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글쓰기 - 혐오와 소외의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찾는 일에 관하여
이고은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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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공감하고흡수하고대화해가는 소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에게 적합하다여성의 성찰은 실존적이지만 열려 있고 또 자유롭다땅에 발을 디딘 채로 저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이는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사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자신의 주변성과 비주류성을 발견하는 일그로 인해 눈길이 가닿게 되는 우리의 무수히 다른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소수자성이점이 좀 더 잘 이해되고 공감되면 논의도 감성도 사회도 진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외부에 소수자가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정체성으로서 살펴보는 일고유한 존재들은 모두 단 하나소수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자신의 언어는 사회 속에서 나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나에 대해 쓰다 보면 스스로의 처지가 뚜렷해지고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여성은 삶에서 경험한 차별과 소외배제를 통해 사회의 부당한 질서를 인지하고 꿈꾸던 이상과의 격차를 느끼며 인지 부조화를 겪는다이를 견딜 수 없어 사회 변화를 추동해야 하는 당위를 얻고자신을 설득해서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여성의 글쓰기란 새로운 자신과 새로운 세계를 맞이하기 위한 주문 의식과도 같다.”

 

결핍이 동력이 되어 충족을 마련하는 글쓰기말하고 읽고 쓰고 변화하고더디지만 확실히읽고 싶은 책읽어야 할 책들이 매주 마구 쏟아진다신간 소식들 읽어 보다 문득 바라 본 책장에 언제 도착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신간이역시 책은 읽은 것이라기 보단 일단 사는 것...인가새로운 세계를 들려주는 책이 좋다그런 책들이 없었으면 진작 호흡곤란이 왔을 터.

 

과연 나의 삶만을 개선해서 될 일인가사회라는 거대한 그래프 속에서 나의 좌표를 좀 더 나은 지점으로 옮겨놓는다고 해서 나의 삶은 완전해질 수 있을까. (...) 개인의 노력이나 혹은 정신승리를 통해 애써 고통의 좌표에서 탈출했다고 느끼더라도 그것이 과연 진정한 해방일까내가 벗어난 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대로 서서 나와 똑같은 고통을 반복한다면 우리의 행복은 온전하지도지속가능하지도 않은 것이 아닌가.”

 

옆집이 굶으면 마음이 불편해야 하는 것이 인간다움이라 배웠는데 나만 배부르면 된다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더 커서 놀랐다중요한 공감의 문제이다자신이 빠져 나온 지옥은 자신이 가장 잘 알 터그 자리에 들어 선 다른 이의 안위를 염려하지 못한다면 심각하게 망가진 인간일 밖에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참 저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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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 2호 적의 적은 내 친구인가? : 네 편 혹은 내 편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 김영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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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개인주의를 참 무시하는 사회이고,

언론과 사회에서는 '갈라치기'가 더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는 매일 더해간다.

누군가의 오랜 생존전략이기도 하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극심해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네 편 혹은 내 편’ 이렇게 반가운 주제를 딱!

표지에 드러내 주고 다뤄주는 매거진이 반갑고 귀하다.

부디 승승장구하길보고 싶지 않은 현상이든 장면이든의 반복을 끊는데

귀중한 역할을 해주길…… 기도하듯 바라게 된다.


 

주말에 다소 느긋하게 아름답고 흥미진진 매거진 즐기며 읽고 싶은데

긴장이 잘 풀리지 않는 오후.

실망과 좌절을 더 많이 안겨 준 G7인데 또 기대와 희망을 얹어보고 싶어 그런가보다.


언제나 타인들을 이용해서 제 이익을 챙기려는 무리들은 있을 것이다.

도무지 다종다양한 사기꾼들이 박멸되지 않는 것처럼.

그러니 휘둘리지도 이용당하지도 않는 일은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듯도 한데

우리는 동시에 또 여러 가해자의 입장에 설 때도 있다.

특히나 질병을 이유로 차별과 배제와 혐오가 빈번해지는데

이미 타인이 부담스러운 나는 스스로의 심정적 대응이 걱정이 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홀홀 넘겨 읽을 수 있는 매거진은 아니다.

나로서 배울 점들이 그득그득하다.

부디 편 가르기와 경계 짓기의 문제에 대해 반감만이 아니라

잘 배워서 늘 가르지 않는 편에 서고 싶다


 

......................................

 

우리의 삶과 관계는 흑과 백도 아니고 성곽 안도 아닌이어진 길 위에 있다완전한 친구도 완전한 적도 없이나 스스로가 내게 친구가 되고 때로는 적이 되는 그 묘한 길을재미있다는 듯이 걸어가면 될 일이다.”

 

“‘친구는 있는데 적은 없다.’ 누군가 이런 삶을 살았다면 참 괜찮은 삶을 살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성인이라면 모를까 범인은 이런 삶을 살기 어렵다. (...) 우리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방언의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친구는 있는데 적은 없다그렇다면 우리말에는 온통 친구 같은 존재만 있는 것일까? (...) ‘친구’ 대신 쓸 이나 동무같은 고유어는 있지만 을 대신할 고유어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뇌과학적으로 친구와 상상의 친구는 동시에 적과 상상의 적 역시 탄생시킨다. 단순히 비슷한 환경, 피부색, 언어, 이념을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응원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듯, 다른 이념, 언어, 피부색, 환경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나 자신에게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은 이들을 우리는 언제든지 사냥하고, 고문하고, 참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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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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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으로 출간될 때 담당 편집자의 선택과 노고로 훨씬(?) 멋진 책이 되었다는 풍문과 찬사가 가득한 책이다엄청 오래 미뤄둔 책 같은데 작년 9월이었구나제목의 단어들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찾아보며 천천히 읽어 본다. 오늘처럼 더 더 은둔하고 싶은 기분일 때 함께 하니 반가운 책이다. 천진난만 명랑발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세월에 길어서 이 매력적인 이율배반이 더 궁금하다.

 

*


고립은 고입 되고 싶은 충동은 두려움과 자기 보호에 관련된 일이다고립은 고치를 만드는 것매혹적으로 편한 나머지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네 삶에 다른 사람들은 별로 필요 없어너도 알잖아넌 혼자로도 완벽하게 괜찮아이것은 자족감으로 가장한 두려움의 목소리독립성으로 가장한 고립의 충동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주로 삼십 대에 쓴 글들이라 한다.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혼자라는 점을 감상적으로 찬양하지도 않고 담담한 '그냥 그랬다' 의 문체로 사실로 적시하고 적었단 느낌이다. 특히 [홀로챕터의 글 세 편이 내밀하고 솔직하고 담담해서 나도 어느새 누군가와 전면적으로 만나고 있는 듯 진심이 된 마음으로 읽는다이것저것 캐보고 싶지도 이런저런 증상들을 따져보고 싶지도 않다


*

 

나는 내 난장판을 다스리는 자이고, (...) 주요한 일이건 엉뚱한 일이건 내 생활의 모든 세부 사항을 손수 쓰는 작아다. (...)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고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타인과의 접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며지극히 간단한 사회적 행동마저도 누구를 만나서 커피를 마신다거나외식을 한다거나 엄청나고 무섭고 피곤한 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프랑스까지 헤엄쳐서 가려고 시도라는 것 못지않게 버거운 일로 느껴진다고독은 종종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적절한 균형을 지키지 못하면삶이 약간 비현실적인 것이 된다.”

 

저자는 혼자 있는 것을 초조하지 않는다무척 편하게 여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태를 만끽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이후 혼자와 함께 사이의 미묘한 조화를 찾는 이야기들은 멋지고 감동적이다그래서 명랑한 은둔자이고기쁜 목소리로 여기가 내 집이에요!”라고 말할 것만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줍은 은둔자였던 저자가 명랑한 은둔자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 있었다그렇지 않을 리가 없을 터.


*

 

이 페이지를 읽고 또 읽었다. 원인과 이유는 다를지라도 나는 5년 정도 일종의 섭식장애를 반복했던 적이 있었다마지막 증상이 9년 전이었으니 비교적 금단 증상이 사라지고 해독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정말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냅은 화가 났고 한국의 경우에는 보통 다이어트나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에서 발생하는 일이 잦다고 하는데내 경우는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대다가 어느 날 엄청난 양의 케이크나 초콜릿을 섭취하고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순간적으로 판단 마비가 온 듯 저지르는 일이었다.

 

그런 일을 5년 간 세 번을 반복했다육체적 고통도 있지만 해독이 시작되고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각이 되면 끝날 때까지 겪는 정신적 고통은 더 대단했다차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지독한 감정이 온전한 내적 현실로 구체성을 띠고 탈진이 될 때까지 밀려들었다.

 

섭식 장애에는 칼로 자르듯 명확한 해독이나 금단 증상 기간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우리는 먹는 것에 대해서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 섭식장애에서 회복한다는 것은 자신이 선택했던 중독 대상을 완전히 저버리는 게 아니라 그것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고이것은 매일 간헐적으로 치러야 하는 복잡한 전쟁일 수 있다.”

 

각자 선택했던 중독의 대상이 없는 채로 고통스러운 순간을 반복해서 겪다 보면결국에는 감정의 근육이 길러진다우리가 술을 마셔서 혹은 굶어서먹어서도박을 해서살을 찌워서 감정을 몰아낼 때우리는 그 감정을 이해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는 셈이다자신의 두려움과 자기 의심과 분노를 의심해볼 기회를마음속에 묻혀 있는 감정의 지뢰들과 제대로 한번 싸워볼 기회를중독은 우리를 보호해줄지 몰라도 성장을 저지한다.”

 

저자 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지들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가둬두는 기질들의 존재를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골똘하게 깊이 찬찬히 그것들을 바라보고 기록하였다특별하고 놀라운 점은 감정적 접근이 느껴지지 않고 단 한 문장을 제외하면 마치 수행을 한 사람처럼 명징하게 보고 쓰고 견디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늘 부모가 당신을 걱정했고당신은 그 걱정을 똑같이 되돌려 주는데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들은 당신이 아니라 어른이 아닌가그 역할이 뒤바뀐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수 있고그럴 가망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전까지 믿어온 모든 가정이 무너진다.” 

 

부모의 죽음을 두려워한 적은 더 어릴 적에도 있었지만 현실로 생각해보는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긴 투병의 시기를 지나 어느새 구체적인 현실로 받아 들여졌다영원한 이별……그 순간이 상상 속에서도 견딜 수 없이 허망하고 슬프다. 주말의 또 다른 의미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날. 매일 조금씩 기력이 약해지시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니. 본인들 마음을 다 짚어볼 순 없지만 지켜보는 자식들은 무력하다. 

 

모든 가정의 모습이 가족의 관계가 다르듯 저자의 가족의 모습과 관계 역시 통상적인 내용은 없다심지어 쌍둥이 형제에 대한 사회의 굳은 믿음 뭔가 특별히 연결되는 관계초능력이나 근원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애착 과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이다그래서 읽는 나는 조금 더 외로워진다어린 시절 서로에 대한 애착에 강하고 끈끈하고 마구 날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친구네 가족 풍경을 은밀히 부러워한 것처럼.


*


저자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문학인 에세이를 읽으면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어서 

만나지도 못한 존재라 해도 

부재와 영면으로 말미암아 심신의 어딘가를 거머쥐는 

몇 줌의 통증이 느껴진다.


냅은 2002년 4월에 폐암 진단을 받았고, 5월에 결혼했고, 6월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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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지구 - 기후재앙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긴박한 10년의 추적 기록
너새니얼 리치 지음, 김학영 옮김, 윤신영 해제 / 시공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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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전에 관심이 가는 내용이라 언급한 책인데 이제 일독을 마쳤습니다르포르타주를 읽은 것도 오랜만이고 이렇게 충격적이고 분하고 속상한 내용도 드문 일입니다유일한 위안이란 시간을 이기는 거짓은 없다는 것일까요하지만 이런 종류의 은폐는 단지 과거에 발생한 사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위기의 원인이자 미래마저 망치고 있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과학적 통찰 이산화탄소를 지금 그대로 배출하면 지구가 뜨거워진다해야 할 일은 분명했습니다 ― 1907년 대 말부터 1980년 대 말까지 십 년 간대책을 세워 실행하면 되었을 일왜 하지 않았는지 저자가 그 내막을 들려줍니다.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 세계의 주요 강대국들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구속력 있는 협의안을 지지하고 이에 서명하기까지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가까이 이르렀다.”

 

지켜보자는 정책은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화석 연료를 멈추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질까그 노력을 이끌 힘은 누가 갖고 있을까?”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면앨 고어가 말을 이었다모두가 피해자가 될 겁니다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우리 모두가 악당이 되는 셈이기도 하고요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마침 오늘 6월 11일 G7정상회의가 열립니다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영국이 참가하고한국호주인도도 초청국으로 참가합니다공식적인 의제에는 기후변화한미일정상회담코로나바이러스 대응국제 여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해 G7회의는 영국 콘월 지방에서 진행됩니다이곳의 텅빈 채석장을 환경 복합물로 재시공한 이든 프로젝트Eden Project 부지는 이견은 많았지만 인간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열심히 모아 지속가능하도록 애써 만든 곳입니다제가 유학하던 시절에도 프로젝트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습니다

 

대표들이 이 건축물을 보고 뭔가 생각을 바꾸리란 기대는 없지만, 중국이 아예 드러내놓고 2060년까지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다라고 발표하는 절망적인 현실에서 그래도 기후재앙을 늦추거나 막자는 목표와 방향 아래 합의를 이뤘으면 합니다.

 

우리 행성은 단 하나뿐입니다상원의원 버넷 존스턴이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이 행성을 망가뜨린다면 우리는 갈 곳이 없습니다.”


 

@bbcnews Nasa's Perseverance rover is celebrating 100 Martian days since landing data-on Mars. The robot is searching for signs that microbial life data-once lived data-on The Red Planet. Since touching down data-on 18 February, it has taken amazing pictures from around its landing site, an area called Jezero Crater.

 

지난주에 본 사진입니다화성에서 밭 갈고 있나 싶은 이 풍경에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이 정도로 낯설지 않다니 인간이 만든 것들이 머물 수 있다는 건 인간도 아마 머물 수 있다는 것일 터지구를 녹이는 후쿠시마 사고현장보다 화성을 누비는 일이 더 쉬운 일이었을 줄이야…….

 

뇌에 진통이 오는 듯했고 그 순간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오롯해졌습니다위의 인용문과는 달리 갈 곳이 있다고 찾지 못하면 만들면 된다는 자신감에 찬 이들이 어쩌면 과학계의 예산을 거둬 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음모론을 상상해봅니다.

 

누가 인지부조화 상태를 경험하는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많습니다다음 단계로 누가 편향 수집을 하며 확증편향 굳히기에 들어가는지도 헷갈립니다부정하기가 더 어려운 증거와 사실을 보여줘도 납득시킬 수 없는 이들은 많고도 많습니다그리고 그것이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근래에 알았습니다이너서클은 참 위험합니다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주변에 다 말이 통하는 이들만 있어 세상도 그런 줄.

 

자기 견해를 고수하기 위해 나름의 희생을 치뤘거나 그 견해로 나름의 이익을 얻은 이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보다 가설을 추가해서 자기 의견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한다고 합니다그쪽이 고통이 덜하니까나이 덕인지 그런 이들이 밉지는 않고 짠합니다그렇게 살지 말지…….

 

이런 이들이 두 그룹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보면서로가 가설을 계속 보충해가며 끝없는 싸움을 이어갈 것이 자명합니다있어왔던 일이고 지금도 비일비재하고 어쩌면 없어지지 않을 일이겠지요해결을 위한 비책이나 지혜는…… 모르겠습니다안 보이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그렇게 끔찍한 것은 아니다틀림없이 현명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시간이 있을 것이다당연히 우리 손주 세대를 생각한다 등등하지만 과학적 예측들을 선별하거나, 50년 혹은 100년 뒤의 어느 시점에 온난화가 멈추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탄소순환은 우리의 기회와 시간표를우리의 예측 가능한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다.”

 

희망도 하면서 낙관주의처럼 보이는 대책 없는 유예와 변명에 대해서도 한 마디 거르지 않는 저자의 문장이 더욱 설득력 있는 현실을 실감하게 합니다나는 자꾸만 오늘 시작한 G7 일정과 내용이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립니다어쩌면 오래 전 태평스레 머물던 콘월이 더 그리운지도 모르겠습니다숨 막힐 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서 부디 그에 걸맞은 합의들을 만들면 좋겠습니다만.

 

악당을 악당으로 영웅을 영웅으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스스로를 공모자라고 고백하기그래야만 우리는 지구의 운명이 걸린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뜨거워지는 기온에 대한 지구라는 행성의 저항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결국에는 자기기만에 대한 우리 인간 종의 저항력에 달렸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어떤 부류의 과학 학위를 자격으로 여기저기서 출현해서 지구의 회복탄력성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졸리나는 무성의한 패널들의 말 따위 더 듣고 싶지가 않습니다더운 여름엔 제발 출연을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더 덥습니다시청자도 지구도.

 

우리의 결정적 실수는 (...)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원제는 Losing, 한국어판은 '잃어버린' 입니다. 

어느 쪽이 현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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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스키 스쿨 1 책이 좋아 3단계 22
스튜어트 깁스 지음, 김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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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스키 얘기 매력적입니다더구나 CIA와 협업하는 스파이 스키 스쿨이라니!


스키를 탄 적도 없고 스파이가 될 생각도 없지만 가끔 엄청나게 웃기는 명랑한 꼬맹이와 함께 읽었습니다악당들은 모조리 어른일까 마음을 조금 졸이며 읽었지요항의가 섞인 질문을 받을 때도 있거든요어른들은 왜 제대로 못 살고 그 모양이냐고쿨럭~

 

저는 어린이책청소년 책도 아주 재밌게 읽어서 전혀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혹 몰입을 덜할까 걱정하시는 어른분들도 재밌게 읽으실 겁니다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스파이놀이를 하거나 여러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소설이 아니라 사람도 죽이는 악당과 한 판 대결을 펼칩니다.

 

주인공 벤은 무려 수학천재 스파이스쿨 학생저만 좋아하나요아닙니다벤을 짝사랑하는 에리카도 있습니다이 친구는 벌써 대단한 능력의 스파이입니다그리고 빠지면 안 되는 단짝 친구 마이클도 있습니다아주 딱 필요하고 알찬 구성입니다.


 

분위기가 제대로 납니다.

 

어른들의 스파이소설이라면 악당을 해치우는 액션이 주를 이뤘을 지도 모르지만 청소년 소설은 그보단 드높은 목표가 필수!입니다... 말하면 스포이니 패스주인공 벤의 임무는 아주 어려운 것입니다악당의 딸과 친해진 후 음모까지 알아내야 합니다스키스쿨 학생이니 스키장이 배경이어야 활약을 제대로 할 수 있겠지요어딘가 영업 중일 듯 생생한 묘사와 일러스트가 있습니다.


... 목차 얘기만 해도 스포인지라 조심조심, 그래도 꼭 보여주고 싶은 재미난 설정이 있는데 바로 기밀문서입니다스파이 영화에서 많이 보시기도 하셨지요특히 미션 OOOO 시리즈의 인상적인 기밀문서 전달과 처리법소설이니 막 연기가 나고 그러진 않습니다만문서 해독하는 재미가 독서의 재미를 더하는 재미난 작품입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작게 작게!

 

두 권이지만 그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섭섭할 만큼 순식간에 읽었단 느낌입니다십 대들의 귀여운 솔직함과 진심이 가득한 삼각(?) 관계도 무척 재미있네요아이들은 자기 얘기로 상상하고 읽으면 신날 듯요즘 아이들답게(?) 썸을 잘 타는 군요.


결말에 대해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도 참 좋습니다.

세상이 막 좋아질 듯 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기운이 납니다.

이 시리즈 진지하게 다 읽고 싶어지면 어쩌나…… 조금 두렵습니다.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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