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의 이중과제와 한반도식 나라만들기
백낙청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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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세기에 만난 분들을 책으로나마 다시 만나 다시 배워보는 그런 날인가 합니다학자로서의 활동과 저작과 강연을 꾸준히 이어오시는 분이라 늘 접한 주제 같기도 하지만 쉬웠던 적도 없습니다이번 창작과 비평 가을호 담론을 읽어 보았는데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그러니 단행본을 읽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도움을 다 찾아봅니다.

 

https://magazine.changbi.com/201230/?cat=2466 (칼럼)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20459.html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oeb2rAVHaso (간담회)

 

근대와 근대성에 대해 정의 내리시는 개념을 잘 이해하고그로부터 출발한 한국 사회의 이중과제론즉 적응과 극복을 추구하자는 꾸준한 논의를 다시 처음으로 만납니다사유의 출발이기고 한 수준 높은 추상적 담론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가 특정 지역과 사회가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시공간을 규정하고 지배하는 현실에서 이를 다루는 담론이라 전체 그림을 보려면 고공으로 추상으로 높이 올라가볼 수밖에 없습니다.

 

(...)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우리는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다

(...)

저 기차가 왜 우리에게 있을까 아무도 묻지 않을 만큼

우리는 내릴 수 없는 기차에 타고 있다

 

<기차에 대해서백무산

 

629세대가 있었다면 우리는 촛불세대라 불릴 수도 있겠지요개헌을 했어야 새로운 출발이 되었을 것인데아직도 1987년 헌법을 고치질 못했으니아무리 법이 가장 나중에 마지못해 바뀌는 분야라고해도 참 비동시성의 노골적인 괴리이다... 싶습니다.

 

여전한 분단 상황노동 안전성차별날선 혐오기세등등한 적폐 세력기막힌 수준저하를 보이는 언론 개혁정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운 검찰 세력 등등산재한 문제들은 전 방위적입니다게다가 판데믹기후위기환경 파괴로 인한 답례가 거세게 돌아오는 현실입니다.

 

이전에 많이도 회자되었지만 별로 잘 실천하지는 못했던 지구적 사유와 지역적 실천Think globally, act locally이 삶의 방식이 되어가는되어야하는 여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속도를 줄이고규모를 줄이고욕망의 크기를 지구가 수용 가능한 용량 안으로 줄이는 것 말고 대안을 없습니다.” 라는 지적은 누구나 수긍함직한 상식이다이 작업이 개개인의 작은 실천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그러나 (...) 개인의 친환경적 실천이 아무리 성실하더라도 (...) 석탄발전소 하나를 폐쇄하거나 새로 못 짓게 만드는 데 비하면 그 성과가 미미한 게 엄연한 사실이다. (...) 트럼프의 재산을 막아낸 일이 석탄발전소 몇기를 줄이는 행동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 또한 분명하다. (...) 미국이 빠리기후협정에 복귀하고 반환경정책을 대폭 줄이더라도 인류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사실과 현실만 더 정확히 분석하다보면 무척 허망하고 기운이 자꾸 빠집니다회의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태도가 오히려 합리적인 의심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그래도 개인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면 어떤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요.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중요한지 아닌지는 모른다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불교는 기후위기에 맞설 수 있을까데이비드 로이 녹색평론 2020년 3-4월호 152

 

기후위기를 막고자 하는 이들이 체제변화를 촉구해야 하는 이유를 상세하고 결연하게 설명해주신 부분은 마음이 단단해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여러 이론적 배경이 되는 사상들을 깊이 내용 있게 잘 이해할 수 없어 안타깝지만다시금 역사를 짚어보는 일은 우리가 멈춘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로 받고 잠시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더 잘하지 못해 속상한 것더 빨리 바꾸고 싶은데 답답한 것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결과로 불안한 것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기록으로 보게 됩니다조금 안심이 됩니다.

 

몹시 추웠던 겨울 밤, 23번의 집회에 모두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때 반대했던 것바랐던 것상상했던 것꿈꿨던 것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87세대들이 지난하고 고단하게 애쓰며 살며 때로 실망하고 부정하고 이탈한 것처럼우리도 그런 세월을 살아가겠지요그리고 나중에... “그때는 이런 세상을 살게 될 줄 몰랐는데참 많이 바뀌었다.” 호호 다 늙어서 호기롭게 세상 참 좋아졌다!” 그렇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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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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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초판 발행이 된 책을 2021년에 다시 만난다같고도 다른 책이다저자도 그러하고 독자인 나도 그러하다인류가 20세기를 보낸 기록을 읽으며 20세기형 인간의 면면이 많은 나의 기록도 읽는다.

 

방학임에도 보충 학습하러 학교에 나오라던 시대상당히 건전한 반항의 방식이었을까이 책을 읽으며 천천히 걸어서 등교했다대충 읽으려했는데 꽤나 몰입을 했는지 횡단보도를 건너서 전봇대에 이마를 콩박았다잠시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다 돌아오는 기분.

 

그 날의 보충수업을 어떻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따끈따끈한 이마와 뭉근한 통증과 거꾸로’ 읽어보는 세계사의 파노라마가 밤까지 이어졌다어째서 이런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역사를 두고 무능한 왕가의 족보나 외우다 교과서가 끝나는지 수업이 더 지루해졌다.

 

북토크를 들으며 책 읽기이런 게 가능한 즐거운 세상이다. ‘세계를 지금 모습으로 만든 결정적인 열한 가지 사건들을 다루지만단독 사건이란 건 없으니 관련된 수백 가지 역사적 장면들이 함께 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순간 과학은 전쟁과 손을 잡았고둘의 협력이 최고 수준에 다다랐을 때 핵폭탄이 태어났다.”

 

오늘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다를까?”

 

역사서란 분명하게 발생한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고역사를 보는 시선과 논점에 따라 여러 무늬를 가지는 기록이다나는 유시민 저자가 직조한 무늬가 마음에 든다섬세한 묘사가 즐겁고 질문 없이 많은 질문은 던지는 방식이 좋다.

 

워낙 엉터리 정보들과 오독인지 왜곡인지의 말과 글들이 많아서 지저분하게 흩어지고 갈라진 시간의 틈을 메우고 잘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예전과는 다른 논조가 예전과는 다른 독자인 내게 더 편안하다담담하고 묵직하게.

 

궁금해서반성을 위해교훈을 위해미래를 위한 상상력을 위해... 각자가 역사서를 찾아 읽는 목적은 다를 것이다나는 이 제목을 가진 책이 반갑고저자의 변화가 궁금하고내 기억이 흐려져서 읽어 보았다.

 

혹시 가능하다면 불안과 절망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위로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저자가 이전처럼 역사의 발전을 확신하지 않는다’ 는 내용을 만나고 실망스럽지는 않다확신이라는 말이 신기한 개념이지현실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인간의 삶과 죽음은 특별한 의미가 없는 '원자 배열상태의 일시적 변화'일 뿐이다그러나 '역사의 시간'은 다르다. (...) 기껏해야 100년을 사는 인간에게는 '역사의 시간'도 너무나 길다그래서 일시적이고 상대적인 것들을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인 양 착각하고 집착한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아는 '역사의 시간'은 머지않아 끝난다논리적으로는!”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30년 후에는 다시 개정판을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저자도 독자들도 이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우리들의 기록이 남았다는 기분이다어리석고 대단하고 미련하고 신기하고 수많은 모든 사건들의 총합인 인간의 기록.

 

지구의 주인이자 생태계의 파괴자인 호모사피엔스가 신이 되려고 한다힘은 세지만 책임의식이 없는 신은 가장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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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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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도 불리지만어쨌든 나는 국가 간인종 간민족 간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이다전쟁이 없는 환경이 기본 값이라고 여기는 운이 좋은 삶을 살았는데역사를 봐도 현실을 봐도 전쟁이 사라진 세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쟁 선포를 하고 포로규약을 지키고 시작일과 종전일이 명확한 전쟁들 이외에도 삶의 많은 영역들이 전투태세를 방불해 하는 곳들도 아주 많았다그렇지 않고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표현에 이렇게 많은 군사주의적 표현들이 생생할 리가 없다.

 

한 때 그런 표현을 제외시켜보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으나삶은 고군분투악전고투각개전투를 벌여야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나는 목표를 조준하거나 겨냥하는 태도와 집중을 요구받았다.

 

자신의 전투를 치르는 일이라면명분이 확실한 전쟁이라면 놀랍게도 아주 드물게 솔직한 대결 상황일 수 있다가장 악랄한 방식은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에게 대리전을 시키는 짓거리다.

 

당시 세르비아군에게 내려진 명령은, “스레브레니차 거주민들에게 생존의 희망도 느낄 수 없도록 불안한 상황을 제공할 것!”이었다. 1984년 제주도의 토벌군에게 내려진 명령은, “모조리 다 쓸어버려라였다.

 

희생이 필요 없는 안전지대에 머무는 이들전쟁은 권력과 자본과 이익 수단을 가진 이들에게 호기로 작용하고 이익을 남긴다영문을 모른 채 상대방을 미워하고 죽이고 자신도 죽임을 당하고 혹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은 동원된 피해자들뿐이다.

 

살인마들이 정당성을 주장하는 걸 보고 있으면 구역질이 나그런 자들의 변명을 지켜보고 있어야 되다니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되는 거 아니야그들에게는 언제 한번 마이크를 줘봤냐고.”

 

가정폭력의 소식을 거의 매일 듣고노동현장에서 사망한 분들의 소식도 계속해서 듣고바이러스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도 매일 확인하고거짓말과 혐오와 갈라치기로 누가 망하든 누가 죽든 권력을 잡아보자는 문명화한 전투 소식도 듣는다그리고 담요와 옷을 보내 도우려던 타국에서 산 채로 불 태워 죽임 당한 이들의 소식도 듣는다.

 

우리가 뻔히 알고 있는 진실을 법정에서 가려보겠다는 건데애초에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학살자들에게 민주적인 법 절차라니이럴 땐 민주주의에 회의를 느껴.”

 

제주의 학살자도 광주의 학살자도 편안하게 장수하다 편안하게 죽은 기막힌 현실을 씹으며 뱉으며... 제주 4.3.의 직접적인 피해자의 후손이자 유족인 오랜 지인과 함께 읽었다무섭고 분하고 아팠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는 사과도 용서도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섣부른 화해나 용서는제스처일 뿐이야정작 가해자들은 침묵하거나 발뺌만 하고 있는데 (...)”

 

내전이란 용어는 올바르지도 정확하지도 않는 표현이다두 세력이 힘을 겨루기 위해 전쟁을 발발한 것이 아니다빌미는 이유는 핑계는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세르비아에서도 제주도에서도종교와 정치의 외피를 쓴 근거도 없는 정체성들학살을 위한 변명은 얼마나 엉터리이든 비겁하든 비극적으로 잘 작동했다.

 

국가폭력이라니나는 그 말도 받아들일 수 없다때릴 수도침을 뱉을 수도그가 가진 꿈과 사랑을 짓밟고 망가뜨릴 수도 없는 국가가 가해자란 말인가그렇다면 나의 원한은 어디를 향해야 한단 말이냐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누구의 설계란 말이냐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극단의 고독이 나를 집어 삼켰다그게 암 덩어리가 되었겠지.“

 

발칸 반도를 피로 적신 비극도 제주를 피로 덮은 학살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위계와 계급과 빈부가 있는 모든 곳에는 국경으로 가를 수 없는 상처들이 새겨져 있다남편은 총에 맞아 죽고 아내는 집단성폭행을 당한 후 태어난 톰제주4.3 평화공원의 각명비에 태아로신생아로이름도 생기기 전에 살해당한 어린 생명들아무도 가리지 않는 살해를 명령하는 종교와 이념의 정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제주 4.3 학살: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자행되었다.

** 세르비아/발칸반도의 학살강간 캠프까지 만들어 무슬림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강간하고 수용소에 감금했다는 증언도 있다.

 

나중을 살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는데나중에나중에라는 답변만 들린다.

 

지금이 아니면언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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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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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도 어제도 우연히 지인들과 모든 직업군에서 에세이 한편씩 시리즈로 출간해서 읽어 보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생계형 직업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오래 추구한 분삶을 오래 바라보신 분 등등 누가 쓰셔도 좋겠지요특히 에세이라는 장르는 그런 상상과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두둥인간이 만든 발명품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책남들이 반려인간반려동식물 자랑할 때 반력독()물이 최고라고 은밀히 생각하는 저는 이 에세이가 특별한 선물 같습니다책을 좋아하지만 수선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더 그렇습니다.

 

멋집니다. ‘내 직업은 책 수선가라고 자신을 소개하시니이 문장은 더 멋집니다.

 

나는 망가진 책의 기억을 관찰하고파손된 책의 형태와 의미를 수집한다.”

 

한 때는 엄청난 고가의 수제품이자 고급 예술품이었던 책은 이제 10만부, 100만부도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이 되었습니다그래도 내게 의미 있는 책은 내가 만나 읽고 함께 한 그 한권이라는 것에 여전히 동의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저는 간혹 읽은 책을 달라는 지인에게 새 책을 사주기도 합니다내용은 같지만 이미 전혀 다른 책이니까요.

 

차분하고 잔잔하고 엄격하고 감동적일 거라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저자의 위트에 신나게 웃기도 했습니다저자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책에게 오래 살아남는 팁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방법 을 알려 주는데 고심을 거듭한 진심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

 

1. 누가 봐도 귀하거나 중요한 책이 되는 것.

쉽지는 않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구텐베르크 42행 성경>과 같은 책으로 태어나면 온 세계가 나서서 지켜줄 것이기 때문에 살아남는 일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2. 책을 무척 아끼는 사람의 집으로 가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물리적으로도 책을 아끼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망가지더라도 버려지지 않고 나 같은 책 수선가에게 데려가줄 가능성이 높다.”

 

3. 인기가 없는 책이 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는 책은 폐기처분될 위험도 많기 때문에 그 정도는 곤란하고계속 서점에 진열될 명분은 있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은 남기지 않으면 된다.”

 

만약 책으로 태어난다면이란 질문을 받고는 애정을 가진 주인의 책으로 태어나 수선되고 아껴지며 오래오래 몇 세기 동안 살아남아 언젠가 유물로 발견되어 쾌적한 환경의 박물관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완벽한 케어를 받으며 호의호식하고 싶다고야심 가득한 꿈입니다!

 

몇몇 사례를 잘 소개하고는 싶은데역시 이 책은 수선 전후의 사진을 보며 감탄을 거듭하셔야 하는 종류의 책인지라... 그래도 일단 소개는 해봅니다첫 작업입니다.


 

반 우스갯소리로 종이책은 부동산과 직결된 문제라고들 한다그만큼 책은 무게와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실제로 책은 이사를 할 때마다 견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일본에는 책이 너무 많아서 무너진 집도 있다고 한다.”



의뢰인이 책을 다시 찾으러왔을 때 한 말은 책 수선가로서 나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어렸을 적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내 친구도 아닌데 눈물이 빙그르르 차올랐습니다.

 

다음 내용은 책 수선가로서 책과 친해지는 법을 들려주는데나로서는 단 하나만 빼곤 모두 시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그래도 책과 친해질 수 있다면... 책 수선가가 있으니 조금은 안심을 하고 신나게 사귀어보는 쪽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소개합니다.

 

나는 어쩌면 책을 아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최악 중에서도 최악을 모아놓은 사람일지도 모른다책에다 연필이든 볼펜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밑줄을 긋거나 메모와 낙서를 하는 건 기본이고읽던 곳을 표시할 때는 페이지 모서리를 접는 걸 넘어서서 아예 페이지의 반을 접어버린다책이 잘 펼쳐지지 않으면 책들을 꾹꾹 누르기도 한다뭘 먹던 손으로 책장을 넘기거나 잡는 것도 꺼리지 않고바닥에 떨어뜨려 모서리가 찍히거나 흠집이 나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면 책을 반으로 쪼개기도 하고 (..).”

 

책을 학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책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라는독서 습관을 기르라는 말로 읽어 달라 합니다. ‘정을 붙이는 법이라고자신의 흔적이 많이 남을수록 그 책과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고책 수선을 맡기는 이들 중에는 낙서를 지우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낙서는 추억이고 그 책을 세상에 단 한권인 내 책으로 만드는 마법이기도 하겠지요.

 

어머니의 유품인 책을, 70년이 지난 할머니의 일기장을 읽고 수선하는 작업 과정들을 읽으며 꽤나 울었습니다나와 책과 맺은 인연과 그리움과 슬픔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함께 묻히고픈 책은 있는데 누군가에게 남기고픈 책은 생각 못해봤습니다내지에 손편지를 써서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내가 어린이 독자였다면 나도 책 수선가를 꿈꿔볼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이번 생에선 힘들 것 같습니다대신 할머니 유품으로 받은 규방가사가 더 낡게 되면 재영책수선에 맡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생전에 읽으시던 모습이 음성이 그대로 보이고 들리는 문서라 어떤 흔적이라도 사라지는 게 싫지만가능한 외향의 변화는 없이 오래 안전하게 보존할 방법을 의논드려 봐야겠습니다.


 

책만이 아니라 종이가 재료인 물건들도 수선을 의뢰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재영 책수선은 세상의 모든 망가진 종이들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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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철학하기 - 소유에서 존재로, 넘버원에서 온리원으로, 진리에서 일상으로
김광식 지음 / 김영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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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신 분들은 내용이 한 가득꽈악 들어차있다는 것에 동의하실 것이다알아보는 상징은 이해가 되니 반갑고 감동이고 모르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상징 역시 신기하게 즐겨도 무방하다.

 

언어가 사유의 방식이고 의사표현의 주된 도구라면 그 언어로 이루어진 노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BTS는 그런 점에서 내 생각이지만 자신들이 들려주려는 주제를 노래가사로 쉽게 소비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진지한 사람을 벌레로 호명하는 사회에서 이들의 메시지를 오랜 세월 잘 듣고 심지어 좋아하는 문화적 반응이 있다는 것이 기성세대인 나로서는 뜻밖의 기쁜 감동일 때가 있다.

 

그렇다고 본격, BTS 노래철학을 탐구해볼 생각은 못 했는데글을 쓰신 김광식 교수도 대단하시고 출간한 김영사도 멋지다그런데 이 책 독서연령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몇 해 전까지만 해도 BTS보다 다른 그룹을 좋아하던 우리 집 십 대들도 읽을 수 있는 것 맞는지.

 

뮤직비디오는 일단 모두 감상이 가능하지만 관련 철학은 다 알 수 없다완전히 낯설지 않은 몇 가지만 문해력 낮은 감상을 섞어 소개한다무척 방어적인 이름이지만 무척 도전적인 음악을 하는 이들에 대한 철학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다!

 

Track 1. BTS vs 니체 피 땀 눈물과 초인의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hmE9f-TEutc

 

“‘자기 넘어섬은 자기를 부정하는 동시에 자기를 긍정하는 것이고자기를 내리는 동시에 자기를 올리는 것이다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를 부정해 자기를 긍정하는 것이고자기를 내려 자기를 올리는 것이다상승을 위한 몰락이고창조를 위한 파괴이다.”

 

두 달 전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해설서를 읽었는데 그새 손실이 크다. “생명은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해가는 존재라는 것” 그 의지가 힘에의 의지라는 것창조를 위해 낡은 것을 먼저 파괴해야 하는 끝없는 자기극복의 과정 정도는 기억이 난다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에 좋은 음악이자 철학적 지침이다.

 

이것이 삶이던가.

좋다다시 한 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Track 3. BTS vs 프롬 / Dunamite 외 존재의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gdZLi9oWNZg

 

지난달에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인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읽기를 읽었다 일단 읽기는 했다. 20년 전보단 느긋하게 이해한 척 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다행이었다물론 다 오독일 수 있지만그래서 또 다른 프랑크푸르트학파인 에리히 프롬의 철학이 <다이너마이트>와 어떤 접점들을 이루는지 정독해본다.

 

사회 구조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성격과 성향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고 진단한다자본주의사회에서 사람들이 지니는 소유 지향의 성향을 존재 지향의 성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프롬에 따르면 소비 지향은 소유 지향과 마찬가지다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과시하고 보여주기 위해 소비하기 때문이다. (...) 존재를 지향하는 이는 나는 행위하거나 체험하거나 경험한다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어떻게 사느냐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그러니 폭파스스로를 파괴하며 빛나는 삶을 살아보라...

 

Track 4. BTS vs 하버마스 / Am I Wrong 과 소통의 철학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은 내가 가장 사랑한 타인이 전공했고가장 유쾌한 친구도 전공한 철학이다그래서 무척 익숙하지만 아는 바가 없다내가 갈 길이 이과 전문직이라고 믿기 전의 시절로 돌아가면 의사소통과 관련된 공부를 해보고 싶다.

 

하버마스는 왜곡되지 않고 억압받지 않으며자유롭고 평등하며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의사소통으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실시간으로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언론이 병들어 부끄러운 줄 모르는 왜곡이 판치는 사회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냐고.

 

병든 사회병든 사람들은 되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들리지 않는다그래서 부자 되게 해준다는 이를 선출했고 또 반복될 지도 모를 일이다.

 

Track 9. BTS vs 롤스 봄날과 정의의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xEeFrLSkMm8

 

봄날은... 작품을 그냥 보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무지의 베일이라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는 이해하지만땅에 붙어사는 사람들을 고공 관찰하듯 말끔하게 바라보는 존 롤즈의 시선이 나는 20여 년 전에도 불편했다그렇다고 롤즈의 <정의론>을 무척 잘 알아서 하는 평은 아니니 넌 그런가보다... 하시길.

 

Track 10. BTS vs 로티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 아이러니의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XsX3ATc3FbA

 

BTS의 음악과 로티의 만남은 마음이 간질거리는 기분이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바꾼 것이듯세상은 아무 말이 없고 말하는 것은 우리들이라는 것.’ 그리고 유일한 생존법은 연대라는 것을 글로 만나 기쁘다.

 

Track 12. BTS vs 버틀러 상남자와 젠더의 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4XyPdnTz_Q0

 

한국에는 주디스 버틀러 전문가들이 엄청 많다전혀 몰랐다가 EBS 특강에 수백 개의 분석비판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다친구가 권할 때 나도 공부 좀 해둘 것을...

 

그 정도로 뇌분석에 다름 아닌 수준 나는 당신이 어떤 페미 음모를 획책하는지 다 알고 있다 은 무리지만섹스(생물학적 성)도 젠더(사회적 성)도 본질적으로 구별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열심히 읽었다.

 

모든 성 정체성은 규범에 영향을 받은 사회적 담론에 따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 (...) 여자는 없다.”

 

1세대가 남성과 같은 권리 보장을, 2세대 보부아르로 대표되는 가 젠더 운동 사회적 성 정체성 추구 -을 통해 여성의 젠더를 공동체의 이상으로 삼아 실현하려 했다면, 3세대 주디스 버틀러로 대표되는 는 퀴어주의queerism, 탈양성주의를 추구한다여성이라는 개념을 허물고 넘어서자는.

 

소개 못한 철학자들이 더 많다뮤직비디오와 더불어 재밌게 즐겁게 만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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