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쓰기 위해 읽은 것은 아니다. 잘 읽고 싶어 읽었다. 작가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없다. 훌륭한 독자로서의 나를 원한적은 많다. 읽은 책들이 한 권 한 권 누적될 때마다, 느껴지는 회의감과 거리감도 그만큼 커질 때가 많았다. 제대로 잘 읽은 것인가?
책 한 권은 한 명의 사람이다. 책에서도 진심을 느끼고 싶다. 어느 책이든 진심은 있다. 설풋 지나가는 사이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하는 연인이, 친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책의 진심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압축과 비약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압축되지 않고, 될 수 없고, 비약할 수도 없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하여 물이 당신의 몸속으로 스미게 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내 태도는 이랬다. ‘그래서 네가 느끼고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게 도대체 뭔데?’ 책들이 자질구레하고 지리멸렬한 것들을 지나가듯 잡담하듯 풀어 나갈 때, 생각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함 안에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펜싱을 하듯 그 본질 한 가운데를 정확히 찌를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승우가 얘기했듯 숲에서 성으로 곧장 날아가기만을 바랐을 뿐이었다.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어야 한다. 그 길밖에 없다.’
조금 더 전진한 것 같다. 이제 나는 그 자질구레함과 지리멸렬한 것들. 세부적이고 자잘한 것들에도 눈 돌릴 줄 알게 되었다. 그래. 예전보다는 강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을 때가 많아 졌어. 나침반의 바늘이 조금은 이동한 것이 느껴졌다. 이승우의 글은 내가 가는 방향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독서를 하는 태도는 ‘독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더욱더 확실해지는 경험칙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