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로 출근하는 여자 - 빨래골 여자아이가 동대문 옷가게 알바에서 뉴스룸 앵커가 되기까지
한민용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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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현재의 나를 과장하고, 내가 지나온 날들은 축소했다.”

 

역차별이니 하는 억지를 듣고 살아야 하지만, 통계는 한국사회의 평등지수가 얼마나 처참한지 유의미하게 드러낸다. 누가 봐도 그럴듯한 성취와 성공이 누군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아니지만, 워낙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직업유지가 역경과 고난이라서 무조건 응원하고 싶은 기분이 먼저 든다.

 

내가 처음이었다는 사실보다 마지막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나는 더 자랑스럽다.”

 

JTBC 뉴스를 시청하지 않은 지가 오래되어서, 저자의 진행을 동영상으로 찾아 들으며 읽는다. 잘 관리된 외형보다 더 깊고 오래된 이야기를 읽으며 듣는 육성이 좋다. 화면엔 앵커 한민용이, 글에서는 기자 한민용이 더 선명하다. 보도 자료처럼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잘 읽히는 멋진 이야기다.

 

죽음을 아파하다 결국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사람도 많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나아가게 하는 건 언제나 그들이었다.”

 

마음껏 실패할 여유가 없었다고 하지만, 실패 횟수가 늘 성장과 비례하는 건 아니다. 어쩌면 저자는 이런저런 실패를 할 이유가 없었을 지도 모르다. 내 기준에서는 놀라운 행동력으로 꿈을 향해 곧게 전진한다. 이리저리 꼬인 내 속을 내가 알기에, “움츠러들지 않는저자의 시간들이 부럽게 빛난다.

 

내 보도는 미약하나마 분명 세상을 바꾸었다. 나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은 오래도록 나의 명예가 될 것이다. 나는 명성 없는 명예를 얻었다.”



 

태어나 살다보면, 어릴 적 꿈과는 달리 성취라 할 만한 게 미약하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쌓이지도 않고, 그나마 알던 것도 잊어버리고, 체력은 떨어지고, 어떤 노인으로 살 것인가, 어느새 그런 생각이 든다. 반백인 독자의 기준은 낮지만, 그럼에도 보도로 세상을 바꾸었다고 기록하는 한민용은 반짝인다.

 

순산 후 돌아온 그가 보여줄, 세상을 또 바꾸게 될 보도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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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 -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약속
차이경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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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을 돈이 없었다. (...) 덕담이 가장 큰 결혼 선물이었다.”



 

소설도 드라마 대본도 아니라고? 실화라고? 에세이라고? 10대 혼전 임신에, 분유도 쌀도 없는 가난에, 엄마가 갚지 않은 돈 때문에 납치를 당하기도 하고, 둘째 임신 중에 남편은 입대하고(곧 전역), 대학 입학 후 불륜 행각을 저지르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저자는 희귀병을 앓다가 나이 서른에 생사를 오가고.

 

그런데도 계속 읽다 보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할 수 없다. 희망과 계획을 놓지 않고, 매번 전력으로 임하는 태도가 무섭고 놀랍다. 다행히(?) 아이들은 별 문제 없이 자라주었고, 저자는 우연히 참가한 대회에서 시 부문 대상을 받고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다사다난함이 끝났다 싶은 시절은 그리 길지 않다. 한숨 돌릴 여유만 잠시 준다. 희귀병은 여전하고 내색할 수 없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겨우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데, 건강 상태는 위험 수준이었고, 말리고 싶은 선택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닥쳤다.

 

힘겨운 시간들을 견딜 때마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더디고 느리게 지나갔다.”

 

저자는 을 확신하다. 버거워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섭게 지켜나간다. 순서는 좀 다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다른 이들보다 더 뜨겁고 오래 간다. 이 책에는 저자가 쓴 시들이 실려 있지 않다. 어떤 느낌의 시어를 사용하는지 몰라서 조금 아쉽다. 펄펄 끓는 산문과는 많이 다를까.

 

나는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 오롯하게 로 설 수 있었다. 나만 생각하면 되는 유일한 몇 시간이었다.”

 

덕분에 나는 언제 오롯하게 로 설 수 있었는지그 시간을 가만히 찾아보았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설레고 두근거리고 행복하고 두려웠다, 그 시절은. 생각해보면, “나만 생각하면 되는시간이 짧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득 그 시간이 그립고 탐이 난다.

 

고딩엄마 차이경의 앞으로는 조금만 덜 파란만장하기를, 분투 말고 다른 형태의 도전이기를 응원한다. 그의 시들을 찾을 수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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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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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쭈뼛 솟다가 막 웃게 되는 멋진 작품이다. 첫 장부터 비극을 그린 명화를 떠올리는 그림에 무섬증이 나면서도 일단 크게 웃었다. 그림책을 함께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옆에 앉은 사춘기 앓는 막내가 더 살갑게 느껴진다.

 

다시 더워진 여름 날, 광복 80주년 경축일에 가족 모두가 시원한 수박을 잘라 먹으면서 느긋하게 쉬면서 책을 펼치는 풍경이 최고의 행복이다. 모두가 여기 안전하게 함께 한다는 것이 어쩌면 기적과 마법의 순간이지 않을까.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는 전설에 관한 선입견도 그림책에 관한 편견도 모두 시원하게 뛰어넘는 구성이다. 이번에도 역시 제목을 보고 짐작한 것과는 전혀 다른 영리하고 재밌는 수수께끼의 세계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미스터리한 매력이 있고, 애초에 이 전설이 시작된 동기가 너무나 궁금하지만, 친절하게 알려주어 작품의 재미를 잃게 만들지 않는다. 독자는 상반된 감정과 감각을 오가다가 마침내 어리둥절한 채로 남게 된다.





 

독자를 휘두르는 이 힘이 이지은 작가 작품의 가장 큰 재미다. 이번에도 아이가 눈치 챌세라 짐짓 차분하게 보았지만, 속으론 흠칫 놀라며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눈썰미가 없는 편인지, 숨어 있는 용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리 한 장씩 눈을 부릅뜨고 봐도 보이지 않아서 조금 서글프다.

 

한 권의 그림책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을 모두 가진 작품, 이번에도 역시는 역시다. 이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기를, 자주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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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 동물의 세계 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케이티 데이니스 지음, 테리 고워 그림, 송지혜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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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 책! 반갑고 기대됩니다. 2권 모두 사서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최고일 듯! 시리즈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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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 바닷속 동물 1001마리 숨은그림찾기
케이티 데이니스 지음, 테리 고워 그림, 송지혜 옮김 / 어스본코리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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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숨은그림찾기 책! 반갑고 기대됩니다. 2권 모두 사서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최고일 듯! 시리즈가 더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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