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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을 걸어오면
박준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평점 :
나무나무 얘기를 많이 해서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나무를 좋아하고 나무와 관련된 것들도 좋아하고 기회만 있으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바란다는 것을. 그런 것 치고는 나무와 관련된 공부도 일도 안 한다는 괴리가 있지만.
숲 속에 사는 나무들을 보는 것이 편하다. 이 책 속의 나무가 사막에 살아서 한편 마음이 아팠다. 내가 경험한 유일한 사막은 이집트 사막인데, 친구들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해 겨울 생일을 황량한 사막 모래 바람이 부는 어두운 피라미드를 보며 어리석음을 후회했다.
다른 사막에서 무척 멋진 경험을 했다는 지인들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한다. 이 소설 속 주인공도 나무를 좋아한다. 어쩌다 보니 나무 사진만 찍고 있다. 그러다 ‘말하는 나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 믿어 주는 사람이 없다.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대학생이 되어 말하는 나무를 찾기 위해 사막마라톤 대회에 참석한다. 대단! 모래 위에서 달리기라니...ㅠㅠ 모래폭풍에 휩쓸리고 나서야 말하는 나무 단테를 만난다. 동화, 애니메이션, 환상소설 같은 여러 이미지들이 지나간다.
“나무들은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모든 것들은 그냥 지나쳐버리지, 그건 아마 나무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나무의 목소리가 들려도 무시하거나, 바람이 내는 목소리로 생각하거나 듣는 사람이 너무 바쁘거나.”
나무와 대화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오아시스를 찾으러 다닌다니 작가의 상상력이 특이하고 새롭다. 덕분에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나무 이미지가 하나 더 늘었다. 소설 속의 사막도 아름답게 묘사된다. 특히나 사막의 밤... 수많은 별들... 그리고 어딘가의 오아시스.
“누군가와 함께 간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을 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냥 지나쳤던 표지를 다시 본다. 단테는 멋진 나무다. 모든 나무가 멋지지만. 목표와 희망과 동료는 삶을 활기차고 견딜만하게 만들고 운이 좋으면 즐거운 성취감도 경험하게 돕는다. 인간 사회의 정상 논리에 지친 경우라면 나무 옆이 휴식처일 것이다. 휴(休: 인간이 나무에 기대어 쉰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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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 못한 다른 소설이 한편 더 있었다. 계속 슬펐다. 비싼 가격으로 매매되는 금붕어도, 가족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는 삶도, 가장 무서웠던 것은 풍선에 넣어져서 바닷바람에 날려 보내는 장면... 하지만 행복한 여행이다. 수족관이나 어항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귀엽다는 이유로 사달라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