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때가 오면 - 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번의 대화
다이앤 렘 지음, 황성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 나의 때도 분명 올 것이다.” 20대에 유서 미리 써두기가 유행(?)했다. 삶도 죽음도 실감이 안 나는 시절이라 그냥 써보았다. 그래도 덕분에 매년 수정하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장기기증서약서도 작성했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도 작성해두었다. 뭘 해도 늘 준비가 부족한 기분이다. 존엄사를 대화로 기록한 이 책에서 질문도 답도 찾아볼 기대로 읽기 시작.




 

...........................


 

대화가 필요하다. 가족뿐만 아니라 의사, 성직자, 친구들과 실제적이면서도 진실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다른 읽기와 다르게 목차를 한참 보았다. 암 환자, 보호자, 친구, 주치의, 완화의료전문의, 호스피스 종사자. 생애 말기 돌봄 의사. 목사, 의원, 신부, 의대생들, 비영리단체, 카페운영자 등. 안락사, 존엄사, 의료조력사망 중 무엇이라 불리건, 관심이 큰 문제라고 느낀다. 한국의 관련 상황은 마지막 해제에 있을 듯해서 그 또한 기대가 된다.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그런 결정을 현명하게 내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어요. (...) 그래서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미국 사회에서 저자가 본격적으로 존엄사 운동에 참여한 건 2014년이라고 한다. 약 십년간의 역사가 담겼고, 20246월에 10개주가 법적으로 보장한 것은 죽을 권리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도 담겼다. 가능한 많은 이들이 두루 대화하고 경청하는 사회적 대화가 가장 부럽다.

 

실제로 너무 많은 가족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절대 거론하지 않다가 중요한 타이밍을 놓치고는 한다.”

 

자동조종장치를 가진 것처럼, 발작버튼이 있는 것처럼 발끈하는 무근거에 욕설 가능한 목소리들 말고, 한국 사회에서도 의미 있는 사회적 토론이 사회적 결정전에 충분히 많아지면 좋겠다. 답을 채우고 싶었는데, 조용히 대화를 들은 기분이다. 정답지를 쓰기 전에 더 오래 차분하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추천

 

12살짜리 아들은 엄마가 끔찍한 고통 속에 비명을 지르고 우는 모습을 볼 필요가 없어요. 그랬다가는 결국 트라우마와 고통밖에 안 남을 거라고요. 그래서는 안 돼죠.”

 

저는 해로움이 뭔지는 당사자가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람을 살려놓는 바람에 그 사람이 계속 고통에 시달린다면 아무 해가 없는 건가요? 어떤 사람이 자기 고통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면 저는 전혀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윤리적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요.”

 

심판이 개입하지 않은 반대죠. (...) 그 선택을 한 사람을 심판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그 행위에 반대하는 거예요.” #좋다




 

좋은 죽음과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해서 선행되어야할 좋은 삶과 존엄한 삶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진다. 고령인 부모님의 때가, 나이 순서로만 맞는 게 아니니 나와 가족의 때가. 문득 불안해지면 최대한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급해지곤 한다. 책을 읽고 나니 걱정에 비해 대화가 적은 것이 가장 큰 패착이 될 듯하다.

 

좋은 죽음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