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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공부는 문해력이 전부다 - 내 아이를 바꾸는 문해력 완성 3단계 프로젝트
김기용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6월
평점 :
불과 얼마 전에 한국인의 문해력에 관한 분석 기사를 읽었다. 성인 대상 통계도 있고 수험 준비 중인 고등학생들에 관한 수치 - EBS <당신의 문해력>도 있었다. 표본 오차를 염두에 두더라도 악의적인 조사가 아닌가 싶게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문맹은 아닐지라도 - 글을 읽을 수 있다 - 해석하고 이해하는 문해력은 20% 내외로 발표되었다. 읽고도 이해 못하는 실질적 문맹이 6년 새 2배 증가했다고 한다.
“가제는 랍스터? / 코로나 양성, 음성의 의미를 몰라 검색 / 사흘이 왜 4일이 아니고 3일인가”
한편으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왜 이리 의사소통이 어려운가에 대한 오래 기다린 대답인 듯도 하고 다른 한편 포기가 현명하겠단 좌절감도 느꼈다. 읽어도 문맥 파악이나 이해가 잘 안 되는 책들이 적지 않으니 내 문해력이 어느 언저리인지 정확히 안다는 뜻은 아니다. 심지어 아직 한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어쩌면 문해력은 늘 이 비율이었을 지도 모르고 이런 상태로도 문명은 유지될 지도 모른다. 어느 세대나 책은 읽는 사람만 읽고 디지털 세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을지 모른다. 어쨌든 언어의 기본은 언제나 어휘이고 문해력은 많이 읽고 쓰는 것 이외에는 비법이 없을지 모른다.
저자는 12년차 초등교사이고 비법보다는 기초를 단단히 하는 학습법의 정도가 중요하다는 정답을 들려준다. 나 역시 기본과 정석에 동의하는 지라 경력이 있는 현직교사의 지도안을 보듯 기대를 갖고 읽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되는 차분한 글이다.
“아이가 글자는 아는데 글은 전혀 이해하지 못해요. 질문의 뜻을 몰라서 학습지를 못 풀어요.”
기억을 뒤져봐도 초등시절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다 잘 이해했는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그 당시엔 신문에도 한자가 섞여 있었고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어휘나 친절한 설명이 있을 리가 만무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경험이란 늘 개별적이라 말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고 그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내용에 조금 놀랐다. 심지어 또래집단 내에서도 대화가 힘들어 친구 사귀기가 힘든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괴짜지만 천재인 발명가나 프로그래머 등의 직군이 아니라면 사회생활의 대부분은 말과 글로 이루어지고 진행된다.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기에도 민망한 당연한 기본 능력이다. 직군과 상황과 시의적절한 어휘들과 표현들을 익혀야하고 상황에 따라 의미함축적인 전달 능력 또한 필요하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하는 기생충의 영화평 -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 을 익숙하게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면 큰 문제이다. 기획안, 논문, 업무계획서, 프리젠테이션 등등 모든 문서들은 이보다 훨씬 더 낯선 해당 분야만의 어휘들로 직조되어 있다.
저자가 글쓰기의 기초로 제시한 방법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꾸준히 계속해야 효과가 있는 것들이다.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많은 것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하지 않아서 정체되거나 해결되거나 개선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니까.
“책 읽기가 없는 독해 문제집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시간 대비 공부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독해 문제집을 풀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 책 없는 독해 문제집은 아이의 뇌 발달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어휘 공부를 위해 독서를 하고, 한자어 공부를 하고, 어휘력을 기르는 습관을 기르고, 아이들인 지루해 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도록 놀이처럼 어휘를 함께 배울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준다. 그리고 글쓰기를 위한 기초적인 쓰기법과 테마를 정해 일기 쓰기 - 시도하다 중단한 기억이 떠올라 뜨끔하다 - 그리고 생각을 확장하는 거미줄 글쓰기 등을 알려 준다.
“문해력은 (...) 단순히 글을 읽고 상상하여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 글쓴이의 목적, 생각 중심 생각, 내용을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나’와 연결하는 과정입니다.”
“문해력은 (...)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지닌 아이들은 (...) 다양한 상황을 간접 경험해 보며 (...) 나아가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도 할 수 있죠.”
저자가 강조하는 태도는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문해력의 상승이 자존감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무척 친절한 내용들이다. 어차피 문해력은 초등학생만이 아니라 글을 알게 되는 초등 시절부터 언어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밖에 없는 분야일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거짓 정보와 이해관계가 얽힌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생각하는 능력은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