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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라이프 - 삶을 마감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사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2월
평점 :
Episode. 1
아이가... 초등 5학년인 시게미씨는 말기 식도암 환자이다. 담당의사는 상태를 정확히 알려 줬고, 가족들도 모두 알고 있다. 무척 슬픈 경우지만 그래도 이 방식이 맞다고 늘 생각했다. 당사자도 가족도 정확히 아는 것,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온전히 당사자의 결정일 것.
논리적으로는 아무도 언제가 마지막 날인지 모른다. 그러니 수명을 대략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할 수는 없는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는 더 평균적이고 낙관적인 통계를 믿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무슨 말이든 조심스러운 상황이고 늘 혼란스럽지만 다시 생각해도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을지 어디에서 죽을 지는 당사자의 결정이어야 옳다. 가족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퇴원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장면이 자연스럽고 좋다. 나라도 그렇게 할 일. 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것은 참 싫은 일이다.
“시게미는 자신을 담당한 의료 관계자들이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세요”,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걸 하세요”라는 말을 하게 만들 만큼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럼 의료진들의 입장은 어떨까. 증상만 봐도 보다 더 정확히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당장 필요한 처지가 생각나고, 수명을 늘리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훈련된 이들이다. 거기에 의료 윤리도 있다.
“필요한 구명 처치를 하는 것이 그러지 않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병원에 입원시키면 적어도 ‘목숨은 지켜냈다’는 대의명분도 서고 어깨를 짓누르는 짐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마지막 일을 못하고 병실에서 몇 시간, 며칠 연명한 환자가 끝내 숨을 거둔다면 그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당사자가 결심하고 가족이 지지하는 일을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라도 가족이라도 나는 지금의 입장을 가능한 태연하고 강인하게 울지 않고 지키고 싶다. 30대까지도 여행 중에 길에서 죽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지금 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곳, 있는 싶은 곳은 어디일까.
“무엇보다도 남편이 아내가 내린 결단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는 내년 여름에는 시게미가 이곳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폐렴을 치료하지 않고 이대로 가시면 병세가 단숨에 진행되어 오늘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남편은 조용히 결의를 표명했다.
“교토대학병원에서는 ‘다음에 입원하면 집에 못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선생님, 오늘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어요. 각오는 하고 있습니다.”
담당 의사와 같은 기도를 하며 첫 에피소드 읽기를 마친다.
‘부디 무사히 교토로 돌아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