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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주위의 기온이 조금 내려간 것 같고 적요해 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도심지 한 귀퉁이 빌딩의 돌 색깔에 파란 기운이 내려앉아 도드라져 보인다. 가로수도 외로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라는 말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모서리에 홀로 노닐고 있는 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말에서는 다른 이들이 별로 주의 깊게 듣지 않을 것이라고 혼자 단정해 버린 이의 목소리가 숨겨져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말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느껴진다.
러닝에 대해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소설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리듬에 대한 이야기, 리추얼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휘날리며 호전적인 다리를 힘차게 내딛는 이들의 리듬이 있는 반면에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 소박한 이들의 리듬도 있다. 사람들 각자 다른 페이스 다른 리듬 다른 시간성이 있다. 분함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매년 한번씩 마라톤 풀 코스를 달리는 그의 습관에서 가래떡 같은 시간에 대나무 마디 같은 것을 생성시키려는 그만의 리추얼을 확인할 수도 있다. 축 늘어진 시간에 어떤 마디를 스스로의 리듬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지… 순간 서늘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제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이고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하고 싶은’이라는 말이 아닌지… 다시 추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