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약일까? 독일까? - 현직자가 알려주는 건강기능식품(영양제) 이야기
김승환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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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건강기능식품health functional food)*, 기타가공품의 차이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을 듯도 하다. 어릴 적 정말 삼키기 싫었던 비타민 정제와 40대에 자발적으로 - 혹시나 하는 기대로 - 먹은 눈영양제가 건강기능식품이다.

 

* 식품의약품안전청(Korea Food & Drug Administration, KFDA)으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증받은 것



 

원료의 형태는 없이 제조 가공된 식품이므로 과하면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집에 영양제를 여러 병 두고 상시 섭취하는 이들이 많다고들 하는데 오남용 주의하시길 바란다. 만일 기저 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 문의하시기를.

 

건강식품은 전통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여겨져 널리 섭취된 식품이고, '기타가공품'은 원료를 제조 가공한 식품이나 정제 알약 형태가 아니라 음료, 사탕, 스낵의 형태를 띈다. 일반식품으로 분류되니 기호품에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건강 염려증이 심하고 건강 소모 환경에서 경쟁도 치열한 한국인들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과 기타가공품을 다량 소비한다. 이 책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61,429억 원 규모이며 성장 중이라고 한다.

 

나는 이런 통계를 볼 때마다 아이러니한 기현상을 보는 기분이다. 고가의 추가소비 대신 좀 더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은 왜 급격히 증폭하지 않을까. 무척 건강에 나쁜 식재료와 식습관을 가진 것도 한국의 단면이다.

 

관련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언제나 법에는 빈틈이 있고, 그 틈에서 가짜뉴스와 사기꾼들이 번창한다. 놀랍게도 면허를 가진 쇼닥터들도 종편 등의 방송을 통해 자극적인 광고에 동참하고 오남용을 장려하기도 하는 현실이다.

 

저자들은 대한민국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업계에서 근무하는 현직자들이다. 식약처와 더불어 안전하게 선택하고 이용하는 법을 책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 즉답 형식이 아니라 테이터를 기반으로 정리한 빈도수 높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지정 처방된 약품이라도 사람마다 약효가 다르다. 여전히 인간이 만병통치약을 발명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건강기능식품 역시 유사한 결과를 보일 것이다. 눈영양제를 몇 달씩 복용해도 노안이 진행된 눈이 더 좋아지는 일은 없었다.

 

특정 식품들을 건강식품으로 평생 애호하시는 부모님과 지인들을 생각하며 대신(?) 공부해보았다. 화학 공식과 구조까지 설명한 내용이 뜻밖이라 덕분에 웃었다. 발효 유무, 섭취 시기, 체내 섭취 여부, 중복 섭취 가능성 등등... 복용 중인 건강기능식품들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다.



 

무엇보다 기본은 엄격한 관리가 된 재료로 만든 생산품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부디 ~ 카더라와 과장광고(사기범죄)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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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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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지난 밤 자정을 지나 읽기 시작했으니 심적으로 몹시 불안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소설가의 에세이가 출간되어, 전작에서부터 궁금했던 점들도 확인하고 도움도 받았다. 불안 관리는 내 일상이다.



 

공감할 내용은 아주 많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멀쩡하게 살고 있을까 싶게 불안 요소들은 많고 다양하고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불안에 휘둘리고 잠식되는건 뭐라 변명해도 어리석은 일이다(제 얘기입니다.) 내 불안은 존재함에서 비롯되는 거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 없어. 그만 좀 전전긍긍하자. 내가 걱정하는 그 어떤 문제도 내 삶의 무언가를 뿌리째 흔들지는 못할 거라고.”

 

서로의 상황은 다르지만, 불행한 자극을 파는 뉴스를 일정 기간 멀리하는 일은 동의한다. 올 해에 나도 몇 달간 뉴스를 읽지 않고 살았다. 살아보니 그래도 지나치게 많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모른 척 할 수 없는 일들도 반드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감당할 여지가 전혀 없다거나, 숨이 막힌다거나, 망가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일시적으로라도 꼭 뉴스를 멀리하시길 바란다. 특히 판매에만 관심이 있고 사회 전체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언론 기업들의 보도들, 가짜뉴스들은 꼭 잘 피하시길!

 

처음 시작은 조장된 공포에 불과했지만 그것에서 증식된 더 많은 공포가 이제는 사람들의 감정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세상을 악화시키는 만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SNS의 폐해는 크게 경험해본 적이 없어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역시 문제이다. 뉴스를 끊듯이 잠시 멀리해보시기를. 나는 멀리 사는 친구들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운영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가 겉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곧 우리로 규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행세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커트 보니것



 

이 에세이의 장점은 저자가 개인적 경험담만 나누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리학 이론 공부는 많이 한 뒤, 지식을 활용해서 불안 자체보다는 불안을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분석하고,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현실적으로 제안한다.

 

지금의 방향이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눈치가 들면, 180도 뒤로 돌아 올바른 길을 향해 되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진보일 것이다. (...) 미래는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다.”


 

제안들 중에 자신이 잘 활용할 내용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출발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건 스스로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의 불안 이야기만 계속 듣는 독서가 아니라서 불안한 와중에도 균형적인 성찰과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증명을 해낸 책이라서 반갑고 즐거웠다.

 

- 좋은 책을 하나 골라서 자리 잡고 앉아 읽어보자

- 즐겁지 않다고 느껴지면 당장 (인터넷) 창을 닫아버리자

- 산책을 나가자

- 호흡하자 천천히 깊이

- 내 안에 상품화되지 않은 공간을 확보하자. 시장 경계는 절대 들여다볼 수 없는 그런 공간을 만들자

- 하늘을 보자

- 가끔 인간 외의 동물과 어울려보자

- 오늘 하루 동안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백만 가지의 선행이 베풀어졌음을 기억하자. 인간의 선함은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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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을 걸어오면
박준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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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무 얘기를 많이 해서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와 관련된 것들도 좋아하고 기회만 있으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바란다는 것을. 그런 것 치고는 나무와 관련된 공부도 일도 안 한다는 괴리가 있지만.

 

숲 속에 사는 나무들을 보는 것이 편하다. 이 책 속의 나무가 사막에 살아서 한편 마음이 아팠다. 내가 경험한 유일한 사막은 이집트 사막인데,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해 겨울 생일을 황량한 사막 모래 바람이 부는 어두운 피라미드를 보며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다른 사막에서 무척 멋진 경험을 했다는 지인들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도 나무를 좋아한다. 어쩌다 보니 나무 사진만 찍고 있다. 그러다 말하는 나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 믿어 주는 사람이 없다.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대학생이 되어 말하는 나무를 찾기 위해 사막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 대단! 모래 위에서 달리기라니...ㅠㅠ 모래폭풍에 휩쓸리고 나서야 말하는 나무 단테를 만난다. 동화, 애니메이션, 환상소설 같은 여러 이미지들이 지나간다.

 

나무들은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모든 것들은 그냥 지나쳐버리지, 그건 아마 나무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도 무시하거나, 바람이 내는 목소리로 생각하거나 듣는 사람이 너무 바쁘거나.”

 

나무와 대화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오아시스를 찾으러 다닌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특이하고 새롭다. 덕분에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나무 이미지가 하나 더 늘었다. 소설 속의 사막도 아름답게 묘사된다. 특히나 사막의 밤... 수많은 별들... 그리고 어딘가의 오아시스.

 

누군가와 함께 간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냥 지나쳤던 표지를 다시 본다. 단테는 멋진 나무다. 모든 나무가 멋지지만. 목표와 희망과 동료는 삶을 활기차고 견딜만하게 만들고 운이 좋으면 즐거운 성취감도 경험하게 돕는다. 인간 사회의 정상 논리에 지친 경우라면 나무 옆이 휴식처일 것이다. (: 인간이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의미)



 

...........................................

 

짐작 못한 다른 소설이 한편 더 있었다. 계속 슬펐다. 비싼 가격으로 매매되는 금붕어도, 가족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는 삶도, 가장 무서웠던 것은 풍선에 넣어져서 바닷바람에 날려 보내는 장면... 하지만 행복한 여행이다. 수족관이나 어항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귀엽다는 이유로 사달라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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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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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종류는 짐작보다 많다. 중도 장애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 누구도 장애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하지도 무관하지도 않다. 이런 엄연한 현실을 나는 장애를 가진 내 가족이 생기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그래서 전혀 모르는 이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가능하면 모르도록 장애인을 격리시키고 대체로 방치해두고 가족에게 떠맡기는 사회이다.

 

울어서 해결될 일이 아닌데도 우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울고 또 운다. 두려움 때문이다. 더 나이가 들고 엄마의 도움마저 받지 못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2006년부터 장애 가족과 함께 살며 조금 배우고 조금 이해한 다른 세계가 생겼다. 2011년 난간이 없는 다리에서 추락해서 장애를 가진 삶으로 느닷없이 도착해버린 저자의 이야기를 힘을 다해 마음을 다해 읽어 보았다. 공감을 못 할까 두려웠고 공감을 잘 하게 될까 두려웠다. 눈물보다 무서운 심장도 손도 떨리는 억울하고 힘겨운 기억들이 끼어든다.

 

어째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항상 나와 함께 턱을 넘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도 그들도 턱을 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면 안 되는 것일까.”

 

장애를 가진 가족을 대하는 반응은 제각각이고 가차 없는 경우도 많다. 아무 때나 와서 볼 때마다 자기 아들 인생 망쳤다고 손주를 욕하고 폭행하는 시부모를 둔 보호자는 결국 목숨을 끊었다. 여러 해 함께 치료를 받던 분들 중에 갖가지 이유로 생을 끝낸 이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일상의 비하와 모욕은 무방비한 어느 날이라도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아유, 장애인이 무슨 화장을 그렇게 곱게 했어요?” “점심시간이라서 점심 먹으러 갔는데 점심시간에는 받아줄 수가 없다니, 그게 말인지 똥인지.” “아니, 몸도 성치 않은 사람들이 이렇게 담배를 피우면 쓰나!” “아픈 사람들이 술이나 퍼마시고 말이야. 그러면 되겠어? 보기도 안 좋잖아, 보기도.” “병신 같은 년이 재수없게 쳐다보고 지랄이야!”

 

이동수단 좀 같이 타고 다니자고, 인도도 좀 같이 쓰자고, 화재가 난 집에서 혼자 죽기 싫다고, 나이든 부모와 형제자매가 삶을 희생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활동보조를 지원해달라고, 장애인들이 수십 년째 권리 투쟁을 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왜 정치적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정치가 삶의 모든 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아닌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대체 언제까지 상식보다 기적에 기댄 채 살아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 사람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세상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병원이 모자라서 전국의 병원에 대기를 걸어두고 전전하며 살다보면 병원을 늘리는 정책요구보다 중요한 건 없다. 비급여가 붙은 검사와 진료, 치료만 가능한 상황이면 역시 정치를 통해 의료보험을 확대해 달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준비가 없이도 장애인과 돌봄 가족들은 마주한 현실에서 매일 정치적 상황에 놓인다.

 

집으로 돌아온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더 이상 내 의지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하지만 나는 이미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기록이 불행과 비극과 투병과 극복의 경험담 이상일 것이라는 걸 읽기 전에도 아프게 짐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약자와 소수자란 사회의 낙인과도 같다. 안전망이 촘촘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를 예방하는 교육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험을 피할 도리가 없다.

 

아파서, 장애가 있어서 약한 몸을 대하는 사회와 그 사회를 닮게 사회화된 사람들에 대한 사유를 만날 기대가 컸다. 온갖 감정과 열기로 뒤범벅이 되어 미처 정리하지도 해소하지도 못한 내 경험이 차고 맑은 작가의 문장들로 다듬어져 다시 내 경험과 사유로 변화하길 고대했다. 또한 내가 모르는 저자의 장애와 삶을 경험하고 상상해보길 바랐다.

 

나는 내가 성공이나 극복의 길을 걸어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끊임없이 좌절했고 매번 주저앉았다. 세상을 원망했고 하늘에 분노했으며 끊임없이 징징거렸다. 소설은 그렇게 쓰였다.”

 

인간에게 난 깊은 상처가 그릇에 난 금처럼 메워지고 그 틈사이로 이전에는 생각 못했던 타인들의 삶의 풍경과 마음의 자리를 위한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 했다. 내 일이 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장애를 가진 삶을 사는 이들이 내게 가족이고 이웃이 된 것처럼. 무지와 방조로 오늘도 살고 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테두리를 넓혀보고 싶다는 건 늘 진심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껏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일, 이름을 기억하고 얼굴을 바라보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끔찍한 사고 영상은 소거되었다.”

 

이렇게 슬픈 채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고 믿고 싶고, ‘우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 모두는 각자 다르고 결국엔 이해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부대끼고 견디는 것이 쓸모없는 일이 절대 아니라고. 저자가 다시 길이 보일 때까지 질기게 버틴시간이, 나와 우리가 끈질기게 버티고 살아남겠다는, 살아가겠다는 모든 선택이 내 정체성도 만들고 사회의 정체성도 만든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다 건너지 못한 그 다리는 다시 건너면 된다. 봄이 아니라면 여름, 가을, 겨울 언제라도. 중요한 것은 그 다리의 폭이 어떤 휠체어도 지나갈 수 있도록 넉넉하고, 다리에 도착할 때까지 바퀴가 걸리는 턱이 없는 길이 이어지도록, 그리고 아무도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놀러간 게 잘못이 아니다. 떨어진 게 잘못이 아니다.


 

턱을 넘는 법을 배우는 대신, 함께 넘는 대신, 턱을 없애면 된다.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장애인 특혜도 예산낭비도 아니다. 길도 건물도 노약자, 어린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춥고 어두운 겨울을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바란다. 2023년의 봄에 다시 집밖으로 나와 새로 돋는 잎도 봄꽃도 햇살도 만나시길 바란다. 우리 모두의 다시 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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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알맹이 그림책 59
엠마뉴엘 우다 그림, 스테판 세르방 글, 김시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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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에 놀라고 그림에 놀랐다. 모두 전시된 작품처럼 오래 봐야했다. 익숙하고 편안하고 단순한 존재는 없다는 것처럼 쉽게 읽혀 주지 않았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을 순간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예술의 매력이다. 나침반, 가위, 망원경...


 

어른으로 엄마로 태어나는 사람이 없다는 당연한 사실은 당연하게 무시되기도 한다. 호칭이란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존재를 꼼짝없이 묶어 두기도 한다. 사회가 동조하거나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경우 누군가들의 삶은 더 힘겨워진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무엇일까. ‘여성이면 임신, 출산, 육아가 자연스러운 건가. 사람은 하나의 호칭과 역할로 얼마나 오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의 작품들 속 존재들은 눈물을 많이 흘린다. 왜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이는 울지 않고 씩씩하게 뜨개질도 한다.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엄마가 변하는 모든 동물들은 다른 존재가 되고픈 순간들의 엄마일까. 아이와 함께 있을 때의 엄마는 딱 붙어 있거나 촘촘하게 연결되어있다. 출산은 했지만 탯줄은 이어진 느낌이다.


 

하늘, , 동굴, 정원... 어디라도 엄마의 존재가 가득하다.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함께 있다. 자식을 낳고 사는 일이 삶이 이어지는 생명의 확장이라는 느낌이 색채만큼 강하게 든다. 해석이 어려워서 이건 다 오독일 수 있다.


 

꽃들도 모두 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프랑스 작가라서 백합이 등장한 걸까... 어쨌든 좋아하는 라일락과 데이지꽃을 봐서 좋다. 어두운 내 눈에도 램프의 색이 변하는 것이 보인다. 아이의 말하지 않은 생각을 엄마가 다 들어준 것 같아 안심이 되는 작품이다.


 

엄마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는 두려웠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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