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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런던 세트 - 전2권 - 버려진 것들의 도시
차이나 미에빌 지음, 김수진 옮김 / 아고라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언런던. 런던의 파생도시로서 런던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흘러 들어온 곳이라는 설정을 보면 누구나 환경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디나와 자나. 영웅(주연)과 영웅의 친구(조연) 사이의 긴장은 초반 120여 페이지를 이끌어 가는 단 하나의 요소여서, 이후 두 자리의 역전이 가져오는 효과는 기존의 많은 영웅 판타지 소설들의 클리셰를 타파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괴물. 핀과 바늘이 머리카락인 사람, 쓰레기통 모양의 전사, 스모그 형의 괴물, 망가진 우산들, 먹다 버린 우유팩, 머리가 새장인 탐험가, 과일로 된 로봇 등등. 판타지에서 기대하는 멋진 괴물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에서 버려진 존재들에 조명을 한껏 비추는 작가의 시각에 친근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판타지는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런 것들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느끼진 못했으니까.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첨탑으로 된 도서관. 세상 어디든 연결되는 다리, 거미줄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당, 건물 안에 존재하는 짙은 숲. 언런던의 랜드마크인 이 네 곳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내겐 가장 컸다. 그리고 ‘말(발성된 말)’의 대지인 토크랜드로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모험담이 불러 일으키는 서스펜스가 두 번째.
삽화의 느낌이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비슷해 내내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된 것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1권의 맨 마지막 장면부터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