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평점 :
누구의 주장이든 ‘일리’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주장의 논거와 물증이 얼마나 충실한가이다. 만약 진실한 연구나 고찰의 결과가 아니라 다른 의도가 배후에 있다면 이 모든 논의는 소용이 없다. 혹은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체리피킹*식 주장들도 마찬가지이다.
* 체리피킹Cherry Picking: 일반적으로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견해 또는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수업자들이 질 좋은 과일만 보이고 질 나쁜 과일은 숨기는 행동에서 유래했다. 동의어로는 불완전 증거의 모순(fallacy of incomplete evidence), 증거 억제(suppressing evidence), 아전인수 편향성(myside bias)이 있다.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경제편>에서 요약.
성실한 연구결과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리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기대충족적이지도 우리 마음에 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연구 이전에 이미 대중이 선호할 내용들을 선행 조사하고 그에 맞춰 방대한 정보지식에서 합치하는 내용을 정리해둔 책들이 훨씬 더 주목을 끌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책들 - 혹은 여타 각종 분야들 -을 개별 독자가 의문을 가진다고 해서 논거의 근거를 모두 정확히 찾아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일단 내뱉고 제가 원하는 이익을 챙기는 이런 행위는 비난받고 이상적으로는 처벌 받아 마땅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저작이 있을 수 있냐는 반문도 가능하지만 판단 기준은 의도와 정도이다.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영합에 동참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다면 읽어서 ‘증명’할 순 없다 하더라도 ‘알’수는 있다.
“잠깐, 오늘날 브라질에서 농경을 위해 숲을 개간하는 일이 그렇게 충격적인가?”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는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 변하가 불러올 모든 영향이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에 나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경주의자들이 언론의 관심에 힘입어 거론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실험을 통해 바다에서 생분해된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
: 어조의 경박함은 차치하고라도 이도저도 아닌 입장은 무엇이며 미세 플라스틱 관련 괴변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 대한 지독한 무지를 확인도 없이 실은 글인가 기가 막힌다. Shame on you!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야 사용 후에도 생분해가 된다. 또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 하더라도 - 아직 처리시설 기반이 잘 갖춰진 나라로 별로 없지만/ 한국 국내 폐기물 처리 시스템에서는 무용지물 - 섭씨 58도 내외의 조건에서 6개월 이상 두어야 90% 이상 생분해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 조건을 충족시킬 자연 환경은 없다고 봐야 한다.
2015년 기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47%가 포장재이고, 국내 생활폐기물 중 포장 폐기물은 30%이상이다. 이후 매년 5%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 급진적인 비정부환경단체가 아니라 - <세계경제포럼>*에서 보고되었다. 판데믹 이후의 급증은 통계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 세계경제포럼 The World Economic Forum: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로 전 세계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참여한다. 1970년 시작되어 논의된 사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G7 등 국제 경제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https://www.weforum.org/
<지구를 위한 착각>은 애쓰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냉소적인 제목이다. 정확히 누가 누구더러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원제 <Apocalypse Never: Why Environmental Alarmism Hurts Us All>는 얼마간의 예의를 갖췄다. 종말 말고 희망을 갖자, 라는 톤으로도 들릴 수 있으니. 허나 누가 us인지 역시 정확히 밝혀야 한다.
이상기후 및 환경보호운동가로서 그리고 환경저널리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하던 2008년의 셸런버거는 환경진보를 창립하고 회장으로서 멘토 강의를 하는 2020년의 셸런버거와 동일 인물인가. 냉동수면 상태로 지낸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고 해도 문제이다. 추천사를 쓴 인물들의 면면으로도 합리적 의심을 할 이유가 가늠이 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가져다 비교한 것은 서늘한 분노를 유발한다. How dare you!

(feat.) Greta Thunberg at UN
공격을 위해 책을 읽은 것이 아니었다. 팩트체크하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고 들어서 혹시나 유의미한 팩트나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을까, 구호 이상의 정책화할 수 있는 통찰이나 제안들이 있을까 기대했다. 죄책감을 더는 방식으로 일상이건 사회건 실천 가능한 일들이 많아지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디 현상을 뛰어 넘어 한 발 더 다음과 미래로 옮겨 가는 그런 디딤돌이 되어 주지 않을까 바랐다.
경박한 인용들과 요약본에 지나지 않을 얄팍한 주장들 끝에 대안은 사랑과 환경휴머니즘인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중심주의에 더 집중하자는 말인가. 빈 말보다 나을게 없는 긍정과 함께 성장하자는 제안일 뿐인가. 몰역사적 사고와 대안 제시가 없는 허술한 저작이다. 적어도 나보다 적은 연령의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을 공들여 읽는 허무함과 낭비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나는 저자의 주장 중에 환경위기가 관리 가능하다는 낙관인지 선언인지가 맞는 말이길 간절히 바란다. 간절함만으로 바뀌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이런 무성의한 태클을 거는 일이 줄어들면 세계 곳곳에서 이런저런 계산 없이 공존과 양심을 위해 매순간 정직하게 연구하는 이들이 조금쯤은 덜 힘들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가치는 어쩌면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에 관한 활기찬 담론을 새롭게 형성하는데 기여할 지도 모른다는 것, 검증된 바 없는 해외작가의 좋은 게 좋은 거란goody-goody 전망서를 비판 없이 신뢰하지 말자는 교훈, 환경보호와 기후위기 관련 내용들에 불편한 이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싶은 확인 - 정치사회 베스트셀러 1위 기록, 인간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일을 진심으로 힘겨워 한다는 애틋한 사실의 재확인.
나는... 종종... 변하는 건 없는 건가 하는 무력감이 짓쳐든다.
그럴 땐 산개하는 생각을 멈추고 뭐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 작은 성공에 힘을 얻어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흔들려도 멈추지 않고 함께 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NASA 미국 나사의 기상위성(GOES-14)이 촬영한 지구 영상

@phillipsastrophotography in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