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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이르러 별처럼 빛나기를
전호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평점 :
‘봄 피는 계절의 비 내리는 날’
엄청난 늦잠을 자고 여전히 어두운 토요일 오전이 어쩐지 안심이고 호흡이 힘드니 다들 지친 것인지 가족들도 바깥 풍경도 고요하다. 초겨울처럼 오슬하고 겨울처럼 비가 온다. 봄꽃들이 피었던 풍경이 기이한 꿈 같다.
‘한 방울의 빗소리’
베이킹용으로 선물 받은 초콜릿이 반 봉지나 남았다. 겨울 같은 날 겨울 같은 비를 보려고, 핫초콜릿을 만들었다. 가만히 뜨거운 잔을 잡고 베란다에 앉으니, 빗소리가 세세하게 들린다. 빗방울도 지치고 쓸쓸한가 싶게 무겁네.
‘또 내일을 기다리는 삶이고’
살다보면 기다리는 날도 있다. 매일 내일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매주 금요일 저녁을 고대한다. 이번 주 금요일엔 기후파업을 하고 싶었는데, 월요일 동생 생일이라 기후보다 혈연을 택했다.
‘끝내 찾지 못하겠지만’
이 시집에는 비 이야기가 많아서 계속 읽게 된다. 비 오는 날에 시를 많이 쓰시는 시인이신가보다. 바깥의 소리가 인간을 자신 속으로 집중하게 하는 효과인가. 빗소리가 백색소음이라면 최고일 터. 찾고 싶은 사람은 없고, 만나고 싶은 분들은 늘어간다.
‘마냥 슬펐던 눈물 위로’
4월이 되면 매일이 상기하고 잊어보는 날들이다. 마음을 모아 함께 위로할 행사가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되는데, 올 해는 그런 것은 기대도 말아야 한다. 가족, 친지, 친구, 지인들 소식에 노란빛이 떠오르기 시작하는 순간들이 서로에게 힘이 된다. 마냥 슬프다... 여전히 먹먹하다...
‘우리의 계절이 봄임을 알린다’
올 해 봄은 봄임을 느끼고 싶어 안달복달한 기분이다. 진짜 봄이 오지 않는 해도 한 해쯤 있을 수 있지, 어쩌면 봄 풍경은 이제 기억과 기대와는 달라질 수도 있지. 지금이야말로 수용을 배워야할 때일 지도.
살아남아야 하는 건 기억 속 풍경도 계절도 아닌 사랑뿐일 거란... 실체 없는 희망을 품어본다. 아직 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