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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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심한 비염에 이어 근육통이 와서 병가내고 간 병원에서 급성 후두염 진단을 받고 검사하고 세척하고 온 날.

 

일본의 의료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작품 속 묘사는 참 부럽다간호사와 의료 사무를 담당하는 분이 함께 시한부 환자의 마지막 여행에 동참한다휠체어와 산소통 아홉 개를 싣고즐거운 추억을 경험하길 간절히 바라며.

 

같은 날 8시 50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

신메이신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식산소포화도 50퍼센트대말초성 청색증 현저산소를 4리터로 증량의식 수준 양호차를 돌릴 것을 다시 제안했지만 힘내서 가보겠다고 대답.

 

도중에 간호사의 산호포화도와 소모량을 계산해서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추가 주문을 하고 업체에서는 고속도로로 세 시간 거리임에도 와주겠다고 한다.

 

- “환자분께서 지타반도로 조개 캐기 여행을 가시는 데 동행하고 있습니다자정까지 산소가 부족하지 않게 산소통을 가지고 와주셨으면 하는데요.”

 

후쿠다 라이프테크 교토 영업소에서는 주부 본사 보유분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열 개를 긁어모아 트렁크에 싣고 미나미치타까지 이어진 길을 내달렸다.

 

같은 날 오전 10간호사 모리야마 후미노리

(...) 설득했으나 병원엔 안 가겠다아이와 바다에서 헤엄치기로 했다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대답산소통은 한 시간마다 교체.

 

설마 도착도 못하는 건가... 함께 불안해하며 읽는다그 마음이 밝아지듯바다란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듯 눈앞에 등장한다는 실제적인 묘사가 이토록 반가울 수 없다바다에 도착했다부디 환자 가족도 도착 사실에 마음이 환해지며 기쁘길...

 

환자의 의지와 가족의 지지와 의료인들의 지원과 의료기기 업체의 도움이...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아무 것도 그냥 가능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거듭 절감하게 한다나도 누군가에게 확실한 도움이 되는사회에 가치 있는 환원을 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다는 오랜 꿈이 먼지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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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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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아이가... 초등 5학년인 시게미씨는 말기 식도암 환자이다. 담당의사는 상태를 정확히 알려 줬고,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다. 무척 슬픈 경우지만 그래도 이 방식이 맞다고 늘 생각했다. 당사자도 가족도 정확히 아는 것,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온전히 당사자의 결정일 것.

논리적으로는 아무도 언제가 마지막 날인지 모른다. 그러니 수명을 대략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할 수는 없는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더 평균적이고 낙관적인 통계를 믿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무슨 말이든 조심스러운 상황이고 늘 혼란스럽지만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어디에서 죽을 지는 당사자의 결정이어야 옳다. 가족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퇴원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장면이 자연스럽고 좋다. 나라도 그렇게 할 일.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것은 참 싫은 일이다.

“시게미는 자신을 담당한 의료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세요”,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걸 하세요”라는 말을 하게 만들 만큼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럼 의료진들의 입장은 어떨까. 증상만 봐도 보다 더 정확히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당장 필요한 처지가 생각나고, 수명을 늘리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훈련된 이들이다. 거기에 의료 윤리도 있다.

“필요한 구명 처치를 하는 것이 그러지 않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병원에 입원시키면 적어도 ‘목숨은 지켜냈다’는 대의명분도 서고 어깨를 짓누르는 짐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마지막 일을 못하고 병실에서 몇 시간, 며칠 연명한 환자가 끝내 숨을 거둔다면 그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당사자가 결심하고 가족이 지지하는 일을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라도 가족이라도 나는 지금의 입장을 가능한 태연하고 강인하게 울지 않고 지키고 싶다. 30대까지도 여행 중에 길에서 죽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지금 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곳, 있는 싶은 곳은 어디일까.

“무엇보다도 남편이 아내가 내린 결단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 여름에는 시게미가 이곳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폐렴을 치료하지 않고 이대로 가시면 병세가 단숨에 진행되어 오늘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남편은 조용히 결의를 표명했다.

“교토대학병원에서는 ‘다음에 입원하면 집에 못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오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담당 의사와 같은 기도를 하며 첫 에피소드 읽기를 마친다.

‘부디 무사히 교토로 돌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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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보다 몽롱 - 우리 여성 작가 12인의 이토록 사적인 술 이야기
허은실 외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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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이는 버릇 탓에 기대처럼 기분 좋게 빨리 몽롱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금은 둔해진 통증이 있고 덕분에 야박한 수준의 여유도 생겼다.

 

눈이 어두워질 정도도 아니고 머리가 무거워질 정도도 아니고 숙취는 더구나 아님에도

이 책의 마지막 몇 장을 손끝으로 줄을 긋듯이 천천히 읽고 다시 읽고 있다.

도수가 점점 올라가는 순서로 테이스팅 하는 자리에 초대된 기분이다.

 

왜 과거의 들은 항상 즐거워 보일까. (...) 뭘 몰라서 그럴까그렇다면 뭘 몰랐을까나는 매일 뭔가를 알게 되면서 어두워지고 있는 것일까그저 지금 이 순간의 빛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나를 포함해서 그게 누구든우리는 오늘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만 기쁘고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지 않을 정도로만 슬펐으면 좋겠다.”

 

저자의 술에 관한 룰을 읽으며 술을 좋아하기 위해서는 비슷비슷한 룰이 필수라는 생각을 거듭 한다여러 술자리의 여러 장면들을 보고 오래 생각한 것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어떤 내용은 동류를 만난 듯 반갑게 읽는다.

 

즐거울 때만 마신다그게 단둘이든 여럿이든.

울음이 언제나 생산적일 필요는 없지만눈물을 잘 쓰자.

혼자서는 잘 마시지 않는다 이건 이제 자신이 전혀 없다...

안주는 중요하다 중요한데... 안주를 준비하는 일에도 만드는 일에도 차리는 일에도 먹는 일에도 지치고 싶지 않다이건 내가 식도락이 부족해서 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유연하게 나를 이끌고 밀어주었던 술 마시는 마음들살면서 가 본 적 없던 곳으로 여행을 하는 건누군가를 새로이 알아 가는 일 같다새로운 술을 맛보거나낯선 곳에서 술 마시는 일도 그렇다.”



당시에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내게 새 술을 가르쳐준 분들과의 시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진다언제든 같이 마실 수 있으리라 여긴 미숙한 젊음... 몇 분과는 이번 생에는 다시 함께 술을 맛 볼 수가 없다그래서 내가 발견한 맛있는 술보다누군가가 권한 술을 더 자주 마시는 지도 모르겠다지금에서야... 그래... 그런 것 같다.

 

종종 자신의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은 알아차리기 어려운 권위와 권력을 가지게 된다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 안에 매몰되어 있으면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그것을 알고 있는 채로어제보다 오늘 더 멀어지고다시 가까워지는 행위를 경계하는 것.”

 

어떤 분명한 의도가 있는 말을 하고 어떤 분명한 의도가 있는 말을 삼키고 다시 한 잔 마시고조금씩 술맛을 깨닫는다생의 착잡함을 알아 버린 사람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먼 길을 돌아 마주하게 되는 것들뭉개지고 잘게 쪼개져 형체를 잃어버린 것들인간이물질이현실이 아닌 것들언어는 그 순간 발명된다.”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것들스스로 구원하고 구원받는 것들. (...) 세계가 빛을 잃어 가는 동안에도 조용한맑은 마음을 기다리자진창이 바삭하게 마르듯이.”




두 잔 다 마셨다.

책도 다 읽었다.


Still Life: 

Two Glass Of Red Wine, 

A Bottle Of Wine; 

A Corkscrew And A Plate Of Biscuits On A Tray, 

Art Painting by Albert A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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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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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경애하는 일은 든든하다.

마음 편히 믿어도 되지 않나 싶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문장 그대로 다 믿어 보고 싶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음이 아닐까.”

 

그런데... 그러면... 나는 시간 신의 신도가 되는 건가...



나는 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어렸을 때 나도 설마 늙을까 싶었던 것과 비슷한삶에 대한 일종의 응석이었다.”

 

어릴 적에 확신이 있었다기보다 믿을 수가 없었다내가 늙고 죽는 일이...

그래서 늙기 전에 죽어야지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을 터...

어느 해부터였을까죽음이 확실한 현실이 되어 준비를 시작한 때가...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어제 영민하니 이웃분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뭘 하자 하셨는데...

역시... 멋진 분...

나는 죽을 줄 알아버려서 이토록 동력이 부족한 것인가 변명을 삼아 본다.



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찌 살았다 할 것인가.”

 

죽음도 희망이 되는 것은 희망이 없이는 살아 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 것도 같고 어렵기도 하다.

스님의 에세이보다 화두가 많아지는 박완서 작가님의 에세이...

 

내 죽음이 내 삶의 증거하리니

그때까진 안 죽을 것처럼 살아보자뭐 이런 일차원적 해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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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다시 잡아야겠다 - 무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법인 지음 / 디플롯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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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읽던 스님의 에세이를 다시 펼쳤다.

... 나잇값 하며 살자밥값 하며 살자... 읽을 차례...



나이가 드는 일이 순해지는 일,이라면

까다로움이 덜해지고 고집이 덜어지는 일이면 참 좋겠지만

대체로 연세 드신 분들에 대한 내 경험은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았다.

 

그분들은 그분들이고 너나 잘하세요... 싶다...

이만큼 살고도 아직 발끈하는 것도 많고

인내심은 더 얕아지고 있으니 노후가 무척 걱정이다...

 

살아오면서 나는 숱한 허물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었다이제는 부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죽는 순간까지 잘 살아야 한다.”

 

지금의 후회가 좌절과 절망이 아님도 분명하다하여지금의 후회는 지금의 희망이다.”

 

나는 뭘 이루었지라는 지극히 단순한 의문이 든다인생을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으로 기준 삼아 평가할 수는 없지만참 쓸쓸한 기분이 든다.”

 

나는 날마다매순간 출가할 것이다출가란 낡은 생각과 습관을 바로 보고 거기서 벗어나려는 걸음걸음이기 때문이다.”

 

치우침 없는 견해절제된 생각과 행위를 통해 균형 있고 조화롭게 사는 일이 나잇값하는 것이다.

수려한 언설과 지식을 뽐내기보다는 일상의 삶으로 말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에 쓸데없이 나서고 간섭하는 것도 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겸손하고 묵묵하게 살아야 한다.

밥값은 세간 벗들에게 받은 최소한의 보답이다.

밥값은 부끄럽지 않을 최소한의 염치다.



삶도 빛나고 죽음도 빛나라

 

실상사에서 새로 만든 <21세기 약사경>


 

나도 받은 것들이 산만큼 큰데...

분명 다 환원하지 못할 방식으로 사는데...

 

더 늦기 전에 종교를 찾을까 싶기도 하다...

행동주의자 종교인으로 매일을 사는 일은 덜 불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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