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라 알퀴미아 #4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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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대면이 무척 설렌다. 올 해의 행복한 경험들로 알라딘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기대가 한 단계 상승했다. 산미도 좋고 단미도 좋고 잔향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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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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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삶을 따라가며 토론 경험을 만나는 에세이 구성이라, 긴장한 몸에 어느덧 힘이 좀 빠졌다. 주제와 고민을 최단거리로 해법을 향해 달려가는 오랜 버릇의 속도를 좀 늦췄다. 토론과 대화를 위한 속도부터 다시 생각해보았다.

 

!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 : 논제, 논증, 반론, 수사법, 침묵

 

- 논제는 타당한가, 오해의 여지는 없는가, 실재하는가

-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주장은 무엇인가

- 반대는 합당한가,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는가

 

! 토론 기술의 적용 : 삶과 토론의 관계

 

국가란 이런저런 논쟁들이 발전해 이룩해낸 결과이기도 하다.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 중에 이만큼 인간의 다양성과 우리의 열린 미래에 경의를 표하는 관점은 없을 것이다. (...) 좋은 논쟁은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추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토론을 한 경험이 있는지, 토론을 할 의향이 있는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한 경험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하고 간단 질문, 부담 없는 답변을 부탁했다.

 

작은 집단임에도 경험의 격차가 컸다. 격동의 역사와 압축 성장 등으로 인한 천차만별의 삶이 수없이 다양한 가정과 인간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와 위계가 강한 분위기라면 토론은커녕 대화도 드물었다.

 

개인, 가정, 사회가 서로 상호작용한 결과가 토론이 실종되고 혐오와 욕설과 막말과 무지성이 난무하는 현재일 것이다. 요인들은 아주 복합하고 종합적이겠지만, 미스터리가 아닌 정책과 교육과 문화가 큰 맥락을 이루는 문제들이다.

 

장기적 이익이나 공동의 이익보다 단기적 이익, 사적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곳곳에 음식을 감춰두는 습성을 가진 다람쥐에 빗댄 것. 토론에서 입론자가 주제를 가지 입맛대로 변형시킬 때 다람쥐라고 부른다.”*

 

* 종차별주의적 시각이긴 하지만, 그들의 토론 관련 어휘와 의미를 배웠다.


 

기사 댓글을 읽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의사도 시간도 없지만, 들은 바로는 최악의 무지성과 혐오와 막말의 각축장이라고 한다. 내용을 고려할 가치는 없지만, 사회학적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한다.

 

타인을 설득하려면 무지, 비논리와도 싸워야 하지만, 무심함, 냉소주의, 무관심, 이기심, 허영과도 싸워야 했다. 이런 장벽들이 모려 절대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만들었고, 그 문턱을 넘어서서 뭐든 하게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라도 토론이라는 문명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생각과, 자꾸 침묵하고 싶은 무기력증을 품으며 살아가는 나를 위해 배움이 갈급해서 반갑게 읽었다.

 

토론의 힘은 일대일로 얼굴을 맞대는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마법에 있다. 토론을 벌일 때는 항상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야 한다. 토론에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같은 건 없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문장씩, 좋은 대화를 이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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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주워 온 시
미후지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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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봄마다 겪는 알러지가 악화되었다. 공기 호흡을 해야 하는 생물이 호흡이 어려우니 만사가 더 무기력하다. 면역력은 조금씩 더 약해지기만 하는 것인지 증상은 복합적이 되고 약은 더 독해진다.

 

덕분에 쉬었겠지만 쉬었다는 느낌은 없고, 기억 상실처럼 시간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산책을 걸어 나가기 호흡이 어렵고, 차를 타고 나가니 눈이 아프다. 대략 난감이다. 그래도... 이런 세상이지만 기후재난으로 죽는 것도 싫다.

 

작품들은 내 취향이라곤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길 위에 두고 간 아름다운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 이 시집의 제목도 그래서 몹시 끌렸다. 길 위에서 시를 주어 오시다니요...


 

미후지’*라는 필명에 먼저 놀라고, 시인의 관심이 어디에 머무는 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길 위에 잃은 것은 아니라 버려진 존재들을 사진에 담고 시로 기록한 시집일 듯했다. * 껍질을 벗기지 않은 돈육 뒷다리 부위.


 

일상의 풍경들에는 내게 낯선 풍경도, 아주 오래 본 적 없는 풍경도 많았다. 작은 땅, 그마저도 절반이 가로막힌 공간이 문득문득 너무 갑갑하고, 어디를 가나 쇠락하는 원도심과 똑같은 디자인의 신도시가 지루했는데, 누구의 삶도 결코 단출하지 않다는 반성도 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사는 동안에는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 물건들이 넘쳐 나겠지만, 언젠가는 식물들이 그 모든 허물을 덮어줄 것이라 상상해보았다. 인간이 저지른 짓이 화석으로도 남지 않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수백 년은 육지에도 바다에도 쓰레기들이 떠다닐 것이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본격 방출된다면, 희석 분해될 거라는 무지하고 뻔뻔한 희망 대신, 수많은 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며 농축될 것이다.


 

하루 종일 미세플라스틱을 호흡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살면서, 봄 알러지만 사라지면 살만하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피식 가엾게 여겨 토닥토닥해본다. 좀 나아지면 다시 산책을 나가자. 시는 못 써도 자주 지구의 풍경을 봐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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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뇌 안에 - 타인 공감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
장동선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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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자들 중에 장동선 박사와 조천호 교수 책들만 읽었던지라 이 책으로 뇌과학에 이르는 사유의 출입문이 늘어난 것이 좋다. 없던 공간이 생기면 호흡이 편해지고 강퍅해진 기분이 풀어지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큰 주제인 공감과 메타인지를 감당할 뇌로 천천히 회복하는 기분.

 

우리의 의식을 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경험했구나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하고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이죠. (...) 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다른 존재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지금 우리 능력의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지요.”


 

소위 지능만이 능력은 아니다. 메타인지는 공감과 직결된다. 자신도 자신의 문제도 살짝 떨어져 바라보고, 감정을 조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고,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공감해야 종합적 해결이 가능하다. 그 전 과정이 진화이고 다른 말로 지혜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공감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가정에서부터 타인과 이야기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는 것이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 책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사회적 약자 등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바를 느끼고 경험해봐야 합니다. 최대한 일찍 공감 트레이닝을 받고 다양성을 경험하는 게 좋습니다.”

 

공감의 부정적인 측면도 잘 알고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패거리, 갈라치기, ‘내 편 정치가 노골적인 현실에서는 경계를 거듭해야할 내용이다. 공감에서 배제, 분리, 차별,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고속이라 읽는 것만으로 경보가 울리듯 두려웠다.

 

첫 번째는 끼리끼리 뭉쳐서 나랑 친한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은 차별하는 경우입니다. (...) 두 번째는 너무 공감하다가 아파지는 경우에요. (...) 절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무관용의 원칙 아래 훈련받는 경찰 얘기 (...) 소아과 중환자 병동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


 

읽다가 책을 놓고 눈을 감고 숨만 쉬고 있고 싶을 때는 강의영상을 들었다. 뇌과학이 처음이거나 어렵다고 위축된 분들은 강의를 먼저 듣고 읽으셔도 좋고, 책을 읽고 영상을 보셔도 좋다. https://youtu.be/a_X_1jr_fYE

 

1장의 내용만으로 글이 너무 길어져서 상대적으로 짧은 소개 글을 덧붙인다. 박보혜 저자는 공감을 하려 할 때 중요한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노력해볼 수는 있다.


 

내 의견과 선입견을 최소한 인지하고 잠시 유예하며 상대와 상대가 처한 상태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대해야 한다. 소통과 공감을 원해도 감정과 언어조차 다를 수 있다.


 

주제는 이어지며 더욱 풍성한 내용을 더한다. 3장에서도 솔직하게 공감의 출발점을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서 투사해서, 미루어 짐작하는 방식으로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니 섬세하고 차분한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

 


어렵고 힘들지만 생각과 고민만으로는 훌륭한 결심도 실체가 없다. 4장은 그런 의미에서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는 반가운 내용이다. 시작은 안부 인사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지내는지, 잘 지내는지 묻는 일... 나는 그 쉬운 걸 생각보다 자주 못하고 산다.

 

마지막으로 이대로 살면 확실하게 망하게 된 기후위기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선명하게 강의해주시는 존경하는 조천호 교수님의 글. 지구 시민의 충분한 공감과 행동으로 인한 압박이 없는 한, 어느 국가, 어떤 기업의 유해한 정책과 방식도 바꿀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감과 연대가 기본이자 필수이자 유일한 행동 희망이다.


 

바라던 무엇도 실현 안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인류가 멸종하면 인류에게만 나쁜 일이라 더 할 말도 없지만, ‘공감에 대한 진지한 글들을 읽고 나니 피로감이 덜어진다. 덜 지치는 기분이 고맙다. 알아도 못하는 것들이 많지만, 함께 읽고 함께 공감을 나누는 기회와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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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프레디 학교를 구하다 북멘토 가치동화 41
닐 카메론 지음, 최효은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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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인가 얼핏 본 기사에 고령자들이 자신이 죽고 나면 함께 살던 로봇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염려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인간의 말을 주고 받지 못하는 동물도 귀한 가족이 되는데, 어쨌든 인간의 목소리로 말을 하는 로봇에 감정이 투사되는 건 어느새 당연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의 변화 속도를 보니, 내가 아는 바로도 인간보다 자기객관화와 재구성 능력이 뛰어나고 외모 역시 상당할 정도로 근접했다. 뒤로도 걷고 관절도 아주 부드러워졌다. 내 노후의 풍경에 인공지능 로봇이 유일한 가족일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은 2010년에 원작이 출간되었는데 설정 자체가 현실전복(?)적이다. 그림도 이야기도 아주 재밌어서, 세상모르고 책에 빠져들던 어린 시절이 철없이 또 그리워진다. 읽는 내내 행복하고 꿈에서 체험도 하던 초능력자였던 한 때.

 

위계의 정점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 내 상주하는 만화/이야기 작가의 존재는 유쾌하고 신기한 괴리이다. 그는 가치동화/창작동화라는 형식 안에서, 규칙과 개성, 공동체와 개인 사이의 갈등 발생 시 우선 가치를 질문한다.


 

개성적이고 엉뚱하고 재밌고 당연히(?) 영국식 유머가 가득하니 아이에게 빨리 넘기기 아쉬운 책이다. 어린이다움을 가진 로봇이라는 존재도 참 매력적이다. 성장과 노화가 없는 생산품에 작가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상상을!

 

언급했듯이, 형식만 그렇고 실체는 철학이다. 나만의 답을 찾으려면 한참 걸으면 고민해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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