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전
시라카와 시즈카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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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공자를 떠올리면 따라 떠오르는 사람이 소크라테스다. 둘 다 살아생전 남긴 저작이 없다는 것과 제자들과 나눈 대화가 제자들에 의해 책으로 쓰였다는 점이 닮아서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도 일화가 나오는데,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제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을 때 제자 ‘자공’이 놀라서 “만일 말씀하지 않으시면 저희는 무엇으로 조술하겠습니까?”라고 했다고 하니 아마 저술하지 않는 스승을 따르면서 스승이 하는 말들을 끊임없이 적어가며 그 뜻을 묻고 답을 적어간 제자들도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우리에게 <논어>는 얼마나 익숙하게 들어본 책인가! 한자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일찍이 어릴 때부터 <논어>를 필독서로 꼽곤 한다. 충분한 사색을 거쳐 <논어>를 읽었든, 해설이 곁들여진 <논어>를 읽었든, 혹은 <논어>의 일부를 읽었든 읽은 사람이 참으로 많을 것이다.

이 <공자전>은 그 <논어>의 주요 ‘화자’인 사상가 공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유교는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인’이란 도대체 무엇인지가 궁금한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았다. 공자의 일생, 유교의 발전, 유교의 경쟁자, <논어>에 담긴 뜻, <논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 각 챕터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체제든 확립되기 전에는 반체제적 성격을 띠듯 유교도 그러했다고 한다. 반체제 이론으로 출발한 유교는 이제 중국 사회체제의 뿌리가 되었다. 유교가 오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중국의 사상적 전통을 형성해 온 것이다. 저자는 선진 사상가들에 의해 많은 사상이 싹을 틔웠지만, 유교처럼 하나의 ‘전통’을 수립한 경우는 없었다고 쓴다. 그것을 처음으로 이룬 사람이 바로 공자라는 것이다.

<논어>에는 충신이라는 사고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충’은 나라에 충성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자는 자신을 등용해 준다면 다른 나라에도 ‘충’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공자에게 ‘충’은 성실 정도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조선의 유교에서 ‘충’은 곧 ‘충신’을 뜻했기에 사뭇 의아하기도 했지만 흥미로웠던 부분이다.

출생을 보면, 공자는 무녀가 낳은 사생아라고 한다. 무축의 전통을 이어받았을 터이지만 그 전통에서 공자가 걷어내고자 한 것은 걷어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공자는 “고대 신무의 삶의 방식을 자신의 전형으로 삼고, 사상과 문화가 의거해야 할 바를 구해 멀리 주나라 예교 문화의 창시자였던 주공을 자신의 이상으로”(116쪽) 삼았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런 환경에서 자신의 사상을 세우고 제자들을 두었다는 것이 참 놀랍다.


저자는 ‘인’이라는 말을 공자가 만든 조어로 본다. 공자 이전에는 ‘인’의 용례가 두 가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교의 핵심인 ‘인’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고 하는데 그저 ‘어질다’ 정도로 알고 있던 나 또한 그 ‘인’에 대해 공자 자신도 규정한 경우가 단 한 곳도 없다고 하니 그 또한 놀라웠다. 저자는 인을 규정하는 것이 공자에게도 불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규정한다는 것은 곧 한정하는 것이기에 공자가 의도적으로 회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대신 인은 엄격한 실천이 요구되는 행위 규범으로 이해된다고 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논어>의 공자를 실제적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논어>를 읽거나 읽고자 하는 독자라면, 공자의 삶을 통해 <논어>의 배경과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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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에서 바로 써먹는 한자어 문해력 80
김진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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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자 대상이 분명하다.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본문은 더욱 그러하고 부록은 완벽히 이 대상을 위하여 구성된 책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 대상은 바로 수능 수험생이다. 저자는 국어영역 지문을 파악하기 위해 ‘모르면 반드시 틀리고 알면 반드시 맞히는’ 핵심 어휘 80개를 선별하여 실었다고 한다.


각 단어를 설명하는 구조는 대체로 동일하다. 먼저 어원을 살핀다. 다루고 있는 단어가 모두 한자어이기 때문에 그 한자어 생성 원리를 설명하는데, 하나씩 뜻을 파헤칠 때마다 외우지 않아도 왜 그 단어가 그렇게 쓰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어 좋다. 또한 교과 지문에서 어떤 키워드로 등장하는지도 알려 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단어 설명의 마무리 방식이다. 공부의 방법, 인간관계,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 공부의 목적, 감정 조절을 위한 방법 등으로 끝맺는데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만 끝내지 않고 좀 더 근원적인 공부 목적과 자신의 가치관 등을 생각거리로 던지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단어마다 <이 단어가 시험지에 나올 때> 코너가 있다. 실제 시험을 볼 때 그 단어의 사용이 어떻게 함정을 파고 수험자를 헷갈리게 하는지도 알려 주고 있어서 수능 목적으로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반드시 곱씹어 바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코너이다.


책은 문학, 비문학으로 나눠서 주요 단어를 다루고 있으며 심화 출제 문제에 등장하는 단어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단어들도 있다. 부록은 시험을 보기 전에 짧은 시간에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험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각 단어의 치트키로 꾸려놓았다. 예를 들면 ‘경합’이라는 단어의 치트키로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인지 본다’라고 쓰고 있다. 80개의 단어 치트키는 시험장에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80개 단어를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이 단어 중에는 이미 제대로 파악하여 어떤 형태의 함정을 가지고 제시되어도 거뜬히 풀 수 있는 단어들도 있을 것이므로, 실제로 자신이 헷갈리거나 시험지에서 맞닥뜨렸을 때 뜻이 종종 헷갈리는 단어들만 골라 선택적으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인 이 책 활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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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두뇌가 젊어지는 그림찾기 - 어르신을 위한 건강한 놀이!
큰그림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큰그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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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상을 ‘어르신’으로 명시해 놓았는데, 표지 그림에서 보는 것같이 숨은그림찾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어르신 취향의 소재가 많다. 그림의 색상도 화려하고 소재들도 큼직큼직해서, 숨어 있는 그림을 찾은 후에 각 페이지마다 그려진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야깃거리도 생기고 함께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부모님이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신다면 그림 속 소재들을 모방하며 따라 그려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선명한 외곽선들이 있어서 따라 그리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부가 활동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독자 대상이 꼭 어르신만은 아니다. 꼬맹이들도 엄청 예쁜 그림이라고 좋아하기 때문이다. 숨은그림찾기는 원래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놀이가 분면한데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그림 찾기에 열중하며 즐거워했다. 처음엔 화려한 그림체여서 숨은 그림을 찾기 어렵겠다 싶었는데, 모두들 숨은 그림을 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10분이라는 제한 시간을 두지 않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음 페이지, 다음 페이지로 넘겨 가며 찾기 때문에 아껴가면서 이 책을 즐기려면 반드시 시간이나 페이지 제한을 먼저 얘기해 두어야만 한다. 사실 그렇게 했음에도 "한 페이지만 더!”라는 말은 꼭 이어진다.


다른그림찾기는 더 흥미진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 또한 엄청나게 즐겁게 빠져든 그림 찾기다. 다른 그림이 12곳이나 있어서 두 그림을 비교하며 찾는 시간은 숨은그림찾기에 비해 오래 걸렸다. 다른그림찾기의 그림체도 예뻐서 좋다. 숨은그림찾기와 다른그림찾기 모두 관찰력을 길러주는 데 효과가 있지만, 특히 다른그림찾기가 더욱 그러하다. 집중력도 함께 길러진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찾기도 했는데, 12곳을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정해 놓고 했더니 더욱 재미있었다. 가족이 모여 짧은 시간 동안 즐겁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더 많은 페이지로 구성한 2탄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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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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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한 수’를 배우기 위해 펼친 이 책의 첫 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싸우지 마라’였다. 저자는 이 주제를 첫 장에 배치했다.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손자의 말처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승리이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면 가장 손실이 적은 승리가 아닌가!

이러한 목적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방법에 대해 저자는 ‘손자병법 모공편’에서 최상의 방법은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즉 적의 계략을 꺾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제시한다. 이 부전승 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부전승의 역설’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그것을 ‘명성 없는 승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이기는 장수, 병나기 전에 예방을 잘하는 의사,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잘 자랄 수 있도록 올바르게 방향을 잡아준 부모, 큰 위기가 닥치지 않도록 미리 잘 준비하는 상사. 이들에게는 명성이 없다. 현실에선 위기를 극복하거나, 위험한 길에 빠진 자녀를 돌이켰거나,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이겼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병자를 살린 자들이 박수받는다. 저자가 이것을 ‘역설’로 짚어 주기 전까지는 그런 명성 있는 자들이 대단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손자는 ‘명성 없는 승리’가 최상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싸움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한 문장이 깊이 와닿았다.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된다. ‘싸울 것이냐’ 즉 싸움판을 간파해야 하고, 판의 ‘주도권’을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상대의 마음을 바꿔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심전), 마지막으로 이긴 뒤에 혹은 위기에 살아남는 데 필요한 전략(불패)이다.

‘주도권’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노부나가의 정보전을 예로 들어,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판의 주도권을 잡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정보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정보의 중요성은 오늘날 경제 분야에서 더 두드러진다. 심전 편은 상대를 움직이게 만드는 전략, 즉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를 짚어 준다. 논리는 감정의 문이 열린 뒤에야 비로소 작동한다는 점을 흥미로운 일화들로 설명한다. 이 심전 편 중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제갈량의 블러핑’ 사례다. 제갈량의 이 전략이 통한 것은 상대가 사마의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제갈량은 아마도 사마의가 아니었다면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몇 년 전 사마의 전기를 읽으며 그의 노련하고 치밀한 면모에 감탄했던 터라, 그 사마의를 돌려세운 제갈량의 전략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손자병법이 군 장성의 필독서이자 교재로, 또 현대 사회인에게도 필독서로 꾸준히 권장되는 이유를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실감했다. 이 한 권의 책에는 다양한 역사적 예화와 현대 사회 이슈, 개인 간 갈등 사례를 넘나들며 싸움의 전략을 풀어내는데,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 만큼 흥미롭게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은 저자가 부언해 놓았듯이 읽고 난 후라도, 실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다시 펼쳐 전략을 숙고하여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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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에 읽는 치유의 시 50 - 정신과 전문의 노먼 로젠탈이 건네는 마음 처방
노먼 로젠탈 지음, 고두현 옮김 / 토트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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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음악치료나 미술치료는 고대 문명에서부터 사용되어 왔다. 신경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학문적 접근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다. 실제로 감정 조절과 질병 완화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불안이나 우울, 트라우마, 만성질환, 재활 치료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지인이 자기 자녀의 심리적 문제를 음악치료를 통해 치료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그 치료가 ‘문학치료’, 그중에서도 세부 장르인 ‘시’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서치료나 글쓰기 치료 역시 음악치료나 미술치료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부 활용되고는 있지만, 시 읽기를 통해 자기감정을 완화하거나 시적 화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통찰의 단계로 들어가 왜곡된 감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을 읽노라면 노먼 로젠탈이 ‘시’를 사랑하며, 그의 ‘시적 감성’이 벼린 칼처럼 예리하고 섬세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어’와 ‘시구’에서 찾아내는 그의 깨달음은 놀랍다. 다음은 로젠탈의 그러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대목 가운데 일부이다.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은 한 통의 편지를 열었을 때였다.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져 나왔다... 이 시가 어느 편지에서 불쑥 떨어졌을 때, 나는 예술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내가 평생 연구할 질환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뛰었다.”(151쪽) 시 한 편에 가슴이 뛰는 이유가 첫째는 시 자체가 주는 예술적 아름다움 때문이었고, 둘째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다루는 질환을 설명할 근거를 발견한 듯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일화를 끄집어내게 한 시는 에밀리 디킨슨의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이다. 로젠탈은 디킨슨의 생애를 이야기하며 그의 시에서 ‘광장공포증’의 전형적인 사례를 찾아낸다. 자기 분야의 연구에서 시적 감성만큼이나 깊은 관심을 두었기에 가능한 통찰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독서를 통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책 한 권 전체를 다 읽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 한 편 역시 첫 행부터 마지막 행까지 다 읽어야만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맺힌 마음을 시 한 행이, 문장 한 줄이 풀어줄 수 있다. 번역 시라는 점에서 원작이 지닌 본질적 요소들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책에 실린 50편의 시마다 마음에 남는 시구들과 로젠탈의 탁월한 해석이 있었다. 잭 길버트의 〈실패와 비행〉에서는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은 서투르게라도 할 가치가 있다.’ 이 시행 앞에서는 긴 호흡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다. W.H. 오든의 〈장례식 블루스〉에서는 ‘그는 나의 북쪽이자 남쪽, 동쪽이자 서쪽, 내 평일의 일이자 일요일의 안식, 내 정오이자 자정.’이라는 세 행이 그러했다. 방위와 시간으로 사랑의 크기를 표현하다니. 윌리엄 블레이크의 〈독을 품은 나무〉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로젠탈은 이 작품을 ‘분노 조절’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블레이크의 또 다른 시 〈호랑이〉만큼이나 강렬해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이 책은 시 한 편마다 로젠탈의 해석과 ‘마음 처방전’, 그리고 ‘시인과 시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으로 시를 읽고 나니, 이제는 시 한 편 한 편이 치료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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