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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생일날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지난 밤 자정을 지나 읽기 시작했으니 심적으로 몹시 불안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소설가의 에세이가 출간되어, 전작에서부터 궁금했던 점들도 확인하고 도움도 받았다. 불안 관리는 내 일상이다.
공감할 내용은 아주 많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멀쩡하게 살고 있을까 싶게 불안 요소들은 많고 다양하고 사라지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불안에 휘둘리고 잠식되는건 뭐라 변명해도 어리석은 일이다(제 얘기입니다.) 내 불안은 ‘존재함’에서 비롯되는 거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 없어. 그만 좀 전전긍긍하자. 내가 걱정하는 그 어떤 문제도 내 삶의 무언가를 뿌리째 흔들지는 못할 거라고.”
서로의 상황은 다르지만, 불행한 자극을 파는 뉴스를 일정 기간 멀리하는 일은 동의한다. 올 해에 나도 몇 달간 뉴스를 읽지 않고 살았다. 살아보니 그래도 지나치게 많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모른 척 할 수 없는 일들도 반드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감당할 여지가 전혀 없다거나, 숨이 막힌다거나, 망가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일시적으로라도 꼭 뉴스를 멀리하시길 바란다. 특히 판매에만 관심이 있고 사회 전체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언론 기업들의 보도들, 가짜뉴스들은 꼭 잘 피하시길!
“처음 시작은 ‘조장된 공포’에 불과했지만 그것에서 증식된 더 많은 공포가 이제는 사람들의 감정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세상을 악화시키는 만행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SNS의 폐해는 크게 경험해본 적이 없어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역시 문제이다. 뉴스를 끊듯이 잠시 멀리해보시기를. 나는 멀리 사는 친구들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운영하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가 겉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곧 우리로 규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행세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커트 보니것
이 에세이의 장점은 저자가 개인적 경험담만 나누는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리학 이론 공부는 많이 한 뒤, 지식을 활용해서 불안 자체보다는 ‘불안을 만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분석하고,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어렵지 않게 현실적으로 제안한다.
“지금의 방향이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는 눈치가 들면, 180도 뒤로 돌아 올바른 길을 향해 되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지금 필요한 ‘진보’일 것이다. (...) 미래는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다.”
제안들 중에 자신이 잘 활용할 내용을 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출발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건 스스로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남의 불안 이야기만 계속 듣는 독서가 아니라서 불안한 와중에도 균형적인 성찰과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증명을 해낸 책이라서 반갑고 즐거웠다.
- 좋은 책을 하나 골라서 자리 잡고 앉아 읽어보자
- 즐겁지 않다고 느껴지면 당장 (인터넷) 창을 닫아버리자
- 산책을 나가자
- 호흡하자 천천히 깊이
- 내 안에 상품화되지 않은 공간을 확보하자. 시장 경계는 절대 들여다볼 수 없는 그런 공간을 만들자
- 하늘을 보자
- 가끔 인간 외의 동물과 어울려보자
- 오늘 하루 동안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백만 가지의 선행이 베풀어졌음을 기억하자. 인간의 선함은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