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크레딧 -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
김주희 지음 / 현실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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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날, 남은 200여 페이지를 한번에 쭉 읽었다.

여자에게는 신용이 없으므로 대출이 안되던 시대를 지나, 여자에게 신용이 갖춰지자 이 신용을 통해서 얼마나 꼼꼼하게 성매매산업에 얽어매는지 소상히 다룬 과정을 보고 끔찍해서 숨이 막힌다.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매춘사회화, 성상품화, 대상화, 재여성화...
더 끔찍한 것은, 이러한 성매매산업이 남성 개인의 비용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을 선물하며 그들의 유대를 공고히' 하는데, 여기서 공고해지는 것은 유대만이 아니라 그들만의 사회에 대한 진입장벽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도 마음이 무거우리라고 예상했고, 예상은 들어맞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우리사회의 단면이고 여성주의가 마땅히 바라봐야할 지점이다. 다락방 님께서 함께읽기 책으로 정하셨을 때, 혼자서라면 읽기 어렵지만 함께라면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읽어낼 수 있었다.

성매매산업을 금융과 자본주의의 측면에서 읽어낸 이 책을 읽다보면, 근본적으로 여성 노동자의 삶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나는 그게 노동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하다가 책 초반부에 저자가 썼던 문장을 기억해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성매매' 외의 건전한 경제수단을 익혀 복귀하는 사회는 매춘과 무관한 '평등한 경제적 장', 탈매춘화 장', 혹은 탈성애화된 장'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회는 여성들을 도구화함으로써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p. 58

'세계화는 여성의 몸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여 여성이 남성과 국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여성적 가치를 판단하는 초남성적 시스템이다.' p.60


페미니즘의 투쟁,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47906101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마리아 미즈.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42241
(페미니즘의 투쟁을 아직도 다 읽지 못했는데, 다음달에 이어서 읽어야겠다. 저자가 인용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도 읽어봐야겠다.)

성매매처벌이나 단속 이야기가 나오면 꼭 따라붙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고대에서부터 존속해온 아주 뿌리깊은 직종이라는 이야기.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이야기는, 여성을 상품화하는 남성적 시스템이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뜻이겠다.

책의 연구집단 중 하나인 '박팀장'은 마음껏 여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하다가 나중에 '이동네는 슬픈 동네에요, 진짜 죽어나가는 애들이 어마어마해요' 라는 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 '박팀장'은 그렇게 자살도 많이 하고, 귀신 나오는 집이 그렇게 많은 동네에서 슬픔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성형을 알선해주고 아가씨들을 돌려서 자신의 강남 탑 글래스 평판을 유지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사람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게 가능한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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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5-01 04: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등롱 님.
저도 박팀장의 나중 발언을 보면서 여성들이 고생하고 또 죽어가는 걸 보는게 슬프다며 여전히 그렇게 돈을 버는구나, 했어요. 그는 그런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마 박팀장 뿐만이 아니라 성매수남들도 모두 모르지 않을겁니다. 그러면서도 착취에 가담하는 거겠지요. 휴..

등롱 2022-05-01 08:2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르지 않고 다 알면서도 하는 거라고요. 그래서… 사회 시스템을 고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비난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가끔은 진절머리가 쳐지네요 ㅠㅠ 그래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활동가들을 지지해야겠죠. 이번달에도 다락방 님 덕분에 힘겨운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