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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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문학의 청소년 소설의 팬으로서 가능하면 프리뷰나 가제본을 읽지 않겠다는 헛된 결심은 이제 무용해졌고이번 작품은 제대로(?) 가제본의 느낌이 강렬했다독자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중복 인쇄된 문장이나 오타 체크를 하면서 역할의 묘한 번짐을 즐겼다.

 

블라인드 방식이라 알 수 없던 작가님은 단요’ 작가셨고 첫 작품으로 만나는 분이다. SF 장르의 평생 팬이라고 할 수 있는 독자라서 이 작품 역시 반갑다다만 SF 작품의 배경이 초근미래에서 현실로 당겨지는 작품들이 많아 기시감도 경고도 아주 가깝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지구적 재난도 AI도 지금 일어나는 일이다불과 몇 달 전 가상인간이 뭐야하며 전문서적을 일부러 찾아 읽었는데 이제 은행의 광고모델로 출연하고 있다. 20세기 방식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의 한편에서 산업계는 AI분야에서 격렬한 전투를 치르는 중이라고 한다.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 높이가 한참은 높아졌다고그래서 한국 주변에 댐을 세우게 되었다고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댐이 무너지고 서울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그게 벌써 십오 년 전의 이야기라고.”

기억이 사라진 기계인간 채수호가 가상처럼 느껴지지 않은 시절을 내가 살아갈 줄이야바로 어제도 트랜스휴먼 이야기를 나눴는데수호는 골육종으로 죽은 자식을 살려(?) 두고 싶은 부모의 바람으로 기계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존재다.

 

몸이 부재한 정신이라는 오래되고 새로운 철학적 질문을 존재로 구현한 수호는 기계의 몸을 지닌 정신만 인간이다끊임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부모와 갈등하는 것이그 고통이 다른 작품과 현실과 혼란스럽게 섞여 들며 나의 고민이 된다.

이해는 하는데안 그랬으면 좋겠어요이렇게 병원 신세 지는 건그래저 잘 되라고 그러는 거 맞아요그런데 저랑 똑같은 기계 인간을 만들어서 데리고 다니겠다이거는 부모님이 좋지 제가 좋은 게 아니잖아요전 하나도 안 좋다고요.”

 

타인의 기억과 의식을 로봇에 담아 깨우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기억이 그 기억의 담지자를 고유한 인간으로 만든다면 기억의 소유권과 사용권은 담지자의 몸의 소멸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맞을까.

 

기술 분석과 비판이 아닌 세심한 감정표현과 심리묘사로 전개되는 문학에서 다루는 최신 산업과학기술 이야기는 짐작보다 인상적이고 재밌고 예리했다숨 가쁜 속도로 산업 기술이 인간의 일상을 재편하는 시절에도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도 반가웠다.

 

솔직해진다고 해서 꼭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야.”

 

인간이 가진만드는당면한풀지 못한 문제들은 늘 많고 많을 것이다과연 인간은 그 문제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나는 무척 회의하는 중이라 당면 우선순위를 끝까지 바로 세우지 못할 거란 은밀한 절망을 한다무엇이 희망의 계기가 될까...

 

문득 기회라는 낱말이 새삼스레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앞날이 아니라 지나간 일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다그걸 매듭짓고 새롭게 만들 기회가.”




로지 사진 : 신한라이프 제공_ https://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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