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린드그렌 탄생 110주년 기념 개정판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1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리드 방 니만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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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탄생 110주년이었다한국어 판본은 당시 97쇄를 기록했다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이니 기록 갱신이 오히려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이 기념본은 초판본 화가 잉리드 방 니만Ingrid Vang Nyman의 그림과 표지 덕분에 더욱 특별하다삐삐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평생 알고 있던 분이 그린 그림 같다.

 

이미지 출처시공주니어

 

어린이책 그림도 성인책 그림과 마찬가지로 높은 예술성을 지녀야 한다.”

 

2020년 5월 19일부터 7월 9일까지 홍대 상상마당에서 ‘Happy Birthday Pippi’라는 주제로 <삐삐 롱스타킹시리즈 초판본 삽화, TV 드라마 스틸 컷 등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있었다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살기 위해... 가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참았다.

 

지난 주 <엄지 소년 닐스>를 만나 행복했는데이번 주 삐삐를 만나다니... 다른 작품들을 보면 린드그렌 작가를 만나는 것 같은데삐삐 작품은 삐삐를 만난다고 느낀다커서 삐삐가 되고 싶었는데...

 

내용 소개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책도 드라마도 영화도 연극도 뮤지컬도 직접 보셔야 하니까요안 본 이들을 얼른 보시고 본 분들은 다시 보셔요.

 

내 이름은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위도셰이드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티 롱스타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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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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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학의 청소년 소설의 팬으로서 가능하면 프리뷰나 가제본을 읽지 않겠다는 헛된 결심은 이제 무용해졌고이번 작품은 제대로(?) 가제본의 느낌이 강렬했다독자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중복 인쇄된 문장이나 오타 체크를 하면서 역할의 묘한 번짐을 즐겼다.

 

블라인드 방식이라 알 수 없던 작가님은 단요’ 작가셨고 첫 작품으로 만나는 분이다. SF 장르의 평생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자라서 이 작품 역시 반갑다다만 SF 작품의 배경이 초근미래에서 현실로 당겨지는 작품들이 많아 기시감도 경고도 아주 가깝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지구적 재난도 AI도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불과 몇 달 전 가상인간이 뭐야하며 전문서적을 일부러 찾아 읽었는데 이제 은행의 광고모델로 출연하고 있다. 20세기 방식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의 한편에서 산업계는 AI분야에서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중이라고 한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 높이가 한참은 높아졌다고그래서 한국 주변에 댐을 세우게 되었다고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댐이 무너지고 서울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의 이야기라고.”

기억이 사라진 기계인간 채수호가 가상처럼 느껴지지 않은 시절을 내가 살아갈 줄이야바로 어제도 트랜스휴먼 이야기를 나눴는데수호는 골육종으로 죽은 자식을 살려(?) 두고 싶은 부모의 바람으로 기계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존재다.

 

몸이 부재한 정신이라는 오래되고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존재로 구현한 수호는 기계의 몸을 지닌 정신만 인간이다끊임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부모와 갈등하는 것이그 고통이 다른 작품과 현실과 혼란스럽게 섞여 들며 나의 고민이 된다.

이해는 하는데안 그랬으면 좋겠어요이렇게 병원 신세 지는 건그래저 잘 되라고 그러는 거 맞아요그런데 저랑 똑같은 기계 인간을 만들어서 데리고 다니겠다이거는 부모님이 좋지 제가 좋은 게 아니잖아요전 하나도 안 좋다고요.”

 

타인의 기억과 의식을 로봇에 담아 깨우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기억이 그 기억의 담지자를 고유한 인간으로 만든다면 기억의 소유권과 사용권은 담지자의 몸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맞을까.

 

기술 분석과 비판이 아닌 세심한 감정표현과 심리묘사로 전개되는 문학에서 다루는 최신 산업과학기술 이야기는 짐작보다 인상적이고 재밌고 예리했다숨 가쁜 속도로 산업 기술이 인간의 일상을 재편하는 시절에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도 반가웠다.

 

솔직해진다고 해서 꼭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야.”

 

인간이 가진만드는당면한풀지 못한 문제들은 늘 많고 많을 것이다과연 인간은 그 문제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나는 무척 회의하는 중이라 당면 우선순위를 끝까지 바로 세우지 못할 거란 은밀한 절망을 한다무엇이 희망의 계기가 될까...

 

문득 기회라는 낱말이 새삼스레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앞날이 아니라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그걸 매듭짓고 새롭게 만들 기회가.”




로지 사진 : 신한라이프 제공_ https://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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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창비시선 476
이정록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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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이 되고 나도 모르게 멈췄던 숨을 뿜어내기 좋은 제목이다. 그럴 때가 있지... 누군가의 육성으로 나도 위로 받았던 오랜 기억이 돌아왔다. 이 말은 그래서 다시 살기로 한 사람들의 멈춤과 휴식의 디딤돌 같게도 들린다.

 

내가 읽을 수 있는가 없는가로 시를 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막막한 암호 같은, 망막까지만 들어오고 뇌에 도착하지 않는 시를 만난 절망(?)을 이정록 시인의 시에서는 느껴본 적이 없다. 예전에도 지금도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자세도 불량하게(?) 조금 풀린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나 시간은 하나도 없지만, 늘 그 풍경이 잔잔하다. 가장 아름다운 꽃잎이 나뭇잎이 졸졸졸 얕은 개울물 위에 동동동 떠내려가는 한가하고 평화로운 세계가 떠오른다. 덕분에 나도 잠시 안전하고 잠시 두통이 사라지고 잠시 불안도 견딜만해진다.

 

감정의 평균

 

(...)

꽃잎처럼 달아오른 가슴 밑바닥에서

그 어떤 소리도 오라오지 않도록

천천히 숨을 쉴 것

 

(...)

먼저 이별을 준비할 것

땡감처럼 바닥을 치지 말고

상처없이 감꽃처럼 내려앉을 것

 

(...)

 

 

얼핏 온기가 낮게도 느껴지지만 다정한 염려로도 느껴진다. 언제나 진심을 전하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누구의 완전한 관리도 받지 않겠다는 감정을 다루는 일은 더 그러하다. 오래 전 떨리면서도 방향을 가리키는 걸 잊지 말라던 나침반 선물을 주던 스승이 그립다.

 

 

눈물의 힘

 

눈물이 나면

왼손으로 슬픔을 덮었습니다

왼손으로 설움을 훔쳤습니다

 

웃음이 터지면

오른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오른손으로 웃음꽃을 가렸습니다

 

왼손이 덜 늙었습니다

 

 

회의하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가 지금의 나의 최선이라서 크고 작은 상처들은 그치질 않는다. 누구나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무지개를 기억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멈출 수가 없다는 필연을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어제도 오늘도 그럴 때가 있는 거지. 다들 그럴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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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기술 - 느낌을 표현하는 법
마크 도티 지음, 정해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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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다가 아주 오래 전 제임스 힐먼James Hillman의 융 심리학’ 강의를 용감하게 들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힐먼은 우울하다depressed'란 말은 발화자의 상태에 대해 아무 정보도 알려 주지 않는 표현이라고 했다.

 

우울한 사람의 상태를 전달하지도 못하고 그 말을 듣는 이가 상대의 상태를 짐작하게 하는데 도움이 안 되니, ‘우울하다란 생각이 들 때 몸의 상태를 표현해보라는 것이었다팔 다리가 무겁다거나머리가 아프다거나체한 느낌이 든다거나뜨거운 눈물이 차오른다거나...

 

다들 바쁘(다고 하)휴식과 권리가 보장되는 것보다 책임과 감당해야할 일이 많은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볼 시간도 정신적 여유도 없어서혹은 자신을 솔직하게 대면하는 일이 벅차서 공허하고 추상적인 표현들로 그 모든 것을 압살하는 지도 모른다.

 

중요한 모든 건 좀 더 나중에이러저러한 여유가 생기면... 그렇게 살다 병들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나중이란 영원히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글이 우울해진다하고픈 말은 그렇지 않아도 불완전한 묘사를 추상적인 상태로 두는 것이 무척 공허하다는 공감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묘사는그 자체로 능력이긴 하지만할 수만 있다면 경험하지 않은 독자조차 순식간에 그 시공간에 초대하고 느끼게 할 수 있다시인의 몇 줄 묘사를 읽고 내가 물고기가 된 듯낚시꾼이 되어 물고기를 바라보는 듯여러 감정이 오가고 후각이 예민해진다.

 

나는 엄청난 물고기를 잡아서

배 옆에 매달아 두었다

물에 반쯤 담근 채로

낚싯바늘이 입 한쪽에 박힌 채로.

물고기는 싸우지 않았다.

싸운 적이 아예 없었다.

(...)

 

읽고 쓰는 행위의 분량과 꾸준함과 비례하는 법 없이 갈수록 짧아지는 내 어휘의 목록을 애통해하며지극히 실리적인 이유로 어휘를 늘리고 표현을 다듬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서 읽고 싶었던 책... 얄팍한 목표를 꾸짖듯 추억과 감정이 크게 일렁인다.

 

모든 출중한 시는 고유한 지각적인 특징을 세상에 새긴다보는 것을 표현하려는 비숍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보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제공한다여기에는 구체적인 특유의 감성이 있다시는 성문이다출중한 시에서는 특정한 누군가가 말을 하면 그의 존재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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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장류진 외 지음, 백순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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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고정 수입과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그렇게 흥성거리는 적대가 채워진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그런 게 늙는 것이라면 일부러 영양과 에너지를 투입해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며 나이들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내겐 이미 미워하는 사람이 넘쳐 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싶은 인간들도 참으로 많으니까하지만 부엌 식탁에 앉아 캔 맥주를 앞에 두고 그런 인간들을 우울하게 욕하고 있으면 모친인 해경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결국 다 죽는다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미워할 사람이 없어.”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니그런 건 염세일까완벽한 처세일까. 104

 

<모리와 무라김금희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 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223

 

<사막으로천선란

 

여행에세이를 모은 책이란 소개에 속았다룰루랄라 일상의 무게를 벗어 버리고 잠시라도 가볍고 설레며 낯선 곳을 경험하는 그런 여행이 아니었다동시대의 이 멋진 작가들이 여행을 계기로 인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그 시공간에서 끌어올려진 모든 문장이 삶 자체의 무게를 지녔다다른 방법을 몰라... 울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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