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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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매표소 앞에서 복지카드를 내밀며 내가 진짜 장애인인지 아닌지 감별당하고 평가당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혜택을 받는 것.”

 

“‘혜택을 받는 한국 농인은 수어통역이 없어 기본권을 침해당해도차별을 당해고수어통역의 질이 낮아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권리가 아니라 혜택이기 때문이다. ‘혜택은 당사자로 하여금 착한 장애인이 되기를 요구한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가 농인의 언어 수어통역이 기본권이 아니라 혜택이라 당연한 것을 감사해야 하고 저품질에 불만도 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이상적으로는 단 한 명이라도 무시당하지 않고 제 권리를 다 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현실에서 채식 인구가 꽤 많을 텐데도 학교 급식에 메뉴조차 없어서 지난 2020년 5월 공공급식 채식선택권과 관련해 헌법 재판소에 헌법 소원 신청했다는 어떤 의미로 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후 아무 변화가 없어 올 해 6월 4채식급식시민연대 및 공동주최 시민단체가 학교 내 비건이 채식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받지 않도록 비건 학생들을 위한 채식선택 급식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밭에서 막 캐서 보내주신 감자를 씻어 삶아 그냥 먹는간단한 식사를 하는 중입니다엄청 맛있네요여름 감자대부분의 시간 식욕도 맛있는 거도 별로 없는 지라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사내 식당에서 먹을 게 없어 이상적이진 않지만 계란찜과 밥을 조금 먹다 말던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생각납니다공사였음에도 공사여서 더 그랬나 논의도 시행도 지지부진했던 시절심지어 비건인 부장 이상 임원들이 몇 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도 재규정되고 시행되어야할 일들은 어떻게 바꿔나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헌법 소환과 진정 제기 외에는 참여할 방법이 없을까요.

 

답답......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심지어 비건식은 재료의 종류도 줄어 예산도 덜 들 텐데.

... 그래서 문제인가요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서...

 

막 나가려는 생각 멈추고 감자나 하나 더 먹으렵니다.

다들 힘이 되는 맛있는 식사 잘 챙겨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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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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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자라고 존재를 주장하는 거 이외에는 별 맛 없는 피자를 물컹 씹으며,

오늘따라 여러모로 물보다 못한 맥주를 마시며,

토요일이 왜 빨리 가버렸는지 분한 마음을 삼키며

별렀던 책을 읽었다.

즐겼다.

뿌듯하다.

  

신비롭거나 못 알아듣는 언어로 보이지만 조금만 집중하면 알 수 있는 언어그게 바로 시였다음악은 움직이는 시였고도서관의 책들은 고요히 앉아 있는 시였다멋진 요리는 접시에 플레이팅된 시였고.”

 

시인이 되고 싶었던 김밥 집 아들 이원식,

시를 읽은 교수의 요리를 하라는 강력한 추천으로

시 같은 요리를!”위해 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전설의 요리사이자 자칭 천재 아티스트라 주장하는 엽색가 조반니 펠리치아노,

가 숨겨 놓은 레시피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독립한 이오니아의 작은 섬나라인 삼탈리아,

<라 레뿌블리까 삼탈리아나>에 밀입국한다.

 

그리스 갱이 운영하는 밀입국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화물칸 짐칸에 구겨졌다가 널빤지를 잡고 해류에 떠밀려 도착(?)한다.

 

삼탈리아의 최상의 감사 표현은 고마워서 담배를 끊고 싶습니다.”

삼탈리아에서 주류 문화로 유행하는 것은 한국 시인의 시,

시가 화폐가 되기도 한다.

 

나는 (...) 배낭에 든 시집들 중에 고민하다 조연호 시인의 <저녁의 기원초판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 “…… 이럴 수가이건 삼탈리아에서 물가로 6억 리아에 거래되는 비싼 책이오. (...) 실물을 만지다니 심장이 멎을 것만 같군 그래. (...) 이런 오리지널 초판은 정말 구하기 힘든 시집 아니오심보선 신작 시집도 받았는데 이런 귀한 것까지 염치없이 덥석 받을 수는 없소.” (6억 리아 약 7억 8천만 원)

 

복고풍 서정은 이야기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감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관점과

웃지 못 할 유머들이 산재해 있지만

 

요리든 시든 어떤 형태의 예술이든

복고가 된서정이 담긴 것들은 무척 지적인 빈티지들이다.

 

웃기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시간이 더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은

여전할 지도 모르지만

 

현실이 이보다 더 나았던 적은 많았나...

비교판단분석 등등 다 그만 두고 싶다.

 

잠시 익숙한 피로를 내려 두고 재밌게 지내보라는

저자의 다정한 배려가 살짝 느껴졌다,

 

사춘기라고 우기고 싶은 갱년기일 감정의 기복이 잦지만

어쨌든 뭉클했다고마웠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서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가아주 작은 현상에서 비로 콧구멍 앞에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는 그것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나는 찾아야만 했다. (...) 끝에 다다르면 끝난다원하는 건 그것이었다나는 시작했고끝나야 한다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끝에 달해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세 번 정도 웃지 못한 이들은 직접 읽어 보시길!

이게 뭐지뭔가... 하다 엄청 크게 웃게 될 지도.

완독 후에도 웃을 수 없었다면 작가 소개를 읽어 보시길.

 

우엉김밥과 유부김밥... 먹고 싶다...

무척 서정적이라는 ‘1945 삼탈리아 빈티지’ 라벨의 와인맛이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가 추천한 음식은 피자와 김밥과 맥주가 아니라,

파스타와 김밥과 맥주였어...

난 왜 피자를 두 번이나 산 거지... 아하하하...



............................................. 

조반니 펠리치아노의 비밀 레시피혹 궁금한 분 계시나요?

 

음 맛있겠네.”

 

...입니다진짜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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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쉐도잉 - 속독은 기본, 속청, 속화를 한 번에, 진짜 영어 뇌혁명이 시작된다!
박세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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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용어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지 처음 알았다단어만 보자면 인지에 대한 인지이니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혹은 모르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일이라 하겠다물론 알아내는 것까지에서 멈추면 아쉬우니내가 모르는 것에 집중해서 왜 모르는지 원인을 알아보고 배우고 싶다면 자신에 잘 맞는 학습과정을 찾아내어 실험해보면 더 좋을 것이다.

 

쉐도잉shadowing 학습법이란 어학에서 자주 활용되는 음원을 듣고 소리나는 대로 따라 해보며 자신의 발음을 자신이 들어보는 것이다말하는 연습인 동시에 듣기 연습이다어학에서 말하기는 의사전달만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연습인데자신이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단어는 남이 말해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제목이 저자의 방법론을 아주 분명히 말해 주는 친절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이제 확인할 일은 세부적인 방법론이 잘 따라할 수 있고 효과가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판단이다.

 

어학에 대해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아 무신경했다는 편이 더 맞을 듯하지만 우리 집 중학생이 올 해 겪는 복합적인 어려움에 대해 별 도움이 못 되고 있다.아주 느긋한 생각으로는 재미난 영화 한 편 숙지하고 재미난 책 한 권 읽으면 학습효과가 좋을 텐데 싶지만 세대가 달라서 그런가 한편 영어가 익숙해 보이면서도 수업영어/시험영어를 아주 못 견디게 지겨워한다.

 

저자가 메타쉐도잉 방식으로 영어 학습의 최소 단위는 단어가 아니라 문장이다라고 지적해 주는 점은 반가웠다맥락에서 자유로운 언어란 어학을 전공하는 이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을 것이니,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실질 언어 학습에 있어서 기본이자 중요한 점이다흉내내기 달인인 아이들의 옹알이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메타쉐도잉 7계명이 있는데6. 충분한 수면은 메타쉐도잉의 필수조건 7. 따라 하는 소리는 들리는 원어민 소리보다 커야 한다.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크레이지스피킹 4계명 중에는 10. 생각을 짜내지 말고 입에서 툭툭 털어내라. 이 문장이 가장 절실하게 들린다어학의 단계 중 어느 순간 이리저리 번역 안 하고 생각이 바로 말이 되어 나오는 순간이 반가운 해방과 자유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도 경험했기 때문이다.

 

속청속독속화에 이를 수 있다고 저자는 열심히 응원한다아주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고 무료앱 정보도 있으니 제공되는 자료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트럼프 전대통령의 연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연설하는 방식은 아주 세련되었다고 느끼지만 시간을 들여 공부할 내용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연설 자료나 동영상 자료는 이외에도 아주 많을 것이다. 가능하면 연설 기술만이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있는 감동이 있는 혹은 재미가 있는 그런 텍스트라면 좋을 것이다. 토요일 밤에 <에놀라 홈즈Enola Holmes>나 볼까. 메타쉐도잉 영화로는 별로인가... 의외로 십 대와 함께 볼 영화가 마땅치 않네.


특이한 방법을 세세히 제시하지 않아서 오히려 신뢰가 가는 점도 있다하루 10분이라도 꾸준히 연습하고, 쉐도잉 방법은 큰 소리로 최대한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사실 말을 안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발음들도 어눌해진다놀랍게도 한국어 역시 마찬가지이다판데믹 시절사회 교류는 줄고 의사 소통은 마스크 속으로 움츠려든 것 역시 현실이다.

 

영어훈련법에 집중했지만저자는 한 달 만에 원하던 중국어 시험도 합격했다고 하고무려 온 가족이 같은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니 무척 신나는 일이었겠다고 짐작해본다.

 

판데믹 핑계로(?) 외국어 하나 더 공부해보자했는데 어째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되었다역시 가장 중요한 학습법은 꾸준히’ 그리고 시험과 같은 마감이 있는 방식이 나처럼 의지가 약한 이들에겐 일단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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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24시
김초엽 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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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게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자주 있긴 하지만 엄청 즐겁게 행복하게 읽고 아무 것도 못 쓸 때도 있다작년에 너무 마음이 아파 제목도 못 밝힐 듯 - ‘... 이 책이 마음에 걸려 영원한 고통에 시달릴 것만 같은’ 책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몇 줄 썼는데 그거라도 남길 걸 싶기도 하다. 6월이 거의 지나고, 2021년 절반이 지나고제대로 된 감상문은 못 쓸 것 같은 특별한 책이 이미 서너 권이나 생겼다.

 

이 책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오늘... 잘 쉬고 잘 놀고 싶은데 긴장을 너무 풀어서인지 잠에서 완전히 못 깨고 이마가 계속 졸리는 느낌이다그 덕분에 살짝 멍한 상태로 24시 놀이터로 향했다.


 

7분의 멋진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고, 이름만 보아도 마음이 움찔하는 무척 좋아하는 네 명의 작가들 글이 있으니 표지만큼 신나는 책이다매력적인 단편집을 기대보다 자주 만나게 되어 기쁘다얼마만인지... 놀이터에서 놀아보자~

 

SF소설에 대한 호감과 애정은 당연히(?) 1818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이 소설은 워낙 방대하게 영향을 미쳐서 괴기호러소설로도 분류되지만 내게는 영원히 SF 명작이다.

 

이제 인간은 체세포 복제도 하고 유전자 정보를 밝힌 이후로 어떤 품종이든 공학적으로 유전자를 영구적으로 변형할 수도 있고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다팔다리를 잘라 꿰매는 방식은 같지만 미시세계로 작업 영역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핵무기는 유행이 지난 것이고 현대전은 생화학테러무기가 대세(?)라고 하는데, SF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아 두렵다... 이런 생각은 잠시 잊고 놀이터에서 더 열심히 놀아보자.

 

김초엽 작가의 작품을 접한 이들은 짐작하겠지만 이 작품 역시 진중한 시사적 통찰과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결합해서 잘 들려준다배경이 2072화성인데... 어쩐지 현재 진행 중인 초근미래로 느껴져서 살짝 불안하다.

 

어쨌든아주 멋진 가상세계 놀이터를 인간이 만들었고 화성 궤도를 돌고 있으며 설계자들은 놀이터만이 아니라 가상인간들도 만들었다당연히 놀이터를 즐기러 온 이들이 존재할 것이고사건과 반전이 펑펑!

  

즐거움의 도시는 승객들을 위해 준비된 완벽한 세계다이제 우리는 글로버리가 우리를 위한 곳이 아님을 안다그래서 우리는 끔찍하게 따분한 방으로 서로를 숨긴다잔잔한 바람을 맞고 시시한 농담을 나누며하품 나오는 카드 게임을 하고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이야기를 쓰며 느린 혁명을 모의한다.”  #글로버리의봄 #김초엽

 

배명훈 작가의 작품 <타워 TOWER>를 한글/영어 모두 읽으며 고전이라 해도 좋고 본격 사회파라 해도 좋은 작품들에 대한 갈증을 채우는 은밀한 즐거움을 느꼈다거대 담론이 힘들고 불편하고 가끔은 희망이 없어 보이기도 해서 정이 뚝 떨어지지만싫어서 안 보이는 척 한다고 해서거대한 스케일로 분석하고 해결해야할 일들이 다 없어진 것도 아니다그저 간절히 다른 이들이 다 해결해주길 바라며 비겁하게 살 긴 하지만어쨌든!

 

위에 경고한대로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시스템과 거대세력에 맞설 준비를 하고 만나면 더 신난다거대 자본은 여전히 활발히 작동 중이고 슬프다 수요공급은 불멸하는 경제의 기본 역학이니 언제나 장난질은 이 두 부문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공 지능과 로봇이 공급 쪽에 영향을 미치고소외된 인간들과 독립로봇이 수요 곡선 쪽에서 움직인다당연히 생산과 부를 독점한 인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역시 슬프다 세상을 망치는 일에만 열중하니 세상을 구하려는 누구라도 없애려 한다.

 

감염병이 몇 년에 한 번씩 행성 규모로 돌아서 관광업이 죽어 버린 데들 있잖아여행 인프라가 다시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가 다니면서 돈을 썼거든.”

 

마음껏 소비할 수 없게 된 마시로는대신 마음의 끝을 지향하기로 했다유희처럼그것은 쇼핑과 참선만큼이나 먼 일이었지만마사로 안에서 들은 결국 같은 것이었다.”

 

마사로는 문득 희명을 느꼈다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기쁨이었다. (...) 마음은 전기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 정신 활동인 모양이었다.” #수요곡선의수호자 #배명훈

 

언제부턴가 뇌과학 관련 얘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귀가 솔깃하다오래 고민한 일들에 대한 대답을 찾은 기분이 드는 것이 주의해야 할 듯한 끌림이다어쨌든 저항이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재밌게 읽었다


카이스트 뇌과학 교수와 친구가 된 소설가숙주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출을 연구하는 교수는 치료법으로 약이 아니라 헤어 밴드로 뇌를 자극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뇌를 두고 벌이는 기생충과 인간의 한판 대결이다두근거리고 신기하고 무섭다


그런데... 소설가도 어느새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실험 삼아 헤어밴드를 착용해 보는데 부작용(?)으로 글이 술술 써진다?! 거 참 탐나는 헤어 밴드이다뭔가 이런 영화를 예전에 본 것도 같고... 뇌의 네트워킹 효율과 속도를 증강하는 알약이었던가...

 

그래어린 시절 친구들과 동네놀이터에서 실컷 놀고 다음 날 또 만나자며 손을 흔들고 집에 돌아오던 때와 비슷하지 않은가. (...) 이런 충일감충만감을 느끼지 않았나?”

 

이 기계도 인류 문명의 모습을 바꾸리라고 나는 예상한다일과 놀이의 구분이 사라지거나어쩌면 놀이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벌인 모험은내 운명은 얼마나 내 것이었을까?” #일은놀이처럼놀이는 #장강명

 

이 헤어 밴드 어디서 구하나요예약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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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과 가죽의 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4
구병모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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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시리즈로 만나는 구병모 작가가 설레고 반갑다어릴 적 무척 좋아했던 동화의 일러스트가 기억나는어쩌면 구두처럼 생긴 집에서 사는 꿈을 기쁘게 꾸었을 지도 모르는흥분으로 살짝 숨이 가빠지는 기대만발 동화 모티브이다인간의 옷과 구두를 선물 받아 인간이 된 요정들을 만날 수 있다.


The Elves and the Shoemaker by Charles Folkard


The Elves and the Shoemaker by Anne Anderson & The Elves and the Shoemaker by Louis Rhead

 

그림형제Jakob Grimm, Wilhelm Grimm의 <구두장이와 꼬마요정 The elves and the shoemaker>에서는 요정들이 구두를 멋지게 만들어 주어 가난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자가 되었다그래서그 후에 어떻게 되었어궁금하지 않았고 동화적 결말처럼 행복하게 사셨겠지하고 말았을 것이다.

 

요정들은 애초에 어떤 존재들이었는지자신들의 세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어째서 구두 만드는 일을 그렇게 잘 할 수 있는지 구병모 작가의 이 책을 받아 드니 나도 끝없이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인간 세상에 익숙해진 요정들이 어쩌면 답을 들려 줄 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기억하는 이야기는 옷과 구두를 선물 받은 요정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였는데 이 책의 내용은 달라서 왠지 엄청 기쁘다풍성해진 애프터 이야기를 만나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들이 인간과 어울려 사는 결심을 하게 만든 선물의 의미란선물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 진지해져 봤다인간 세상에서 막 형성되던 근대 역사 속 풍경처럼 물물교환감사보은 이런 가치들을 요정들이 배우는 장면들은 어찌나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던지.

 

애써 알아내려 해봤자 알 수도 없지만몰라도 좋은 천년을 넘게 산 요정들의 이야기구병모 작가가 감사하게 그들의 생각을 짚어 들려주니 나는 어릴 적처럼 무책임한 상상력을 팽글팽글 돌리며 바늘과 가죽이 저 홀로 살아 만들어낸 시와 같은 문장들을 읽어 본다.

 

존재들이 자기키의 반쯤 되는 바늘을 들고 춤추듯 흐르듯 거니는 동안 창틈으로 스미는 달빛이 바늘귀에 부딪친다.”

 

어쩌면 신은 존재로 하여금 또 다른 존재와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이해하고 싶은 강렬한 소망과 그것이 충족되지 않는 데서 비롯한 절망만을 존재 안에 배열했을 뿐.”

 

기대수명에 비추어 반평생쯤 살아 버린 지라 간혹 노후도 죽음도 아직 전혀 대비할 필요가 없는 나이가 어쩔 수 없이 부럽긴 하다요정들에게 인간이 몇 년 혹은 몇 십 년 뒤까지 꾸준히 찾아 올 리 없는세상에 잠깐 머물다 부서지는 한 알의 모래에 불과한 존재가 인간이라니영원을 산다는 것은 인지 외부의 것이라 짐작할 수도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안은 숙명이나 법칙과 무관하고 부나 명예나 아름다움에의 탐닉이 아닌다만 누군가의 미소와 누군가의 평화를 위해 구두를 지은 것이 그들의 시작이었음을 잊지 않았다. (...) 그들이 이 같은 불완전한 몸신이 배열하고 조율한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육신을 입게 된 것이 오랜 노동 끝의 선물인지 저주인지이 몸의 의미가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더는 쓸데없어진 것이라는 이유로아름답게 완성시키면 안 되나?”

 

다 읽고 나니 내내 슬픔이 찰랑거리는 짧은 글이었다영속하는 삶에 의미를 전해 줄 마음들을공간을 채워줄 만남들이 없다면끝이 없다는 존재로 살아가는 일은 어떤 모습의 처참하게 시린 고통일 것인가사랑은 그래서 다 알고도 모르고도 유일하게 채워진 의미가 아닌가 한다.

 

당신은 언젠가 사라질 테고 미아가 당신과 함께 한 시간은 유실되어 흘러내릴 것이며…… 미아는 어쩌면 당신의 장소에 영원히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이 특별하고도 초월적인 자격을 사람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누구에게도 부여할 수도 양도할 수도 없는 자리를 사람이 대체하는 날은언제까지나.”

 

사라질 거니까닳아 없어지고 죽어가는 것을 아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알지 못하는 세계가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실존의 양감만을 전해주는 닫힌 느낌이지만 그래도 좋다구병모 작가라 이런 편애적 감정이 드는 건지도 모른다난해하든 아니든 신기하고 아름다운 글을 계속 써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고 싶은 심정.

 

핀시리즈 가 매번 어려워 헤매고 우는 독자로서 소설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는 마음이 없지도 않은데이번 작품 제목에 가 등장하는 이유는 읽고 나서야 짐작하였다.

 

아름답고 난해한 황홀한 시적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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