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야라 AA TOP #5 - 5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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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로 보냈는데 기뻐하니 즐겁다. 밀봉만 잘 하면 기막힌 향과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힘든 봄날 향기롭고 따뜻한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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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스물네 시간
황현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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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만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얼마일까. 제목은 그런 뜻은 아닐 것이다. 공감이란 인지이든 감각이든 느끼는 것이니, 대상이 무엇이든 어떤 시공간이든 감정을 따라 기록해보는 일도 흥미롭다.


 

오늘은 저자를 따라 내 곁에 있는 이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그들의 스물 네 시간이 무탈하기를 더 바라고 싶은 날이다. 눈에 띈 누구의 시간도 그러하기를 간절히 빌고 싶은 날이다.


 

언제 어떻게 뜨겁지도 아프지도 않게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날의 희생을 잊지 말고 지우지 말고 다시 기억하는 날이다. 그들 모두가 꿈 꾼 눈부신 미래와 가능성이 갑자기 사라졌음을 아파하는 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두의 슬픔을 어떻게든 위로하고 싶은 날이다. 그날을 아무 것도 잊을 수 없어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을 응원하는 날이다. 비슷한 참사와 비극이 없도록 우리가 질 책임에 대해 숙고하는 날이다.


 

인간의 삶과 시간에서 조금이라도 팔을 뻗어,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들도 제각기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날이다. 이미 저지른 일이야 뻔뻔스레 모른척 하지만, 오늘부터라도 덜 유해하게 살아보자고 결심하는 날이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핀 노란 꽃들이, 찬사도 보호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머무는 생명들에게 눈길을 주고 인사를 건네는 날이다. 손수건 한 장으로 부족했던 눈물과 콧물을 닦고 다시 나선 어스름한 시간에 다시 기도하는 날이다.


 

밤이 깊어지면 그리움에 지쳐도 잠을 못 드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빠른 휴식이 찾아들기를, 숨 쉬기가 많이 어렵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는 고백을 바꾸어 전하는 날이다. 오늘은 그런 스물 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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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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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9주기를 맞아 노란빛을 담은 소식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안도와 그때 멈춰버린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 리본으로 팔찌로 꽃으로 풍선으로 꽃으로 말고 다채로웠을 삶들을.

 

인류의 역사에서 320년 정도만 전쟁이 없었다는 기록을 보았다. 폭력이 일상인 존재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기록하고 인지하고 달갑지 않아하며 평화를 위해 사는 존재도 역시 인간들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경험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세계는 이런 생각이 안일하고 느긋한 현실 모르는 소리일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그 문제를 통찰하고 기록으로 고발하고 아픈 존재들을 정성을 다해 살폈다.

 

개인에게 닥친 다양한 불행과 비극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거대한 가스라이팅이 꾸준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어떻게 개인의 탓일 수 있을까. 그래서 가능한 정확히 상상/예측하고 예방하고 대비하고 도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끈질기게 그렇게 믿는다.

 

아이들끼리의 투닥거림이나 크면서 싸우는 것이라고 하기엔, 학폭은 이제 중대한 범죄의 양상을 보인다. 아이들 싸움이 아닌 양육자의 권력을 대리한 폭력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속한 사회 폭력의 체화된 양산으로 보인다.

 

헤븐이란 참 아슬아슬한 개념이다.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바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 얇은 경계에서 삐끗하면 포기와 다를 바 없는 양도, 사이비범죄에 희생될 것도 같다.


 

다행히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서, 연대의 탄탄한 끈이 우정이라서 불안 대신 응원을 담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드물지 않게 절실한 한 사람이 있으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어쩌면.

 

더욱 비참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지금 내가 모를 뿐이지 어쩌면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텔레비전에 나온 중학생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임당할 수도 있다, 실은 벌써 죽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껴안은 인물들도 아프고, 나도 번다하고 아리다. 간절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시간은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말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공간은 모든 일이 나한테 일어나지 말라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자유다> 수전 손택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누구에게도 잠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휴식을. 잠깐의 헤븐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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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생활 1~2 세트 - 전2권 (완결)
안난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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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산책 나갔다가 축축해져 귀가했다. 인간 외의 많은 생명들에게 반가운 비가 내리는 시기이다. 나무나 꽃을 봐도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어쩐지 사이가 좀 데면데면해진 기분이다. 공해는 인간이 발명한 것이니.

 

어두운 집 화분에 갇혀 비도 못 맞는 식물들이 혹 뿌리가 과습할까 걱정이 조금 된다. 바삭한 햇살도 빛도 볕도 모자라는 봄이다. 논픽션 만화인데 도리어 그림책 같기도 하다. 식물처럼 보드랍고 따뜻하다.


 

식물들 이야기보다 식물들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더 많다. 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이 식물들을 향하고 있는 그림의 화면들이 참 좋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말이 적어 화면마저 고요하다.


 

좋아하는 상대를 가만가만 관찰하여 필요한 것,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알아차리는 시간은 우아한 수행과도 같다. 그런 이들은 인간 사람에 대해서도 비슷한 태도로 고요히 바라볼 것 같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시끄러운 내 속도 비 오는 주말에 낯설 정도로 고요하다. 하아... 살 것 같다.

 

생각해보면 불순한 의도로 들인 식물들도 있다. 미세먼지 좀... 향기 좀... 초록초록한 아름다움 좀... 어떻게 해달라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그런 것들을 바라며 구매한 소비자인 나. 돌보지 못해 죽인 생명도 많았다.

 

이른 봄 나뭇가지를 마구 자르는 작업은 고통스럽고 화가 치미는 일이다. 행정책임자가 바뀌면 가로수 수종이 바뀌는 것도 유치한 하질의 행정질이다. 오늘은 대규모는 아니지만, 우중에 인도 일부 블록 갈이를 하는 현장을 보았다.

 

귀를 막을 수도 잠시 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나무 근처에 작업 도구와 쓰레기가 놓여있고 차령이 바짝 주차되어 있다. 어디서 인간들 멋대로 데려 왔는지 모르지만 너무 고생이 많다.

 

요리하는 것과 식물을 키우는 건 비슷한 일인 것 같아. (...) 요리를 하려면 계절마다 제철 재료를 사게 되잖아? (...) 그런 걸 보면서 아주 커다란 리듬에 맞추어서 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거든. 땅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그런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이 좋아.”

 

땅을 딛고 움직이며 사는 인간도 땅에서 떨어지면 두려워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평생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인 나무가 땅에서 뽑히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 잔뿌리 하나도 다 필요해서 만들었을 것인데.

 

고요히 생각하는 일은 이토록 무섭고 두렵다. 심장이 거세게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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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이르러 별처럼 빛나기를
전호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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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피는 계절의 비 내리는 날


 

엄청난 늦잠을 자고 여전히 어두운 토요일 오전이 어쩐지 안심이고 호흡이 힘드니 다들 지친 것인지 가족들도 바깥 풍경도 고요하다. 초겨울처럼 오슬하고 겨울처럼 비가 온다. 봄꽃들이 피었던 풍경이 기이한 꿈 같다.

 

한 방울의 빗소리


 

베이킹용으로 선물 받은 초콜릿이 반 봉지나 남았다. 겨울 같은 날 겨울 같은 비를 보려고, 핫초콜릿을 만들었다. 가만히 뜨거운 잔을 잡고 베란다에 앉으니, 빗소리가 세세하게 들린다. 빗방울도 지치고 쓸쓸한가 싶게 무겁네.

 

또 내일을 기다리는 삶이고


 

살다보면 기다리는 날도 있다. 매일 내일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매주 금요일 저녁을 고대한다. 이번 주 금요일엔 기후파업을 하고 싶었는데, 월요일 동생 생일이라 기후보다 혈연을 택했다.

 

끝내 찾지 못하겠지만


 

이 시집에는 비 이야기가 많아서 계속 읽게 된다. 비 오는 날에 시를 많이 쓰시는 시인이신가보다. 바깥의 소리가 인간을 자신 속으로 집중하게 하는 효과인가. 빗소리가 백색소음이라면 최고일 터. 찾고 싶은 사람은 없고, 만나고 싶은 분들은 늘어간다.

 

마냥 슬펐던 눈물 위로


 

4월이 되면 매일이 상기하고 잊어보는 날들이다. 마음을 모아 함께 위로할 행사가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올 해는 그런 것은 기대도 말아야 한다.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 소식에 노란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순간들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 마냥 슬프다... 여전히 먹먹하다...

 

우리의 계절이 봄임을 알린다


 

올 해 봄은 봄임을 느끼고 싶어 안달복달한 기분이다. 진짜 봄이 오지 않는 해도 한 해쯤 있을 수 있지, 어쩌면 봄 풍경은 이제 기억과 기대와는 달라질 수도 있지. 지금이야말로 수용을 배워야할 때일 지도.

 

살아남아야 하는 건 기억 속 풍경도 계절도 아닌 사랑뿐일 거란... 실체 없는 희망을 품어본다. 아직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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