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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든 사이의 뇌과학 - 매일 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잠과 꿈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
라훌 잔디얼 지음, 조주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꿈을 좋아한다. 루틴대로 살아가는 현실의 협소함과 달리, 꿈속에서는 인간의 육신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한다. 대양을 심해생물들과 여행하고,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다 태양 근처까지 가보고, 가만히 지구를 구경하거나 우주정거장을 엿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낮의 삶보다 밤의 꿈이 훨씬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꿈이 생각나지 않는 아침은 조금 쓸쓸하다. “우리는 꿈을 꾸기 위해 진화했다.”는 문장에 행복하게 동의하며 읽을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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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단언컨대 우리의 본성, 관심사, 그리고 가장 심오한 고민을 분명히 담고 있다. 내 꿈은 곧 나이며, 내가 곧 꿈인 것이다.”
‘가장 잘 쓰인 책’인지 판단한 능력은 없지만, 가장 재밌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꿈’을 좋아하고 늘 꿈을 기억하길 원하고 꿈이 내내 궁금한 독자로서 이 책은 신비롭고 신나는 꿈만큼 재밌다. 뇌과학(신경과학) 지식을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절에 살아서 행운이다.
“꿈을 꿀 때는 놀랍게도 (감정 변연계*를) 15퍼센트까지 높일 수 있다. (...) 꿈을 꾸는 동안, 깨어 있을 때는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한 강도의 감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꿈을 꾸고 있을 때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셈이다.”
* 생존과 관련된 반응이나 감정 및 기억과 관련된 기능을 가진 뇌의 부분
꿈과 관련하여 궁금했던 많은 것들에 설명을 제공하고, 뭐가 궁금한지 미처 몰랐던 것들도 알려준다. 과학적 가설과 추론이 가진 본래적 특성상, 이 책은 발췌된 구절 일부나, 요약문, 감상평만 읽어서는 재미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차곡차곡 전개하는 논리와 사례와 근거를 다 살펴봐야 더 즐겁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꿈은 신경생물학적 기원의 범위 안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꿈의 연속성, 꿈의 특징한 내용은 문화, 지리, 언어의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신경생물학적이자 진화적 기능으로서 우리의 DNA에 내재되어 있다.
분량은 전혀 상관이 없다. 전공하지도 않은 학문을 이 정도로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전달하는 저자에게 놀랄 뿐이다. 그런 의미로 대중과학서란 마법서와 같다. 고대의 낡은 책에서만이 아니라, 지금 막 출판된 신간도 마법처럼 신비로운 비밀을 알려준다. 주제가 인간의 초능력인 ‘꿈’이라서 더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는 꿈은 사실 언어와 기억력이 아닌 시각적 공간 능력이 성장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 꿈은 나이나 성장에 따라 나타나는 다른 고차원적인 인지 과정인 것이다.”
‘꿈’이 무엇인지, 왜 꾸는지, 왜 더 섬세하게 진화해서 기능하는지, 몸과 감각이 실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뇌’가 경험하는 것에는 왜 가짜가 없는지, 이렇게까지 뇌를 진화시킨 결과로 인간은 무엇이 가능한지...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지의 이해를 더한다.
한가득 필사를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 한 권의 책을 차분히 다 읽어보는 것을 열렬히 권한다. 이는 내가 ‘꿈’에 집착과 애정과 관심을 가지는 독자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정말 재밌는 책이다. 마법에 걸린 듯 여러 번 본 영화 <인셉션>의 토템과 자각몽에 대한 내용은 짜릿할 정도로 흥미롭다. #강추
마지막으로, 뭐든 팔아치우는 상업자본주의가 후원하는 기술과학이 결국 우리의 꿈도 구매하여 광고판으로 만들 것인가의 자문 같은 질문은 서늘한 경고 같기도 하고 경보warning 같기도 하다.
“꿈은 그야말로 또 다른 형태의 사고thinking이며 (...) 인류가 육체적 진화를 뛰어넘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문화와 언어, 창의성 덕분인데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