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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저자의 이력이 무척 독특하고 특히 도보 여행 경험이 다채로운 분이라 이전 다른 작품으로 만난 작가 소개를 읽고 기억에 남았다. 걷기가 주종목이신가 했는데 그것만도 아니셨다. 이 글은 물 속 세계에 도전한 에세이다. 물공포증이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짐작도 안 된다. 폐소공포증이 있어 63빌딩 엘리베이터 이용도 굳은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고 천장이 낮은 공간은 호흡이 답답해지고 동굴 탐험은 아예 시도도 안 하는 나로서는 극복기로서도 궁금한 책이었다.
“집 근처 수영장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수영장 물이란 물은 다 마신 듯했다. 쓰지 않던 근육이라 어깨가 아파왔고 고관절 통증이 있다. 포기할 수는 없었다. 수영을 배운지 3개월 뒤 이집트 다합(Dahab)으로 떠났다. 다합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스쿠버 다이빙 교육비가 쌌다. 다이브 마스터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어 물공포증인데도 수영 강습을 받고 무려 다이브 마스터를 목표로 이집트로 떠나셨단 얘기다. 어떤 분이신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낯설지만도 않다. 목표가 생기면 그 끝을 보고 직선주행하는 사람, 다른 방법으로는 살지 못하는 분인 듯.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 비행기 세 번 타고 이틀 걸려서 이곳까지 왔는데 아직 우리 시작도 안 했잖아? (...)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매번 포기하는 것? 나는 싫다. 포기도 습관이야.”
“매일 30kg 장비를 메고 하루에 4-6번 다이빙을 했다. 공기통 끝이 살갗을 파고 들었다. 짠물에 손톱 끝이 갈라졌으며 손가락은 장비 세팅과 해체의 반복으로 부어올랐다. 오기가 생겼다. (...)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한 11가지 시험을 차례대로 통과했다. (...) 드디어 원했던 것을 이루었다.”
“용기를 꺼낼 때이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나’를 움직일 수는 있다.”
엄청난 분이시다. 결국 다이버 마스터가 되심! 목표지향이고 성취지향적인 삶의 태도가 더 이상 남지 않은 나는 한참 전 행복한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은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 경험을 갖고 있다. 언어가 모자랄 만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었다. 언더 더 씨~의 실사판이 애니메이션보다 다채롭고 황홀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바닥으로 가라앉았을 때는 섣불리 바닥을 차면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손가락만한 산호초가 만들어지기까지 50~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산호초를 망가뜨릴 수 있다.”
“다합 블루홀의 짙은 코발트 광활한 바닷속과 나이트 다이빙 출수 전의 수면에 아른거리는 달빛 무늬가 언뜻언뜻 꿈속에서도 나타나곤 했다.”
동행이 좋으면 더 좋고 무엇보다 시끄러운 소리와 소음 - 더불어 말 같지도 않은 말들 - 을 잘 못 견디는 나로서는 물 속 유영은 청각이 차단되어서인지 심신이 모두 편안했다. 빛조절 반응이 느린 홍채를 가진 덕분에 빛이 적은 물속에서 시각기능도 오히려 편안했다. 나는 육지에서 살기에 진화가 덜 된 종인가 싶기도 했다. 언제나 물이 편하고 좋았다. 태어난 행성 구경을 실컷 하고 싶었는데 결국 샅샅이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물 속 세상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바다 속은 미지의 세계였다. 블루 빛의 고요함과 산호초 군락의 아름다움. 하얀 모래사장과 수면을 내리비추는 달빛만으로 바닷속을 유영했던 나이트 다이빙. 그만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보 부족과 편견으로 인해 해외 바다 속만 보다가 신뢰하는 친구의 권유로 제주 우도 근처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처음 본 바다지만 어쩐지 친숙한 풍경에 기분이 편안해졌던 기억도 있다. 대한민국 국립공원에 야생동물이 없는 것처럼 바다 속도 다양한 바다생물과 수상식물 군락은 쓸쓸할 정도로 빈약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 싹싹 긁어 맛보고 배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대가랄까. 숲이나 산이나 국립공원 근처의 무허가 식당들만 문제가 아닌 듯.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브 마스터 자격증을 딴 지 2년이 지났다. 귀국해서는 한국의 바닷속이 궁금해서 제주도로 떠난 적이 있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광경에 길들여진 나는 유월의 범 섬 앞바다의 부유물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시절도 감정도 말끔하게 정리된 아름다운 사진들과 저자의 결기가 가득한 책을 기대 이상의 행운인 듯 물속에 끌려 들어가듯 그렇게 읽었다. 찾아보니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까지(55일) 연재했던 자료도 있네요. 더 이전 글이지만 생생함은 더 많이 느껴진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2010
이러저런 이유로 다이빙을 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고 요즘엔 바다 쓰레기 줍고 환경을 돌보는 다이버들의 소식들을 종종 듣는다. 무척 존경하고 마음 같아서 당장이라도! 지만 언젠가 꼭 참여하며 살고 싶다. 퇴직 후에 할 수 있는 무척 의미 깊은 활동이라 여긴다. 상상만으로도 주말이 더 기뻐진다.
http://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