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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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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여성주의 같이 읽기 책을 3월 1일에 다 읽었다! 만세!
2월도 정말 바빴는데 다 읽을 수 있어서 기쁘다!

이 번 책도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고, 여성주의 공부를 왜 하는지, 왜 다른 나라의 책을 읽는지에 대해서 의미를 명료하게 밝혀주는 정희진의 해제도 좋았다.

여성을 보는 시야에 인종이라는 레이어를 더하면, 임신중지, 참정권, 가사노동, 성차별, 강간 등의 여러 의제들을 살피는 각도가 달라진다. 노예해방 의제에는 동의했던 동지가 참정권 의제에선 등을 돌리고, 여성 권리 의제에는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지가 임신 중지에선 입장이 달라진다.
그것은 어쩌면 운동을 하면서도 차별을 떨쳐내지 못한 운동가의 한계에서 오는 것일 때도 있지만, 사회적 계급차에서 오는 차이에서 생겨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 운동의 의제를 워낙 많이 다루고 있는 책이라 사실 분량에 비해 의제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가사노동자의 계급화를 다루는 마지막 챕터에서 결국 가사노동자가 원하는 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임금이 아니라 일자리와 공동 보육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 아닌가 싶은데... 이러한 결론의 근거 중 하나는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타의 가사노동 정의인데, 가사 노동이 국가가 가정으로 떠민 노동력 재생산 노동이라는 정의에는 동의하지만 그 해답이 일자리와 공동 보육인가? 여기에는 좀 의문이 있다.

하지만 너무 좋은 책이었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계급과 인종과 여성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한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주여성들이 존재하고, 많은 가사서비스의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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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02 0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셧고 완독도 축하합니다, 등롱 님.
저도 읽으면서 갸웃한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또 저자의 주장에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건 우리가 저마다 처한 입장과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다르지만 그 다른 입장들이 하는 말을 들을 필요는 분명 있을테니까요.

3월에도 열심히 읽어봅시다!!

등롱 2023-03-02 15:41   좋아요 1 | URL
매달매달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맞아요, 사실 책의 분량에 비해 의제가 많아서 생략된 맥락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정책도, 문화도 다르니까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그른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다른 문화와 제도에서의 다른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의의가 있었다구 생각합니다~.

3월에도 힘내겠습니다, 얍얍!!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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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벗겨진 베일 읽느라 잠시 멈추면서, 12월 안으로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12월 내 완독 성공!
미들마치를 못 읽은 채 독서한 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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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2-31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롱님 완독 축하합니다!! 👍👍👍👍👍

등롱 2022-12-31 17: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히히 처지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ㅎㅎ

프레이야 2022-12-31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롱 님 완독 축하드려요
벗겨진 베일, 재미있네요. ^^

등롱 2022-12-31 19: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와, 진짜 12월까지 다 읽을 수 있을 줄 몰랐는데 뿌듯하고...
12월 내내 19세기 문학에 잠겨 산 느낌이에요 ㅎㅎ
함께 읽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단발머리 2022-12-31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등롱님!
우리 모두 넘넘 대견합니다 ㅎㅎ

등롱 2022-12-31 19:54   좋아요 0 | URL
이렇게 두꺼운 벽돌책을 읽어내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거!
제가 그 중 하나라는 거! 너무 기분이 좋아요~ >ㅁ<

건수하 2022-12-31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등롱님 완독 축하드립니다 ^^

등롱 2022-12-31 19:5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빌레뜨를 읽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놓기만 하고 미처 읽지 못한 채 독서 시작했지 뭔가요, 아쉽습니다~~.

다락방 2022-12-31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등롱 2022-12-31 21:16   좋아요 0 | URL
19세기 문학에 푹 빠져서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20년이 지난 책이라 이건 좀... 이런 느낌도 있었고, 동조할 수 없는 비평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문학에 잠겨서 보낸 즐거운 연말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읽고 있다는 거, 그래서 이렇게 읽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올해도 감사하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쟝쟝 2022-12-3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들마치만요? ㅋㅋㅋ 벗겨진 베일 저도 읽고 싶더라고요… ㅜㅜ 문학 안읽은 저를 반성 많이했습니다. 올해 등롱님과 함께 읽을수 있어서 넘 좋았습니다. 읽고 쓰는 것이 여자들에겐 가장 큰 연대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롱 2022-12-31 21: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미들마치 말고도 많았는데 아 미들마치가 올해 새 번역이 나온다는 썰을 믿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강렬한 아쉬움이 그만...
벗겨진 베일에 대한 비평은 전반적으로 색이 조금 달라서 아주 재미있었는데요, 교수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ㅎㅎㅎ 조지 엘리엇이 높은 문학사적 평가에 비해 아주 복잡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올해 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는데 쟝쟝님 포스트를 보면서 시름을 많이 잊었답니다. 같이 읽고 쓸 수 있어서 저도 큰 힘을 얻고 정말 좋았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새해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다룬 챕터가 너무 재밌네… 프랑켄슈타인을 아담에서 이브로, 괴물을 이브로 끌고가는 독해가 눈을 뗄 수가 없네. 그런데 내가 독서 준비하며 읽은 게 프랑켄슈타인과 교수 절반 뿐이라 곧 밑천 바닥…

출간 예고된 반년간 브론테 자매 더 읽지 않고 뭐했는지 너무 후회된다 흑흑 빌레뜨 읽었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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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섹스 비디오 유출로 수군거리던 어린 시절의 소문들 때부터, 야동에 대한 이야기가 은근히 돌아다녔던 걸 기억한다. 

야동이라는 것이 언젠가부터 야동순재라는 유행어가 돌면서 남자라면 당연히 보는 것처럼 언급되었지만 예전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야한 잡지를 갖고만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기는 했었다. 

그게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 나는 제대로 기억해보지 않았는데, 연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 


N번방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포르노 역시 하나의 문화현상 중 하나고, 포르노라는 것이 처음부터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는 것부터 다뤄지면서 뭔가 깨닫는 게 있었다. 포르노의 탄생 배경 역시 사회적 맥락이 있었고, 어떠한 맥락과 어떤 현상들을 통해 이렇게 변해왔는지 짚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N번방 이후 뭔가 갈곳없던 울분이 방향을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런 거고, 원래 이렇게 태어난 거고, 원래 이렇게 여자를 그저 물건화하기만 하는 것이 남자의 목적이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지만 그게 아니라 이 또한 사회문화적인 현상이고 학습과 전이를 거쳐 형성된다면 바꿀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섹스앤더시티가 한창 열렬한 숭배를 받고, 그걸 보는 게 쿨하게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정말 보기 싫었다. 그 때는 왜 그런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어서 사람들이 열광할 때마다... 캐리의 수많은 구두와 웨딩드레스와 보석들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그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내가 왜 그걸 불쾌하게 여겼는지 잊어버렸다. 유행이란 게 흔히 그렇지 않나. 시간이 흐르면 그 유행에 대해 언급하는 게 또 구질구질하게 여겨지니까.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옛날의 그 감정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렇게 여자들끼리 서로를 재어보고 신체를 조각조각 분절하고 태도도 분절해서 평가하는 게 싫었고, 어떤 물건을 소비했느냐로 우위를 논하는 것도, 얼마나 핫한 가게에 가서 먹어봤느냐로 우위를 점하는 것도 싫었지만, 섹스에 대해 쿨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멋진 여자인 것 같은 태도가 특히 더 싫었다. 



성인용 컨텐츠에 대한 필요성과 포르노에 대한 필요성은 이제 같은 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동 포르노만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여자의 신체에 대한 철저한 대상화에 대한 용납의 문제다. 

소프트한 포르노는 허용한다는 건 신체를 조각내는 대상화를 허용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한 번 허용하면 속도가 관건일 뿐, 결국은 자본과 결합된 포르노는 브레이크없이 계속 치달을 뿐이다. 


"우리 문화의 포르노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내게 마법 같은 해결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우리는 거대한 경제구조와 맞닥뜨리고 있다. 포르노 산업과 싸우려면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적 운동으로써 저항해야 한다. -p.320"


"포르노 문화에서 주어지는 가소화, 일반화, 정형화된 섹스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도 성적인 존재로 살아갈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그러한 섹슈얼리티는 사회 운동이 정해줄 수는 없다. 그것은 개인에게 귀속된 것이고 우리 각자가 어떤 사람인지,우리가 성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p.322"


포르노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그리고 이 거대한 성산업에 대해서 반대하는 실질적인 행동은, 운동이 아니라 개개인의 층위에서도 해나갈 수 있다. 

혐오만 말하는 게 아니라, 대안을 계속 생각해야하는 것. 

개개인이 포르노 문화에서 정해주는 성문화를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섹슈얼리티를 정하는 것. 포르노 문화는 섹슈얼리티가 아니고, 섹시하지 않다고 잘라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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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31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소프트한 포르노는 허용한다, 그건 괜찮다고 한다면 그 소프트함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누가 정할것이며 그것을 넘어가는 일은 아주 쉬울거예요. 너무나 폭력적인 포르노 문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든 저항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은 포르노라 말하고 여자들은 폭력이라 말하는 그런 세상인 것 같아요. 왜 한쪽에게 폭력으로 느껴지는 게 다른 한쪽에겐 재미여야 할까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 우리는 11월에도 만납시다!

공쟝쟝 2022-10-31 09:13   좋아요 1 | URL
언제 오셨어요? 부장님? 내가 1빠로 달고 있었는뎈ㅋㅋㅋ

등롱 2022-10-31 20:38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욕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도 욕망이라고 길들여버리는 문화인 게 너무 어이 없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분연히 말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11월 12월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 와와 제가 고대했던 것에 비해 미처 언급되는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연말을 마무리하는 아주 멋진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설렙니다~!

공쟝쟝 2022-10-3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합니다! 저도 이 책 읽고 되려 남자들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였는 데 (조만간 시간나면 남아걱정도 좀 하는 페이퍼를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은 내가 여자로서 특히 20대에 사회화되던 과정들이 포르노 문화 속 여자들을 선망하면서 따라하려고 했다는 게 소름끼치고 너무 싫더라고요. 남자들이 잘못했네 남자 탓 하는 것보다 여성으로서 내 기준을 다시 잘 세워 단호하게 말로 해 보는 것이 개인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란 생각도 많이 들고요.
그건 섹시하지 않습니다. 잘라 말하는 것. ㅋㅋ 좋네요. 좋으네요~

등롱 2022-10-31 20:45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그건 섹시하지도 않고 야하지도 않고 그저 폭력일 뿐인걸요!!
옛날에는... 정말로 따라하는 게... 따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ㅎㅎㅎㅎ 그 때도 이게 맞나라는 느낌은 있었는데, 내게 맞지 않는 옷이란 생각은 있었지만... 부끄럽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과거죠 ㅎㅎㅎ ...

공쟝쟝님의 남아걱정 페이퍼 아주 기대됩니다! 자주 북플 들어와야겠어요~~
 

9월을 넘겨서야 쓰는 리뷰... 완독도 9월을 넘겨서야 했다!

10월의 책은 꼭 10월 안에 해치우리라고 다짐하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가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읽게 되어서 너무 다행이다. 이 책은 2018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현상들이 많고, 내가 함께 겪었고 겪고 있는 현상들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읽고 있다는 느낌은 해외의 이론서들을 읽을 때와는 거리감이 압도적으로 다르다. 문득 도나 해러웨이에게 강좌를 듣는 대학생들은 이런 느낌이겠지 싶어서 조금 부럽지만...


2018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어떤 글은 조금 더 일찍 읽었으면 시의성이 적절했겠다고 느꼈을 듯하지만 대부분은 전혀 시간의 간극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읽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에서 나오는 "혜화역과 광화문 등에서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다섯 차례 열리는 동안, 나는 현장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관련 사안에 가담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것은 나의 착각일까? p.66" 이 구절은 너무나 정확하게 내가 느낀 감정을 묘사하고 있어서 놀랐다. 


느꼈던 감정들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그 유대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무엇을 낳는지 아는 것. 두번째 챕터가 너무 좋아서 다 읽지도 않았는데도 만족스러웠다. 


ASMR은 도서관 소음, 까페 소리 등의 ASMR만 알고 있던 내게는 차원이 다른 얘기였는데 반해 맘스타그램, 먹스타그램을 다루는 글은 가까이 닿아 있는 현상에 대해서이다보니 흥미가 갔다. 


맘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서 일상을 기록하는 것들은 플랫폼 회사에게는 사업을 위한 고객 데이터가 축적되는 과정이겠지만, 그 기록은 이 시대를 사는 수많은 개개인들의 것이기도 하다. 양육현실을 드러내주고, 서로의 육아에 대해 공감하고, 가족 공동체 혹은 지역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육아에 대한 정보교환의 장이 되기도 하는 반면 상업의 도구로서도 기능하고, 외모관리, 소비, 모성노릇 등의 압박으로서도 기능하는 양상이 마지막 꼭지의 제목에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소비문화 전시와 자기서사 쓰기 사이의 줄타기." -p. 195


제목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지 뭐야. 너무 절묘한 표현이라서. 


그리고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글을 가장 늦게 미뤄두었다가 읽었다. 너무 내게 가까운 연구라서 읽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실무자 인터뷰가 너무 적어서 아쉬운 면이 있고. 

트오세 사건과 게이머 게이트 사건을 다룬 문단을 읽다보면 당시의 분노가 선명하게 떠오르고, 티셔츠 게이트도 떠오르고. 

그 이후에 게임업계 최초 노조가 탄생하면서 이어서 2호, 3호 노조들이 나타났다. 노조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52시간제가 도입되었다. 아직도 포괄임금제를 고수하는 회사들이 있지만, 최소한 포괄임금제가 페지되어야한다는 인식만큼은 생겨났고, 근무시간과 노동자성에 대한 개념도 조금은 생긴 것 같다. 2018년 당시보다는 많은 게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 개발자의 노동 환경이 나아졌는가? 이건 잘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육아휴가, 출산휴가, 육아로 인한 근무시간 조정 등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생겨났지만, 실질적으로 회사를 리드하는 직위의 면면들을 살피면 여성은 거의 없다. 승진의 기회가 있는가? 장기근속에 무리가 없는가? 이런 부분들을 살펴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암묵적으로 승진이 더 어려운 면이 있는데... 실무자 인터뷰가 적으면 실질적으로 그런 부분을 다루기가 더 어렵지 않았을까 싶고. 

글의 후반부에는 여성 개발자로서의 어려움보다는 게임 개발자로서의 어려움에 더 집중되어 있는 것 같기는 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접힐 경우의 고용불안정성, 오픈 전과 오픈 후의 야근 강요, 인센티브의 불투명함 등은 비단 여성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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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03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등롱 님, 완독 축하드리고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이 읽기를 잘했다고 해주셔서 정말 마음이 너무 좋아요. 항상 같이 읽어 주시고 그리고 읽고 쓰는 걸 공유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껴주셔서 정말이지 너무 좋아요. 등롱 님, 앞으로도 우리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씁시다.

안녕히 주무세요!

등롱 2022-10-04 13:1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읽고, 생각하고, 쓰는 즐거움을 되찾아서 정말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매달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항상 진심입니다? ㅎㅎㅎㅎ

다락방님의 적절한 책 선정 센스에 이번에도 감탄했답니다.
리뷰를 쓰려면 읽으면서 생각했던 걸 다시 떠올리고 책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기억하던 구절이 정확한지 다시 살펴보고, 쓰려던 내용이 아귀가 맞는지 체크하는 이 과정이 어렵지만 이거야말로 정말 책을 소화하는 과정이라고 느껴요.

남은 10월 ,11월 ,12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와 너무 뿌듯한... 뿌듯한 시간일 것만 같아요!

공쟝쟝 2022-10-04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여성이여서 힘들겠나요. 여남 상관 없이 이 말도 안되는 엉망인 착취 구조가 모두를 힘들게 하는 거고, 다만 여자들은 암묵적으로 그 힘듦을 더 받아내야 하고 정서적 노동까지 더 하라고 보이지 않는 억압을 겪으니까 정병이 오는거고 ... 안미칠려고 싸우기 시작하면서, 자기한테 맞는 표현, 언어, 말들 이런 게 막 쏟아지는 데.. 아 나에게 지금까지 이런 말이 없었구나.. 하면서 페미니즘 공부하고... 공부하다보니까 정말 온사회가 나한테 가스라이팅을 했구나 하면서... 괴롭기도하고...
이번 달에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 맨 첫문단의 다짐 쫌 감동인데요?
등롱님의 자기 서사쓰기와 페미니즘 함께 읽기를 응원합니다~!

등롱 2022-10-04 13:21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너무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행복합니다 히힣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다보니 더 할말이 차고 넘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것을 적절히 표현해낼 말들이 여태까지는 없었고, 말을 찾아냈을 때, 차별을 인식하게 될 때, 이게 다 배우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이고... 배웠으니, 이제 어떻게 이 차별들을 헤치고 나아가고 고쳐야 하나... 암담한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지금 함께 겪었던 일들이 연구되고 통계되고 분석되는 게 아주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었어요 ㅎㅎ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까요!! 으샤으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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