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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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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 남은 200여 페이지를 한번에 쭉 읽었다.

여자에게는 신용이 없으므로 대출이 안되던 시대를 지나, 여자에게 신용이 갖춰지자 이 신용을 통해서 얼마나 꼼꼼하게 성매매산업에 얽어매는지 소상히 다룬 과정을 보고 끔찍해서 숨이 막힌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매춘사회화, 성상품화, 대상화, 재여성화...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성매매산업이 남성 개인의 비용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을 선물하며 그들의 유대를 공고히' 하는데, 여기서 공고해지는 것은 유대만이 아니라 그들만의 사회에 대한 진입장벽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도 마음이 무거우리라고 예상했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우리사회의 단면이고 여성주의가 마땅히 바라봐야할 지점이다. 다락방 님께서 함께읽기 책으로 정하셨을 때, 혼자서라면 읽기 어렵지만 함께라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읽어낼 수 있었다.

성매매산업을 금융과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읽어낸 이 책을 읽다보면, 근본적으로 여성 노동자의 삶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나는 그게 노동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책 초반부에 저자가 썼던 문장을 기억해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외의 건전한 경제수단을 익혀 복귀하는 사회는 매춘과 무관한 '평등한 경제적 장', 탈매춘화 장', 혹은 탈성애화된 장'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회는 여성들을 도구화함으로써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p. 58

'세계화는 여성의 몸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여 여성이 남성과 국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여성적 가치를 판단하는 초남성적 시스템이다.' p.60


페미니즘의 투쟁,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101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리아 미즈.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42241
(페미니즘의 투쟁을 아직도 다 읽지 못했는데, 다음달에 이어서 읽어야겠다. 저자가 인용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도 읽어봐야겠다.)

성매매처벌이나 단속 이야기가 나오면 꼭 따라붙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에서부터 존속해온 아주 뿌리깊은 직종이라는 이야기.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이야기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남성적 시스템이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뜻이겠다.

책의 연구집단 중 하나인 '박팀장'은 마음껏 여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하다가 나중에 '이동네는 슬픈 동네에요, 진짜 죽어나가는 애들이 어마어마해요' 라는 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 '박팀장'은 그렇게 자살도 많이 하고, 귀신 나오는 집이 그렇게 많은 동네에서 슬픔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성형을 알선해주고 아가씨들을 돌려서 자신의 강남 탑 글래스 평판을 유지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사람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게 가능한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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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01 0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
저도 박팀장의 나중 발언을 보면서 여성들이 고생하고 또 죽어가는 걸 보는게 슬프다며 여전히 그렇게 돈을 버는구나, 했어요. 그는 그런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박팀장 뿐만이 아니라 성매수남들도 모두 모르지 않을겁니다. 그러면서도 착취에 가담하는 거겠지요. 휴..

등롱 2022-05-01 08:2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르지 않고 다 알면서도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사회 시스템을 고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비난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가끔은 진절머리가 쳐지네요 ㅠㅠ 그래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활동가들을 지지해야겠죠. 이번달에도 다락방 님 덕분에 힘겨운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 개정판 여이연문화 3
바바라 크리드 지음, 손희정 옮김 /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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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포물을 볼 때, 무엇이 공포의 대상이며, 공포의 대상이 공포를 자아내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공포의 대상에게 인물들이 왜, 어떻게 당하는지가 사회문화적으로 의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장화홍련 설화에서 장화의 계모가 장화를 가리켜 죽어마땅하다며 드는 명분은 장화가 사통하여 임신하고 숨기기 위해 낙태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장면이 나오는 것은, 다시 말해 연애와 성관계와 낙태는 징치해 마땅할 짓이라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아직도 작동하는 통념.

바바라 크리드의 '여성괴물'은 읽기 전에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정말정말 어려웠다.

그게 단순하게 공포영화를 풀어낸 수준이 아니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비체와 아브젝션에 기대어 정신분석학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인데, 프로이트도 잘 모르고 라캉도 모르고 줄리아 크리스테바와 현대철학은 더더욱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이 책은 이론만 쓰여진 게 아니라 공포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나는 공포영화를 보지 못해서 이 책에서 언급된 영화들은 정말이지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은 워낙 유명하기에 줄거리와 미장센을 토막이나마 알고 있고, 그게 그나마 독서에 도움이 되었다.

에일리언, 캐리, 엑소시스트, 사이코 같은 유명한 영화들이 분석될 때야말로 이 책이 기댄 이론의 실례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성혐오적인 시각이 도드라지는 영화이지만 영화 안에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렸는지 그려내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를 증명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좋은 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결론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을 향해 전개해나가는 문장 하나 챕터 하나가 중요하다. 최근 읽은 인지과학 책에서 한 번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읽어나가며 이해해나가는 게 새로운 세계와 뇌의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었다. 너무 어려운 책이라 엄두가 나지 않지만, 재독에 도전해야지. 재독 전에 프로이트의 꼬마 한스를 읽고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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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31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휴 어려운데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등롱 님!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많은 걸 얻어내신 것 같아 진짜 너무 좋네요. 저는 이번이 재독이긴 했는데 재독이어도 어렵더라고요. 특히 꼬마 한스는 도대체 뭔말인지… 하하핫. 등롱님, 4월에도 함께합시다!!

등롱 2022-04-01 08:29   좋아요 0 | URL
이 책 정말 좋았어요!! 결코 쉽지 않았구 진짜진짜 어려웠지만… 라캉과 크리스테바를 읽고 재독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다져봅니다 ㅎㅎ 책이 너무 커서 제대로 읽지 못하는 독자에게조차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4월은 제가 혼자서는 두려워 도전 엄두를 못 냈던 분야인데 함께니까 용기가 나요!! 항상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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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속박하고 얽어매는 방법은 어쩌면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인가. 주로 서양 사례가 많았으나… 우리는 동양의 사례도 그만큼 들 수 있다.
유대와 연대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마지막 챕터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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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28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
더 많은 여성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3월 책으로 또 만나요! 🙋‍♀️

등롱 2022-02-28 21:59   좋아요 0 | URL
이번달도 너무너무 좋은 책이었어요!!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덕분에 매월매월 독서가 정말 충실한 느낌이 들어요!! 3월 책도 설렙니다~사두고 기다렸어요^^
 

수학적 개념으로서 확률은 픽션과 얼마만큼 관련이 있을까?

전적으로라고 할 만큼 관련이 있다는 게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냐하면 그 개념에 정통한 저명 역사가 이언 해킹이 언급한대로, 확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세계를 그려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p.28 


첫 챕터를 읽기 시작하고 눈이 번쩍 뜨여서 자세를 바로잡고 읽기 시작했다. 

이 책 굉장히 흥미로운데, 이 저자는 소설가이자 사회인류학자, 영문학자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책의 첫 챕터 제목이 왜 문학인지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읽어내려가다가 깊이 납득한 것이다. 기후위기가 왜 문학의 소재가 되기 어려운지를 설명하기 위해 처음에는 이상 기후의 이야기를 꺼내고, 이후 문학의 패러다임을 설명하고, 문학 뿐 아니라 과학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대적 세계관을 설명한 후 마침내 기후위기로 접근하고 있다. 

아미타브 고시는 예술은 예술가 개인의 예술성, 과학은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진리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예술도 과학도 결국은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내러티브란 본질적으로 어느 면에서 나머지와 다르거나 그로부터 두드러지는 순간 또는 장면을 서로 연결하면서 전개된다. 당연히 이러한 순간이나 장면은 예외적인 것들의 예다. 

소설 역시 이런 식으로 펼쳐지지만, 다른 것과 구별되는 형식상의 특징이 있다. 다름 아니라 내러티브의 동력으로 기여하는 그러한 예외적 순간들에 대한 은폐다. 이는 이탈리아의 문학이론가 플아코 모레티가 '필러 fillers' 라고 부른 것을 끼워 넣음으로써 성취할 수 있다. 모레티에 따르면 "필러는 흡사 제인 오스틴에게 더없이 중요했던 '훌륭한 예절' 처럼 작용한다. 필러도, 훌륭한 예절도 모두 삶의 서사성을 통제하고 존재에 정규성, 즉 양식을 부여하고자 고안된 기제다. 소설은 바로 이 같은 기제를 통해 세상을 만들어낸다. 내러티브의 정반대로 기능하는 나날의 일상적 디테일을 통해서 말이다." 이렇게 근대 소설은 "전례없는 사건은 배경으로 밀어내고 나날의 일상을 전경으로 끌어내는" 식의 변화를 겪었다. p.30


전례에 없는 사건 - 즉 기후위기, 지구 기온 상승, 녹는 빙하, 갑작스런 사이클론 등의 느리면서도 거대한 자연의 사건들은 이렇게 세상에서 배제되고, 자연스럽지 않은 사건처럼 여겨져 점점 소설에서 다뤄지지 않는 것.


다시 말해 기후위기에 대해서 문학에서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 기후위기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세계관에 관련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수 소설이라는 대저택 내에서는 아무도 대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논하지 않는다. [...] 그 같은 규모의 관련성과 사건은 그럴 법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소설이라는 한정된 시야 내에서는 터무니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인류세의 지구는 바로 도무지 상상하기 힘들만큼 광대한 힘이 좌우하는 , 피할 수 없는 집요한 연속성의 세계다. 순다르반스를 침범하는 물이 마이애미 해변도 덮친다. [...] 물론 기후와 지질학이라는 힘이 우리 삶과 무관한 시대는 한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그 힘이 이렇듯 무자비하리만큼 직접적으로 우리를 압박한 시대도 없었다. p.86


2부의 역사에서는 기후위기를 논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끌려나오는 근대성 개념이 서구 고유의 것인 양 다뤄진다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매우 거칠게 요약... ), 아시아 출신이기에 첨예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2부에서 인용하고 다루는 책들이 몹시 궁금했는데 비서구권 책들은 거의 번역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7,80년대에 된 후 근래에는 별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의 책들 역시 대혼란의 시대 외에는 구해보는 게 쉽지 않고, 번역되지 않은 책도 많다. 

소금 도시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읽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네!! 


중국의 석탄, 유정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버마(=미얀마)의 석유 채굴 이야기도 대단히 흥미로운데, 내가 얼마나 동남아시아에 무지한지 새삼 깨닫다. 서구권 외에 돌려지는 동양권에 대한 시선이 중국과 일본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외의 나라들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근대성 이야기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국주의 역시 따라나와야지. 

그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저자가 언급하는 책들을 다 읽을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아쉬워. 


3부는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기후위기를 다룬다. 

기후 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결국 사람들의 도덕심에 호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기후변화의 공적 정치는 그 자체로 도덕적, 정치적인 것이 어떻게 해서 마비상태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최근에 수많은 활동가와 관심있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도덕적 이슈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 다른 모든 민주적 통치자원이 동나고 오직 그 찌꺼기인 '도덕'만 남은 듯한 형국이다.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이러한 틀 지우기는 한 가지 커다란 미덕을 지닌다. 그것은 국제적 기후변화 관료주의가 그 이슈에 부과해온 경제적 언어(비용 이익 언어)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점이다. [...] 만약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주로 개인의 양심에 제기하는 문제로 바라본다면 진지함이나 일관성은 불가피하게 정치적 입자을 판단해줄 시금석이 된다. 이는 다시 부인론자로 하여금 활동가들이 개인적으로 선택한 생활방식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을 위선자라고 몰아붙이게끔 만들 수 있다. [...] 


"당신은 기후변화 때문에 무엇을 포기하셨죠? 당신이 감수한 희생은 뭔가요?" [...] 그가 일순 얼어붙음으로써 분명한 것마저 제대로 말할 수 없게 된 것은 정치와 도덕이 손잡은 결과였다. 기후변화의 규모는 더없이 방대하므로 집단적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행동화하지 않으면 개인의 선택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p.177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 역시 바로 지금, 여기의 이야기지. 


관련된 논문도, 책도 많은데다 시간과 공간을 아주 넓은 범위로 다뤄서 책 자체는 얇지만 사고를 따라가느라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요새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읽는 책마다 언급되는데 번역된 김에 완독해야겠다고도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 쓰는데 글을 네 번 날렸다... 

하... ㅠㅠ

















언급된 책들 중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들. 

그리고 관련해서 읽으려고 담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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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을 여는 1월의 여성주의 함께 읽기 대상 도서는 웬디 브라운의 '남성됨과 정치'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를 읽지 않고 웬디 브라운을 먼저 읽는 것은 깊은 독서가 되기 어려울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디 브라운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 다 쓴 페이퍼가 날아갔어... 

아니 왜 자동 저장이 안돼 욕나온다 ㅠㅠㅠㅠㅠ 

서재 쓰면 쓸수록 진짜 너무 별로네, 무슨 PC 통신 시절 블로그도 아니고 자동 저장이 두 시간 동안 한 번도 안된다는 게 말이 되냐? 빡친다... ㅠㅠ 



멘탈 추스리고 다시 써보자. 



이 책은 어렵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으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베버까지 힘든 여정을 거쳐오면서 결국 서구사회가 정의하는 정치란 어떤 것이며, 그 정치에 남성됨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정리하고 이러한 남성됨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베버가 그토록 맹신했던 과학이 이제 정신과 육체는 별개가 아니며, 머리뼈 안쪽 어딘가에 자아가 있다는 것은 거짓이고, 우리의 정신과 자아는 회색 뇌세포와 신경전달물질과 통증 없는 컨디션의 육체 그 자체에 있으며, 육체와 정신은 말 그대로 동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육체와 육체를 돌보는 일상적 삶의 영역은 배격되고 지배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정치는 베버, 마키아벨리,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과는 달리 이제 복지국가를 표명하며 일상과 가정, 육체를 돌보면서 합법화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웬디 브라운은 말한다. "남성됨과 정치의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국가는 시민들의 삶, 시민의 목숨을 '국가 안보', '국위 선양'에 대한 대가로 지불할 때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는 마르크스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의 맥락을 깨달은 것이다. 피임과 임신중지, 임신에 대한 선택이 여성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브라운은 그 시각이 남성주의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자연(=육체)를 배격해야만 비로소 시민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시각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자연이 아니다. 


우리는 "남성이 배제하고 거부하고 탄압하고 부정한 것을 다시 가져와 그들을 통합해야 한다." (p.345) 


그렇다고 해서 여성적 가치를 남성적 가치와 등치되는 자리에 놓고, 여성과 자연을 동일시하려는 태도 역시 위험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상가들이 이러한 노선을 택했으나, 남성됨이 남성을 전부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남성의 속박이 될 수 있듯이 여성됨 역시 여성을 전부 표현하지 못한다. 


이분법적인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브라운은 


"대립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상상과 행동의 길을 잃곤 한다. 남녀에게 생리적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이 둘이 이분법적 관계라는 뜻은 아니다. [...] 이분법은 차이를 제시하고 조직하는 데 가장 단순하고 환원적이며 흥미가 떨어지는 방식이다. [...] 우리는 단순한 역전이나 통합을 추구하기보다 잘못 깔린 판에 놓인 반대 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해 떠나야 한다." 


라고 말한다. 


나는 여기서 서문으로 돌아갔다. 한국어판 서문 15페이지에, "내가 프린스턴 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갔던 1979년 당시 정치학과에는 나를 포함해 여자 동기가 셋 뿐이었다." 라고 쓰여 있다. 이 다음에 나오는 구절은 아, 여자라면 대충 알지. 브라운은 아주 우아하게 "그 때까지 나는 나한테 그렇게나 까칠하게 구는 곳을 접해본 적이 없었다." 라고 쓴다. 

그리고, 단체생활을 하는 여자라면 여자에게 배타적인 집단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치졸하고 모욕적이며 인성을 변기에 내린 것처럼 굴 수 있는지 알 것이다.

그 전장에서... (권력 구조에 있어 남성됨을 지적하는 책에 대해 쓰면서 이런 비유를 쓰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은데 다른 표현을 찾기가 좀 어렵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거두면서 자신이 겪은 차별이 있는 자리를 "잘못 깔린 판"이라고 정의하는 냉철한 식견이 너무 존경스럽다. 


마지막 9장과 10장이 특히 백미였고...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이다. 깊이 추궁해 본 적 없는 우리의 공포가 우리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요구가 우리를 배고프고 잔인하게 만든다. 또한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갈망이 우리를 만족시키지 않는 대상과 관계에 집착하게 한다." P.365


"우리에게는 우리를 완전히 주눅들게 하는 것 앞에서 경계를 지워버리고 견해 관계 노력을 밀어붙일 용기가 필요하다." P.379 


너무 좋은 책이어서, 거의 책 전권에 걸쳐 언급되다시피 하는 아렌트가 몹시 궁금해졌다. 

대부분의 인용과 언급이 아렌트에 대한 반론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인용된다는 것 자체가 아렌트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 아닌가. 대체 아렌트의 사상이 어떻기에 이렇게 반론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너무 궁금하네. 

일단 집에 있는 아렌트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을 왜 샀더라...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있으니까 먼저 읽고. 













웬디 브라운의 최신작(이라지만 2019년에 나온)이라는 "신자유주의의 폐허에서"가 너무 궁금한데... 번역이 안되었다. 대신 다른 책 두 권이 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두사의 시선 1권을 담자. 



우리 주변을 맴돌면서 우리를 속이는 것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이다. 깊이 추궁해본 적 없는 우리의 공포가 우리를 보수적으로 만들고,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요국가 우리를 배고프고 잔인하게 만든다. 또한 따져 물어본 적 없는 우리의 갈망이 우리를 만족시키지 않는 대상과 관계에 집착하게 한다." - P365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민의 삶이라고 부른 ‘좋은 삶‘은 일반적 삶에 비해 그저 더 낫거나 더 걱정이 없거나 고상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것이다. 삶을 위한 욕구를 정복하고, 노동과 일에서 해방되고, 모든 생명체가 생존을 위한 선천적 충동을 넘어서면서 생물학적 삶의 과정에 더는 매여있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것이다. [...] 생물학적 삶의 과정과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한 충동은 무관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진정한‘ 본성 함양에 저주와도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 P101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복합체에서 어떤 경우든, 언제나 지배하는 요소와 지배받는 용소를 추적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 원칙을 생명이 있는 것과 생명이 없는 것, 개별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 등 모든 범주로 넓힌다. 영혼은 지배와 피지배로 분류되며, 이성적 부분과 비이성적 부분으로 나뉘고 고결한 인간의 육체를 지배한다. - p.102 - P102

간단히 말해 베버는 합리화와 그에 따르는 지배와 소외의 형식을 ‘세계의 각성‘과 도구적 합리성의 출현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 ‘불가피한‘ 발전이 사실은 서구의 남성됨을 특징으로 하는 권력과 자유의 건설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p.289 - P289

비물질적이고 비필연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비사회적이지만 희망을 주며 영광스러운 명분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키아벨리의 경우처럼 베버의 사상은 애초에 오직 소수의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인간들만이 진정으로 소환되는 이 고상한 영역이 궁극적으로 공허하거나 부자연스럽거나 순전히 미학적 본성만 있다고 암시하지 않는가? 남성됨과 정치는 그저 인간적일 뿐인 모든 것 위에 그리고 너머에 있는 자신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아무에게도 점유되지 않은 공간을 다시 찾고 있는가? p.281 - P281

베버에 따르면, 가정 내 권위와 충성은 두 가지 근본적 특성에서 비롯한다. 자산 소유와 소비의 공산주의에서 발생하는 ‘연대‘, 가정의 가장 강건한 구성원이 존경을 받는 ‘우월성‘이 그 두 가지다. 베버가 가정 공산주의를 언급하는 순간, 순수한 경제적 현상으로서의 가정 공산주의는 대체로 무시된다. 그것이 충성과 권위의 토대가 되긴 하지만, 그 충성과 권위를 구성하진 않는다. 즉 베버는 물리적 우월성에 내재한다고 생각한 권위를 상당히 의미있는 것으로 다룬다.

p. 257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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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3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러려고 같이읽기를 시작한거긴 하지만 이렇게 다른 분들의 독서후기를 보니 제 독서에 도움이 돼서 너무 좋네요. 언급하신 한나 아렌트 책은 제가 이미 읽은 책인데 전 참 좋았습니다. 등롱 님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나 아렌트에 대한 비판이 줄곧 나오지만 한나 아렌트다 싫어지기는 커녕 더 궁금해지는 책이었어요.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

등롱 2022-01-31 23:45   좋아요 0 | URL
와 저 진짜 같이 읽기 너무 잘한 것 같아요 ^^ 이번에도 너무 좋은 독서였구, 어렵지만 이게 바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이로구나 깨달으며 좁은 식견을 넓혔습니다. 이번달에도 다락방님의 상냥한 리더십에 힘입어 독서를 마칠 수 있었어요!!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사실 독후감 쓸 때마다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데요,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게 있는 거 같아서 걍 뒤죽박죽 짧은 소견이나마 독후감 쓰려고 노력하구 있어요 ㅎㅎ
한나 아렌트 책도 다락방님 말씀에 힘입어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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