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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 -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약속
차이경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8월
평점 :
“저녁 먹을 돈이 없었다. (...) 덕담이 가장 큰 결혼 선물이었다.”

소설도 드라마 대본도 아니라고? 실화라고? 에세이라고? 10대 혼전 임신에, 분유도 쌀도 없는 가난에, 엄마가 갚지 않은 돈 때문에 납치를 당하기도 하고, 둘째 임신 중에 남편은 입대하고(곧 전역), 대학 입학 후 불륜 행각을 저지르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저자는 희귀병을 앓다가 나이 서른에 생사를 오가고.
그런데도 계속 읽다 보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강할 수 없다. 희망과 계획을 놓지 않고, 매번 전력으로 임하는 태도가 무섭고 놀랍다. 다행히(?) 아이들은 별 문제 없이 자라주었고, 저자는 우연히 참가한 대회에서 시 부문 대상을 받고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다사다난함이 끝났다 싶은 시절은 그리 길지 않다. 한숨 돌릴 여유만 잠시 준다. 희귀병은 여전하고 내색할 수 없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겨우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데, 건강 상태는 위험 수준이었고, 말리고 싶은 선택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닥쳤다.
“힘겨운 시간들을 견딜 때마다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 더디고 느리게 지나갔다.”
저자는 ‘삶’을 확신하다. 버거워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섭게 지켜나간다. 순서는 좀 다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은 다른 이들보다 더 뜨겁고 오래 간다. 이 책에는 저자가 쓴 시들이 실려 있지 않다. 어떤 느낌의 시어를 사용하는지 몰라서 조금 아쉽다. 펄펄 끓는 산문과는 많이 다를까.
“나는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 오롯하게 ‘나’로 설 수 있었다. 나만 생각하면 되는 유일한 몇 시간이었다.”
덕분에 나는 언제 “오롯하게 ‘나’로 설 수 있었는지” 그 시간을 가만히 찾아보았다.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설레고 두근거리고 행복하고 두려웠다, 그 시절은. 생각해보면, “나만 생각하면 되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득 그 시간이 그립고 탐이 난다.
고딩엄마 차이경의 앞으로는 조금만 덜 파란만장하기를, 분투 말고 다른 형태의 도전이기를 응원한다. 그의 시들을 찾을 수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