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강우성 옮김 / 엘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달 전 친구의 권유로 못 읽을 것만 같던 <피에 젖은 땅>을 함께 읽었습니다힘들었지요분량 때문이 아니라 참상을 가감 없이 치열하게 전하는 내용을 읽어 내느라 그랬습니다울며불며 읽은 덕분에 나치 범죄에 대해 제한적이었던 오랜 이미지를 깨고 더 확장된 사실을 비로소 배우게 되었습니다티머시 스나이더는 타협이 없는 저자입니다시선이 문제의 본질에 바로 가 닿는 그런 분이라 느낍니다.

 

내 분노는 어떤 것에도 향해 있지 않았다나는 내가 없는 세계에 분노했다나는 분노했다고로 존재했다.”

 

일견 책 제목과 역사학자인 저자가 함께 하는 책이 낯설어 출판사에 제공하는 책소개를 읽어 보았더니 본인이 맹장 수술패혈증간농양을 겪으며 자신이 경험한 미국 병원의 응급실 상황과 민영 의료의 문제점들에 대해 기록하신 책이라 합니다.

 

존경스럽지만 염증과 수술로 의식을 차리기도 힘들게 고통 받고 고생하셨을 것인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란 생각에 숙연해 집니다학자이자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윤리에 대한 의식이 본질을 이루는 분이 아니신가 싶습니다.

 

내 삶이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이 떠다니는 깨달음이 다정한 공감이 나를 호위해 죽음에서 멀어지게 했다.”

 

조금만 번거로워도 타협하거나 미루거나 적당히 참여하고 마는 제 선택과 일상이 무람해지는... 전작을 읽을 때에도 느꼈던 열심이지 못한 삶에 대해 변병의 여지없이 수치심을 조금은 느끼게 됩니다이런 좋은 책을 번역 출간해 주셔서 편하고 쉽게 읽게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선의를 향해 나아갈 길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그 노력의 일부가 바로모든 인간은 질병에 걸릴 수 있으며 평등하게 치료받을 권리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국민의료보험제도가 훌륭하고 잠시 논의를 탔던 의료민영화를 잘 막아낸 대한민국 시민들로서는 낯선 이야기일 수도 경악할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코로나로 부가된 억대의 치료비 소식과 더불어 오래 전 기자인 친구가 워싱턴 일 년 파견 갔다 장파열로 수술을 한 이야기를 들어 완전히 낯설진 않았습니다일차 수술에 9천만 원이 넘게 비용이 청구되어 꿰맨 배를 부여잡고 한국에 들어와 2차 수술을 받은 무시무시한 이야기입니다.

 

그 외에도 미국 사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의료보험 적용 대상들이 직장 보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운 나쁘면 팔 골절로 6백만 원 정도 청구 당하기도 한다고...

 

지금까지 15만명의 미국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었다.”

 

누구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적절한 의료보장을 누릴 수 있어야동료 시민들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쉽게 가능해진다.”

 

자유를 추구할 권리에는 의료보장의 권리가 포함된다병에 걸리면 자유롭지 못하다통치자들은 우리의 고통을 포착하고우리에게 거짓말하며우리의 다른 자유마저 빼앗아 간다.”

 

흐릿하고 짐작하기 어려운 미래돌발을 멈추지 않는 불안 요소들함께 힘을 모아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익집단들의 갈라치기……언제나 어려움은 있겠지요적어도 권리가 제대로 보장 받고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당하지 않으며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삶 자체가 망가지지 않는 사회 안전망이 마련된 시절을 아이들이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얼마간 안심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는 이상할 만큼 강렬하게 다른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내가 약해지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고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늘 인류와 역사와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던 학자인 저자가 당사자가 되어서야 약해진 사람들과 비로소 동질감을 느꼈다는 고백은 마음이 뭉클해집니다저자의 기준에 합치한 수준으로 비로소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품격 있는 판단이겠지요.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각자가 견디고 버티는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어도 문득 타인의 그늘을 살펴보고 할 수 있는 위로를 건네는 일을 무감하지 않게 기억하고 싶어지는 단정하고 냉철하고 뜨거운 책이었습니다참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생이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매일 매순간의 한계를 알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지금 하십시오.

미루어 놓은 내일이라는 날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요한 바오로 6

 


이 책을 읽는 도중 궁금해져서 일일/년간 출생율과 사망률을 검색해보았습니다정확한 비교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같은 기준과 조건에서 통계를 낸 것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짐작하기 위해 2020년 통계기준 연간출생율 일일평균을 내어 보니 27/365일 = 739.7260273972603이라는 재미난(?) 숫자가 나옵니다커플 기준 0.9인 세계 최초 0자리대 출생율을 기록한 것보다는 안심이 되기도 하는 740명의 새 생명들이 반갑습니다.

 

감동적이고 깊이 있고 뭉클해서 눈물도 나는 이 책을 이런 통계니 평균이니 숫자니 하는 이야기와 섞어서 순간 민망합니다삶과 죽음이란 단어 외에 실감이 가는 내용이 필요했달까요


저자는 많은 인용을 통해그리고 저자 자신의 언어를 통해 삶과 죽음이 본질적으로 분리 불가능한 사건이자 이 둘에 대한 질문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고 전합니다. 비슷한 말들을 전해 주던 다른 이들도 떠오릅니다. 인간이 가장 오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결국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 누군가가 곁에 있길 원한다그러니 아직 유쾌하고 튼튼할 때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사건에 미리 대비하길 조언한다죽음을 앞두고 갑자기 공동체를 형성할 수는 없다외로운 죽음을 피하려면 사는 동안 꾸준히 건강한 관계를 맺어둬야 한다.”

 

어렸을 땐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지만 살다 보니 아주 자연스럽게 삶도 죽음도 접하게 되고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나 의미가 없기도 하다는 것을 차갑고 건조한 지적 충격과 함께 배우게 되었습니다


동화의 세계와는 달리 착한 사람 좋은 사람도 갖가지 시답지 않은 이유들로 목숨을 허망하게 읽고 악인들도 얼마든지 장수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오직 유의미한 것은 탄생과 죽음 그 사이의 시간만이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 보입니다.

 

종교적인 환생이건 과학적인 원소 단위의 재결합이건지금 내가 알고 있는 나라는 개체로서의 나는 사망 후 다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를 제 집으로 삼아 생명체로 태어난 것이 기절할 듯 믿기지 않는 어마어마한 확률의 기적이지만 아쉽게도 배당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가령 수백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의 눈에는 잠시 눈앞에 보였다 사라진 존재들처럼 인간들이 느껴지기도 하겠지요우리가 계절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다른 생명체들의 생사를 목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이 짧은 시간 동안 재밌고 신나고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열심히 찾아 해보며 살다가 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일들은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요대부분이 백 년도 못 살면서 그나마 서로 싸워 죽이기도 하니 아까운 것 없는 그 담대함에 놀랍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소연은 이쯤하고... 그러니 저자는 누구나 바라는 좋은 삶, ‘잘 살기 위한’ 모든 일상의 소소한 노력은 잘 죽기 위한 연습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모두가 죽음 앞에서 던지게 될 우리 각자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요.

감사만족아쉬움후회용서거부... 혹은 사랑.

 

완화 치료 전문의 아이라 바이오크는 죽음을 앞두고 재정적법적 이슈를 처리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실제로 바이오크가 근무하는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용서할게”, “용서해줘”, “고마워”, “사랑행”, “안녕” 다섯 문장을 활용해 관계 바로잡기를 실천하라고 권한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에 뵈었던 분이 이제 어떻게 사는 건지 알 것 같은데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허허롭고 쓸쓸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마음이 무척 쓰립니다.

 

저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큰 그림이 동시에 다 보이지 않으니 저도 죽기 얼마 전에야 비로소 이제 알겠다싶은 그런 날을 맞을까요.

 

다른 것보다 사과와 감사의 말은 빼먹지도 미루지도 어색해하지도 말고 잘 하며 살고 싶습니다미안합니다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이력이 무척 독특하고 특히 도보 여행 경험이 다채로운 분이라 이전 다른 작품으로 만난 작가 소개를 읽고 기억에 남았다걷기가 주종목이신가 했는데 그것만도 아니셨다이 글은 물 속 세계에 도전한 에세이다물공포증이라 하는데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짐작도 안 된다폐소공포증이 있어 63빌딩 엘리베이터 이용도 굳은 마음으로 도전해야 하고 천장이 낮은 공간은 호흡이 답답해지고 동굴 탐험은 아예 시도도 안 하는 나로서는 극복기로서도 궁금한 책이었다.

 

집 근처 수영장에 등록했다처음에는 수영장 물이란 물은 다 마신 듯했다쓰지 않던 근육이라 어깨가 아파왔고 고관절 통증이 있다포기할 수는 없었다수영을 배운지 3개월 뒤 이집트 다합(Dahab)으로 떠났다다합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스쿠버 다이빙 교육비가 쌌다다이브 마스터가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어 물공포증인데도 수영 강습을 받고 무려 다이브 마스터를 목표로 이집트로 떠나셨단 얘기다어떤 분이신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고 낯설지만도 않다목표가 생기면 그 끝을 보고 직선주행하는 사람다른 방법으로는 살지 못하는 분인 듯.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어비행기 세 번 타고 이틀 걸려서 이곳까지 왔는데 아직 우리 시작도 안 했잖아? (...)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매번 포기하는 것나는 싫다포기도 습관이야.”

 

매일 30kg 장비를 메고 하루에 4-6번 다이빙을 했다공기통 끝이 살갗을 파고 들었다짠물에 손톱 끝이 갈라졌으며 손가락은 장비 세팅과 해체의 반복으로 부어올랐다오기가 생겼다. (...)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한 11가지 시험을 차례대로 통과했다. (...) 드디어 원했던 것을 이루었다.”

 

용기를 꺼낼 때이다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를 움직일 수는 있다.”

 

엄청난 분이시다결국 다이버 마스터가 되심목표지향이고 성취지향적인 삶의 태도가 더 이상 남지 않은 나는 한참 전 행복한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은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 경험을 갖고 있다언어가 모자랄 만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었다언더 더 씨~의 실사판이 애니메이션보다 다채롭고 황홀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바닥으로 가라앉았을 때는 섣불리 바닥을 차면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손가락만한 산호초가 만들어지기까지 50~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산호초를 망가뜨릴 수 있다.”

 

다합 블루홀의 짙은 코발트 광활한 바닷속과 나이트 다이빙 출수 전의 수면에 아른거리는 달빛 무늬가 언뜻언뜻 꿈속에서도 나타나곤 했다.”

 

동행이 좋으면 더 좋고 무엇보다 시끄러운 소리와 소음 더불어 말 같지도 않은 말들 을 잘 못 견디는 나로서는 물 속 유영은 청각이 차단되어서인지 심신이 모두 편안했다빛조절 반응이 느린 홍채를 가진 덕분에 빛이 적은 물속에서 시각기능도 오히려 편안했다나는 육지에서 살기에 진화가 덜 된 종인가 싶기도 했다언제나 물이 편하고 좋았다태어난 행성 구경을 실컷 하고 싶었는데 결국 샅샅이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물 속 세상 구경하는 재미도 컸다.

 

바다 속은 미지의 세계였다블루 빛의 고요함과 산호초 군락의 아름다움하얀 모래사장과 수면을 내리비추는 달빛만으로 바닷속을 유영했던 나이트 다이빙그만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처럼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보 부족과 편견으로 인해 해외 바다 속만 보다가 신뢰하는 친구의 권유로 제주 우도 근처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처음 본 바다지만 어쩐지 친숙한 풍경에 기분이 편안해졌던 기억도 있다대한민국 국립공원에 야생동물이 없는 것처럼 바다 속도 다양한 바다생물과 수상식물 군락은 쓸쓸할 정도로 빈약한 것 또한 사실이지만싹싹 긁어 맛보고 배불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대가랄까숲이나 산이나 국립공원 근처의 무허가 식당들만 문제가 아닌 듯.

 

이집트 다합에서 다이브 마스터 자격증을 딴 지 2년이 지났다귀국해서는 한국의 바닷속이 궁금해서 제주도로 떠난 적이 있다처음부터 아름다운 광경에 길들여진 나는 유월의 범 섬 앞바다의 부유물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시절도 감정도 말끔하게 정리된 아름다운 사진들과 저자의 결기가 가득한 책을 기대 이상의 행운인 듯 물속에 끌려 들어가듯 그렇게 읽었다찾아보니 2018년 12월 27일부터 2월 19일까지(55연재했던 자료도 있네요더 이전 글이지만 생생함은 더 많이 느껴진다.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general_list.aspx?SRS_CD=0000012010


이러저런 이유로 다이빙을 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고 요즘엔 바다 쓰레기 줍고 환경을 돌보는 다이버들의 소식들을 종종 듣는다무척 존경하고 마음 같아서 당장이라도지만 언젠가 꼭 참여하며 살고 싶다퇴직 후에 할 수 있는 무척 의미 깊은 활동이라 여긴다상상만으로도 주말이 더 기뻐진다.

 

http://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8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은 처음이라 - 가볍게 시작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양클래식음악이라면 좋아하시는 분들도 익숙하신 분들도 있으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요저는 비교적 일찍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초등학생 시절 현악부에서 첼로 파트였습니다취향이 만들어지기도 전이지만 싫어하지 않았으니 다행이고실은 아주 행복하게 부활동을 했습니다. 연습이 즐거웠고 횡단보도 앞에만 서도 머릿속에서 선율(tune)이 재생되었으니까요.

 

중학교 때 댄스음악과 가수들이 인기를 엄청 얻었는데 가사와 춤이 함께인 음악이 한참 낯설기도 했습니다. 얼마 지나 이문세신해철 노래들에 푹 빠지긴 했지만요그때도 지금도 클래식에 이론적 지식이 많거나 아주 잘 아는 것은 없습니다너무 몰라서 대학 시절 위기감을 느낀 친구들과 클래식 100곡 선정해서 읽고 듣고 외우며 억지로(?) 교양을 채워보기도 했습니다.

 

항상 모든 음악은 참 좋지만 아무래도 가사 없는 긴 호흡의 음악은 종종 무척 필요하고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고 삽니다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지금도 현실인가 싶은 대사건!으로 인해 몇 년간 쇼팽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지! 좋았습니다.

 

쇼팽은 생전에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 모두 피아노의 선율이 독보적으로 들리는 작품입니다보통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하면 관현악 연주가 뒷받침되면서 피아노가 독주 악기로 연주되는 형식이 일반적입니다그런데 쇼팽은 피아노 소리의 아름다움을 관현악의 큰 소리에 덮고 싶지 않았습니다. (...) 쇼팽이 작곡한 이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자신의 첫사랑이자 음악원 동기였던 콘스탄차 글라드코프스카에 대한 마음이 담겼습니다.”

 

와인처럼 클래식 음악도 무척 좋아하지만 아는 바가 적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책을 읽어 보려고 노력합니다주기적으로 읽어 주면 보충과 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충전이 되는 기분입니다목차를 먼저 보니 그래도 반백년 살았는데 단 한번도 진지하게 배우지 않은 작곡가가 눈에 띕니다아스토르 피아졸라.

 

요즘은 책이라 해도 음악 관련 책엔 QR코드가 있어 들으며 읽을 수 있으니 그런 방식이 좋은 분들께는 읽는 기쁨도 커질 듯하고 기억하기에도 도움이 될 구성일 거라 짐작해봅니다성격이 급하고 뭐든 후다닥 설렁이고 뚝딱 해치우는 방식이 좋은 저는 일단 책 먼저 일독하고 듣고 싶은 곡 찾아 듣고 다시 확인하고 싶은 거 들춰보고 그런 정신 없는 순서입니다만.

 

조현영 저자는 연주자이고 아트앤소울이라는 예술사업을 하는 대표이고 클래식 팬들을 위한 토크와 강연과 글과 방송을 계속 해오신 분입니다책 중에 가장 쓰기 어려운 것이 개론서라고 하는데클래식이 처음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신 것을 보아도 내공과 필력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지식의 풍성함이 짐작됩니다. 이 책은 실제로 옛날이야기만큼 술술술 읽힙니다.

 

저자를 모르고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저는 믿는 편입니다클래식 곡도 역사와 사회와 작곡가의 사정들이 모두 합해진 결과물이지요그러니 작곡가들의 삶을 읽고 배우고 이해하며 듣는 음악은 감상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남들 어떻게 사는 지가 궁금한 저는 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내 음악이 쉽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우를 범한다. (...) 내가 거듭 연구해보지 않았던 음악의 거장은 없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바흐모차르트베토벤쇼팽슈만리스트차이콥스키말러드뷔시피아졸라이렇게 10명을 고른 저자의 이유가 있겠지요역사의 구성물이나 기념비로도 느껴질 수 있는 이 위대한 음악가들을 인간으로 다시 만나는 일이 기대 이상 흥미롭고 쉬운 삶이 흔치 않아 애틋하기도 합니다


시대에 매몰되기도 하고 시대를 넘어서기도 하고 지키고 싶은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기도 하고 자신이 역사가 되기고 하고분야에 무관하게 언제 어디서든 인간이 만드는 드라마들은 참 드라마틱합니다.

 

베토벤은 이와는 반대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음악을 전하기 위해 신에게로 돌아간 작곡가가 아닐까 싶습니다그는 우리에게 인간 승리의 결과로 낳은 우주의 음악을 선물해두고 별이 되어 지금도 하늘에 떠 있습니다.”

 

물론 두고두고 감상해 볼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도 있습니다클래식 전문가가 엄선해 준 음악들이라 각별함이 있지요물론 수험공부하듯 예전의 저처럼 그렇게 대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혹 같이 할 사람이 있으면 집중해서 익혀 보는 일도 완전히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몹시 힘들어 하는 일, 헤드폰으로 교향곡 감상하는 일은 인간 소외의 대표적인 일이 아닌가 가끔 생각합니다지휘자를 쳐다보는 일을 가장 좋아하는 지라 더 그렇습니다언젠가 마음 편히 연주를 다시 즐길 날이 올까요.

 

짧은 곡이라도 온전히 소리에 집중해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조현영 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퍼스트 - 투자의 미래, 인공지능이 답이다
서재영 지음 / 더블북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단한 자본금을 진지하게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는 투자가 투기와는 결을 달리하는 의미 있는 기업에 대한 응원이자 금융 공부이자 산업 사회를 읽는 창이 되기 바라는 욕심은 있다제한된 경험에 따른 느낌일 뿐이지만 투자 종목의 세대교체는 미처 명멸을 알기도 전에 바뀌기도 한다엄청난 속도로 산업 경제가 변한다는 기분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AI관련 사업주는 단 한 주도 사본 적이 없다. AI라고 하면 구글Google이 세트처럼 떠오르지만 알파고의 인상이 강해서일까 이후에 유의미한 산업으로 어떻게 전환되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책 속에서 소개해주는 일상 곳곳의 AI 기술들에 놀라며 확인했다의료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쇼핑 그리고 음식 기업들에까지 다양하게 실제로 사용 중이었다유명하지만 이용한 적이 없는 당근마켓 AI에 기반을 둔 플랫폼이었다.

 

우리는 컴퓨팅의 새로운 전환기를 목격하고 있다바로 모바일 퍼스트 세계에서 인공지능AI 퍼스트 세계로의 전환이다.” 구글 CEO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4차 산업과 플랫폼 이야기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듯한데이제 5차 산업 AI가 다시 패러다임과 유형을 바꾸고 있었다단지 AI를 인간이 기술적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AI 자체가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대화판단창작 등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스스로 지적 생산물을 생산해내는 현실이 이미 도래해 있다.

 

판데믹으로 한동안 성장 테마주로 여겨졌던 바이오기업들이 어느새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밀려 나고 있다고 한다하기 분야의 기업들이 낯설지 않으신가요.



물 밑에서 무역전쟁을 치른 지는 벌써 몇 년 되었지만 AI분야에서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중국은 2030년까지 국가 차원에서 AI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국가 차원의 발표를 했다고 한다.

 

루닛은 2013국내에서 딥러닝 기술로 창업한 1호 기업이다. (...) 딥러닝 기술 기반 AI를 통해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하는 솔류션을 개발했다.”

 

의사 출신인 서범석 대표를 비롯해 (...) 11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이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의료 AI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의학팀이다현재 임직원 수는 약 200여 명이며 60%가 개발자 및 딥러닝의료 전문가다.”

 

자체 개발한 루닛 스코프는Lunit SCOPE는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들을 AI로 예측해주는 바이오마커다. (...) 디지털화된 암 조직 영상을 분석해 보여준다한 환자의 슬라이드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5분 이내로단시간 내 객관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의학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변화는 놀랍고 반갑다여타의 다종한 제품에 따라 활용되는 기술들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센스타임의 AI를 통한 혹은 AI 자체의 딥러닝과 비전 기술을 통해 전 세계가 빅브라더의 눈을 피할 수 없는 인식 기술의 피사체가 될 날이 곧 올 듯도 하다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어떤 기술 변화는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윤리도덕철학법률공동체의 합의 등에 있어 염려가 된다.

 

생각은 복잡하고 미래는 흐릿한데 자료는 더 복잡하다특히 최근까지도 AI 분야에 대해 내가 정확히 예측해주겠다고 나설 사람도 드물었다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기업 이익을 빨리 많이 내기도 어려운 분야였다투자란 미래의 가능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보고 결정해야 하니 쉽지는 않다관심은 있지만 결정을 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국내 AI 기업들을 직접 방문하고 대표들 인터뷰도 하고 현장 소식도 전해 주니 공부가 된다.

 

물론 모든 것은 조언이고 결정은 온전히 내 영역이며 책임도 자신만이 진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AI가 단일기술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 다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며 권력을 이동시키는 중인지 이 책을 통해서야 분위기를 감지했다동시에 테마주로 성장을 하고 있다는 현실.

 

- 2021년 2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은 글로벌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아자르를 만든 하이퍼커넥의 지분 100%를 약 2저 원에 인수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이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 몰로코MOLOCO의 몸값은 2년 만에 10배가 뛰며 유니콘에 등극했다신한금융 그룹의 GIB(글로벌투자금융),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드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투자 과정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1조 1, 185억 원 수준이다.

 

몰로코는 이례적으로 국내 기관투자가가 유니콘으로 만들었다. 2019년 740억 원의 매출에서 2020년 2천억 원그리고 2021년 5천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고속성장하고 있는 기업용 채팅 서비스 기업 센드버드도 1조 원 기업가치에 1,15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에 있는 곳을 찾는 나쁘지 않은 한 가지 방법은 투자금의 규모를 살피는 일이다저자는 이 책에 2021년 5월까지 상장 기업을 수록했고 국내외 적으로 150여 개 기업들을 포함시켰다. 2021년 하반기에 코스닥 입성 준비 중인 관심이 가는 한 기업 - 루닛 - 이 생겨서 기술성 평가를 마치고 보고서가 나오면 몇 주 구매해서 연습 삼아 참여해 볼 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