로 인간관계를 맺지 말자. 어리석은 군중의 꼭두각시로 사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의견은 아무리 설득력이 있어도 동의할 수는 있지만, 따라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 점이 매번 좀 서글프기도 하지만, 만병통치약 같은 걸 찾는 은밀한 바람은 나의 게으름을 드러낼 뿐이다.

 

다만 분명한 건 친구든 가족이든 나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관계라면 없는 편이 낫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자신이 경험한 어려움을 회고하는 내용은 감정적이지 않고 분량도 많지 않다. 그 담담함이 저자가 그 시절과 관계로부터 벗어나와 산다는 증거 같다. 물론 그 시절에 배운 것들이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일부를 이룬다.

 

나답게 있을 수 없는 집단에서 살아간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괴로운 일이다.”

 

일본의 상황을 잘 모르지만, ‘관계를 이용한 공격이란 문장은 참 아프다. 물리적으로 가깝고 심리적으로 친밀하다면 상처가 클 것이다. 저자는 인간관계를 마음의 거리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는것을 거듭 강조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인색한 사회일수록 남과 다르고 싶고 다르고 같은 척 연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살기에 어렵다. 저자의 제안처럼, “조금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이라면 내가 먼저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면 좋겠다.

 

생각하는 관계의 미학을 떠벌리고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 진짜 우정은 과시하지 않는다.”

 

저자가 정의하는 우정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기억은 미화되었을 것임에도, 기대와 달리(?) 늘 이상적이고 즐거웠던 장면들만 떠오르진 않는다. 예전에도 지금도 개인에게 선택의 여지는 얼마나 온전히 주어지는 건지... 조금 슬프다.

 

물론 이건 다 비겁하고 겁쟁이인 내 변명이다. 저자처럼 확실하게 말하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을 바꾸고 살 지는 못할 지라도,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이 언젠가 꼭 필요한 근력이 되어 줄 거라고 기대한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자주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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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의 뇌과학 - 매일 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잠과 꿈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
라훌 잔디얼 지음, 조주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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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좋아한다. 루틴대로 살아가는 현실의 협소함과 달리, 꿈속에서는 인간의 육신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대양을 심해생물들과 여행하고,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다 태양 근처까지 가보고, 가만히 지구를 구경하거나 우주정거장을 엿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낮의 삶보다 밤의 꿈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꿈이 생각나지 않는 아침은 조금 쓸쓸하다. 우리는 꿈을 꾸기 위해 진화했다.”는 문장에 행복하게 동의하며 읽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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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단언컨대 우리의 본성, 관심사, 그리고 가장 심오한 고민을 분명히 담고 있다. 내 꿈은 곧 나이며, 내가 곧 꿈인 것이다.”

 

가장 잘 쓰인 책인지 판단한 능력은 없지만, 가장 재밌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을 좋아하고 늘 꿈을 기억하길 원하고 꿈이 내내 궁금한 독자로서 이 책은 신비롭고 신나는 꿈만큼 재밌다. 뇌과학(신경과학) 지식을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절에 살아서 행운이다.

 

꿈을 꿀 때는 놀랍게도 (감정 변연계*) 15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 꿈을 꾸는 동안, 깨어 있을 때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강도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꿈을 꾸고 있을 때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셈이다.”

 

* 생존과 관련된 반응이나 감정 및 기억과 관련된 기능을 가진 뇌의 부분

 

꿈과 관련하여 궁금했던 많은 것들에 설명을 제공하고, 뭐가 궁금한지 미처 몰랐던 것들도 알려준다. 과학적 가설과 추론이 가진 본래적 특성상, 이 책은 발췌된 구절 일부나, 요약문, 감상평만 읽어서는 재미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차곡차곡 전개하는 논리와 사례와 근거를 다 살펴봐야 더 즐겁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꿈은 신경생물학적 기원의 범위 안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꿈의 연속성, 꿈의 특징한 내용은 문화, 지리, 언어의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신경생물학적이자 진화적 기능으로서 우리의 DNA에 내재되어 있다.




 

분량은 전혀 상관이 없다. 전공하지도 않은 학문을 이 정도로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전달하는 저자에게 놀랄 뿐이다. 그런 의미로 대중과학서란 마법서와 같다. 고대의 낡은 책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막 출판된 신간도 마법처럼 신비로운 비밀을 알려준다. 주제가 인간의 초능력인 이라서 더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꿈은 사실 언어와 기억력이 아닌 시각적 공간 능력이 성장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꿈은 나이나 성장에 따라 나타나는 다른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인 것이다.”

 

이 무엇인지, 왜 꾸는지, 왜 더 섬세하게 진화해서 기능하는지, 몸과 감각이 실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뇌가 경험하는 것에는 왜 가짜가 없는지, 이렇게까지 뇌를 진화시킨 결과로 인간은 무엇이 가능한지...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지의 이해를 더한다.

 

한가득 필사를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한 권의 책을 차분히 다 읽어보는 것을 열렬히 권한다. 이는 내가 에 집착과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독자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정말 재밌는 책이다. 마법에 걸린 듯 여러 번 본 영화 <인셉션>의 토템과 자각몽에 대한 내용은 짜릿할 정도로 흥미롭다. #강추

 

마지막으로, 뭐든 팔아치우는 상업자본주의가 후원하는 기술과학이 결국 우리의 꿈도 구매하여 광고판으로 만들 것인가의 자문 같은 질문은 서늘한 경고 같기도 하고 경보warning 같기도 하다.

 

꿈은 그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사고thinking이며 (...) 인류가 육체적 진화를 뛰어넘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문화와 언어, 창의성 덕분인데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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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다이앤 렘 지음, 황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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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 나의 때도 분명 올 것이다.” 20대에 유서 미리 써두기가 유행(?)했다. 삶도 죽음도 실감이 안 나는 시절이라 그냥 써보았다. 그래도 덕분에 매년 수정하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기기증서약서도 작성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두었다. 뭘 해도 늘 준비가 부족한 기분이다. 존엄사를 대화로 기록한 이 책에서 질문도 답도 찾아볼 기대로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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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하다. 가족뿐만 아니라 의사, 성직자, 친구들과 실제적이면서도 진실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다른 읽기와 다르게 목차를 한참 보았다. 암 환자, 보호자, 친구, 주치의, 완화의료전문의, 호스피스 종사자. 생애 말기 돌봄 의사. 목사, 의원, 신부, 의대생들, 비영리단체, 카페운영자 등. 안락사, 존엄사, 의료조력사망 중 무엇이라 불리건, 관심이 큰 문제라고 느낀다. 한국의 관련 상황은 마지막 해제에 있을 듯해서 그 또한 기대가 된다.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그런 결정을 현명하게 내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 그래서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미국 사회에서 저자가 본격적으로 존엄사 운동에 참여한 건 2014년이라고 한다. 약 십년간의 역사가 담겼고, 20246월에 10개주가 법적으로 보장한 것은 죽을 권리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도 담겼다. 가능한 많은 이들이 두루 대화하고 경청하는 사회적 대화가 가장 부럽다.

 

실제로 너무 많은 가족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절대 거론하지 않다가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는 한다.”

 

자동조종장치를 가진 것처럼, 발작버튼이 있는 것처럼 발끈하는 무근거에 욕설 가능한 목소리들 말고,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 있는 사회적 토론이 사회적 결정전에 충분히 많아지면 좋겠다. 답을 채우고 싶었는데, 조용히 대화를 들은 기분이다. 정답지를 쓰기 전에 더 오래 차분하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추천

 

12살짜리 아들은 엄마가 끔찍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고 우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어요. 그랬다가는 결국 트라우마와 고통밖에 안 남을 거라고요. 그래서는 안 돼죠.”

 

저는 해로움이 뭔지는 당사자가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람을 살려놓는 바람에 그 사람이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면 아무 해가 없는 건가요? 어떤 사람이 자기 고통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면 저는 전혀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윤리적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요.”

 

심판이 개입하지 않은 반대죠. (...) 그 선택을 한 사람을 심판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그 행위에 반대하는 거예요.” #좋다




 

좋은 죽음과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할 좋은 삶과 존엄한 삶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진다. 고령인 부모님의 때가, 나이 순서로만 맞는 게 아니니 나와 가족의 때가. 문득 불안해지면 최대한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급해지곤 한다. 책을 읽고 나니 걱정에 비해 대화가 적은 것이 가장 큰 패착이 될 듯하다.

 

좋은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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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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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에 반하는 일이 없고, 신뢰하기까지 경계심이 크고, 사람 사귀는 일에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늘 타인을 골똘히 의심하는 건 아니고, 매번 제대로 판단하는 것도 아니다.

 

조심스럽고 겁쟁이라서 좋은 점은 그렇기 때문에 빠른 판단도 덜 한다는 것이다. 선입견과 편견과 인지편향을 고루 갖췄지만, 눈치가 없어서 타인에 대한 인지구축도 차근차근 느리게.

 

저자가 조직행동학을 전공한 전문가이니. 개인은 물론, 관계, 단체, 조직, 사회에서 다양한 신뢰와 불신의 이유와 역학을 가르쳐줄 듯하다. 과학으로 배워보는 신뢰라는 주제가 반갑고 기대된다.



 



 

아주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누군가를 선뜻 신뢰하는 행동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다.”

 

신뢰가 없이 가능한 게 뭐가 있을까.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조차도 한 개인에게 중요하다. 그러니 신뢰는 관계와 사회조직의 존망과 유지와 기능을 위해서는 필수요소다. 무엇보다 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에서 살고 싶지가 않다.

 

상충하는 원칙 앞에서 우리가 내리는 선택이 더 이상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옳음과 옳음의 문제일 때 발생한다.”

 

자국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살벌한 전쟁터인 외교에 있어서도, 결국 인간들이 하는 일이라서, 신뢰는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문명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가지만, ‘신뢰성에 대한 판단은 너나없이 서툴고, 조직행동학으로 배워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회과학자들은 신뢰를 다른 사람의 의도나 행동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치를 바탕으로, 취약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로 이루어진 심리 상태라고 정의했다.”*

 

* 1)심리 상태 2)취약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 3)다른 사람에게 품을 수 있는 긍정적인 기대치에 따른 상관관계로서의 신뢰

 


오늘 처음 들은 불쾌하고 폭력적인 표현에는 나락보내기가 있다. 내게 직접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이 드러나면, 다 같이 달려들어 죽일 듯 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제 삶에 대한 평가는 없다는 점에서 저열한 짓거리다. ‘사회현상이 되면 불신을 강화한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진정한 신뢰에는 남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취약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신뢰도를 판단하는 특성을 배우고, 신뢰하는 법도 배우고, 신뢰가 무너졌을 때도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이 책의 방향성이 좋다. 안도가 된다. 사례는 다양하고 문제는 복잡하지만, 매커니즘을 알려주고 모색 방법을 제시하며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책은 반갑고 고마운 가이드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아는 최선은 진심과 빠른 사과 정도였다. 저자는 역량과 도덕성이라는 유형으로 분류해서 문제를 보고, 다른 회복 방법을 제안한다. 조직, 사회, 국가로 스케일이 달라지면,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회복 방법이 속임수처럼도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천차만별인 상황이 있다는 점에서, 각자에게 필요한 방법을 배워 기억하면 될 것이다.

 

회복을 통해 지키는 것이 최선이 아닌 경우도 많다. 특히 폭력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절과 처벌이 우선이다. 하지만 개인 관계와 가족 공동체를 넘어선 경우에, 특히 인류 역사 중에 전쟁이 없었던 시간이 300여년이라는 인류 문명을 생각하면, 완벽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신뢰를 구축하며 살아갈 방법 또한 배우고 싶어진다.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

 

예를 들어 가해자 치료와 교육이라는 방법에 대한 저항감은 크다, 나는 그렇다. 특히 피해자 구제와 치료와 일상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가해자를 위한 예산배당 자체가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마련되어 있는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는 속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좀 더 인간적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연구와 공부가 필요하고 끈기 있는 시도와 실천이 필요하다. 가해자의 속죄가 먼저이지만, 가해자를 다 죽이는 게 대안이 아니라면, 함께 살 방법을 찾아야한다. 저자도 더 오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멈추지 않고 연구하고 설명하고 변화를 위해 애쓰는 모든 이들이 가장 확실한 희망이다.




 

듣고 싶었던 내용과 듣기 불편한 내용 모두가 차분하게 담긴, 그래서 더 고맙게 배운 책이다. 많이 읽고 많이 이야기해주시기를, ‘나락보내기대신 신뢰 사회에 대한 논의가 더 큰 목소리를 가지게 되길 바라고 응원한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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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사도행전 - 한 평신도 지식인이 설렘과 감동으로 쓴 개화기 조선 선교사들의 이야기
오두범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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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언더우드는 같은 뉴브런즈윅 신학교 학생이었던 알버트 알트만(Albert Altmans, 1854-1939)이 선교사 지망생들을 모아 놓고 조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선교 역사에 대해 읽은 적이 없어서 많이 궁금했다. 읽다 보니, 서울에 남은 문화유산들을 방문하며, 근대사에 대해 공부한 기분이 들었다. 100여 년 전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역사이고, 현대사와 연관이 많아서 옛일 같지는 않았다.

 

“1882년 한글 성경이 완성되었고, 로스 목사는 서상륜*을 권서인으로 임명하여 의주, 한양으로 파송했다.” * 세례 받은 조선인

 

설렁한 방문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과 잊은 기록들을 한 권의 책으로 시간순으로 읽어볼 수 있어서 시대사 정리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종교가 없는 나는 선교라는 것을 좋은 것을 발견해서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한다. 친인척분들의 태도는 그러셨고, 내게 중요한 시기마다 기도를 해주셔서 늘 감사했다.

 

세계사에서 선교는 더 복잡한 목적이 있고, 때론 개인의 의도와는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고, 당시로서는 큰 자본이 필요한 사업으로서 시작되기도 한다. 시작이 무엇이었든 역사의 일부가 된 일들과 유산을 살펴보고 배우는 일은 의미가 있다.

 

특히 현대사에서 사적 의미가 큰, 한국 YMCA 운동의 시작**, 정동제일교회 벧엘 예배당(명동 성당),*** 배재학당 이야기는 반가웠다. 선교에 중점을 둔 내용 전개이나, ‘교육이 당시 조선인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어떤 목표가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는 일이 의미 있었다.

 

** 언더우드(H.G.Underwood), 아펜젤러(H.G.Appenzeller) 등 선교사들이 1899년경부터 설립 추진

 

*** 1892년 선축 시작, 1897년 완공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는 교육을 받은 배재학당 학생들은 민족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다. (...) 배재학당 기숙사는 독립지사들의 은신처가 되었고, 3.1 운동 당시에는 거사를 계획하는 민족 독립운동의 산실이 되었다.”

 

셔우드 박사가 여성 환자를 돌보기 위해 여성(만의) 의료원을 만들고, 여성 의사 양성에 힘쓴 내용도 다시 반가웠다. 1900,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의사인 김에스더(박에스더로 흔히 불림)의 사진자료와 이후 활동 자료가 귀하다.



 

또한 1886년 지어진 이화학당의 모습과, 뵐 때마다 마음 아픈 유관순 열사의 짧은 생을 다시 만나 거듭 경애를 보낸다. 유관순을 체포하는데 열일한 반역자 정춘영은 그 후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 문득 궁금하다.





 

수없이 죽으면서도 이어졌던 조선 독립운동, 고종황제의 헤이그 특사였던 헐버트는,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연에서 말로 글로 조선의 상황과 독립열망을 알렸다. 종교가 신념이 인간을 어떻게 단련하고 행동의 마중물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경외심으로 목격하고 배운다. 즐거운 역사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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