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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었던 빌 헤이스는 아이러니하게도 깊이 잠든날 연인이었던 스티브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었다. 빌헤이스는 그날밤 수면제 반알을 먹지않았다면 그를 살릴수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있다. 그러다가 올리버색스를 알게되고 그와 연인이 되었다. 여기 헤이스의 중년과 올리버 색스의 노년의 삶을 나는 아직 겪어 보지 않았지만, 이정도면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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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길다고 믿지 말라.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로 여기고 그 가치 이상의 삶을 살지어다. 기대치 이상을 살아낸 날이 많은 자, 많은 생을 살리니, 하루의 짧음을 불평하는 날 또한 적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은 그림자와 같은 것, 시간을 현재에 있게 하라.
-토마스 브라운 <기독교인의 도덕성>중-
나는 죽음보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더 두렵다"
올리버 색스 2009.10.31

"그때 나는 충격 상태였다거나 멍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다. 나는 모든것 ㅡ 그래, 모든 것 ㅡ 을 그대로 느낄수있었고 모든것이 다 아팠다"

나는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스티브의 자잘한 개인용품 몇가지를 챙겨왔다. 스티브가 쓰던 콘택트렌즈가 그중 하나인데, ....나에게 스티브의 렌즈는 그의 눈 일부일 뿐만아니라 그이 몸, 생명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렌즈 없이는 거의 아무것도 볼수없었던 스티브 였다. 그것을 템즈강에 던져버리고 내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었던 스티브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냈다. .... 런던 브리지에 도착해서 마지막 남은 화장재를 뿌렸다. 스티브의 유물중 강물에 던져지지 않은 유일하게 의미 있는것은 나 하나였다. 그 생각을 해봤다는 얘기가 아니다.(41쪽)
케네디 공항에 착륙해 내 생에 첫 메트로 카드를 사서 10달러를 충전했다. 무제한 이용권에 대해 알았더라면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택해 신나게 돌아다녔겠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받는 느낌은 무제한이었다. 무엇이 어때야 한다로부터 자유로우며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를 근심하지 않는.(49쪽)

2009.12.26
올리버가,뉴욕에서 전화를 걸어와, 더듬거리며 말한다. "내가 온갖 제약을 갖고 있다는 거 알아요. 장벽을 쳤죠. 빌리하고 사람 많은곳에 다는 것도 꺼려 했어요. 이제는 말하고 싶어요. 나도 당신을 사랑하고, 어디든 당신과 함께 가고 싶다고."
나라 반대쪽에서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도,당신하고,어디든 가겠습니다,젊은이." 내가 말했다.(70쪽)
2013.2.6
아이팟을 끼고 있었는데 근처의 나이 지긋한 부인이 내게 손짓하면서 뭔가 말하는 것 같았다. 이어폰을 뺐다. "뭐라고 하셨어요?"
"내자리에 앉겠어요?"
나는 주저하면서 왜 자리를 양보하시는지 물었다.
"그쪽이 너무 지쳐 보여서요"
이렇게 슬플 수가.

2013.2.9. 밤 11시15분
"잠 푹 자고 나면 생각이 왕성해지면 좋겠어. 오늘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O가 말했다. "그런 날에는 얼마나 기쁜지. 마치 그동안 자기를 의식해주기를 기다려 왔다는 듯 모든 생각이 한꺼번에 수면으로 치고 올라오는 데..."
나는 O의 잠자리를 준비해준다. 양말을 벗겨주고, 자리끼를 마련하고, 수면제를 갖다 주고, 뭔가 읽을거리를 갖춰둔다.
나 : "더 해드릴 게 있을까요?"
O : "존재해줘." (192쪽)

2013.10.16
(중간생략)
O가 불쑥말한다. "지구행성에 빌리랑 함께 있어서 참 기뻐. 그렇지 않았다면 너무 외로웠을거야."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는다.
"나도 그래요." 내가 말한다. (217쪽)

2015.2 날짜 없는 날의 기록
기쁘게도, 너무나도 기쁘게도, 수영장을 다시 찾았다.
O는 레인 끝까지 헤엄쳐 가더니 나를 향해 말한다. "우리 더 하자."
나 : "좋아요!"
현재 우리의 삶을 이 세 마디보다 더 절실하게 정의 하는 말이 있을까.
'우리 더 하자.'(302쪽)

2015. 4. 2
내가 실수로 방울토마토 상자를 바닥에 떨어뜨렸을때 O의 반응 : "예뻐라! 다시 해봐요!"
그래서 다시 한다.
O:"빌리 친구들이 얼굴 좀 보자고 아우성일 것 같은데."
나:"글쎄요. 모르겠네요. 여기가 내가 있고 싶은 곳인걸요. 당신하고요."
O:"미쳤어. 하지만 고마워."(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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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3-17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지금 당장 사러 갑니다…이 책의 존재를 알려주려서 고마워요.

placebo 2023-03-17 14:19   좋아요 1 | URL
잔잔하니 좋았던 작품입니다. ^^
 

1947년도에 나온 책이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전의 삶이 다시 되돌아 올까 하는 의문과, 물자조달의 어려움 그리고 의료진들의 노고등 페스트시대와 코로나 시대와 별반 다른것이 없는듯 하다. 이렇게 펜데믹 시대에는 비슷할 것이지만 대응하기란 쉽지가 않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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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람들을 주춤거리게 했던 것은 , 분명 감옥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시의 교도소에서 집계된 과도한 사망률에 따르자면 투옥되는 것은 사형당하는 것과 같다는 주민 모두의 공통된 확신때문이었다.・・・페스트는 특히 군인들, 수도승들, 죄수들처럼 단체로 생활하는 모든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모든 형식은 간소화되었고, 전체적으로 장례식은 폐지되었다. 환자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죽었고 의례적인 밤샘은 금지되었다. …. 대부분의 경우 가족이 병자 곁에서 지냈다면 예방 격리 되어있는 상황이어서 이동할 수가 없었다.

병의 급격한 퇴각은 기대하지 않은 일이었으나 우리 시민들은 성급히 기뻐하지는 않았다. 지난 몇개월 동안, 그들은 해방에 대한 욕말을 키웠지만, 또한 조심스러움 역시 배워서 전염병이 조만간 끝난다는 기대를 점점 덜하도록 길들여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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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잉태-탄생-유년기-성년기-노년기-죽음‘으로 되어있다. 

이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가족들의 ‘노년기, 죽음‘이 생각 났다. 

오늘로 김혜자 한지민이 나온 드라마 <눈이부시게>를 다 봤다. 나이가 서서히 듦에 따라 나는 부모님의 건강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 할수 있었는데 이 책과 드라마를 통해 조금은 더 이해할수있게 됐다.

미리 이 책을 읽어보게 되어 다행인것 같다. 

찬란한 노년을 보낼수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오늘도 미친듯이 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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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병이라도 증상은 연령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노인 환자의 경우 일상 활동의 변화에서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얻는다. 소아과 의사가 아이가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자고. 배변은 어떻게 하고, 놀기는 잘 노는지 캐 묻는것과 마찬가지다. 노인 의학에서는 앞의 세 항목중에 거동, 통증, 기분, 행동, 하루일과에 관한 질문이 추가 된다는 점만 다르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절대로 노인 환자를 어린애 취급 하면 안 된다. 노년기에 모든 생물학적 기능이 다시 아기처럼 비슷해 지는것은 사실이지만 아파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지 진짜로 아기가 되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병이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젊은 시절과 달리 노년기의 병은 기본 신체기능을 조금씩 떨어뜨리면서 밤손님처럼 몰래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78)


여든까지는 늙어 가는 게 그리 나쁜 경험이 아니라고 한다. 대신 여든부터는 거의 수직낙하를 각오해야 한다고 하셨다(P.160)


신체건강하고 사는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최소 70대 후반은 되어야 본인이 노인임을 겨우 인정한다. 대조적으로 노숙, 가난, 수감 상태 같은 환경은 강력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노화를 가속화 시킨다. 이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세포 나이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50대만 되어도 액면가만으로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P.161)


리디아 데이비스가 <늙는 것의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한 문장짜리  단편을 통해 아주 잘 표현했다.


스물여덟이 나이에 

그녀는 스물넷으로 돌아가기를 갈망 한다


 50대인 내가 잠시 스물네살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하니 소름이 끼쳤다. 흔히 부유하는 20대는 무한한 잠재력이니 기회니 하는 번드르르한 말로 포장 되곤 한다. 그러나 그 시절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받았던 엄청난 스트레스와 가식 덩어리였던 스스로가 나는 털끝만큼도 그립지 않았다. (P.165)


의료와 사회복지 사이의 경계를 결정하는것은 생물학이 아니라 정치다.(P.224)



나는 노년기를 잘 보내기 위한 필수품이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써먹는 모범답안이 있다. 바로 우월한 유전자, 행운, 두꺼운 지갑, 착한 딸 하나다.(P.310)


우리가 근본적으로 단단히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효율성이란 조직과 시스템을 논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사람이나 인간관계가 아니라 말이다.(P.333)





노인의학 전문의는 여러가지 혜택을 추가로 선사 할수 있었다. 가장먼저, 환자와 함께 생활 전반 및 건강과 관련된 우선순위를 파악한다. 그런다음 일상활동과 외출할 때 가장 힘든 점들의 해결책을 찾는다. 또 처방전과 타 진료과 예약들을 검토해 꼭 필요한 것만 가려낸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좋은점인데, 입원하는 일이 되도록 생기지 않게 몸 상태가 나빠질 경우 언제든지 전화로 상담해 주거나 방문 진료를 해준다.(P.340)



고령 노인의 거취는 늘 타인의 손에서 결정된다. 그런 그들에게 탈출구는 오직 죽음뿐이다.(P.488)





늙음이란, 겉모습만 달라질 뿐 덞음 못지않은 기회이니(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올리버 색스는 의사들에게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못박는다. 자신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만큼 오래 살았다고, 그에게 중요한것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아니라 하루든 한달이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라고 말이다.(P.578)


세상에 아이를 돌볼 줄 아는 식구가 한 명도 없는 가정은 드물다. 반면에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길을 어떻게 배웅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기 마련인대도 말이다.(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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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책이 보관함에 있었는지 알수가 없네; 실수로 담았는데 삭제가 안되서 남겨뒀었나..
어쨌던 일본추리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 보게되었다.
근데 역시 일본 추리 미스터리 소설은 다 비슷비슷하다.
아직까지도 내게 최고의 일본 소설중에 하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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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17 1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제가 《고백》의 첫문장부터 소름이었다고 하면 다들 수긍 안해서 속상했죠^^

placebo 2023-03-17 14:18   좋아요 1 | URL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던 책이죠^^
 

<엘리제를 위하여>를 읽으면서 홍대 놀이터 앞의 마녀가 생각났었는데 저자도 거기를 모티브로 쓴 것 같다

거기뿐이겠나..

마포, 신촌, 홍대 등등..
심지어 탱크걸도 사라져 버리지 않았던가
노포가 나올 수 있는 업종은 아니니..


<숨>
넘어가지 않는 밥을 목구멍에 억지로 밀어 넣는다는게, 굶거나 토해내지 못하고 그렇게 밀어 넣기만 하며 살아 있다는게.
정희는 가끔씩은 그런 자신이 무섭게 느껴진다.

죽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든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평생 제 몸을 보살피며 살았다. 부모를 떠나 보낼때도, 두 살 터울의 오빠를 잃었을 때도, 정희는 악착같이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차츰 죽어나가는 소식이 예삿일처럼 들려오고, 저보다 어린 사람들을 앞세우고, 곁에 남아있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서, 정희는 가슴속에 자라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를 알게 됐다.
혼자서 제일 오래 살아남을까 봐.


<숨>의 정희 뿐만 아니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더 많아짐에 틀림없다. 노후대비는 또 어떻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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