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계 -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고 나만의 설계도를 만드는 법
론 프리드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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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라는 표현이 낯설어서 원제decoding을 보고 조금 짐작해보았다. 무척 전문적이고 특정 영역에 한정된 개념과 전략인가 싶기도 하지만, 폭넓게 본다면 무언가를 분석/분해 해본 우리 모두의 심리와 행동과도 만나는 점이 있다.

 

역설계란 일테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리법을 추론하는 것,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코드를 파악하는 것, 공포영화를 보고 내러티브 구조를 포착해내는 것이다.”

 

창작과 발명을 하려면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인류는 (최초의 창작과 발명 이후) 이전 창작물을 보고 모방하고 분해/분석하며 원리를 배웠다. 파악에 만족하는 나 같은 이도 있지만, 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과 발명을 이루는 이들도 많았다. 세상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들로 가득하다.

 

오늘날 우리가 복용하는 약의 90% 이상의 제네릭 의약품이다. 제네릭은 대형 제약회사가 특허를 낸 제조법을 다른 회사에서 복제해 만든 약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창작하고 활용하며 살아간다. 이 책이 망라하는 분야는 조립, 분해, (벤치)마케팅, 작법, 필사, 레퍼런스, 오마쥬, 콜라주 등등 거의 모든 분야의 행동이며, (그렇다고 일반서는 아닌)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들을 만나는 재미가 크다.

 

노련한 사진가는 반사된 상을 유심히 살펴 광원의 위치를 판단해낸다. 또한 사진의 전경과 배경의 대비 및 이미지의 왜곡 정도를 토대로 렌즈 사용기법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두는 이미지를 포토샵에 띄워 더 상세하게 분석하기 전에 이뤄진다.”

 

나는 야심차게도 역설계하는 대상으로 혹시 양자역학도 가능할까하는 기대로 패턴을 더 잘 인지하고 역설계decoding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서 읽고 싶었다. 이 책이 가진 차별점은 제안과 방법 설명이라는 가이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내용에 이른다는 점이다.

 

분야가 달라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다보면 같거나 비슷한 비법/비밀을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생각/고민만 말고 행동하라!” “삶이란 개념은 내가 했던/하는 행위의 결과로서 현실이 된다!” 뭐 이런... 따라 하기에 어려운 여러 조건이 있다고 변명을 꾸준히 하는 중이다.

 

그러니 역설계도 쉽지 않고, 만약 잘못 분해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고, 역설계가 가능한 전문가가 되려면..., 같은 분석 자료를 보고도 활용과 결과가 다른 것이 현실이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역설계는 결국 일기뿐인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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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주의의 탄생 -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 보리 인문학 3
김희교 지음 / 보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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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개라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표현 수단으로 써 본적도 없는데, 왜 내게도 짱개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인지... 몰라서 하나씩 배워가는 중에 덜컹 놀라게 된다.

 

모르는 이들을 싫어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당황하고, 아무리 기억들 뒤져도 혐오한 적이 없는데 왜... 프레임 사회... 완전한 도망은 불가능하다.

 

나야 희미한 그림자를 더듬어 찾는 중이지만, 거대한 오해와 혐오가 선명하게 보이는 저자께서는 엄청나게 힘드셨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만 같다.

 

좀 더 위치가 분명한 대상으로 두고, 몰라서 오해하는 내용, 오해가 편견이 된 내용,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것들을 구분해내는 작업이 내게 필요하다.

 

거듭 생각해도 이상하다. 나는 아주 이기적으로 수출/수입 관계에서 중국을 보았고, 아주 계산적이고 현실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데...

 

수출 의존도가 높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영리하게 외교적 중립도 잘 유지하고 협력 관계도 단단하게 하며 잘 살기를 바라는데...

 

짱개주의는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말한다. 신식민주의와 유사인종주의가 결합된 한국의 특수한 중국인식체계이다.”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짱개주의, 이유가 무엇이건 특정 민족과 국민을 싸잡아 비난하는 표현들은 옳지 않다. 무거운 마음으로 더 읽고 더 배우자.

 

중국에 대한 혐오의 뿌리는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화이사상'과 지금 일상에서 작동하고 있는 '신식민주의' 와 연결되어 있다.”

 

! 짱깨주의 프레임

 

- 유사인종주의,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신냉전체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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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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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읽었다면 좋았겠지만, 스탠퍼드 대학교의 프로젝트로 20년간 진행된 결과이니 20년 동안에는 알 수 없을 사례들이다. 실패를 두려워한다기보다 수치스러워하는 쪽으로 정서적 훈련이 되어서 계획이 중요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머뭇거렸다.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방향과 절차만 대략 파악되면 그냥 시도해봤으면 좋았을 일들이 많았다. 해봐야 배울 수 있는 것들, 실패로 배울 수 있는 것들, 중요한 건 그 일의 결과가 아니라 함께 진행하는 행위 자체였던 경우도 많았다. 여러모로 아쉽다.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변수를 많이 만들어내는 대신, 준비하다 힘이 다 빠지는 이상한 패턴을 반복했다. 시작 전에 에너지가 고갈되거나 이미 타이밍이 지나거나. 계획이 거대하면 비용도 증가한다. 당연히 충격도 크고 회복도 느리다.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이룰 수 있을까? 어려움에 당당히 맞서고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까?’ 같은 자신에 대한 의심 그리고 망설임과 두려움은 언제나 우리를 제자리에 가만히 있도록 붙들어 놓는다. 저항의 힘은 강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꼭 알아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목표설정과 계획하기가볍게 하라고, 더 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실패하라고 한다. 반복되는 사소한 실패가 사람을 좌절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방식이 궁금했다.

 

사실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계획 없이도 생각나면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든 것은 운동이다. 그러니 아주 대단하고 본격적인 운동은 아니지만, 준비가 귀찮아서 안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생각나면 잠시 스트레칭, 플랭크, 스쿼트 몇 번, 평상복과 운동화만으로 가능한 계단오르내리기, 산책. 분명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실험에서는 이런 단순한 몸의 움직임보다는, 자신이 현재 가진 지식과 능력의 한계를 찾는 기회로서 행동에 뛰어드는 방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니 미리 실패를 염려하기보다 행동하면서 부족한 점을 찾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시작이 반이다란 말이 맞는 지도 모르겠다. 너무 먼 미래를 현재 위치에서 완벽하게 계획하려는 일의 무모함에 동의하고, 경험함으로써 배우는 것들의 견고함에도 공감하지만, 겁쟁이로서 많은 실패를 견디는 힘은 여전히 궁금하다.

 

가장 중요한 배움은 언제 어느 때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신이 하는 어떤 일이라도 가치 있게 여기게 된다. 또한 예상치 못한 발견에도 언제나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위험 감수나 실패 가능성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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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아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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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다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소재가 주제가 공감할 수 없기도 하고 호흡이 지루하기도 하고 몇 회 못 보고 더 볼 이유가 없어지고 만다그런데 <봄밤>을 봄이 다 가도록 보았다주인공들 설정이 막장 드라마 전개에 적합해서 울고불고하면 당장 그만 볼 생각이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정답을 제시하는 이도 없고 주인공도 몇 회에 걸쳐 모르겠다모르겠다고 한다생각하고 고민하는 캐릭터란 뜻이다그래서 지루하지 않았다세상 모든 현실이 당연하고 아름답고 불편한 것 없는 가부장들에 맞서는 시간과 고민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견이 세상을 바꾼 것들 중에 호주제 폐지는 한 때나마 인간이 맑은 정신이 되어 무척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그것도 법정에서 이뤄낸 드물고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결과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만 바뀌고 제도는 공고하다.

 

명절에만 그 제도가 힘을 발하는 것은 아니지만상징적인 풍경을 보여 왔던 것은 맞다명절 증후군과 명절 후 이혼 급증 사례들은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제도에서 탈출한 이들의 기록일 것이다.

 

이혼하고 이혼브이로그 유튜브를 연 후 저자는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한다놀라운 일은 아니다이혼을 해도 안 해도 결혼을 해도 안 해도 심지어 중상을 입도록 맞고 살해당해도 여성은 욕을 먹는다그러니 나는 한 마디도 더 보태지 않고 그저 읽었다.


 

지금은 몇 년도여긴 어디싶은 사연들도 있었고짐작보다 더 씩씩하고 유쾌하고 복잡하게(?) 활동을 하는 저자의 낯선 삶을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었다이혼 전에도 이혼 후에도 사람은 살아간다이혼실패인생 끝이런 공식은 없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집안에서 안하면 큰일이 나는 종교처럼 제사를 (남의 자식을 부려열심히 지내지만전 국민 모두가 제례를 챙기는 양반이었을 리가 없고모든 가부장이 제를 통해 기려야할 존경스러운 인물이었을 리도 없다.

 

인류는 가부장제가 아니라도 생존할 수 있다없다고 절대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오히려 이 제도는 우리를 멸종으로 더 빨리 몰아간다가부장들이 남김없이 지배한 인류 문명이 도착한 곳이 어딘지는 지금 우리에게 닥친 여러 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살아보자버티고 견디며끈질기게드물게 들리는 소식 중에는 그래, 2022년이 맞구나싶은 변화도 분명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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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니 주얼리 이야기
손누니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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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것보다 선물 받은 것들에 애착이 더 강하다고마운 마음에 더해 선물 해준 상대의 스토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그냥 구매가 아니라 사건이 되고 추억이 된다그 중에서도 금속 공예를 공부한 친구가 디자인해서 만들어준 반지는 애지중지.

 

아트스쿨에서 공부했지만 아트만 하고 살 수는 없어서 창업을 했다공예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열고 실제로는 작업장처럼 운영했다기쁘고 늘 응원했지만 걱정도 들었다그러나 겁을 내고 계산만 하다보면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을까부러움이 컸다.

 

이 책은 아쉽게도(?) 내 친구가 쓴 글은 아니다그럼에도 미처 물어볼 수 없었던궁금했던 일들에 대해 비슷하게나마 책을 통해 알게 될 것 같아 기대가 컸다늘 다른 직업군의 사람이 쓰는 글을 무척 궁금해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이 브랜드를 처음 들었지만 나만 모르고 많은 분들이 알고 좋아하고 백화점 입점까지 하셨으니 큰 성공을 하셨다어려움이 없는 일은 없지만창업 실패담은 속상하니 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에 솔직히 안도를 한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창업하고 운영한다는 건보석 분야가 아니더라도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파묻힌 돌멩이를 찾아 갈고 다듬어 보석으로 만들어 세상에 드러내고 평가를 기다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그러니 나처럼 겁쟁이는 시도 못할 일이다.

 

손누니 디자이너의 에너지 수위도 다르다어학연수를 간 아일랜드에서 용돈 벌이로 주얼리를 길에서 판매하고이탈리아로 가서 금속공예 장인에게 도제 수업을 받는다그 시간을 이렇게 두 줄로 정리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이 미안하다.

 

실천력이 과정의 고군분투를 뻥뻥 차버린 듯 시원하고공예 디자인만이 아니라 필력까지 갖춘 건 질투를 부른다게다가 브랜드명으로 론칭한 '누니NOONEE' 이름의 사연도 멋지다눈이 온 날 세상에 태어나서 얻은 이름눈설()이 먼저 생각나니 나는 옛날 사람이다.


 

우연은 준비된 마음을 편든다.”

 

도전하고 탐구하고 고심하는 디자이너의 루틴을 지키는 일이 성공의 비결이다.”


반지는 손 주인의 심정을 드러내는 장식이다.”


 

누군가의 노력과 도전과 이력을 어떻게 글 속에서 다 알 수 있을까내 친구도 준비된 마음도전탐구고심루틴 지키기반지에 대한 사유가 다 있었을 것이다그러니 저자의 경험과 깨달음은 저자의 상황과 맞춤한 성공 가이드인 것이다.

  

창업은 아주 위험한 도전이고 숫자는 언제나 희박한 성공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겁을 먹게 한다어느 분야든 매년 전체 창업 관련 통계를 찾아보면 아찔한 풍경이 즐비하다모두가 수상자일 수도 성공한 CEO일 수도 없지만통계를 무시하고 다 응원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이 마침내 잘하는 일이 되고 삶 자체가 되는 여정은 아름답고 이상적이다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살 수 있기길 늘 바란다아이디어도 스토리텔링도 매력적인 금속 공예 작품인 누니주얼리반지... 기념할 의미 없이 갖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자기답게 반짝이는 순간을 맞이하기를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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