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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이터 - 디베이팅 세계 챔피언 서보현의 하버드 토론 수업
서보현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평점 :
저자의 삶을 따라가며 토론 경험을 만나는 에세이 구성이라, 긴장한 몸에 어느덧 힘이 좀 빠졌다. 주제와 고민을 최단거리로 해법을 향해 달려가는 오랜 버릇의 속도를 좀 늦췄다. 토론과 대화를 위한 속도부터 다시 생각해보았다.
! 토론의 다섯 가지 기술 : 논제, 논증, 반론, 수사법, 침묵
- 논제는 타당한가, 오해의 여지는 없는가, 실재하는가
-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주장은 무엇인가
- 반대는 합당한가, 더 나은 해법을 제시하는가
! 토론 기술의 적용 : 삶과 토론의 관계
“국가란 이런저런 논쟁들이 발전해 이룩해낸 결과이기도 하다.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 중에 이만큼 인간의 다양성과 우리의 열린 미래에 경의를 표하는 관점은 없을 것이다. (...) 좋은 논쟁은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추구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토론을 한 경험이 있는지, 토론을 할 의향이 있는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한 경험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하고 간단 질문, 부담 없는 답변을 부탁했다.
작은 집단임에도 경험의 격차가 컸다. 격동의 역사와 압축 성장 등으로 인한 천차만별의 삶이 수없이 다양한 가정과 인간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와 위계가 강한 분위기라면 토론은커녕 대화도 드물었다.
개인, 가정, 사회가 서로 상호작용한 결과가 토론이 실종되고 혐오와 욕설과 막말과 무지성이 난무하는 현재일 것이다. 요인들은 아주 복합하고 종합적이겠지만, 미스터리가 아닌 정책과 교육과 문화가 큰 맥락을 이루는 문제들이다.
“장기적 이익이나 공동의 이익보다 단기적 이익, 사적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곳곳에 음식을 감춰두는 습성을 가진 다람쥐에 빗댄 것. 토론에서 입론자가 주제를 가지 입맛대로 변형시킬 때 ‘다람쥐’라고 부른다.”*
* 종차별주의적 시각이긴 하지만, 그들의 토론 관련 어휘와 의미를 배웠다.
기사 댓글을 읽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의사도 시간도 없지만, 들은 바로는 최악의 무지성과 혐오와 막말의 각축장이라고 한다. 내용을 고려할 가치는 없지만, 사회학적으로 현상을 분석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한다.
“타인을 설득하려면 무지, 비논리와도 싸워야 하지만, 무심함, 냉소주의, 무관심, 이기심, 허영과도 싸워야 했다. 이런 장벽들이 모려 절대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만들었고, 그 문턱을 넘어서서 뭐든 하게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했다.”
이제라도 토론이라는 문명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생각과, 자꾸 침묵하고 싶은 무기력증을 품으며 살아가는 나를 위해 배움이 갈급해서 반갑게 읽었다.
“토론의 힘은 일대일로 얼굴을 맞대는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마법에 있다. 토론을 벌일 때는 항상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배려해야 한다. 토론에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같은 건 없다. 우리는 한 번에 한 문장씩, 좋은 대화를 이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