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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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에 읽던 책들을 어제까지 마무리하느라 4월 북클럽 책을 오늘이 되어서야 펼쳤다한다고 한 일을 중도 포기하거나 일정을 못 지키거나 하는 일이 없이 살아온 삶이라 4월 마지막 주에 못 읽을 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좀 놀랐다그런데 마치 그런 심정을 다 안다는 듯 김영하 작가가 믿음을 가지고 완독하라!” 하고 모임도 51일로 변경해서 덕분에 예외를 만들지 않고 나름의 사적 고유성을 지킬 수 있다.

 

원제: <사전이 된 남자-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辭書になった男 ケンボ-先生山田先生)>

 

신메이카이 국어사전과 산세이도 국어사전의 탄생과 진화를 둘러싼 실화를 다루고 있는 책

 

단어와 사전과 언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일본에 대한 지식이 얕은 탓인지 나는 언어가 품고 있는 역사성과 문화성에 관한 내용이 반가웠다예전에 본 사전 만드는 소재의 영화*가 충분히 재미있을 정도로 종이책을 좋아하기도 하고책 만들고 사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좋다. 


<행복한 사전>은 한국어 영화 제목이고 원제는 <배를 엮다>. 


날은 흐리고 비는 내리고 명랑 발랄한 에너지나 희망을 드높이는 이야기도 싫고 어쩐지 소설도 싫고 영민하고 진지한 이론서도 내키지 않은 날차분하게 별 일 없는 이 이야기가 완벽하게 마음에 든다모든 책이야기는 다 좋다자기 분야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한 이들이 좋다그러면서도 새 동향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이는 더 좋다.

 

전통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추악하게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공통의 관심사이자 자신의 인생을 담은 로 잠시 하나가 되기도 하는서로를 인식하고 일종의 예의를 잃지 않은 방식으로 마음을 쓰는 사이라 좋다. 언제나 변화하는 존재인 의 본질이 있다고 믿고 파악하려는 노력그 어렵고 멋진 도전이 좋다존재의 함축어 이율배반*!

 

칸트가 <순수 이성 비판>에서 언급한 이성이 필연적으로 빠지게 되는 자기모순으로서의 이율배반 말씀인가요?

 

일견 사전이란 지극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어원과 용례의 평균치에 합치하는 내용으로 무미건조하게 정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사전편찬작업을 하는 켄-보 선생과 야마다 선생이 대비되는 무척 짙은 개성을 가진 분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궁금하기도 했다.

 

신메카이단어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위트있고 신선한 반면 사전에 실을 단어를 선정하는 것에서는 매우 보수적.

산코쿠단어 설명은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싣는 단어에 대해서는 매우 오픈마인드.

 

[연애]


신메카이특정 이성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둘이서만 같이 있고 싶다가능하면 합체하고 싶다는 감정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나 이루어지지는 않아 심하게 마음이 괴로운 상태.

심하게 괴로워야만 하나요......?

산코쿠남녀 사이에 서로 그리워하는 애정(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독서]


신메카이연구조사를 위해또는 흥미 본위가 아닌교양을 위해 서적을 읽는 것. (뒹굴거리며 읽거나 잡지/주간지를 읽는 것은 본래의 독서에는 포함되지 않음)

내가 독서라고 생각한 많은 분량들이 제외되는 충격뒹굴거리면 안 되는 거였어...

산코쿠책을 읽는 것.

 

사전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따라서 그 사람의 인격이 저절로 문면에 떠오르는 것이다.” 22

 

사전이란 우리가 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사용하기 위한 인프라이기 때문에 사전을 만들고 있는 개인을 표면에 내세워서는 안 된다.” 50


: 이 두 문장에서도 드러나는 이율배반.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내세우는 것은 안된다고 정리해본다. 


존엄한 인간이 하나의 인격으로 취급되는 것처럼사전 한 권에는 마땅히 편자 특유의 맛이 뭔가의 의미로 배어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4

: 계속되는 혼란. 마땅히, 란 표현이 강렬하면서도 시원하면서도 '일리'뿐이라는 비판도 당연하다 생각한다.


사전은 말을 비추는 거울입니다동시에사전은 말을 바르게 하는 귀감입니다.” 286

 

실체 없는 이라는 존재에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이 움직였고그 후 두 편찬자는 결별에 이르렀으며두 개의 국어사전이 탄생했고 발전해나갔다너무나도 아이러니한 사실에 어안이 벙벙했다여기서도 은 사람들을 농락하듯이 모습을 바꾸었다.” 375

 

말을 가진 인간은 자신의 심적 세계도 말로 분석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을 낳고 키웠다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아가 싹트고 자존심이나 허영심시의심도 가졌다도덕심을 갖고 타인과 협력하게 되었지만타인에게 거짓말도 하게 되었다고뇌나 갈등도 안게 되었다.” 382

: 전복과 역전!으로 읽히는 문장. '말'을 가짐으로써 인간의 진화의 방향이 정해졌다니,  사전은 말을 '비추는' 거울이지만, '말'은 다른 주체를 '비추는' 반영물이 아니라 훨씬 강력한 것이었단 생각을 한다. 어쩌면 몰라도 매일 우리가 하는 일.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 없는데도 사전 두 권이 일단 탐이 난다 -몰론 자제할 것이다가능하면 좀 더 말을 줄이려고 하지만 말을 하지 않고 사는 날이 거의 없으니그 많은 말 중에 가치가 있었던 후회하지 않을 말들은 얼마나 될지 고개가 숙여진다. ‘이 인생만큼 중요한 두 분이니 언젠가 어디에선가 을 나누게 되길, ‘’로 인한 이율배반을 '말'로 해체시킬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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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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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그 또한 선택인지 4월에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두 권 읽었다수용소에 갇혔다 구출된 이야기에 안도하고해방군 소련군에 의해 스파이로 의심받아 재판을 받고 15년 형을 받은 이야기에 숨이 막혔다


정직하게 회고해보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인명을 살상했다는 제2차 세계대전은 그리 오래 된 역사가 아니어서 그로 인해 찾아보고 배울 마음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아무리 애써도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동종 인간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끔찍하고 두려웠다표정 없는 숫자마저 무거운 희생자들의 피가 흐르는 역사가 너무 뜨거웠다.

 

나는 읽고 싶지 않았던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에 드러난 인간의 모습과 기억해야할 역사에 압도당한 친구의 집요한 추천으로 <피에 젖은 땅>을 20일부터 함께 읽었다. 800쪽이 넘는 분량은 어느 한 쪽도 잠시의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학자의 단단한 결단과 필사의 연구 결과들로 빼곡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버겁던 시절에 대한짐작보다 더욱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야만성과 무참한 슬픔에피는 땅을 적시다 급류가 되어 쏟아져 내리는 참상을 느꼈다구역질나게 충격적인 스탈린의 자국민 살해 상황에 대해서도 까맣게 몰랐던 지라 이 책을 통해 상세히 목격하고 정확히 배웠다.

 

미국와 영국 입장에서는 카틴 대학살에 대한 소련의 거짓 주장을 받아들여 독일에 비난을 퍼붓는 것이스탈린을 설득하기보다는 폴란드에 타협을 종용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한 일이었다따라서 그들은 폴란드인들이 거짓즉 소비에트가 아닌 독일이 폴란드 장교들을 학살했다고 받아들여 주길 바랐다아울러 폴란드가 주권이 있는 정부라면 결단코 취할 수 없는 조치즉 자국 영토의 절반인 동부를 소련에 넘겨주길 원했다.”

 

피에 젖은 땅블러드랜드bloodland는 폴란드 중부러시아 서부우크라이나벨라루스발트연안국들이다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에 멍청한 정책실패로 대기근이 발발했고강제이주대숙청대공포로 권력이 발광하면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날들이 이어졌다강제된 끝없는 굶주림은 우크라이나에서 부모가 자식의 인육을 먹도록 만들었다히틀러가 역겨운 환상 속에서 스스로 설계한 천국을 위해 타민족을 살해했다면 스탈린은 경제발전을 위한다는 거짓 명목 하에 자국민을 살해했다.

 

소련령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족이 가장 약한 식구를 잡아먹었다보통 어린애들이었다중략착한 사람부터 먼저 죽었다남의 것을 훔치거나 몸을 파는 일을 끝내 하지 않은 사람들시체 뜯어 먹기를 못내 거부한 사람들도 죽어갔다.”

 

정갈하고 깊이 있는 연구 결과를 읽으면서 이유가 되는 감정이 무엇이든 눈물을 참기가 힘이 들었다방금 전 읽은 문장들로 눈이 흐려지고 나면 이전에 읽은 문장들은 정말로 그 뜻 그대로 일까 믿을 수 없어 다시 읽어 보기도 했다희생자들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다인간으로 살아왔던 일대기가 비참하다책을 붙잡고 흘리는 눈물이 언젠가 가 닿을 지도 모르는 먼 나라의 장면들마다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이들이 있었다.

 

나치와 소련 체제는 사람들을 숫자로 바꿔버렸다그들 중 일부는 단지 추정치가 되어버렸고나머지 일부는 우리의 정밀한 추계를 통해 복원될 수 있다이 숫자들을 찾고이를 통해 일정한 전망을 내놓는 작업이 절실하다인간의 마음을 가진 우리로서는그런 숫자들을 사람들로 돌려놓아야 한다우리가 그럴 수 없다면히틀러와 스탈린은 단지 우리의 세상을 마구 뜯어 고쳤을 뿐 아니라우리의 인간성마저 개조했다는 뜻이 되리라.

 

이런 일들을 겪고도 인간은 살아남고 또 기록했다피투성이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흑백의 장면들을 보고 싶지 않아 읽고 기억하는 간단한 일을 외면하고 유예한 시간이 아팠다오늘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내일에는 희망이자유가해방이 있을 수 있다고 믿고 또 믿은 이들이 있었다몸이 살아남은 이들의 부서진 마음은 속도를 맞춰 회복되었을까거듭되는 악몽처럼 그 시절의 지옥에 사로잡혀 있을까상처가 트라우마가 자신을 유일한 죄수로 가두는 독방의 벽을 쌓아 올리지 않았길 간절히 바랐다.

 

여행자로 지나간 낯선 땅이자 친구를 만들지 못한 곳에서 살다 살해된 이들의 고통과 죽음에 어째서 공감할 수 있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통증을 느끼고 표현하는 능력으로 종의 가치를 변별하고표정을 읽을 수 없는 생물의 통증과 고통을 부정하는고통을 종의 필연과 보편의 기준으로 삼는 존재가 인간이라나는 아직 인간이구나 안심하고 또 서럽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 불가능하다고 보는 일은 이해를 포기하는 일다시 말해 역사를 버리는 일이다.”

 

울음소리를 조용히 삼켜가며 읽는 내게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은 피에 젖은 어두운 땅 속으로부터 또렷한 목소리로 끝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맞고 채이고 짓뭉개지고 베어지고 찢겨지고 잡아 먹혀서 피로 녹아 땅 밑에 잠겨든 이들을 끄집어내며 저자는 어떤 눈물을 얼마나 흘렸을까.

 

희생자들은 사람이었다그들과 진정으로 동일시되고 싶다면그들의 죽음만 볼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봐야 한다정의상으로 희생자란 죽은 사람이며다른 이들이 그들의 죽음을 어떻게 이용하든 저항할 수가 없다희생자들의 죽음을 내세우며 어떤 정책을 미화하거나 스스로와 희생자를 동일시하는 일은 쉽다범죄자들이 저지른 행동을 이해하는 일은 별로 매력이 없다그러나 도덕적으로는 더 중요하다어쨌든 도덕적 위험은 누군가가 될 때보다 범죄자나 방관자가 될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살해한 후 목소리마저 빼앗아 조용히 잊히기를 기다리던 당대의 권력을 이어받은 현재의 권력에게 저자는 책임과 정의와 복수의 목소리를 높이자고 하지 않는다손쉬운 이 방법이 제시되면 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을 골라 참여하고 방향을 틀어 탈출하려던 나는 그래서 난처하다.

 

악은 선에 의존한다는 간디의 말이 있다모여서 악을 행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헌신적이며 그 일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헌신과 믿음이 있다고 당시의 독일인들은 선량하다고 볼 수는 없다그러나 그들도 인간임을 알려 줄 근거는 된다다른 모든 사람들처럼그들은 윤리적인 사고를 했다비록 무시무시한 착오를 저질렀지만 말이다.”

 

저자가 정교하고 상세하게 먼저 들여다보고 들춰낸 진짜 기록들 학살자들의 문서 기록과 희생자들의 일기와 편지생존자들의 증언들 -을 읽으며 나는 어지럽고 울렁거려서 그만 읽고 싶다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모두다 인간이 만든 역사인데 인간적인 감동은 전무하다인간이 인간을 취급할 수 있는 최악의 역겹고 끔찍한 방식만이 또렷하다극과 극은 통한다는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정도는 유익하달 수 있다개인이든 집단이든 극우와 극좌의 합작품으로서의 학살이 어떤 모습의 비극인지를 확실히 배우게 된다방대한 자료 분석과 종합적 보고를 읽어 낼 수만 있다면 전모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그 해 봄 하루에 1만 명 이상씩 사망했다.” “연못의 낚시를 하다 학급 친구의 잘린 머리를 건졌다중략이런 일은 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드물지 않았다.” “인육을 파는 블랙마켓이 열렸다.” “나를 죽이려고 칼을 갈던 아빠의 모습(생존한 여섯 살짜리 소녀).” “엄마가 자신을 먹도록 아이에게 강권하였다.” “사방에 거적때기나 담요를 덮어쓴 소년 소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그들은 자기 배설물을 먹으면서 죽음을 기다렸다.”

 

완곡한 것들로 골라 적어 본다저자가 어째서 흔들림 없이 극사실주의의 관점에서 모든 참상을 전하는 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히틀러는 스탈린으로부터 힌트를 얻고 스탈린과 각축을 벌이면서 살인 기계가 됐다.” 이런 신성한’ 동맹을 통한 독.소의 합동 작전은 재앙으로 확대되고 지상의 에덴동산’ 건설을 위해 필요한 목숨은 이곳에서 1,000레닌그라드의 사람들을 폭격으로 또 굶겨서 죽여 나머지 400만을 채웠다.

 

한 생존자는 농민이 무슨 일을 하든, “그들은 죽고죽고또 죽었다고 회상했다죽음은 느리고굴욕적이며넘쳐흐르고흔해빠진 일이었다페트로 벨디는 죽음을 예감한 날 안간힘을 써서 고향 마을을 기어 다녔다다른 마을 주민들이 어디 가냐고 물어봤는데그는 자신을 매장하러 묘지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그는 낯선 이들이 자신의 몸을 구덩이까지 끌고 가길 원치 않았다그래서 자기 무덤을 미리 파두었지만묘지에 도착했을 때는 다른 시체가 이미 그곳에 있었다.”

 

운이 좋아 평화로운 세상의 기억이 더 많은 내게 폴란드는 쇼팽의 나라였다쇼팽의 심장이 잠들어 있다는 성 십자가 교회(Holy cross church/Kościół św. Krzyża)는 성스러웠고그 심장을 한 때 가져갔다는 히틀러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더없이 역겨웠다바로 옆에 작은 공간으로 기록된 <Katyn 1940>이 소련이 카틴 숲에서 자행한 학살을 추모하는 곳이라는 것을 듣고도 수많은 비극과 폭력의 기록이라고 무심히 이해하고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찾아본 자료들에는 폴란드의 희망과 미래를 모조리 망치려고 지식인들과 장교들을 골라 학살한 사건의 전모가 있었다. 추모를 위해 이곳으로 향하던 폴란드 대통령 내외와 동승자들 97명이 러시아 변방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모두 사망했다는 비극적인 보도도 만났다안온한 추모가 가능한 시절은 오지 않은 비극이 핏빛으로 어두운 곳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대학살 역시 완벽하게 과문해서 편안한 시절은 사라졌다우크라이나를 울렸던 비명과 적셨던 피를 떠올리지 않고 이 나라를 다시 볼 수는 없다저자가 글 속에서 죽어간 우크라이나 소년의 이름을 부를 때 또 다시 멈출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이오시프 소볼레프스키어머니다섯 형제와 함께 아사했다여동생 한나만이 살아남아 과거를 증언한다.



표정 없는 숫자를 하나씩 떼어 이름마저 피에 젖어 잠긴 이들의 이름을 낱낱이 호명하는 방식으로 저자는 우리는 현장으로 초대한다역사란 재미있고 흥미롭고 배울 점이 가득한 옛 이야기만이 아니라고연속성을 잃는 법이 없는 역사를 몸이 덜덜 떨리고 마음에 통증이 번지는 현장으로 경험해보라는 초청이다


살해된 이들의 피로 젖어든 땅들은 여전히 마르지 못했을 것이다땅을 적시다 넘쳐흐른 피는 세상의 모든 곳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우리는 그들의 비명을 마시고 피를 맛보며 살아왔을 것이다. “모든 삶은 이름을 갖는다.” 죽음이 아니라 빼앗기기 전 그들에게 삶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죽음이 아니라 삶에 어울리는 이름을 내가 가진 인간의 온기로 불러주고 싶다.

 

...................

 

10일 간 읽으며 필사한 내용이 20쪽이 넘었다사이사이 넘쳐 난 감정들만이 조각난 문장들에 담겨 이어지지 않는 감상으로 남아 있었다저자의 바람대로 오롯이 정리할 수는 없어 한 순간 쓰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기록을 남기는 행위가 기억을 도울 것이라 믿어 뭐라도 두서 없이 써둔다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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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7명의 의사들 - 장기이식부터 백신까지 세상을 구한 놀라운 이야기
황건 지음 / 다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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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꿀 정도라면 최초의 무엇을 성취해야겠지요그리고 최초의 무엇에 대한 정답을 구하려면 정확한 과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정확한 질문이 필요합니다이 책을 읽으며 각각의 분야들에서 최초의 발견을 하고 역사를 바꾸고 수많은 이들을 구한 이들의 질문이 제일 궁금하고 재미있었습니다질문들만 모아 필사해보니 역사가 진화하는 분기점들을 기록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최초와 역사라고 하면 아주 오래전 일인 듯하지만충격적이게도 그렇지도 않습니다오히려 얼마나 최근까지 심지어는 현재에도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도되거나 왜곡된 의학상식들이 많은지 놀라게 됩니다. 열심히 시청한 적은 없지만 21세기의 쇼닥터들의 폐해도 심각하다고 합니다그들은 실제로 의학면허를 가진 상업모델이 정체라는 신랄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잠시 그런 현실은 두고 역사 속에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고결한 정신과 실천과 의지의 정수를 보여준 우리 자신도 더불어 고양되는 기분이 드는존경할 수 있는 분들을 만나는 일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이 책의 부제처럼 놀라운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제목을 기억하세요. 총 17명입니다.

 

판데믹으로 손씻기가 더욱 중요해졌지요예전에도 열심히 잘 씻으라고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배우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모두가 손씻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때는 처음인 듯합니다이 책에서는 바로 손을 씻으면 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어디서누가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를 알려 줍니다.

 

19세기 중반까지도 병원에서 출산 후 산욕열로 죽는 산모가 4명 중 1명 꼴이었다니 무척 놀랍습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출산으로 사망했을까요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제멜바이스는 시체를 만진 의사들이 보이지 않는 입자를 손에 묻혀 와 산모들에게 옮긴다는 가설을 세우고해부실에서 분만실로 가는 의사들에게 염소 처리된 석회 용액으로 손과 장비를 소독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사망률이 6%나 떨어졌습니다. ‘위생과 소독이라는 개념을 의학계에 처음 알린 분입니다.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1865)

 

제멜바이스는 시신에서 산모로 옮겨 가는 보이지 않는 입자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그 입자의 정체는 그가 죽고 한참이나 지난 1880년대에 이르러서야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으로 밝혀졌다이로써 그의 주장이 뒤늦게나마 인정받게 되었다세균소독법을 처음 시행한 의사 조지프 리스터도 제멜바이스와 같은 결론을 내리며 그의 업적을 인정했다감염 예방법까지 제시한 제멜바이스의 논문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육안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분명히 매개체가 있다는 정확한 상상을 한 것이 참 놀랍습니다현재 우리의 일상에서도 손씻기가 질병 예방을 위한 일이란 상식은 이 분을 통해 시작되어 정착된 것입니다시절이 이런지라 무척 감사하고 중요하게 느껴진 내용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 20세기 초까지 혈액형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합니다다 알고 계셨나요저만 몰랐...... 그런데 또 수혈로 목숨을 살리려는 시도는 했기 때문에 바로 그 이유로 수많은 환자가 죽었습니다그래서 파리의 의사회는 마침내 수혈 실험 금지령을 내렸고 무려 150년 동안 수혈은 금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최초로 혈액형을 처음으로 분류했겠지요당시 병리해부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카를 란트슈타이너라는 의사입니다실험 도중 여러 사람의 피를 섞으니 엉겨 붙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항상 엉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열심히 고민하다 질문히 생겼겠지요혹시 혈액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 아닐까.’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

 

정보와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수많은 실험을 거쳐 사람의 혈액형을 A, B, C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C형은 이후에 O형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1902년 제자인 알프레드 폰 데카스텔로와 아들리아노 스털 리가 AB형이라는 또 하나의 혈액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분류가 힘든 작업인 것은 경우의 수 때문입니다계산으로 경우의 수를 맞히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통해 실제 혈액을 구분해야 하다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란트슈타이너는 깨어 있는 시간의 90%를 연구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364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10년 동안 부검한 시신은 총 3,639구입니다.



가히 인류의 운명을 바꾼 이 중요한 업적은 30년이 지나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수혈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엄청났기 때문입니다놀라운 일은 Rh- Rh+ 인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이 외에도 적혈구 항원의 종류는 수백 종 이상이고 지금껏 밝혀진 혈액형의 종류도 수백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비록 공로는 늦게 인정받았지만 혈액형의 발견으로 10억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다니 외과의 구세주라는 그의 명예로운 호칭이 무척 잘 어울립니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100세에 접근하고 있고 요즘은 특히나 의료진들의 노고로 이만큼 안전하게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시절입니다. 5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신 의사이자 시인인 저자가 쓴 글이라 의사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러운 어조도 들려줍니다감동이 더 많고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본인의 직업이라 안일하게 준비하신 것도 아닌 듯이해를 돕고 흥미를 높이는 인물 사진과 그림의료도구 등의 사진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의료 기술에 대한 어려운 설명이 없이 잘 읽힙니다의료 지식에 대해 잘 알고 싶다고 욕심을 내어 본적도 없지만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저자에 따르면 착각하는 내용들을 200쪽이라는 간출한 분량으로 재밌게 살펴 볼 수 있어 좋습니다. 15분 더 계십니다. 책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관심 가는 내용부터 읽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혹 읽게 되심 즐거운 경험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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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지성 - 뉴욕에서 그린 나와 타인과 세상 사이의 지도
김해완 지음 / 북드라망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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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이 끝나 자리를 일어선 방문객처럼 남은 생이 내게서 탈출 중이다새로운 장소와 만남과 헷갈림과 잃음에서 격리되고 움츠러든 일상에는 권장 루틴이 남았다재택이든 직장이든 건전하게 자리 잡은 루틴의 역할은 동일하다현기증이 나는 속도로 나를 소모해 어느 날 공갈빵이 부서지듯 산산 조각낼 작정이다모든 순간이 아깝고 두렵다다들 힘들다하니 튀어나오려는 말은 꾹꾹 삼켜야 한다내 시간은 영원히 돈으로 살 수 없으며당겨 쓸 수도 없고 저축할 수도 없는속수무책들킬 수 없는 표정으로 마음이 탈진할 때까지 울다 진정하는 시절, <뉴욕과 지성>을 만나 읽었다낯설지 않은 환상과 갈증 속에서’ 시간이 개츠비적(Gatsbyesque)’으로 불규칙하게 유영했다. ‘삶이 예상치 않게 선물해’ 준 것처럼 안심이 되어 조금은 깊은 숨을 마셨다원래도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더욱 더 축소되어기대수명이 의미 없는 낯선 시절에 담겨남아 있는 날들을 헤아려볼 엄두도 못 낸 채 평범한 아무개의 얼굴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며, ‘개츠비만큼 순진해지고 또 절박해져서 살아 보고 싶어 한다위대한 개츠비의 세계에서 보는 현실 세계는 거짓말을 찬양하는 우스운 곳이다돈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니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니그런 순간은 기억에 없다돈도 많은데 왜 행복하지 않냐고 펑펑 우는 상상은 눈부시고 달콤하다저택에세운 페라리에파묻혀 실크 옷을두른 사치스러운 눈물방울들이 내 것이라면! ‘가장 보통의 존재의 환상’ 속에서 아무 것도 잊고 싶지 않은 엉망진창 황홀했던 20살을 계속계속 떠올렸다후회오욕좌절실망포기울음위험을 버무린 열에 들뜬 시간의 부식한 땀내조차 잃고 싶지 않다현명해지지 못해 정보량이 나잇살로 부패한 채 불만투성이로 살고 있는 지금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은 모든 기억을 지닌 채 20살로 돌아가는 일이다알아낸 것들로 할 수 없는 목록이 한 다발 늘어난 존재로 20살 몸에 갇히는 일무모하고 무책임하고 엉망진창인 존재로 살 수 없는 인지의 감옥에 갇히는 일. ‘5번가에는 환상을 공연하는 개츠비가 최후의 최후까지 살고 있어서 현실과 상상에서 불경해진 모든 화려함을 전해주며 건재해야한다그게 아니라면 내 수명은 도리 없이 더 짧아지고 말 것이다. ‘어디에서누구와 살 것인가는 불안을 솟구치게 하는 질문이다. ‘태어날 땅도 살아갈 땅도 선택할 수 없다면땅이 없다면내 휴머니티의 집은 어디에서 문을 열고 누구를 이웃으로 맞을 것인가. <노매드랜드>를 보고 다시 펼친 책은 정착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네가 보고 온 것은 미래라고너는 지치고 황폐해질 것이라고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나의 역사는 그렇게 매일 갱신해야 한다고자기 전에 기억하라고 경고한다. ‘허상 없이 현실과 만나’ ‘모두에게 타향이 된’ 이 세계에서 여러 날을 함께 하고 싶다는 붉은 마음을 먹게푸른 꿈을 꾸게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모르는 이의 사망과 감염 숫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는 절망적인 외로움따라붙는 무력함에 명치부근이 구겨진 채 살고 있다제 정신으로 살려면 고도의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무지가 요청되는데, ‘가장 어렵고 또 가장 근본적인 길’ ‘다 함께 살기 위하여 한명 한명의 사람들이 자기 인식의 크기를 넓히는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또 다른 저자의 말을 빌려 전한다이런 엄청나게 어려운 프로젝트를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젊음은 폭포 끝에서 추락하는 물방울처럼 눈부시게 아름답다.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를 걱정하면서 세상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숙명처럼 오해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종으로서유독 불합리가 득세하는 한 나절을 보내면 짧은 생마저 허비시키려는 함정에 빠진 억울함이 짓쳐든다놓지 못한 고민으로 박제로 남아 버린 난망함, ‘삶은 생존한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사라질 거니까죽어 없어질 거니까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유일한 진실을 잊고 또 잊는 내게 간절히 전한다. ‘삶에서 우연이 개입하는 가장 인간적인 순간에,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헤피엔딩을 만남을 기대하면서 길을 걷고 싶지 않을’ 수 있는 생명의 특권을 감수하면서, ‘불안과 적막’ 속에 실감하고 자연의 우연에 기대어’ 그렇게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자본에 손발이 꽁꽁 묶인’, 깊은 생각솔직한 감정통찰이 스며들 시간을 피하려고 무작스럽게 책을 읽는 현실 존재의 초라함이 제 몫을 챙기려든다세상을 최대한 피해보려 했다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나 역시 싱글이었고 이다나는 편독 중독으로 나를 지킬 작정을 오래 전에 마쳤다언제나 <매트릭스>사의 파란 알약을 원했다죽고 싶지 않았고 내가 아닌 삶도 싫었다변명과 이유가 모자란 적이 없어 조금 더 덜 하며 살 수 있는 팁들은 늘 부족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는 주체로서 온전해지기를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세상 어딘가에는 제도보다 강한 우정이 자유로운 개인의 자율적 연대의 모습으로 번성하고 있기를.



.............................................................................................


실증적으로 젊었던 시절에도 없던 투명한 질투와 시기, 열패감을 오가며 글을 읽었다,


누구지,

어떻게 이런 걸 다 알지,

뭐하는 사람이지,

급기야

당신 몇 살이야,

(...)


외치고 싶었던 더웠던 시간.


덕분에 제목은 저토록 솔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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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과 북극곰 - 북극과 남극에 대한 시원하고 멋진 안내서
얼리샤 클레페이스 지음, 그레이스 헬머 그림, 김아림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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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보다 옛날(?) 사람의 생각과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이런 수준 높은 책들을 만나면 그렇습니다여러 자료와 대백과사전 등등을 막 찾아 봐야 제한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부럽다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그래서 어린이책청소년책들을 제가 엄청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과학역사지리사회학 등에 관심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가진 작가께선 어린이 책을 무려 100권이 넘게 쓰셨군요애플구글워싱턴포스트보그 등과 공동작업을 한 분이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셨구요어린이책의 위엄경건한(?) 기분으로 예술작품 대하듯 읽었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인간이 주선하지 않았다면 만나볼 일 없는 펭귄과 북극곰입니다집 안 가득 펭귄과 북극곰이 사이좋게 지내는 영상이 플레이되고장난감과 쿠션과 이불과 옷에도 등장하던 때에 자란 아이들은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슬쩍 물어봤더니 그런 걸로 뭘 놀라냐고공룡도 로봇도 친구였는데...... 라고 하더군요.


책 사진을 찍고 보니 이런 낭패가...

 

순진한 저를 나름 위로하느라 함께 본 책은 무척 건전(?)하면서도 모범적이고 충실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웠습니다저자의 이력에 어울리는 깊이 있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한편으로는 묘사가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뛰어나서 바람이 채찍처럼 몸을 휘갈기고 피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는 북극과 남극 탐험은 가능한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없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그러니 탐험에 나선 분들은 참 대단한 이들입니다덕분에 극지방의 생태에 대한 인류의 지식이 늘어났겠지요.

 

탐험은 사양하고 싶지만 탐험가의 가방 속은 궁금해서 자세히 보았습니다동결건조식품들... 역시 탐험은 안 되겠습니다예전에 남극 기지에서 요리하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나네요.

 

<남극의 쉐프>

https://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2524&mid=11886


북극과 남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요?

힌트보스토크 기지는 영하 89.2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남극입니다여름 평균 기온이 영하 28.2역시 남극은 가서는 안 되겠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추운 북극에는 사람들이 여러 지역에서 살 수 있습니다학교도 다니고 영하 50도가 아니라면 바깥 활동을 한다니...... 부럽습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얼음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남극이겠지요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얼음의 90%가 남극에 있습니다. 높이 솟은 모양이라 빙붕이라고 부릅니다남극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땅입니다그러니 남극의 면적은 얼음이 녹으면 줄고 얼면 늘어나겠지요모양도 계속 바뀔 것이고화산처럼 기체와 증기를 뿜어내는 얼음탑분기공 이야기를 읽으니 어쩐지 한번은 가보고도 싶어졌습니다이 세계이지만 이()세계일 듯한 풍경이겠지요.

 

남극 모양이 빙붕이라고 했듯이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대륙평균 고도는 약 2,500m입니다동남극 서남극이으로 불리는 2개의 거대한 빙하가 수백만 년 동안 녹았다 얼었다 눈이 쌓이고 하는 과정을 거쳐 평균 두께가 2,160m나 된다고 합니다읽다 보니 점점 더 남극이 매력적인 장소로 느껴지는 위험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한국인이라 대한민국남극세종기지Korea Antarctic Research Program*가 생각납니다.

 

https://blog.naver.com/koreamof/221812513261


사진출처남극세종기지 위치도대단한 바다여행

 

덜 춥다고 살짝 밀려난 북극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웠습니다북극해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민물의 약 20%가 있다고 하네요북극은 안타깝게도 늘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서 언급되고 설명됩니다제게는 매순간 상황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불안해서 확인하기도 겁나는 그런 장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극에서는 24시간 어둠이 지속되는 날이 105일이고매년 6월 21일 겨울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판데믹 상황에서도 축제를 하는지참가는 가능한지 문득 궁금해집니다여행이란 말이 참 그립고 서글픈 단어가 되었습니다북극은 백야가 있지요노르웨이에서 경험한 백야는 정말 하얗지는 않고 푸르스름한 하늘빛이었습니다물론 북극은 대비가 더 강하겠지요실제로 밤 11시에도 햇빛이 환하다고 합니다.

 

가장 신기하면서 새로웠던 사실은 순록의 눈이 어두울 때 파랗게 환할 때는 황금빛으로 바뀌는 것이었습니다눈빛은 안 보이지만 멋집니다.


출처: JUERGEN RITTERBACH/ALAMY STOCK PHOTO

 

그리고 오로라*! 핀란드의 설화가 무척 귀엽습니다달리는 여우 꼬리가 일으킨 불꽃이라니사실 이 설명이 더 멋지지만과학적으로는 태양에서 온 전하(전기적 성질)를 띤 입자들이 지구 대기의 기체들과 섞이면서 빛을 내는 것입니다.

 

오로라 Aurora : 새벽이란 뜻의 라틴어. 1621년 프랑스 과학자 피에르 가센디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여명의 신 아우로라(그리스 신화의 에오스)의 이름을 딴 것. "morning light, dawn," late 14c., from Latin Aurora, the Roman goddess of dawn.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47453&cid=62801&categoryId=62801

<천문학백과 오로라 Aurora>

 

어쩌면 극지방에 여행간 이들 중에는 오로라가 보고 싶어 간 이들이 참 많을 거란 생각이 새삼스럽게 듭니다혹시 여행상품도 있지 않을까요.

 

남극과 북극에 대해 저자가 알려주는 내용들은 이외에도 많습니다무엇보다 극지방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가장 재미있고 신기합니다아주 많은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부디 아무도 병들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사라지지 않고 다 함께 살 수 있도록 가능한 환경을 잘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단 마음이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생깁니다멋진 일러스트 덕분이기도 합니다우리가 글보다는 사진 속 동물들에 감정이입을 더 잘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극지방에 대해서 집중해서 읽고 배우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무척 멋진 책입니다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주 충실하고 깊이 있는 자료와 설명들이 있어 뿌듯하게 학습한 기분입니다어린이들을 위해 용어 설명도 따로 해두었습니다환경 이슈를 부각해서 절절하게 호소하는 책이 아님에도 지구환경과 다른 생물들에 관해 생각하게 되는 차분하게 설득하는 귀한 책입니다알아야 이해하고 감수성과 의미가 생기겠지요.


출처: http://www.marthastewart.com/907387/needle-felted-polar-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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