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뇌 안에 - 타인 공감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
장동선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저자들 중에 장동선 박사와 조천호 교수 책들만 읽었던지라 이 책으로 뇌과학에 이르는 사유의 출입문이 늘어난 것이 좋다. 없던 공간이 생기면 호흡이 편해지고 강퍅해진 기분이 풀어지고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큰 주제인 공감과 메타인지를 감당할 뇌로 천천히 회복하는 기분.

 

우리의 의식을 구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내가 어떤 것을 어떻게 경험했구나라며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하고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이죠. (...) 진화의 측면에서 보면, 다른 존재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지금 우리 능력의 밑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지요.”


 

소위 지능만이 능력은 아니다. 메타인지는 공감과 직결된다. 자신도 자신의 문제도 살짝 떨어져 바라보고, 감정을 조절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고, 주변의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공감해야 종합적 해결이 가능하다. 그 전 과정이 진화이고 다른 말로 지혜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공감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와 가정에서부터 타인과 이야기하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연습을 하는 것이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한 좋은 방법입니다. (...) 책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사회적 약자 등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바를 느끼고 경험해봐야 합니다. 최대한 일찍 공감 트레이닝을 받고 다양성을 경험하는 게 좋습니다.”

 

공감의 부정적인 측면도 잘 알고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고, 패거리, 갈라치기, ‘내 편 정치가 노골적인 현실에서는 경계를 거듭해야할 내용이다. 공감에서 배제, 분리, 차별, 폭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고속이라 읽는 것만으로 경보가 울리듯 두려웠다.

 

첫 번째는 끼리끼리 뭉쳐서 나랑 친한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은 차별하는 경우입니다. (...) 두 번째는 너무 공감하다가 아파지는 경우에요. (...) 절대로 공감해서는 안 된다는 무관용의 원칙 아래 훈련받는 경찰 얘기 (...) 소아과 중환자 병동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도 (...)”


 

읽다가 책을 놓고 눈을 감고 숨만 쉬고 있고 싶을 때는 강의영상을 들었다. 뇌과학이 처음이거나 어렵다고 위축된 분들은 강의를 먼저 듣고 읽으셔도 좋고, 책을 읽고 영상을 보셔도 좋다. https://youtu.be/a_X_1jr_fYE

 

1장의 내용만으로 글이 너무 길어져서 상대적으로 짧은 소개 글을 덧붙인다. 박보혜 저자는 공감을 하려 할 때 중요한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노력해볼 수는 있다.


 

내 의견과 선입견을 최소한 인지하고 잠시 유예하며 상대와 상대가 처한 상태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리 모두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고 대해야 한다. 소통과 공감을 원해도 감정과 언어조차 다를 수 있다.


 

주제는 이어지며 더욱 풍성한 내용을 더한다. 3장에서도 솔직하게 공감의 출발점을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서 투사해서, 미루어 짐작하는 방식으로 공감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러니 섬세하고 차분한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

 


어렵고 힘들지만 생각과 고민만으로는 훌륭한 결심도 실체가 없다. 4장은 그런 의미에서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는 반가운 내용이다. 시작은 안부 인사로도 충분하다. 어떻게 지내는지, 잘 지내는지 묻는 일... 나는 그 쉬운 걸 생각보다 자주 못하고 산다.

 

마지막으로 이대로 살면 확실하게 망하게 된 기후위기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선명하게 강의해주시는 존경하는 조천호 교수님의 글. 지구 시민의 충분한 공감과 행동으로 인한 압박이 없는 한, 어느 국가, 어떤 기업의 유해한 정책과 방식도 바꿀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감과 연대가 기본이자 필수이자 유일한 행동 희망이다.


 

바라던 무엇도 실현 안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인류가 멸종하면 인류에게만 나쁜 일이라 더 할 말도 없지만, ‘공감에 대한 진지한 글들을 읽고 나니 피로감이 덜어진다. 덜 지치는 기분이 고맙다. 알아도 못하는 것들이 많지만, 함께 읽고 함께 공감을 나누는 기회와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