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인간학 2026 - 세계 자산가들의 비밀 노트
이혜정 지음 / 퍼스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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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해 동안 자산을 다루어왔지만, 그 일이 자산만 다루는 일아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숫자 뒤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은 내가 아는 것보다 언제나 더 컸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들고 떠났다. '부는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건너는가?' 이 책은 국경을 넘는 부와 사람 사이를 건너는 유산이라는 두 가지 이동에 관한 기록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혜정은 25년간 자산관리의 현장에서 자산가와 가족기업을 만나왔다. 숫자로 드러나는 자산의 규모보다 그 부를 일군 사람의 선택과 철학에 귀 기울였고, 한 세대의 성취가 다음 세대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돈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위해 부를 이루고 어떤 삶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총 네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부는 네 개의 자산이 함께 움직일 때 완성된다(자산 편), 그래서 무엇이 가족을 지키는가(승계 편),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사람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혁신 편), 국경을 넘는 자본, 함께 건너는 유산(글로벌 편) 등을 통해 부의 축적을 넘어 품격 있는 승계와 책임 있는 자산관리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침서인 셈이다.


부는 네 개의 자산이 함께 움직일 때 완성된다  


우리는 흔히 자산, 즉 부富를 돈(현금), 부동산, 주식 등 숫자로 計量되는 재정 자산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부는 보이는 것 이상의 영역에서 형성된다. 자산의 네 바퀴가 고르게 굴러야 되는데, 책은 재정 자산, 사회 자산, 인적 자산, 정신 자산 등 4대 자산이 함께 지속 가능한 부를 만든다고 말한다.


재정 자산~ 부를 만들고 이어가는 구조

사회 자산~ 관계가 만드는 네트워크

인적 자산~ 역량과 신뢰를 잇는 힘

정신 자산~ 가치와 철학의 기준


자산을 탁월하게 다루는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통장 잔고가 아닌 시간표에서 찾는다. 시간과 주의력 그리고 신뢰야말로 돈보다 먼저 흐르는 진짜 자본이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현장에서 가장 자주 목격되는 비극은 재정 자산 하나만 기형적으로 키운 사람들인데, 통장 잔고는 수십억 원이지만 건강이 무너진 사람, 가족 관계가 파탄난 사람 등이다.



네 가지 자산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증폭시키거나 잠식한다. 정신 자신은 방향을 제공한다. 명확한 투자 철학이 없는 자산가는 시장의 소음에 계속 흔들리고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인적 자산은 추진력을 만들고, 사회 자산은 연료를 공급한다. 


그래서 무엇이 가족을 지키는가

많은 한국 가족법인은 '법인을 만들면 세금이 줄어든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작하지만 법인은 단순히 절세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자산을 관리하고 가족의 원칙을 전승傳承하는 그릇이다. 이와같은 철학 없이 설립된 법인은 나중에 국경을 넘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 가족법인의 대표는 회사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다. 실제로 그가 평생을 바쳐 일군 회사였다. 생활비, 자녀의 유학자금, 경조사비 등이 법인계좌에서 인출됐고 회계 장부상엔 '가지급금'이란 이름으로 조용히 쌓여갔다. 가지급금은 사라지지 않고, 해마다 인정이자가 붙어 세무조사에서 가장 먼저 지적받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자녀들의 시선이었다. 이들은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경험도 마찬가지였다. 법인의 회장은 생활비, 각종 세금, 기타 잡비 등을 자금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난 새로 부임한 상장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이었는데, 이같은 팀장의 자금 집행을 문제삼자 회장의 특별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고 오랜 관행이었다고 실토했다. 이에 내가 나섰다. 개인자금과 법인자금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런 지출은 불가함을 회장 면전에서 밝혔고, 또한 로열 패밀리들의 사적私的인 자금 지출 요구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나의 소신을 피력했다. 하지만 잘못된 관습은 결코 근절되지 않았기에 결국 난 이 회사를 떠났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란 말을 남기고.


장기간 처리되지 않던 거액의 가지급금을 일시에 처리했던 경험도 소개해 본다. 곧 상장되는 중견법인의 재무총괄 임원으로 부임했는데, 업무보고에서 자금팀장과 회계팀장이 공히 장기 누적된 가지급금 처리가 '뜨거운 감자'임을 피력했다. 자금팀은 유상증자시 발생한 차입금의 상환을, 회계팀은 가지급금의 처리를 나에게 건의했다. 이에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던 창업 임원을 설득한 후, 차명주식의 매도를 조용하고 은밀하게 기획했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약속과 함께. 


왜냐하면, 가지급금의 대부분은 자본금 증액으로 발생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후 차명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매각대금으로 유상증자 때 발생한 관련 차입금을 전액 상환했다. '뜨거운 감자'를 처리한 후 관련 업무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회장은 '왜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하느냐'고 나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회장의 그릇된 사고는 여전했다. IMF 위기가 찾아왔을 때 불용不用자산과 본업 이외의 계열사를 매각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건의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는 회장의 리더십에 실망해 난 사직서를 던졌다. 이 회사는 현재 상장기업 리스트에도 없다. 나아가 난 회사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가족법인의 6가지 리스크


구조의 철학이 결여된 설립

법인과 개인의 경계 붕괴

지배구조의 부재

역사적 부채의 누적

배당의 전략적 미사용

승계계획의 부재



그렇다. 첫 출발이 '절세節稅' 목적이었을지라도 가족의 가치와 역할, 의사결정 원칙 등을 다음 세대로 승계하는 운영체제들이 하나의 철학 아래 연결될 때 비로소 가족법인은 창업자 사후死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재산을 담는 그릇이 되는 것이다.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사람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인공지능AI는 이제 도구를 넘어 도시의 운영 주체가 되어 가고, 도시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설계되고 있다. 가문家門의 자산관리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에게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길 것인가?


도시가 AI로 관측되고 운영되듯, 자산은 이미 AI로 분석되고 거래된다. 도시가 에이전트에게 신호 운영과 에너지 관리를 맡기기 시작했듯이 가족의 포트폴리오도 알고리즘에게 리밸런싱과 모니터링을 맡기기 시작했다. AI는 자산관리의 많은 것을 바꾸지만, 사람이 먼저고 원칙이 다음이며 도구는 마지막이라는 순서를 바꾸지 못한다.



책은 인식형 AI에서부터 피지칼 AI까지의 기술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자산관리와 건물관리 시스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그런데, 투자 원칙과 위험의 한도, 가족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 최종적인 의사결정만큼은 사람이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AI가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미래의 자산관리는 사람이 원칙을 세우고 AI의 역할과 권한을 설계하는 일이 될 것이다.


국경을 넘는 자본, 함께 건너는 유산


"여행자가 먼 나라에서 가져오는 가장 값진 것은 그 나라의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집을 새로 보는 눈이다. 다섯 나라의 제도를 배우러 떠나지만, 돌아와서 마주하게 될 것은 결국 우리 가족의 식탁이다."


오늘의 가족은 한 나라 안에서만 살지 않는다. 부모는 한국에 있고 자녀는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한다. 사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하고, 공급망은 중국과 유럽에 걸쳐 있으며, 투자 계좌는 싱가포르와 홍콩, 여러 통화와 금융기관에 나뉜다.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도 국적, 세무상 거주지, 사업의 중심과 자산의 통화가 여러 번 바뀐다.


오늘날 자산은 버튼 하나로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자산과 함께 이동하는 세금과 법률, 신고 의무와 자금 출처, 가족의 약속과 평판은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지 않는다. 준비 없이 이동한 돈은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가족 전체를 흔드는 불안이자 위험이 될 수 있다.

책은 싱가포르, 미국, 유럽, 중국, 중동의 자산관리와 승계 문화를 살펴보며 각 지역의 제도와 가문이 부를 지켜온 방식을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신뢰를 설계하는 질서를, 미국은 신탁과 보험을 통해 장기적인 승계를 준비하는 시스템을, 유럽은 백 년의 시간을 견디는 기록과 규율을 각각 설명한다.



제도의 이름과 형태는 달라도 장기간 지속되는 가문家門들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바로 '정신이 원칙을 만들고, 원칙이 사람을 기르며, 사람이 신뢰를 쌓고, 그 위에서 재정 자산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부의 인간학'은 부자의 학문이 아니다


저자가 본 어떤 노트엔 건물도 주식도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가 평생 지킨 규칙 세 개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미안했던 일 하나가 적혀 있었다. 그 가족은 지금도 명절이면 모인다. 이 책에서 다룬 그 어떤 신탁보다 견고한 구조란 생각이 든다. '부의 인간학'은 남기려는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의 학문이다.



#책추천 #재테크 #부의인간학 #부자되는법 #이혜정 #퍼스트북스 #부자가되는법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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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미리 살아봤습니다 - 퇴직 5년 전부터 시작한 인생 2막 실험
지즐(김경옥) 지음 / 미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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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의 순간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정년이라는 날짜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지금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삶을 미리 살아 보기로 했다. 아직 교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조금씩 내려놓고, 조금씩 비워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있다. 몸을 다시 단련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낯선 배움을 이어간다. 이 책은 은퇴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지즐(김경옥)은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방통대 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을 전공했다. 36년째 교육 일선에서 아이들과 함께해오며 현재는 주전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퇴직을 기다리기보다 퇴직 이후의 삶을 미리 살아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총 7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예순, 인생의 초읽기가 시작된다(파트1), 지금 내려놓지 않으면 늦는다(파트2), 예순 이후의 삶은 체력이 결정한다(파트3),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즐거들(파트4), 교장은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파트5), 은퇴 후 10년을 미리 살보는 법(파트6), 2031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인가?(파트7) 등을 통해 퇴직을 앞둔 당사자의 사전 준비를 솔직하게 전한다.  


“내일 아침 조금 일찍 눈을 뜨는 것.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한 줄을 쓰는 것. 혹은 그냥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 그 작은 선택 하나가 퇴직 후의 나를 완전히 다른 자리에 세워놓는다는 것을, 나는 지금 몸으로 배우는 중이다.”(12쪽)


그동안 딸로, 아내로, 엄마로, 교육자로 등의 많은 역할 속에서 살아왔던 저자는 늘 자신보다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삶에 익숙했다. 나이 예순에 이르러 처음으로 '지금,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지만 솔직히 답하기 두려웠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의 시간을 더 단단하게 준비하는 방향으로 삶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예순은 늦은 나이가 아니라 새롭게 나다운 삶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배움이 필요하다. 영어 회화를 듣고, 투자 공부를 하고, 다채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순간,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순의 시간은 결코 저무는 해가 아니다.오히려 정교한 전략을 세워 멀리 비행하기 위한 설렘 가득한 출발점이다.


또한 이젠 내려놓을 때이다. 내려놓기란 비움이다. 비움은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하나를 덜어내고, 내일 또 하나를 내려놓는 것은 결국 삶을 가볍게 만든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전에 지금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는 습관이 몸에 배여 삶은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걸 가지려고 애썼던 시간에서 벗어나, 이젠 뭘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다.


비움을 실천하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소비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예전엔 구매 충동이 생기면 그냥 샀지만, 이젠 '정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충동구매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아낀 돈을 가족과 함께하는 등산, 딸과의 댄스 수업, 남편과의 골프 등 사랑하는 가족과의 경험에 투자했다.


예순 이후의 삶은 체력이 좌우한다. 몸은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마음이 지치면 몸이 무거워지고, 반면에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렇게 심신心身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예순 이후의 삶에서 체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금 내 몸에 투자한 시간은 미래의 나에게 많은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늙지 않았다는 증거들


영남알프스 7봉 도전

마라톤 완주

10년의 골프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는 스키 타기

딸과 함께 댄스 학원의 교습

제주 환상 자전거길 4박 5일 종주


배움엔 정년이 없다. 예순의 공부는 이전의 것과는 다르다. 시험도, 등수도, 졸업도 없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라도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한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영어를 배우고, 경제를 공부한다. 여전히 서툴지만 이 과정 자체가 예순의 삶을 더 젊게 만든다. 예순인 지금도 여전히 학생이다.


같은 은퇴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되고 누군가에겐 방향을 잃는다. 이 차이는 무엇을 준비했느냐에서 비롯된다. 이에 저자는 은퇴를 기다리지 않고 현직에 있는 기간에 가상의 은퇴를 살아보기로 했다. 소위 '가짜 은퇴 실험'은 도피가 아니라 은퇴 후 현실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한 연습인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은퇴를 인생의 마지막 장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는 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하는 날 아침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정년이 오기 전에 은퇴 이후의 하루를 미리 살아 보기로 했다.”(172쪽)


사람들은 평생 몇 개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저자 또한 그러했다.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낳은 딸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에서의 생활에선 은퇴를 앞둔 지금 초등학교 교장이란 직업상의 이름으로 불린다. 36년의 오랜 교직 생활 동안 가장 큰 울타리는 학교였으며, 교장이 되고 처음으로 명함을 만들었다. '이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어떤 직함이 생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2031년, 저자는 교장이란 직함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지즐'(지혜롭고 즐겁게)라는 필명筆名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 달리고, 배우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년停年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만나기 위해 오늘도 미리 그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


다시 시작하기 위한 한 걸음


정년 퇴임 후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려 본다

지금 내가 미루고 있는 것 하나를 오늘 시작해 본다

오늘 가족에게 먼저 말을 건네 본다



정년은 인생 2막으로 향하는 기회의 문門


정년을 내리막길의 시작으로 여기고 인생의 쓸쓸함을 떠올리고, 또 사회적 쓸모의 유통기한이 만료되었다며 허탈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감상적인 허무함 대신에 정년을 오히려 인생 2막을 향하는 문이자 설렘 가득한 기회의 문으로 삼자. 정년을 앞둔 예비 은퇴자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에세이 #정년퇴직 #은퇴 #인생후반전 #인생2막 #은퇴를미리살아봤습니다 #지즐 #김경옥 #미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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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10-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일반이들은 교장 선생님처럼 정년 보장이 안되니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유있게 은퇴 설곌를 할 수 없지요.일반인들에게 은퇴란 여유로운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또 몇 십년을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되는지를 고민해야 되는 고통의 시작이니까요.
 
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 - 스토리텔러 박정호 교수의 경제 흐름 읽기 특강 ㅣ 지식 벽돌
박정호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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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친숙한 사물을 통해 경제를 배우는 것은 추상적인 이론을 현실과 연결해 주는 번역 작업입니다. 이는 개념 이해를 돕고, 오래 기억하게 만들며, 나아가 실제 생활에서의 의사결정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번역이 왜곡이 아니라 이해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비유의 선택과 사용 방식에 대한 성찰도 곁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박정호 박사는 숫자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추적해온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학자로 내가 좋아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산업, 역사, 기술, 지정학과 연결해 쉽고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대중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총 12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위기를 딛고 일어난 '반도체'(파트1), 세계를 지배하는 '석유'(파트2), '휴대폰'의 현재와 미래(파트3), 21세기 하얀 석유로 통하는 '리튬'(파트4), 우리의 일상을 바꿔 줄 '미래 자동차'(파트5), '금'이 귀한 이유(파트6), 우리는 아직도 '철기' 시대(파트7), 인류의 오랜 벗 '구리'(파트8),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화두 '쌀'(파트9), '콩'은 전부 대한민국산이다?(파트10), 세계인의 먹거리 '밀'(파트11), 관세로 인한 '커피'의 세계화?(파트12) 등을 통해 경제 공부에 한 걸음 더 가까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의 쌀' 반도체는 이젠 없어선 안될 사물이 되었다. 우리들의 일상에 너무도 흔하고 가까운 전자 제품이나 기기機器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물건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변화됨에 따라 전자식 제품의 핵심 부품이 바로 '반도체'이며, 이 수요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사물을 아무나 만들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에 한국 반도체의 위상은 꼭 필요한 사물이라는 차원을 넘어 외교 협상에서 판을 뒤집는 지렛대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한편, 한국 반도체의 유일한 경쟁 대상은 대만의 TSMC와 이들이 구축한 칩생태계이다. 이들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들이 주문(설계)한 대로 만들어주는 소위 '전문 위탁 생산'을 주업主業으로 한다. 즉, 제조를 잘하는 회사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물을 나는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석유(원유)'로 꼽고 싶다. 이는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반도체 만큼이나 중요해서 결코 뗄려야 뗄 수 없으며, 아무 곳에서나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반도체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동해 해상에서 석유를 채취한 적이 있지만 매장량이 그리 크지 않아 더 이상 채굴하지 않고 있는데, 향후 개발 예정인 7광구에 기대가 크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유국들은 중동 지역에 밀집해 있다.

혹자는 '화석연료의 시대'가 종말을 맞았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지구인들은 '석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현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연료이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자동차와 버스, 해외여행시 이용하는 비행기, 화물운송에 사용되는 트럭이나 컨테이너선 등에도 마찬가지로 이용되는 사물이다. 한편, 최근 중동에서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인해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어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었다.

오일 쇼크로 유가가 급등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북해산 브렌트유, 알래스카산 원유, 셰일오일 등의 대체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대체재의 등장은 전통적인 유가의 가격탄력성을 완화시키므로 중동 산유국들의 가격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21세기엔 석유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 여전히 관심이 크다.

휴대폰은 이제 현대인들의 필수 소지품이 되었다.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외출했거나 잠시 정신을 판 사이에 이를 어딘가에서 분실했을 경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증상까지 보이는 그런 중요한 사물이다. 내 젊은 시절엔 손에 드는 전화기가 없던 때라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상대방의 연락을 받을 수 없어서 소위 '바람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휴대폰은 단순히 통신을 쉽게 주고받는 기기를 넘어 실상은 갖고 다니는 컴퓨터 역할을 하기에 이 물건이 손에 없으면 현대인들의 불안 증상까지 유발하는 셈이다. 길 찾기, 맛집 찾기, 도서 구매, 배달 음식 주문하기, 지식 검색하기, 영화나 드라마 시청하기, 음악 듣기 등 얼마나 많은 편익을 우리들에게 제공하는지를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금세기 최고의 정보 혁명이자 산업 혁명이다. 예쁜 디자인에다 손 안에 쏘옥 들어와 휴대에도 매우 편할 뿐더러 온갖 편익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장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국경을 아예 넘어가 있어도 이것만 손에 들고 있으면 다 되니까 말이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불과 얼마 전엔 테슬라의 전기차 등장과 함께 이에 장착되는 배터리가 각광받았다. 이젠 반도체 위에 배터리 시대가 열렸다고 신문엔 온통 관련 기사로 도배된 적이 있었다. 주식이라곤 전혀 모르던 딸과 아내가 배터리 관련 주식을 매수했을 정도였다.

배터리를 제조하는데 필수적인 금속이 바로 리튬이다. '백색 반도체'라 불리기도 하는데, 원소 주기율표상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암석 또는 자연수에 미량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채굴이 쉽지 않다. 크게는 화강암 같은 단단한 바위 광산이나 소금 호수에서 이를 얻는다. 현재 리튬이 가장 많이 추출되는 곳은 남미 산악지대의 염호鹽湖이다. 2차 전지(배터리)의 세계적인 생산국도 바로 한국이어서 그동안 중국, 호주 등지에서 리튬을 수입했지만 해외의존도를 벗어날 필요성이 대두되어 아르헨티나 고지대에 리튬 공장을 건립했다.


이 대목에서 지하자원에 대한 지식을 넓혀보자. 크게 세 가지 단어, 즉 부존량, 매장량, 생산량에 관한 해설이다. 부존량은 지구 속에 해당 자원이 얼마나 많은가란 개념이고, 지질 조사와 과학적 추정을 통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양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캐낼 수 있는지와 돈이 되는지는 따지지 않은 단계이다.

매장량는 훨씬 현실적인 개념으로, 현재의 기술과 비용 기준에서 '실제로 캐서 팔면 이익이 남는 양量'만 골라낸 것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원만 여기 범주에 포함된다. 동일한 리튬일지라도 너무 깊거나 농도가 낮아서 채굴 비용이 더 들면 매장량에서 제외된다.

생산량은 훨씬 더 직관적이다. 즉 '올해 실제로 얼마나 캐냈느냐'를 말한다. 예를 들어, 2026년 생산량이란 그해 동안 광산에서 실제로 뽑아 올려 시장에 공급한 양을 뜻한다. 따라서 이는 사용한 양과 캐낸 양에 따라 매년 변하고, 여러 나라의 투자와 정책, 가격, 기술 수준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참고로, 부존량 기준으로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리튬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볼리비아(1위), 아르헨티나(2위)인데 전 세계 부존량의 약 절반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한국도 리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채굴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선택한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금, 철, 구리 등 전통적인 금속과 쌀, 콩, 밀 등 곡식, 그리고 전 세계인의 대표적인 음료 커피를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고고학의 이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고학 인문서로 권위가 높은 책인데, 이 책 내용엔 한국의 볍씨(쌀)가 세계의 대표적인 근원지로 인정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콩의 원산지가 바로 한국임을 시사하는 용어가 '두만강豆滿江(콩이 가득 찬 강)'이란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이제 글을 줄이고 저녁 커피를 한 잔 마시려 한다.


읽은 소감

일상에서 흔히 접하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친숙한 사물들 속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학을 배운다는 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 책을 통해 관련 경제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무심코 지나기보다 작은 지식이라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일상 속에서 찾는 경제 공부를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경제이야기 #12가지사물 #사물경제학 #세계를뒤흔드는12가지사물의경제학 #박정호 #초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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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세대 - 초고령사회를 읽는 법
이동우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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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세대拒否世代란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나 이제 막 정년의 문을 통과하고 있는 954만 명으로, 앞 세대가 물려준 노년의 각본을 조목조목 반려함으로써 자신들이 살아갈 노년의 사양을 시장과 제도에 처음으로 직접 발주하는 세대다. 이 세대를 규정하는 것은 나이도 자산도 아니고 하나의 동사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이동우는 초고령사회미래전략포럼 의장이자 이동우의 비즈니스 북클럽 대표로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고령사화연구원 특임교수와 경의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EBS 비즈니스리뷰 플러스에 출연해 <이동우의 시니어 트렌드 분석> 방송 강의를 5회에 걸쳐 진행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이름의 귀환/나는 김부장이 아니다(제1장), 에이지리스/나를 시니어라고 부르지 마라(제2장), 어른의 공간/나는 경로당에 가지 않는다(제3장), 후반전/나는 은퇴하지 않는다(제4장), 안방불패/나는 이사하지 않는다(제5장), 상속의 종말/나는 물려주지 않는다(제6장)을 통해 호칭, 상품, 공간, 은퇴, 이동, 상속을 거부한다는 시니어 트렌드를 소개한다.


호칭의 거부


입사하는 날 이름 대신 직급을 받았고, 아이가 태어나자 누구의 부모로 개명당한 사람들이, 정년의 문 앞에서 시니어라는 마지막 이름표를 접수 거부한다. 그 거절은 변덕이 아니라 누적이다. 이번 챕터는 이름이 회수되는 날의 풍경에서부터 이름이 귀환하는 시장까지를 걷는다.


"나는 김부장이 아니다"


거부세대의 첫 번째 특징은 '호칭의 거부'로 남이 붙인 이름표를 반납한다. 지금까지의 직함은 회사가 부여했지만 다음 이름은 비록 내가 작명소를 운영하지 않을지라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나 자신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스스로 지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장에 등장하는 김부장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다. 그는 통계이고 세대이며,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본인이거나 본인의 옆자리 사람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가면 뒤에 전설의 요원을 숨기고 있었지만, 현실의 김부장들이 가면 뒤에 숨기고 있는 것은 그보다 평범하고 그래서 더 절실한 것이다. 자기 이름. 그 이름이 어떻게 직함에 눌려 살았고, 어떤 경로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지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다.



흔히 한국의 미래를 보려면 일본을 보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분명히 한국 사회에 유용한 참고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차고서를 그대로 베끼면 그 답은 틀린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할 때 늙기 시작했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10년의 완충을 가졌으며,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의 시스템이 은퇴란 충격을 흡수할 만큼은 살아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그 세 가지가 모두 다르다. '더 적은 소득 수준에서, 더 빠른 속도로, 더 일찍 무너진 종신고용' 위에서 늙는다는 점이다. 그렇다.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을 답안지로 참고할 순 있어도 그대로 베껴서 옮겨 적을 수는 없는 시험이 바로 한국형 초고령사회다.



에이지리스(상품의 거부)


거부세대의 두 번째 특징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늙음이 표기된 상품의 거부다. 이 세대는 효도란 글자가 붙은 물건을 서랍에 넣고, '실버'라는 글자가 붙은 매대를 그냥 지나간다. 이는 지갑이 얇아서가 아니다. 이 세대의 지갑은 억대 노년 가운데 가장 두껍고, 그래서 거절의 단가도 역대 최고다. 이번엔 그 지갑이 열리는 유일한 방향, 나이를 지우고 파는 에이지리스 시장의 문법을 해부한다.

"나를 시니어라고 부르지 마라"


보청기라는 물건의 팔자를 알아보자. 이 제품은 성능 때문이 아니라 이미지로 인해 실패했다. 내 부모님 모두 그랬다. 귀가 밝지 않았음에도 이를 거부했었다. 남들에게 노인으로 보여지길 싫어해서였다. 디자인이 많이 발전한 후에야 이를 사용했다.   


귀에 꽂힌 작은 기계는 '난 늙었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홍보하는 셈이었다. 사실 난청難聽 진단을 받고 실제 이를 착용하기까지 평균 9년 정도 걸린다는 조사도 있다. 잘 못 듣는 중년으로 남는 쪽을 택해온 탓이다. 낙인은 이렇게 힘이 세다. 


그 세월 동안 대화에서 소외되고, 나아가 우울과 인지 저하로 이어진다. 보청기 산업이 수십 년간 풀지 못한 이 문제를 애플은 제품을 개선하는 대신 제품을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풀었다. 즉 보청기를 더 좋게 만든 것이 아니라, 보청기를 지구상에서 가장 힙한 물건 속으로 잠적시킨 것이다. '에어팟'의 탄생이다.


공간의 거부


거부세대의 세 번째 특징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분리된 공간, 경로석과 경로당 또는 시니어 전용석이란 팻말이 있는 곳엔 앉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늙음만 모아 둔 공간이 불편해서다. 이번엔 이 세대가 실제로 모여드는 곳을 따라간다. 서점, 헬스장, 목욕탕, 카페 등 나이가 입장 조건이 아닌 공간들이 어떻게 '어른의 공간'으로 다시 지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시니어 시설을 짓지 말고 

시니어가 오고 싶은 공간을 지어라.’


비록 타깃 연령의 신체와 시간표에 맞춰 설계하더라도, 완성된 공간의 얼굴에서는 그 연령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 아침 7시 개점은 노인 배려가 아니라 부지런한 사람의 특권으로, 낮은 건물과 산책로는 무릎 배려가 아니라 여유의 미학으로, 컨시어지는 노안 배려가 아니라 프리미엄 서비스로 읽히게 하라. 배려를 사치로 번역하는 것, 이것이 일본의 핫스팟인 츠타야가 보여준 공간의 화법이다.


은퇴의 거부


거부세대는 정년停年을 경기 종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지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라는 이들만의 시간표일 뿐, 실제로 이들은 퇴직 다음 날부터 재취업과 창업과 자격증 이적 시장으로 걸어 나온다. 이 챕터에선 그 후반전의 규칙을 다룬다.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을 둘러싼 제도의 개선, '일하는 노년'이란 새 표준의 설계도까지. 

이들은 한국 땅에서 가장 표준화된 인생을 산 세대다. 같은 교복, 같은 학력고사, 비슷한 시기의 취업을 통해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를 향해 달렸으며, 자녀 교육이라는 같은 종목에 모든 소득을 쏟아부었다. 이처럼 인생의 정답지가 배포되던 시대였고 이들은 그 답안지를 성실하게 채웠다. 그런데 평생을 표준 규격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노년 앞에서 처음으로 규격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거부세대의 네 번째 특징이다.


이동의 거부


이 챕터는 안방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 안방으로 들어가려는 산업의 현장을 중계한다. 현관문 안쪽의 풍경이다. 그런데, 문 안쪽의 주인은 이상하리만치 태연하다. 방문객들이 저마다 화려한 제안서를 들고 사 있는데도 주인은 문을 열어보기도 전에 답을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김부장 세대는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이사하지 않는다"

이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열 명 중 아홉이 지금 사는 집에서 늙겠다고 답한다. 거부세대의 완강한 태도에 놀란 부동산 시장은 그 질문을 바꾼다. '어디로 모실 것인가?'에서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로 말이다. 이것이 바로 거부세대의 다섯 번째 특징이다.

김부장의 어머니 집에도 디지털 손주가 입주했다. 구청의 보급 사업 안내를 보고서 김부장이 신청한 것이다. 배송 첫날 어머니는 다 늙은 사람한테 인형이 웬 말이냐며 거실 구석에 내팽개치고선 아예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나 어느 저녁, 통화중에 수화기 너머로 낯선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가 인형에게 말을 거는 소리였다. "조용히 해라. 지금 아들과 통화한다"  

이것은 돌봄의 확장인가, 위로의 아웃소싱인가. 진짜 손주의 전화보다 가짜 손주의 인사가 더 자주 도착하는 풍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비관론은 쉽다. 효도마저 구독료로 결제되는 시대라는 한탄은 칼럼 제목으로 완벽하다. 그런데 현장의 표정은 그 한탄보다 복잡하다. 인형을 끌어안고 자는 노인들은 속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것이 기계라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말을 건다. 화초에 말을 걸고 영정 사진에 말을 걸던 마음이 상대를 하나 더 늘렸을 뿐이라는 것을, 노인들은 젊은 비평가들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없던 자리에 기계라도 도착한 것이다.(264쪽)


상속의 거부


평생 모은 자산을 물려주는 상속의 각본에 거부세대는 처음으로 계산기를 들이댄다. 장남에게 다 물려주겠다는 응답은 소수 의견이 되었고, '다 쓰고 가겠다'는 선언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중이다. 여기선 이 계산서의 안팎을 들춘다. 상속 대신 소비를, 유산 대신 신탁을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산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처리해야 할 부부夫婦 간의 오래된 장부까지.


"나는 물려주지 않는다"


거부세대는 지금껏 일반적이었던 관성의 상속을 결재하지 않는다. 장남에게 더 물려주겠다는 대답이 15년만에 21.3%에서 6.5%로 크게 줄었다. 이제 관련 시장의 질문은 '얼마를 남길 것인가'에서 '어떻게 다 쓸 것인가'로 바뀌게 된 것이다. 거부세대의 여섯 번째 특징이다.



세대를 규정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진 트웬지는 <제너레이션>에서 3,900만 명의 데이터를 24개의 데이터시트로 펼쳐 놓고 사일런트 세대부터 알파 세대까지 여섯 세대를 해부했다. 그의 비유를 빌리면 기술은 엄마 거북이고, 개인주의와 느려진 인생주기는 딸 거북이며, 주요 사건은 가끔 등장하는 지인知人 정도다. 세대를 규정하는 것이 출생연도가 아니라 그 출생연도에 배달된 기술이라면, 세대의 경계는 달력이 아니라 충전기 옆에서 다시 그어져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개념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초고령사회를읽는법 #이동우 #소비 #트렌드 #초고령사회 #북클럽 #거부세대 #시니어 #노후 #에이지리스 #2차베이비부머 #매일경제신문사 #매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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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인사이트 - 스타트업이 일류기업으로 가는 길
장효상.변인학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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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커지고, 직원 수가 늘어나며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과거의 성공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냅니다. 창업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던 구조는 병목이 되고, 몇몇 핵심 인재의 맨파워에 의존하던 운영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잃습니다. 즉, 성장을 만들어낸 방식이 성장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공저자 장효상은 서울시립대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경영 전략을 전공했다. 여러 기업에서 인사, 영업, 전략, 마케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으며, 글로벌 강소기업의 전략 마케팅 리더를 거쳤다. 또다른 공저자 변인학은 현재 주식회사 키로의 COO로 재직하며 조작 운영과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로켓인가 폭탄인가?(1장), 미션/비전(2장), 시스템/평가/채용(3장), 영업/연구/마케팅 프로세스 혁신(4장), 사람/리더십/조직문화(5장) 등을 통해 지금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다 늦기 전에 읽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책은 가상의 법인 XM컴퍼니의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 주요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전략마케팅 팀장 김서율은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동일 업무의 커리어를 쌓은 후 XM에 합류해 강준혁 창업자이자 대표의 지지 속에 이현학 전략마케팅팀 과장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간다. 연구개발 부문은 박영수 박사가 핵심 인재이고, 생산관리팀은 이상호 팀장이 현장형 관리자로 책임지고 있으며, 해외 영업은 김민수 영업팀 팀장이, 경영지원팀은 최순덕 팀장이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XM컴퍼니는 산업용 정밀 측정장비 분야를 개척하던 중 우연히 회사의 핵심 기술을 의료기기 시장에 접목해 예상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딜러들이 제품 상담차 회사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강 대표는 김 교수(대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김서율과 함께 수행한 적 있음)를 통해 김서율 팀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 중이다.

현재 XM컴퍼니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만 하더라도 특별한 전략이 없고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거나 병원을 대상으로 제품 시연 행사를 진행하는 정도 뿐일 정도라서 곧 출시될 신제품의 시장 론칭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강 대표의 고민을 듣던 서율은 신중하게 발언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사적인 전략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업무 체계와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역량 강화나 성과 관리, 교육 훈련 같은 인사 관리 시스템의 재설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요"

로켓인가, 폭탄인가

스타트업이란 말 속엔 빠른 성장과 유의미한 도전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모든 로켓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않는 것처럼, 신생인 스타트업의 성장과 도전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이를 판단하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회사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진정 해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있으면 좋고'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말이다. 다음으론 회사가 믿을 만한 수준인지, 즉 시스템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와 회사라는 바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자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도 점검해봐야 한다. 만약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면 이런 면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에 서율은 최종 판단을 위해 XM컴퍼니 방문을 강 대표에게 요구했다. 점검한 끝에 숨겨진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는데 회사 곳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직원들이 늘면서 조직은 자기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함정은 바로 한두 사람에게 모든 걸 의존하고 있는 내부 구조였다. 이 그림자를 벗어나려면 '표준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둘째, '가족 같은 회사'의 허상이다. 창업 초기에나 먹힐 자부심 뒤엔 모호한 역할 분담, 어려운 대화의 회피, 평가 기준의 모호함 등이 숨겨져 있었고 누군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안에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곡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셋째, 창업자의 즉흥적인 의사결정과 전략 부재不在는 비록 추진력을 발휘할지라도 조직 자체의 생동감과 생존력을 키워내지 못하고, 또 창업자의 영웅 심리는 조직의 성장을 그 자리에 멈추게 만든다. 권한 위임이란 시스템을 설계하지 못하면 폭발적 성장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고질적 내부 구조를 가졌다.

이 대목에서 나의 경영고문 역할과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인지한 작은 회사의 문제점들을 밝히자면, 모든 권한이 기업 오너에게 쏠려 있어서 뭐든 간에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오너에게 돌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냥 입 닫고 시키는 일만 실수 없이 하면 월급 받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구성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변화와 혁신은 정말 많은 시간과 무수한 과정 끝에 이루어진다.

서율은 2월 두 번째 월요일, 오전 여덟 시 좀 넘긴 시각에 안암동 대학가에 위치한 XM컴퍼니 본사 건물로 첫 출근했다. 전략마케팅팀은 3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다섯 개 빈 책상 중의 창가 쪽 마지막 책상 위엔 비닐로 덮힌 '전략마케팅팀장 김서율'이란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내무 점검에 들어갔다.

4월 셋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2충 대회의실에 XM컴퍼니의 모든 팀장들이 모였다. 강준혁 대표가 함께한 자리에 서율은 화이트보드 앞에 선 채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를 들여다 본 것을 솔직하게 말하며 여러 팀장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첫 문장을 적었다.

"XM컴퍼니는 좋은 제품과 좋은 사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음 10년을 보장할 수 없다."

공유된 정체성 부재 -> 미션/비전 워크숍
정보 블랙홀 -> 고객 데이터베이스 통합
반창고 문화 -> 조직문화 개선

위 세 가지 안건에 관해 여러 팀장들이 '이미 해보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예산이 없다' 등등 발언이 연속해서 제기되었다. 뭐 일종의 텃세 행동이다. 나 역시 그랬다. 스카우트 되어 새로 직장을 이직해서 가진 회의에서 한결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결국 강 대표의 "시작합시다. 김 팀장이 총괄합니다"란 발언으로 회의는 종료됐다.        

스케일업 프로젝트 1단계 일정 수립

4월말~ 조직문화 진단 완료
5월 중순~ 마션과 비전 워크숍 1차
6월말~ 고객 데이터 정리 완료

스케일업은 마라톤 경주다

성장과 스케일업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본질이 다르다. 성장은 투입을 늘려서 산출을 늘리는 일이다. 직원을 두 배로 만들면 매출도 두 배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스케일업은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투입을 별로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면서 산출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문화다.(62쪽)


참된 성장, 즉 스케일업이란 뭘까? 단순히 회사 구성원수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50명의 조직원이 100명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이 정의에 오히려 가깝다. 병법서兵法書엔 '일당백一當百'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한 사람의 군사가 상대편 군사 100명을 상대한다는 것인데, 이 개념이 바로 스케일업의 진짜 정의에 가까운 셈이다.

이게 말처럼 그리 쉬겠는가 말이다. 회사의 업무 영역이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방향성, 리더십과 의사결정, 조직문화와 핵심가치, 인재 관리와 채용,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R&D와 제품 개발, 영업과 마케팅, 재무와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여덟 영역이나 된다.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진화해야 비로소 전체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약한 영역이 결국 전체 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




그레이너의 기업 성장 5단계

창의성~ 창업단계(제품과 시장 창출)
지시~ 유능한 전문경영자 초빙
권한 위양~ 권한분산 조직 구조
조정~ 공식적인 제도 사용
협력~ 관료주의의 탈피, 상호간 강력한 협력 체제 구축

스케일업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게임이다. 당해 회사의 매출액이나 직원들의 숫자만으로는 진짜 성공을 증명할 수 없다. 회사 전체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각자 맡은 바를 최고의 성과로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한 진정한 결과물이다. 

가치는 일상의 작은 결정에서 입증된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회사 내 여러 장소에 사인물로 부착하는 회사들이 많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백화점에 임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엔 유독 더 그러했다. 다양한 고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였다. '친절, 최고의 서비스, 무엇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최저가 보장, 최상의 품질' 등은 너무도 뻔해서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다. 사실 이를 회사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같은 단어임에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가치는 머리에서만 작동하고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전략일 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로 작동하기엔 한계성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회계 담당자에게 '최저가 보장'이란 미션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줄기 때문에. 그래서 가치는 시간이 지나고 구성원이 이를 수용할 때에 비로소 '내재화'가 된다. 즉 강요가 아닌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때 잘 나가던 회사 엔론은 연차보고서(2000년)에 '소통, 존중. 진실성'을 핵심가치로 명시했지만, 이 회사는 1년 뒤 미국 최대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망했다. 그렇다. 가치는 선언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결정을 통해 비로소 입증되는 셈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그 회사의 진짜 가치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1995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품질 불량 문제를 극복하려던 이건희 회장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때 구미 사업장에서 500억 원 상당의 15만 대 휴대폰을 전량 소각했었다.


시스템 만들기와 평가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선 이에 합당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어야 한다. XM컴퍼니는 주문부터 출하까지 47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은 16단계이고 나머진 확인과 보고하는 절차였다. 이에 가장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하자 직원들은 분기 목표의 수립, 중간 점검, 최종 결과 숫자로 확인이라는 플로우(업무 흐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들은 일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었다. 특별히 실적과 성과가 특출하게 뛰어난 직원들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완벽하게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없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공정함은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단지 어제보다 조금 덜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연구 조직(R&D)의 혁신

책은 애자일로 일하는 법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주기로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피드백 받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말한다. XM컴퍼니의 제품 기획부터 실제 출시까지 무려 26개월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기에 서율은 R&D 부문을 맡고 있는 박영수 박사에게 애자일 방식의 도입을 건의했다. 이후 26개월이나 걸리던 피드백을 2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기다려주는 시장은 결코 없다. 시장은 항상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26개월이 걸린다면 경쟁사들의 더 뛰어난 제품 출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애자일이 제대로 자리 잡은 조직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사실 속도가 아니다. 모두가 당당하게 제품 기획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빠르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 솔직한 인정과 용기가 결국 그 조직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진짜 이유가 된다. 그렇다. 속도는 애자일의 결과일 뿐, 그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빠르게 틀릴 수 있는 용기에 있다.

일류기업을 향한 조직문화

앞서 김서율 팀장이 XM컴퍼니로의 이직에 앞서 가진 면담에서 오너인 강 대표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장점으로 내세웠음을 안다. 가족 같은 따뜻함은 시작은 좋지만 끝은 좋지 않다. 냉정한 평가를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일류 조직은 따뜻함과 차가움만으론 만들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문화 역시 자유는 책임과 솔직함이 함께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좋을 때만 좋은 문화를 유지하는 회사는 많다. 진정한 일류기업은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자기 원칙을 지켜내는 회사다. 결국 일류기업의 출발점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조정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에 있다.


진정한 일류 조직이란

성장통을 겪는 XM컴퍼니는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가족 같은 회사'는 듣기엔 따뜻할지 몰라도 종종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결과가 나빠도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끝낼 수가 있기에. 난 프로야구 경기를 좋아한다. 국민학교 시절 야구선수를 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실상은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 내면을 목격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내가 수행하는 작은 회사의 경영고문 업무와도 닮았다. 진정한 일류란 높은 성과 기준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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