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바빴다. 회사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 고통스러운 한해였다. 그래서 올해 독서에는 TTS와 친구가 듀오 요금제로 등록해준 윌라의 공이 크다.
총 92권 읽었고, 분야는 자기계발, 소설, 과학서, 에세이, 경영경제 등등 잡다하다.
예전의 독서보다 자기계발서의 비중이 꽤 높아진 게 올해의 특징이다.
1월의 독서에선 요즘 애들, 그리고 문제는 무기력이다, 이렇게 두 권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요즘 애들은 페이퍼에 썼던 것 같은데 문제는 무기력이다는 안 썼던 것 같다.
무기력이란 어디서 나타나며,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책인데, 무기력하지 않더라도 워낙 좋은 내용이 많아서 밑줄 친 독서 노트가 빼곡했다.
무기력이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부터 부모와 교사 등의 환경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부터 시작하고, 무기력에서 스스로를 건져내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발을 내딛어 나아가야하는데 그럴 수 없는 게 무기력이므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차근차근 여러 이론에 근거해서 이야기한다.
목표, 숙달, 학습, 반복 등에 대한 내용이 계속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아서 1월에 읽고 2월에 또 읽고 중간 즈음 한 번 더 읽었다.
남성됨과 정치에 대해서는 서툴게나마 페이퍼를 썼고.
[알라딘서재]남성주의가 만든 판을 엎고 (aladin.co.kr)
2월의 책은 업스트림이 정말 좋았고, 브레네 브라운의 나는 불완전한 나를 사랑한다도 좋았다.
업스트림은 아이들이 물 위에서 계속 떠내려온다면 아이들을 한없이 건져내고 있을 게 아니라, 상류로 올라가 대체 왜 아이들을 누가 물에 던지는지? 아니면 물에 빠지는지 찾아야한다는 것이 주제인데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그리고, 악에 대한 뉴스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인류애를 되찾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2월은 애거서 크리스티를 계속 읽어갔던 시간.
애거서 크리스티도 참 복잡한 작가지. 아주 재미있다.
요새 이 책 읽고 있는데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코로나의 위기를 덕질로 극복한 결과물이랄까... ㅋㅋㅋ
애거서 크리스티도 사실 여자가 추리소설 쓴다고 정말 공격 많이 받았는데 말이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빨간 동서 문고 시리즈로 애거서 크리스티를 접한 후부터, 새 번역이 나올 때마다 또 읽고 우울하면 또 읽고 황가에서 세일하면 또 이 빠진 것 사서 채우는... 내 마음의 고향 같은 애거서 크리스티.
2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책은 페이퍼를 안 썼나보다.
외모에 대한, 또한 내면에 대한, 여성은 이래야 하고 저래야한다는 꼼꼼한 대상화가 어떻게 작용되었고 현대에는 어떻게 진행 중인지 강렬하게 기억하는데 왜 페이퍼를 안 썼지?!
새해에는 페이퍼 꼬박꼬박 쓰자.
3월, 영매탐정 조즈카는 정말 복잡한 기분으로 읽었다.
정말 일본 추리소설다운 추리물인데, 음... 이 작가의 차기작은 읽지 않을 듯.
3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책 페이퍼.
[알라딘서재]여성괴물성의 주목할만한 분석 (aladin.co.kr)
이걸 읽고, 여자가 쓴 괴물들도 읽으려 했는데 못 읽었다. 아... 아쉽네.
4월은 자기계발서의 달.
부의 추월차선은 글을 정말 잘 썼는데, 언스크립티드는 부의 추월차선에 대한 여러 공격을 받아치는 저자의 시각까지 포함되어 중복되는 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손대지 않아도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놓는 것은,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외주는, 좋게 포장해서 그렇지 결국은 타인의 노동력에 기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정직하게 일하는 누군가가 있어야만 가능한 시스템 아니냐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 의문에 답해주는 계발서는 못 봤다.
4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페이퍼.
[알라딘서재]성상품화, 대상화, 재여성화... (aladin.co.kr)
5월은 해러웨이 선언문의 달!
도나 해러웨이가 너무나 인상깊어서 해러웨이 관련된 책들을 주르륵 샀다.
사이보그 선언, 반려종 선언 이렇게 시대를 앞서간 선언 맞냐구요...
업스트림에 이어 히스 형제의 책을 읽었는데, 이것도 좋았다.
사람의 인생을 뒤바꾸는 순간에 대한 책인데,
어떤 순간은 정말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 나오지만
대부분은 그 한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고심하고 협업하며 시스템을 만든다.
강렬한 순간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 순간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고심을 하고 창출해냈는지에 대한 책.
히스 형제의 책은 계속해서 읽어갈 건데, 후회 없음도 올해 읽을 거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5월의 페이퍼.
[알라딘서재][마이리뷰] 해러웨이 선언문 (aladin.co.kr)
6월은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가장 좋았던 건 시작의 기술이고.
이건 바로 얼마 전에 또 읽었다.
남탓하고 싶을 때 읽으면 아주 좋다...
시선을 내가 아니라 남에게 돌리면 멘탈 부서지기에 딱 좋은 행동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 오디오북이 있는데, 성우분이 저자의 시니컬하면서도 냉정한 말투를 연기하며 읽어서 마치 저자가 말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아주 재미있다.
제미신의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처음에 읽었을 땐 그 거칠고 정교하지 않은 플롯에 실망감이 꽤 컸다. 너무 기대를 많이 했었나봐... 하지만 몇 개월이 흐른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정교함이 중요하지 않은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6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책은 가부장제의 창조.
가슴이 뻐렁치는 독서였지. 제2의 성보다는 이쪽이 더 좋았다.
[알라딘서재]가부장제의 창조 (aladin.co.kr)
7월의 독서는, 역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최고였다.
너무 고통스러운 독서여서 읽는 게 진짜 힘들었다.
저 수많은 날것의 목소리들.
여성혐오로 공격받는 말들을 자기 자신에게까지 하는 사람들, 공격받아서 괴로워하는 사람들, 맞서 싸우는 사람들, 숨기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
그리고 우크라이나...
[알라딘서재][마이리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aladin.co.kr)
8월, 나는 마침내 그동안 읽은 자기계발서들에서 무수하게 이름을 접해온 캐롤 드웩을 읽었다!
너무 많이 인용을 읽어서 읽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이 때 처음 느꼈다. 아무리 많이 인용된 책이라도 실제로 읽어볼 것.
인용을 보며 상상했던 책의 내용과 실제로 읽은 책은 아주 달랐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는 성공을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상상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모든 건 너 자신의 마음 가짐에 달렸어! 이런 근성론일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 읽은 건... ㅎㅎ 아, 무조건 읽고 보자.
이 때의 이 결심을 나는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다시 하게 되지.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아주 재미있었다.
올해의 소설로 꼽을만한 책.
아이들을 사랑하고, 과학도 사랑하고, 사람들과 친밀하게 잘 지내고,
과학에 대해 설명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 주인공.
그리고, 조금 비겁한 주인공.
마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헤일메리까지 읽으면서 이 작가는 인간과 인간, 혹은 인간과 조직의 갈등보다는 기계 혹은 자연환경적인 문제와 맞서 싸우는 인간 쪽을 압도적으로 재미있게 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르테미스는 마션이나 헤일메리만큼 재미있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검색하다가... 앤디 위어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았다.
아이고 어쨌거나 봐야겠네.
8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는 임신 중지.
너무나 시의적절한 책이었다.
[알라딘서재]임신중지, 에리카 밀러 (aladin.co.kr)
9월의 독서... 나는 추리를 좋아해서... 은근히 추리소설이 많네 ㅎㅎ;;;
9월 가장 재미있었던 독서는 노동조합은 처음이라였다.
운동권과 거리가 멀었던 자의 노동조합 설립기.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다른 업계와 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덕후 비중이 높아서
비사교적인 사람, 모임보다 혼자가 편한 사람, 무대와 스포트라이트를 피하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솔직히 관심사 아니면 대화가 잘 안되는 사람도 많고... ㅎ...
하다못해 동호회 운영진 뽑는 것도 너무나 어렵고... 어려움...
그래서 노조 위원 선출 및 노조 운영의 고충을 토로하는 부분에 너무 큰 공감이 갔다.
게다가 노조 단톡방 들어갔다가 노조 가입자들의 대화를 보고 인류애 박살나서 단톡방 나온 경험한 이후로는, 운동가들을 깊이 존경하기로 했다. 아니 그 꼴을 보고도 어떻게 노조 운동 계속할 수 있는 거지.
그리고 에스에프널 1권에 실린 레이 네일러의 아버지.
읽고 하염없이 울었다.
리베카 캠벨도 좋았지만, 레이 네일러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9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페이퍼.
[알라딘서재]소비문화 전시와 자기서사 쓰기 사이의 줄타기 (aladin.co.kr)
10월의 독서는 생명과학 책이 많았다.
스크린샷에서 잘려나간 책은 웰씽킹.
10월의 인상깊은 독서는 블러드 차일드,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피곤해지지 않는 올바른 자세 도감.
10월은 책을 아주 많이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파서 회사를 많이 쉬었기 때문이다. 과로로 끙끙 앓았던 달.
블러드 차일드는 당연히 좋았고.
버틀러니까.
장편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단편도 좋았다.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역시 혼자 죽는 게 뭐 대수라고...! 우에노 지즈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에세이.
우에노 지즈코 정말 글 잘 쓴다.
정말 자료를 잘 엮어낸다. 역시 일본 전체와 싸운 논객 답다.
피곤해지지 않는 올바른 자세 도감 100은 사실 한 번만 읽고 볼 게 아니고, 걷고, 앉고, 계단 오르고, 내리고, 글씨를 쓰고, 달릴 때 신체를 움직이는 수많은 팁들에 대한 책이라서 두고두고 보고 있는 중이다.
이 두 권은 역시 20대가 볼만한 책은 아닌 것 같아... 중장년으로 접어드는 나이니까 역시 보게 되는 거겠지.
오리지널스도 좋은 책이었다.
조직과 세상은 도드라지는 못을 싫어하고, 자신을 잘못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도 싫어한다. 하지만 혁신과 독창적인 창의성은 대부분 그런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될까?
여러 실례를 들면서 독창성과 창의성의 위험함, 헤쳐나가는 방법, 연대의 중요성 등에 대해 설파한다.
10월의 여성주의 책 정말정말 좋았다. 너무 좋았다. 악을 들여다볼까봐 너무나 두려웠지만, 함께 악에 올바름의 빛을 비춘다면 할 수 있다.
10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페이퍼
[알라딘서재]개인으로서도, 집단적 운동으로써도 저항해야한다. (aladin.co.kr)
11월의 책, 고구레 사진관이 재미있었고.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탁월하다.
12월, 내내 19세기 문학에 잠겨 있는 동안 툭 튀어나온 밤의 여행자들.
에코 스릴러가 너무 궁금했는데... 정말 에코 스릴러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에 좀 의문이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또 초반부가 다 필요한 장면들이고...
다락방의 미친여자 페이퍼를 미리 썼으면
여기에 척 링크 붙이고 좋았을 것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페이퍼를 못 썼다.
내일의 내가 쓰겠지!
2022 독서도 보람찼네.
2023에는 세 자리수 찍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