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밍이네 어린 정원
고현경.이재호 지음 / 티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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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이란 단어나 개념은 몰랐지만 어릴 적 조부모님 댁에도 거의 평생 주택에 사신 부모님 댁에도 마당은 당연한 것이었다. 400년 넘은 고가는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땅이 더 넓었다.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많은 것들 중에는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시간도 있었다. 유학 간 영국 기숙사 창 밖에는 현명한 노인처럼 보이는 나무가 가까이 있었고 이름 아침 새소리도 돌아왔다.

 

점점 관리가 힘들어지고 불편한 점도 있어서 결국 아파트로 이사한 부모님은 확장공사를 해서 거의 모든 공간이 실내인 집을 무척 싫어하셨다. 베란다가 평수의 10%나 되는 다른 장소로 다시 힘들게 이사를 하셨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꽤 넓은 베란다 공간은 당연히(?) 화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꽃을 보시는 게 기쁘지 않으실까 싶어 꽃모종 꽃나무 선물을 철따라 했는데, 꽃이 없어도 아끼고 좋아하신다.

 

우리 집 그린썸greenthumb은 언제나 아버지시다. 오래 전 논문 쓰기가 괴로워 어느 날 연구실로 충동적으로 주문한 (화분)나무들도 유학가면서 마음 편히 아버지께 입양 보냈다. 돌아와 보니 무성하고 훤칠하게 자라 있었다,

 

나무가 살랑 바스락 쏴아~ 거리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사는, 한 때는 현실이었다 이제 꿈이 된 꿈은 상상만 해도 행복하고 상상이라 슬프다. 꿈을 실현한 현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는데 스케일이 엄청나다. 내 꿈에는 한번도 허허벌판이 등장한 적은 없었다.

 

기적같은 일에 대한 전모를 볼 기회에 설레고 작은 베란다 생명들을 좀 더 잘 돌볼 가드닝 공부에 기뻤다. 씨앗도 흙도 가이드도 있으니 허허벌판은 엄두를 못 내더라도 선물로 주신 백일홍은 싹 틔우자는 결심을 했다.


 

백일홍과의 동거는 처음이다. 3월이 더워서 4월에서 6월중에 파종 시기를 고르지 못하고 조바심에 부모님 댁 베란다에 미리 심어 두었다. 꽃이 필까.

 

이 책은 식물과 가드님에 대한 감상이 많은 에세이가 아닌 실용 가이드에 가깝다. 조경과 원예에 대한 지식도 본격적이다. 여리고 어린 새싹을 돌보듯 책도 섬세하고 세심하다. 화분 선물을 서로 잘 주고받는 친구에게 책 소개를 했더니 무척 반가워한다.


 

식물들이 자신의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을 때의 조화와 그들이 인간과 함께 성장하고 소멸하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우울하고 기운 안 나는 봄이었는데 초록초록 생명을 돌보는 책이 위안이 되었다. 퇴직 후 내 곁에도 이 책은 함께 일 것이다. 식물들과 함께 살 넉넉한 땅과 작은 집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매일 온갖 시행착오를 하며 살아보고 싶다.


 

식물의 성장은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 사이사이 뿌리는 어땠는지, 바람은 지나 다녔는지, 서로 싸우지는 않았는지, 땅 속의 모습은 어떠했는지를 살피고 돌보는 일은 자연을 그야말로 자연답게 만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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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 - 최신 신경과학이 밝히는 괴롭힘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
제니퍼 프레이저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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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려면 우선 그 상처를 인정하고, 우리 뇌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특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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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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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고전이라는데 이제야 만나보았다. 다행이다. 2004년에는 문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이분법과 위계적인 세계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몸, 감정, 감각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오래 걸렸다.

 

여전히 우주, 자연의 언어에는 수학으로 배운 지식정보가 가득하지만, ‘자연의 언어를 문학의 언어로 번역했다는 저자에 대한 소개가 무슨 의미인지 이제는 읽을 수 있다. 다행이다. 실체와 감각이 경험과 언어로 늘어나서 기쁘다.

 

언어로 표현된 감각을 떠올려보는 일이 공감각적 독서처럼 즐거웠다. 기억은 감각과 짝을 지어 뇌 속에 보관되어 있던 것인가 싶을 정도로 감각적으로만 생생했고 몸의 어딘가는 깊이 울리고 눈물은 차오르다 마르다 했다.

 

나라는 개체를 표현하기도 보호하기도 하는 피부, 빠르고 확실하게 불러낼 수 있는 모든 기억을 향연처럼 터트리는 후각, 매일 더 노화되다보면 감각의 약화와 더불어 기억도 필연적으로 흐려질 것이다. 대비하기 어렵게 서글픈 일이다.

 

매질의 파동이 소리라는 건 건조한 정보지만, 그 떨림과 울림을 인체에서 가장 작은 뼈들을 움직이는힘이라고 표현하니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은듯 심쿵 설렜다.

 

몇 년 간 급격히 감퇴한 미각에 대해서도, 사회적 감각이라는 점을 짚어주니, 내용상 맥락은 다르지만, ‘먹는행위를 즐겁게만 생각할 수 없는 나의 사회적 감각과 관련해서 욕구 감소를 이해해보는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시각... 부디 가장 마지막까지 작동했으면 하는 의존도가 높고 애정이 큰 감각이다. 외부로 드러난 뇌라고 시각 수용체를 생각하는 지라 시각의 약화가 가장 무섭다. 노안은 이미 진행 중이고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저자는 보는것은 눈이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고, 기억, 상상, 자세한 관찰, 생생한 보는 일에 눈이 필요하지 않다고 위로(?)하지만, 내 기도의 내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시각만은 마지막까지... 이 강렬한 두려움은 실은 뇌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공감각.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기술이나 위험한 약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절대 모를 감각이라 무척 부럽다. 혹시 저자의 문장을 읽으면서 즉각 떠오른 뇌 속의 감각들이 일종의 공감각 체험은 아니었을까 멋대로 즐겨본다.

 

감각의 박물학natural history을 읽는 동안 나도 자연의 생명체처럼 감각체로 스스로를 떠올려보았다. 훈련이 부족해서 명멸하는 불빛처럼 짧게 지속되긴 했지만 새롭고 즐거웠다. 아름답고 고혹적이고 감각적인 책 덕분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연구하지만 자연/공학전공/전문가들은 기계(인공)를 만들고, 시인과 작가는 자연의 일부로 현상과 생명을 관찰하고 사유하고 언어로 번역한다. ‘학문science’을 하던 시절과 달리, 분과로 나뉜 학계 과학의 태생적 귀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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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거대한 전환 - AI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김수민.백선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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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중 기록...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다양한 입장을 만나게 되어 나로서는 혼란스러운 기술이다. 읽고 이해한 바로는,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들을 빅데이터 방식으로 활용하고, 인간이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질의응답을 하고 번역을 할 수 있다.

 

데이터 분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것 말고는 검색을 통해 찾아내는 정보와 획기적으로 달라진 게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더 알아보지 않았고, 최근 버전 베타 실험에도 참여해보지 않아서 잠시 잊었다.

 

분명 변화하거나 대체 가능한 여러 직업군이 있을 거라는데 동의했고, 접근과 활용 방식이 아주 쉽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가장 최근 뉴스들이 불안을 고조시킨다. 생성 AI의 기능은 정확히 어떤 범위일까.

 

인류의 질문하는 능력이 월등히 진화(?)할 거란 기분 좋은 상상은 너무 낙관적이었나. 어쩌면 인간은 가짜뉴스를 지금보다 더 열렬히 믿고, 인공지능은 자기객관화가 철저한 사회를 경험할 지도 모른단 서늘한 상상을 한다.

 

최근 관련 분야에 거대 지분과 투자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6개월 개발 중단하고, 관리 가능성과 위험 프로토콜을 먼저 마련하자고 서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케팅의 일환인지 더 복잡한 이해계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자신이 잘 모르고 감당이 불가능한 기술을 철없이 개발한 전례가 없는 게 아니라 불안은 가라앉지 않는다.

 

전 세계 동시 발생하고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술 개발과 활용에 대해서는 관련된 소수나 전문가만이 아니라 인류 다수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원칙적인 생각을 하지만, 역시 전례를 떠올리면 이상적인 결정과정이 있었나 싶다.

 

일단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게 어떤 새로운 이해와 인식이 생길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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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니버스 독고독락
조규미 지음, 이로우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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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록 읽을 분량의 책을 읽고 피드백이 없는 십 대들 - 처음은 아니다 - 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며, 이번에도 내가 읽고 내가 쓴다. 이미지보다 문자텍스트에 더 익숙하고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믿었는데, 표지를 거꾸로 들고 있었다. 제대로 세우니 표지의 소년이 나비들과 함께 시공간 이동을 하는 듯 보인다.

 

작고 소중하고 멋진 책이라 최대한 스포일링을 하지 않고 짧은 감상을 남겨본다. 성인독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연령 불문 책이라 반갑고 고마웠다. ‘전학과 멀티유니버스가 뜻밖에 40년 전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생활권이 이렇게 가까워지기 전이고, 정보도 충분하지 않아서, 1980년대에는 각자의 세계들이 좀 더 특징적이었달.... 비슷하게 닮아갈 조건들이 덜했다. 친구의 집은 우리 집과는 달랐고, 누가 전학을 오면 몹시 궁금했다. “넌 어떤 세계에서 살다 왔니?”하는 두근거림.


 

'시미람'과 '람'


 

누군가 미래에 너는 아무 문제없다고, 너는 좋은 사람이라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의심도 걱정도 말라고 말해주면 기분이 어떨까. 초등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미래를 몰라도 다정하게 확신하는 어른들이 많으면 좋겠다.

 

힘겨워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람이처럼 잘 알아보고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격려해주고 믿어주고... 그런 사회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한다고, 뭐가 되든 참여하고 싶은 조바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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