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야! - 내가 먼저 양보하는 마음 배우기 인성교육 보물창고 6
헬렌 레스터 지음, 린 먼싱어 그림, 서유라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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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아이가 들어오면서 눈물 범벅이길래 깜짝 놀라 물었더니, 친구들과 함께 재미삼아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1등을 못해서 속상해서란다. 그래서 몇 등 했느냐 물었더니, 5명이 뛰었는데 2등을 했다는데, 2등도 잘한거라고 열심히 뛰었음 된거라고 아무리 달래어 봐도, 1등 하지 못한 서운함에 쉽게 기분이 풀어지지 않았더랬다.
이 책은, 1등만이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를 위해서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이다. 갈수록 경쟁구도가 심화되는 사회 속에서 굳이 심어주지 않았는데도 아이 마음에 1등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스며 들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퍼지기는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줘서 더욱 예쁜 책이기도 하다. 

 
동물 캐릭터가 나오는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나서기 대장 핑커톤(우리아이는 이름도 너무 웃기고 재밌다나~^^)이 등장한다. 모든 일에 자기가 1등이여만 하는 핑커톤! 


미끄럼틀 탈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점심 시간에 급식을 받을 때도 항상 "내가 먼저야!"라고 소리치며 제일 먼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핑커톤. 소풍을 가는 날, 스쿨버스를 탈 때도 맨 먼저 그리고 맨 앞에 앉아야만 하고, 버스에 내리는 것도, 바닷물에 뛰어드는 것도, 도시락을 여는 것도 맨 먼저 해야만 하는 핑커톤이다. 

어떤 일에든 1등만 하려는 핑커톤의 모습을 보면서 "예쁜 모습이니?" 라고 물었더니 우리아이, 고개를 설레설레~. "엄마가 보기에도 예쁜 모습은 아니구나!"라고 말하면서 읽어주는데, 아이 표정을 보니 정말 얄밉게 느껴진 모양이다.^^   


핑커톤이 맨 앞장을 서서 걷기 여행을 하던 중에 모래 언덕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샌드위치 좋아하는 아이 있니?' 물론, 이번에도 쏜살같이 뛰어가서 맨 먼저 그렇게 말한 샌드위치(Sandwitch)를 만난 핑커톤. 모래마녀에게 붙잡혀 모래마녀에게 맨 처음으로 해주는 온갖 일들을 해주느라 고생을 잔뜩 하게 된다. 


"옛날 옛적에 무엇이든 맨 먼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돼지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돼지는 똘똘한 샌드위치를 만나 (중략) 뭐든지 맨 먼저 하는 게 가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울먹이고 한숨지으며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핑커톤. 


모래마녀에게 풀려 나와 스쿨버스가 떠나기 전 도착은 했는데, 핑커톤은 이번에는 스쿨버스에 제일 마지막으로 타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표정만큼은 1등 했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고 있다. 마지막이라서 기쁘다는 핑커톤. 독불장군은 결코 좋은 모습만은 아니란 걸 깨닫는 하루가 되었다. 

핑커톤이 뭐든지 자신이 먼저이고, 1등만 하려고 하는 모습이 얄밉게 보였다는 우리아이... 물론 핑커톤처럼 모든 일에 나서기 대장은 아니지만, 1등만을 고집하는 모습이 예쁘지 않는 모습이라는건만은 확실하게 알게 되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핑커톤이 그런 행동을 할 때마다 주위의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일일히 짚어주며 보았다.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행동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을... 그림 속 핑커톤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으리라. 

순위를 매길 수 밖에 없는 것도 있지만, 그 순위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그 순위만으로는 다 드러낼 수 없는 노력들이 있는거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면 얼마나 이해할까? 하지만 이 책은 굳이 설명하려 들지 않아도, 1등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것도 우리아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귀여운 캐릭터, 돼지 핑커톤 이야기로 재미있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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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는? - 먼먼 나라 별별 동물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1
마르티나 바트슈투버 글 그림,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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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똥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웃을 준비(?)를 하는 아이인데,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 나라가 도대체 어디일까 싶어, 더욱 궁금증을 콕콕 자극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그 제목이 던지는 호기심 자극과 재미만으로 제한하기엔 담고 있는 지식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많습니다. 

다루는 지식정보로 치자면 세계 문화지리에 해당합니다. 이 책의 권장연령이 유아들 대상이라는 점에서,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그 영역을 유아들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책이다보니,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만드는 멋진 지식그림책이네요. 본문의 디자인과 편집 구성등등 아이들 시선을 꽉 잡아두고 호기심으로 꼼꼼하게 읽게 만드는 내용들은, 오랜만에 알토란 같은 책을 만난 기쁨을 한껏 느끼게 해주었답니다.
전면 페이지로 그려진 첫페이지입니다. 응가를 하고 있는 세 마리의 코끼리 표정이 참말 귀엽습니다.하하. ’이런 나라 알아? 이 나라에서는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단다. 이 나라는 바로 바로......’ 우리아이는 바로 페이지를 넘깁니다. 너무 궁금해서 당장 알고 싶으니까요. 어른인 저도 같은 마음....^^ 

입말체로 쓰여져 있어 더욱 친근하게 읽히는 이 책은, 우리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코끼리(타이), 야생돼지(프랑스), 젖소와 물개(러시아), 비단벌레와 코알라 그리고 캥거루(오스트레일리아), 소와 인도코끼리(인도), 북극곰(캐나다), 염소(모로코), 소와 양, 말코손바닥사슴(노르웨이), 판다(중국), 퍼핀과 말(아이슬란드) 등등 동물들로 그 나라의 이야기를 시작한답니다. 언뜻 보면 소와 돼지, 양과 사슴 등등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동물들 이야기로 어떻게 호기심을 자극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동물들의 생태가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흔한 습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북극곰 감옥이 있는 나라, 벌레들이 맥주병과 사랑에 빠지는 나라, 염소들이 나무를 타는 나라, 말이 물고기를 먹는 나라... 아이가 푹 빠져서 읽을만 하죠?^^  

각 나라마다 동물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긴 하지만, 동물들 이야기로만 국한되어 다루지도 않습니다. 그 동물들의 톡톡 튀는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에 따른 색다른 모습이기도 하기에 억지로 기억하려 애쓰지 않아도, 그 나라의 환경과 문화등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게 해줍니다.  

각각의 나라를 소개하는 페이지의 구성도 참 마음에 들어요. 지도가 그려져 있지만 유아들이 보기에 너무 까다롭지도 않고 눈높이에 딱맞추어 재미나게 표현되어 있어 참 좋습니다. 

  


나라 별로 그 나라의 수도, 가장 높은 산, 가장 긴 강, 유명한 볼거리들을 담아 놓았습니다. 지도 상에는 그 위치에 맞게 각각 표시를 해 두어서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하게 하구요, 어느 위치에 있는 나라인지도 체크해 볼 수 있도록 세계지도 박스가 그려져 있어 더욱 마음에 들어요. 또, 내용 끝마다 재미있는 문제풀이로 그 나라 관련 지식 정보를 좀 더 알게 해준답니다. 지도를 그릴 때 사용하는 기호도 배울 수 있는... 꽉 찬 지식그림책~!! 


부록페이지에는 앞서 다룬 나라들의 유명 볼거리 열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해놓았습니다. 사실, 부록페이지 글이 촘촘하고 딱딱하면 잘 읽게 되지 않는데, 입말체로 쓰여 있고 아이들이 딱 읽기 좋은 정도의 정보글이다보니 여러모로 흡족, 흡족!!
유아는 물론이고 초등 저학년 아이들까지도 아주 아주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지식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나서, 책에는 없는 우리나라(남한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지도 그림은 제가 그려주고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4가지... 수도, 가장 높은 산, 가장 긴 강, 유명한 볼거리를 적어 보았어요. 대략적인 위치를 찾아서 표시도 해가며, 참 유익한 시간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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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2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이제 이 분이 그 분인줄 알았어요.^^

클립통 2009-03-2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글 남기셨네요~~ㅋㅋ
 
수학괴물 미래그림책 93
대니 슈니츨린 지음, 이도영 옮김, 빌 마이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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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 1학년이 된 아이가 수학문제를 두고 한숨을 푹푹 쉴 때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끔 같이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몇 쪽 되지도 않는 연산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면 풀기도 전에 얼굴부터 찡그리니,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지켜보며 속상해지기도 합니다. 수학은 누가 만들어서 이렇게 속을 썩히는지...원, 하하. 하지만 인간 삶의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필요로 했던 것이 수학이였다니,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에서 쓰여지고 있고, 또 좀 더 나은 편의를 위해서 사용되어지는 수학이니만큼 그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는 과목이기도 합니다.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싫어지는 법! 수학이라는 학과목과 더 멀어지기전에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읽히면 딱 좋을 책을 만나서 우선 기쁩니다. 이 책은 우리아이에게 수학 공부의 중요성도 깨닫고, 수학의 재미를 붙이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는 이쁜 책이네요. 그것도 무지 무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재미있는 그림으로 말이지요. 



책 속에 나오는 아이는 숫자만 보면 덜컥 겁부터 날 정도로 수학이 무섭고 싫습니다. 수학숙제를 해야하는데 그날 따라 더욱 뒤죽박죽이 되어서 도저히 문제를 풀 수 없었던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누가 대신 수학 숙제 좀 해주면 좋겠다고 소리를 칩니다. 그림 속, 아이의 표정에서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집니다. 우리아이는 이 부분을 읽어줄 때 한마디 합니다.

"엄마, 나도 가끔 수학문제 누가 풀어줬음 할 때 있었는데..."라구요. 

유년시절 수학공포증에 시달린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아이 생각을 콕 집어낸 책이네요.



아이의 푸념을 듣고서 갑자기 커다란 괴물이 나타납니다. 이 수학괴물은 골치 아픈 수학 숙제를 자신이 해결해 주겠다고 속삭거립니다. 계약서에 이름만 쓰면 된다면서 말이지요. 아이는 덜컥 수학괴물과 계약을 하고 맙니다.

 

수학괴물이 숙제를 해주기 때문에 아이는 수학 숙제에 100점을 맞았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되었으니,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수학 문제를 칠판에 적고 아이에게 나와서 풀어보도록 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문제를 풀지 못합니다. 이제껏 수학괴물이 숙제를 해주었으니 아이는 여전히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아닐밖에요. 아이들은 웃고, 선생님은 화를 내시고... 아이는 너무 창피해서 어찌할바 모릅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수학괴물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바보가 되었다고 화를 내자 수학괴물은 계약서에 적힌 글을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배우는 것이 없더라도 나를 탓하지 말 것!' 

그제서야 아이는 깨달았을거예요...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공부는 나의 공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이죠. 꺼져버리라는 아이 호통에 수학괴물은 계약서대로 돈을 내라고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주었는데도 모자라자 아이는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동전을 찾고 찾아 셈을 제대로 치루고는 괴물을 쫒아버립니다. 괴물에게 주려고 남은 돈에 맞게 셈을 하다보니 수학공부도 절로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그 날 수학 숙제를 혼자의 힘으로 풀어 봅니다. 처음엔 지끈거리던 문제들이 한 문제 한 문제 풀어갈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다시 자신을 부르게 될거라고 큰소리 치던 수학괴물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울부짖습니다. 그리고는 아이가 문제를 풀어갈 때마다 괴물의 몸이 쪼그라들더니 점만큼 작아져 버린답니다.

이야기만으로도 참 흥미진진해서 우리아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책입니다. 거기다가 덧붙여줍니다. 수학 문제는, 사실 알고보면 차근차근 생각하며 풀어 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입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괴물이 되어, 진짜로 아무것도 풀지 못하게 한다고도 말해줍니다. 그러니, 그런 괴물일랑 쫒아버리고,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보면 된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누군가 대신해주는 공부는 절대로 절대로 나의 실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굳이 엄마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깨닫을 수 있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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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3-2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욜에 지역도서관 가면서 책 찾아본다고 적어놓고는 그냥 갔어요.
결국 제목이 생각나는 책만 빌려왔는데 얘는 빠졌어요.
2만원이 날라가는 소리~~~~ㅋㅋㅋ

클립통 2009-03-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순오기님^^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 / 진명출판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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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나니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방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릇들에 새삼스레 눈이 간다. 가볍고 깨질 염려도 없어 내가 선호했던 플라스틱 그릇들, 반지르르하고 깔끔한 색상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던 본차이나 그릇 세트들을 보며, 저자가 말하던 글귀가 떠오른다. '그릇은 정성스레 다루지 않으면 깨어짐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법인데, 아무리 집어던지고 밟아도 멀쩡하니 죽은 그릇이 아닌가. 살아있는 요리를 닮을 재간이 없는 것들이다.'라고 표현한 플라스틱이나 멜라민 수지 용기들, 그리고 도자기라고는 하지만 천편일률적이여서 생기도 없고 특별한 표정도 없이 항상 나의 식탁에 오르는 그릇들이라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요리를 해도 그것을 담을 그릇이 죽었다면 소용없다. 나는 살아있는 그릇, 죽은 그릇이라고 말한다. 그릇을 선택하는 것이 번거롭고 엄격하다고 말하지는 말라. - 로산진 / 133쪽
내게 낯선 이름, 기타오지 로산진! 책을 읽고나서야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요리 이야기와 그릇 이야기가 아닌 서예가이며 전각가였고, 도예가이며 요리사이기도 했던 로산진의 삶과 예술혼, 그리고 그가 남긴 수 많은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흔 여섯의 나이로 작고한 그의 생애동안 20만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는데 마흔이 넘어서 시작된 도예가의 길이였다고 하니 참으로 놀랍다. 생활 자체가 장인의 삶이였던 로산진의 일대기를 읽어 가며 그의 장인 정신과 맞물린 천재성이 부럽다. 비록 성정이 불같으며 독설가여서 여러 사람들을 적으로 두기도 했다지만, 그의 작품에 대해서만큼은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로산진의 작품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도 커지고 있단다.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을 적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중, 스무살 시절~ 잠깐 회사 생활을 했던 때에, 귀중한 골동품 그릇에 자신의 점심을 담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귀히 보관되어 눈으로만 즐겨야한다고 생각했던 골동품이, 그게 그릇이라면 생활 속에서 식기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발상이 얼마나 톡톡 튀는지... 그 때가 스무살 즈음이라니, 타고난 미식가라 봐야 하겠다.
절대 미각과 예술적 감각으로 요리와 그릇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사람, 로산진...자신의 삶 동안,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한치 양보도 없이 그 길을 추구한 그가 남긴 글이 마음을 울린다.
사는 목적이 섰다면 즐겨라. 
옛 작가들은 도를 즐겼다. 
도자기 장인은 도자기를 즐겼다.
때문에 도자기를 위해서라면 고통도 즐겼다. - 로산진
 

한국의 사발과 도자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로산진, 우리의 도예기술을 연구해서 자신의 그릇에도 응용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쪽으로는 마음이 착잡해진다. 일본 요리에 혁명을 일으키고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 놓은 로산진의 영향으로 아주 작은 식당에서도 도자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는데, 그가 흠모했다던 우리의 사발과 접시들은 어데로 가고, 우리의 식당에서 만나는 건 스텐레스 그릇과 플라스틱 그릇들일까~! 

아름다운 도자기라고 하면 청자와 백자만을 생각했던 내게 이 책은, 대칭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투박하지만 운치 가득한 사발이 얼마나 멋스러운지 알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엔, 우리 흙으로 빚은 사발과 접시들이 천연덕스럽게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우리 흙으로, 우리의 나뭇재로, 우리의 마음으로 빚어낸 그릇들이 오롯이 상 위에 오르고 차의 향이 거기서 오르기를 바란다. 버릴 것 없는 마음을 가진 그릇은 깨어지면 흙으로 돌아갈 뿐 쓰레기장을 헤맬 일도 악취로 남을 일도 없이 그저 그대로 돌아가는 그릇. 내 아이들의 밥그릇과 접시에서 그런 자연의 순리가 배어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 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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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침대 사 주세요!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1
마누엘라 올텐 지음, 한희진 옮김 / 꿈터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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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키가 부쩍부쩍 자라는 걸 볼 때면, 가끔 참 놀랍습니다.  봄에 입었던 옷을 가을에도 당연히 입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미리 큰 옷을 준비해 놓지 않았다가는 곤란을 겪기도 하니 말입니다. 매일 매일 지켜보는 아이의 모습은 그 모습 그대로인것 같다가도 철이 바뀔때면 부쩍 자란 모습을 확인하고는 흐믓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바스찬의 부모님도 아마 세바스찬이 큰 침대를 사달라고 했을 때, 아직은 아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순간 쑤욱~ 자란 아이를 느끼며 대견하다 생각하지 않았을까~싶어요. 

세바스천은 학교를 다니는 아이입니다. 그 전날 학교친구랑 함께 집에서 재미나게 놀았는데, 학교에 갔더니 같이 놀던 그 친구가, 세바스천은 아직도 아기 침대에서 잠을 잔다고 소문을 퍼뜨립니다. 그 소문은 금방 퍼지고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은 모두 세바스천을 놀립니다. 기가 죽은 세바스천은 입맛도 잃을 정도로 속이 상합니다. 그 날 밤,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꿈까지 꾸게 되자 세바스천은 부모님께 큰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얘기하게 되고, 부모님은 세바스천이 원하는 새 침대를 사줍니다. 이제 큰 침대를 갖게 된 세바스천, 그 날 밤에 새 침대에 누워보니 정말 넓고 좋습니다. 더 이상 아이들도 놀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기분도 좋습니다. 하지만 잠을 자려고보니 이제껏 잠을 잤던 자신의 아기 침대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우리 귀여운 아기, 무슨 일 있니?
우리 귀여운 아기, 큰 침대가 갖고 싶니?
아직도 세바스천이 어리기만한 아기처럼 보이는 세바스천의 엄마입니다. 이제껏 그 호칭으로 불리웠을 세바스천인데,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보니, 새삼 엄마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게 마음에 안들어 이렇게 말합니다. 
난 이제 아기가 아니란 말이에요!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몸이 자라고 마음도 자라나며 점점 커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지요. 스스로 해야할 일들도 많아지고, 지켜야할 규칙들도 많아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유아적 사고와 행동 또한 벗어버려야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세바스천이 다음 날 버려질 자신의 아기침대를 보며 느꼈던것처럼 한순간에 쉽게 바뀔 수는 없을거예요.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미소가 벙싯벙싯 나옵니다.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참말이지, 행복을 안겨줄 때가 많습니다. 순수하고 맑은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내 마음도 동화되어 그 순간만큼은 맑아지는듯 느껴지니 말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 그려진 세바스천의 모습을 보며 우리아이와 함께 피식 웃기도 했지만, 잔뜩 웅크린 자세로 아주 편하고 곤하게 잠을 자는 세바스천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건, 바로 우리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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