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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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올해의 첫 문장이라 불러도 좋을 두근거리는 도입부
+ 10 : 한아름. 씩씩해서 울컥하게 하는 캐릭터
+ 10 : 개그 본능
+ 10 : 사랑의 리퀘스트를 다시 보게 만듦
+ 10 : 늙음과 젊음, 삶과 죽음, 부모와 자식, 단어와 단어 바깥. 그 모든 오고 감.
+ 10 : 시치미와 너스레, 조였다 풀었다. 타고난 완급 조절.
+ 10 : 거북하지 않은 아포리즘
+ 10 : 한대수의 씬 스틸 컷. 농아 아버지가 컵을 굴리던 것을 회상하는 장면.
+ 10 : 요즘 참 정신 나간 새끼들 많아. 사실로 드러난 짐작은 가슴을 옥죈다.
+ 10 : 나랑 해. 나랑 해남자의 젊은 욕구를 너무 단순하게 매도한 거 아녀? 그래도 굿.
+ 10 : 아비 어미 자식, 김애란 소설. 슬픔 공명 연대기의 종결점(또는 반환점)

- 10 : 이서하와 본격적으로 이메일이 오가는 장면들.
           <<새벽 3, 바람이 부나요?>>만큼 생생하진 않았음.

김연아가 동계올림픽에서 받았을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을까? 주위의 지나친 기대가 염려되었는데, 잘 헤쳐나간 듯. 슬픈 이야기지만 문장에 봄바람이 훈훈한 게 김애란에게도 왠지 사랑이 가까이 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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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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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기온이 조금 내려간 것 같고 적요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심지 한 귀퉁이 빌딩의 돌 색깔에 파란 기운이 내려앉아 도드라져 보인다. 가로수도 외로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모서리에 홀로 노닐고 있는 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말에서는 다른 이들이 별로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단정해 버린 이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말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느껴진다.  

러닝에 대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설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리듬에 대한 이야기, 리추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호전적인 다리를 힘차게 내딛는 이들의 리듬이 있는 반면에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소박한 이들의 리듬도 있다. 사람들 각자 다른 페이스 다른 리듬 다른 시간성이 있다. 분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매년 한번씩 마라톤 풀 코스를 달리는 그의 습관에서 가래떡 같은 시간에 대나무 마디 같은 것을 생성시키려는 그만의 리추얼을 확인할 수도 있다. 축 늘어진 시간에 어떤 마디를 스스로의 리듬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지순간 서늘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제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이라는 말이 아닌지다시 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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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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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위해 읽은 것은 아니다. 잘 읽고 싶어 읽었다작가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없다. 훌륭한 독자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많다. 읽은 책들이 한 권 한 권 누적될 때마다, 느껴지는 회의감과 거리감도 그만큼 커질 때가 많았다. 제대로 잘 읽은 것인가?  

책 한 권은 한 명의 사람이다. 책에서도 진심을 느끼고 싶다어느 책이든 진심은 있다. 설풋 지나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연인이, 친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책의 진심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압축과 비약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압축되지 않고, 될 수 없고, 비약할 수도 없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하여 물이 당신의 몸속으로 스미게 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내 태도는 이랬다. ‘그래서 네가 느끼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도대체 뭔데?’  책들이 자질구레하고 지리멸렬한 것들을 지나가듯 잡담하듯 풀어 나갈 때, 생각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함 안에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펜싱을 하듯 그 본질 한 가운데를 정확히 찌를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승우가 얘기했듯 숲에서 성으로 곧장 날아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조금 더 전진한 것 같다. 이제 나는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한 것들. 세부적이고 자잘한 것들에도 눈 돌릴 줄 알게 되었다. 그래. 예전보다는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을 때가 많아 졌어. 나침반의 바늘이 조금은 이동한 것이 느껴졌다. 이승우의 글은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독서를 하는 태도는 독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더욱더 확실해지는 경험칙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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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헌터
이반 로딕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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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꽂이에 컬러가 필요하다. 그게 내가 나랑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트리트 패션 화보집을 구입한 이유다. 쿠켄이나 바&다이닝 같은 요리/음식 월간지를 때때로 사 보는 것도 다 컬러 때문이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사는 이유도 아주 근본적으로는 컬러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컬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패턴도 있다. 즉 컬러&패턴. 이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이 책을 산 것이다.  

e북이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이유도 책이라는 물건에서 거의 유일하게 컬러를 드러내는 표지 조차 흑백으로 처리한다는 점일 만큼 시각적 짜릿함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컬러 킨들이 나오기 전 까진 그래서 관심이 없다.  

이반 로딕의 패션 사진은 확실히 사토리얼리스트의 스콧 슈만의 패션 사진과 취향이 다르구나 싶었다. 스콧 슈만은 정장이 많고 나이든 모델들이 많았던 반면 이반 로딕은 빈티지 풍의 옷들을 입은 모델들이 더 눈에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사진 자체만 보면, 이반 로딕은 모델의 머리 윗부분이 사진의 가장자리와 거의 맞붙을 정도로 꽉 차게 찍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스콧 슈만의 사진이 전신을 가장자리와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찍은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 이것이 이 두 사진가가 찍은 패션들이 사람들에게 허용하는 거리감의 정도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들은 옷과 액세서리, 구두 등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자기 사이에 두고 싶은 거리감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패션사진들이 증명하고 있다.  

사토리얼리스트의 표지를 장식했던 멋진 모델이 페이스헌터에도 등장한다. 은근 반갑네. 페이스헌터의 표지 모델도 멋지지만, 사토리얼리스트 표지 모델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진다. 요것도 개인 취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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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런던 세트 - 전2권 - 버려진 것들의 도시
차이나 미에빌 지음, 김수진 옮김 / 아고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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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런던. 런던의 파생도시로서 런던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흘러 들어온 곳이라는 설정을 보면 누구나 환경문제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디나와 자나. 영웅(주연)과 영웅의 친구(조연) 사이의 긴장은 초반 120여 페이지를 이끌어 가는 단 하나의 요소여서, 이후 두 자리의 역전이 가져오는 효과는 기존의 많은 영웅 판타지 소설들의 클리셰를 타파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괴물. 핀과 바늘이 머리카락인 사람, 쓰레기통 모양의 전사, 스모그 형의 괴물, 망가진 우산들, 먹다 버린 우유팩, 머리가 새장인 탐험가, 과일로 된 로봇 등등. 판타지에서 기대하는 멋진 괴물들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들에서 버려진 존재들에 조명을 한껏 비추는 작가의 시각에 친근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판타지는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런 것들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느끼진 못했으니까.  

거대한 원기둥 모양의 첨탑으로 된 도서관. 세상 어디든 연결되는 다리, 거미줄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당, 건물 안에 존재하는 짙은 숲. 언런던의 랜드마크인 이 네 곳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내겐 가장 컸다. 그리고 (발성된 말)의 대지인 토크랜드로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모험담이 불러 일으키는 서스펜스가 두 번째.  

삽화의 느낌이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와 비슷해 내내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된 것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1권의 맨 마지막 장면부터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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