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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외 - 그랜드 투어
육민혁 지음, 오석태 감수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랜드투어라는 제목 덕분에 금융계 투어인가 했는데 브라질, 인도, 베네수엘라, 일본으로 여행기처럼 재미난 사진들과 함께 정말 투어를 시켜줍니다. 책을 펴고 당황해서 읽다가 표지 다시 보다가 혹시 내 책은 파본인가 인터넷 검색도 했습니다. 꾸준히 관련 서적을 읽으면 정리되고 이해되는 게 있겠지란 생각으로 금융 경제 관련 도서들을 읽는데 뜻밖에 재밌는 책입니다.
현역 채권 전문가라고 하시는데 금융 적용하는 범위가 전 세계로 뻗치는 것을 기본으로 하시는 분이신가 봅니다. 직군에서의 현장 경험과 관련/비관련 분야에 대한 남다른 관심, 다독과 네트워크에 기인한 박식함, 호기심 가득한 관찰과 여러 자료들을 엮어내는 능력 등이 펼쳐진 매우 독특한 책입니다. 저는 이런 투어는 난생 처음입니다.
선물(先物)거래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서 1980년 은투기를 한 미국 헌트 형제, 1762년 창립된 영국의 베어링 은행을 파산시킨, 니콜라스 리슨, 세계 구리사장의 전체 거래량의 5%를 매매하던 스미토모상사의 하마나카 야스오, 100여 년 전 조선의 일제 강점기 때 인천에 쌀을 거해하는 선물거래소 이야기 - 점원 생활을 하면서 모든 돈으로 선물에 투자해서 1년 만에 약 400억원을 번 반복창, 김구 선생 제가 강익하라는 분이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쓴 조선인들을 도와주고 쌀 선물거래오 번 돈을 빈자를 위해 기부하고 독립 자금으로 지원하고 한국 최초의 보험사인 대한생명보험사를 설립한 이야기, 그의 부인 황온순 여사가 전쟁 시기 고아원을 세워 천 명 이상을 살리고 휘경여중과 여고를 세운 이야기 등등이 있습니다.
금융 서적을 읽고 있단 걸 잊고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에 푹 빠져 읽고 즐기며 배웠습니다. 쉽고 재밌고 유익하고 더구나 깊이도 있으니 금융 서적으로서는 드물게(?) 맘 편히 추천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후에 글로 소개하는 내용들은 이런 재밌는 내용들 다 빼고(?!) 주로 현실과의 접점들이 많고 심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한국의 구체적인 노후 대비 관련 내용들입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 반가우신가요? 저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노후를 보내는 분들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한국 사회에서는 늘 목격하기 때문에도 그렇습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라니…… 이런 분들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한 제게 국뽕이 차오를 일은 없을 거란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시니어 빈곤율이 가장 높으며, 2017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 중 44%는 대한민국 중위소득의 절반도 되지 않는 소득으로 살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반대라고까진 볼 수 없지만 모양새가 좀 달랐습니다. 특히 아이들 입학 졸업 시즌엔 부유한 조부모님 찬스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단 이야기도 들은 지 오래고 취직이 어려운 자식 세대들이 부모에게 당연하게(?) 생활비를 받아쓰는 풍조에 대해서도 종종 들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지적하듯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하지만 숫자만으로는 국가별로 다 다른 형편을 똑같은 불안과 우려도 설명하진 않습니다. 일본은 부의 70%를 6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인줄은 몰라서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왜 백화점 광고에 백발의 모델들이 자식들에게 뭔가를 선물해 주는 광고들이 많은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75세를 맞은 지금 60대와 70대 초반이 내 삶에서 절정기였던 것으로 생각되며
내 건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85세나 90세에야 노년이 시작할 거라 생각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어제까지의 세계> 김영사 2013
그러니 ‘장수’라는 사회적 현상이 반갑고 기쁜 일이 되려면 퇴직 후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기회들과 경제력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퇴행성관절염을 공통병으로 앓으며 그마나 남은 돈을 의료비로 대량 지출해서는 노후라고 할 삶이 부재하게 됩니다.
개인이 부담하느냐 공적 연금이냐의 구분은 일단 차치하고 100세 시대 노후에 필요한 자산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쓰기 나름이기도 하겠지만 최소한의 자산은 어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본은 대략 3억 3천~ 3억 8천만 원이라 답했고, 한국은 최소한 한 달 생활비 평균 198만원, 적정 생활비 평균 290만원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자산을 모으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직업으로 벌기, 투자로 벌기, 소비 조절로 벌기. 소비 조절을 언급해줘서 저는 기쁩니다. 보유 자신이 얼마였든 실제로 파산하는 이들 중 약 70%는 소비 조절 능력이 없어서라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더구나 소비 조절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그리고 지구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생활방식을 폐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 실천을 하루빨리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방법을 몰라 못하시는 이들은 실제로 별로 없으시지요.
접근성이 쉽지 않은 금융시장 이야기들, 경험담들, 다양한 자료들, 해외 현지의 생생함, 즐겁고 실용적이고 초심자를 배려한 쉽고 기본을 강조하는 이야기들. 참 친절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