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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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9주기를 맞아 노란빛을 담은 소식들을 볼 때마다 우리가 함께 기억하고 있다는 안도와 그때 멈춰버린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 리본으로 팔찌로 꽃으로 풍선으로 꽃으로 말고 다채로웠을 삶들을.

 

인류의 역사에서 320년 정도만 전쟁이 없었다는 기록을 보았다. 폭력이 일상인 존재인가 싶어 헛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기록하고 인지하고 달갑지 않아하며 평화를 위해 사는 존재도 역시 인간들이다.

 

어쩌면 내가 지금 경험하지 못하는 청소년의 세계는 이런 생각이 안일하고 느긋한 현실 모르는 소리일 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저자 역시 그 문제를 통찰하고 기록으로 고발하고 아픈 존재들을 정성을 다해 살폈다.

 

개인에게 닥친 다양한 불행과 비극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거대한 가스라이팅이 꾸준하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이 어떻게 개인의 탓일 수 있을까. 그래서 가능한 정확히 상상/예측하고 예방하고 대비하고 도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나는 끈질기게 그렇게 믿는다.

 

아이들끼리의 투닥거림이나 크면서 싸우는 것이라고 하기엔, 학폭은 이제 중대한 범죄의 양상을 보인다. 아이들 싸움이 아닌 양육자의 권력을 대리한 폭력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속한 사회 폭력의 체화된 양산으로 보인다.

 

헤븐이란 참 아슬아슬한 개념이다.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바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 얇은 경계에서 삐끗하면 포기와 다를 바 없는 양도, 사이비범죄에 희생될 것도 같다.


 

다행히 서로에게 서로가 있어서, 연대의 탄탄한 끈이 우정이라서 불안 대신 응원을 담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드물지 않게 절실한 한 사람이 있으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 속에서도 어쩌면.

 

더욱 비참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지금 내가 모를 뿐이지 어쩌면 이미 모든 것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젠가 텔레비전에 나온 중학생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죽임당할 수도 있다, 실은 벌써 죽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껴안은 인물들도 아프고, 나도 번다하고 아리다. 간절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시간은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말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공간은 모든 일이 나한테 일어나지 말라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자유다> 수전 손택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필요한 누구에게도 잠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휴식을. 잠깐의 헤븐hea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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