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생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매순간의 한계를 알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금 하십시오.

미루어 놓은 내일이라는 날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요한 바오로 6

 


이 책을 읽는 도중 궁금해져서 일일/년간 출생율과 사망률을 검색해보았습니다정확한 비교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같은 기준과 조건에서 통계를 낸 것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짐작하기 위해 2020년 통계기준 연간출생율 일일평균을 내어 보니 27/365일 = 739.7260273972603이라는 재미난(?) 숫자가 나옵니다커플 기준 0.9인 세계 최초 0자리대 출생율을 기록한 것보다는 안심이 되기도 하는 740명의 새 생명들이 반갑습니다.

 

감동적이고 깊이 있고 뭉클해서 눈물도 나는 이 책을 이런 통계니 평균이니 숫자니 하는 이야기와 섞어서 순간 민망합니다삶과 죽음이란 단어 외에 실감이 가는 내용이 필요했달까요


저자는 많은 인용을 통해그리고 저자 자신의 언어를 통해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사건이자 이 둘에 대한 질문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고 전합니다. 비슷한 말들을 전해 주던 다른 이들도 떠오릅니다. 인간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결국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 누군가가 곁에 있길 원한다그러니 아직 유쾌하고 튼튼할 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건에 미리 대비하길 조언한다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공동체를 형성할 수는 없다외로운 죽음을 피하려면 사는 동안 꾸준히 건강한 관계를 맺어둬야 한다.”

 

어렸을 땐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살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삶도 죽음도 접하게 되고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나 의미가 없기도 하다는 것을 차갑고 건조한 지적 충격과 함께 배우게 되었습니다


동화의 세계와는 달리 착한 사람 좋은 사람도 갖가지 시답지 않은 이유들로 목숨을 허망하게 읽고 악인들도 얼마든지 장수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오직 유의미한 것은 탄생과 죽음 그 사이의 시간만이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 보입니다.

 

종교적인 환생이건 과학적인 원소 단위의 재결합이건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나라는 개체로서의 나는 사망 후 다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를 제 집으로 삼아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 기절할 듯 믿기지 않는 어마어마한 확률의 기적이지만 아쉽게도 배당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가령 수백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의 눈에는 잠시 눈앞에 보였다 사라진 존재들처럼 인간들이 느껴지기도 하겠지요우리가 계절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다른 생명체들의 생사를 목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이 짧은 시간 동안 재밌고 신나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열심히 찾아 해보며 살다가 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일들은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요대부분이 백 년도 못 살면서 그나마 서로 싸워 죽이기도 하니 아까운 것 없는 그 담대함에 놀랍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소연은 이쯤하고... 그러니 저자는 누구나 바라는 좋은 삶, ‘잘 살기 위한’ 모든 일상의 소소한 노력은 잘 죽기 위한 연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모두가 죽음 앞에서 던지게 될 우리 각자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요.

감사만족아쉬움후회용서거부... 혹은 사랑.

 

완화 치료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는 죽음을 앞두고 재정적법적 이슈를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실제로 바이오크가 근무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용서할게”,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행”, “안녕” 다섯 문장을 활용해 관계 바로잡기를 실천하라고 권한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뵈었던 분이 이제 어떻게 사는 건지 알 것 같은데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허허롭고 쓸쓸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마음이 무척 쓰립니다.

 

저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큰 그림이 동시에 다 보이지 않으니 저도 죽기 얼마 전에야 비로소 이제 알겠다싶은 그런 날을 맞을까요.

 

다른 것보다 사과와 감사의 말은 빼먹지도 미루지도 어색해하지도 말고 잘 하며 살고 싶습니다미안합니다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