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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 - 스토리텔러 박정호 교수의 경제 흐름 읽기 특강 ㅣ 지식 벽돌
박정호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일상의 친숙한 사물을 통해 경제를 배우는 것은 추상적인 이론을 현실과 연결해 주는 번역 작업입니다. 이는 개념 이해를 돕고, 오래 기억하게 만들며, 나아가 실제 생활에서의 의사결정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 번역이 왜곡이 아니라 이해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비유의 선택과 사용 방식에 대한 성찰도 곁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책의 저자 박정호 박사는 숫자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추적해온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학자로 내가 좋아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산업, 역사, 기술, 지정학과 연결해 쉽고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대중과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경제학자로 손꼽힌다.
총 12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위기를 딛고 일어난 '반도체'(파트1), 세계를 지배하는 '석유'(파트2), '휴대폰'의 현재와 미래(파트3), 21세기 하얀 석유로 통하는 '리튬'(파트4), 우리의 일상을 바꿔 줄 '미래 자동차'(파트5), '금'이 귀한 이유(파트6), 우리는 아직도 '철기' 시대(파트7), 인류의 오랜 벗 '구리'(파트8),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화두 '쌀'(파트9), '콩'은 전부 대한민국산이다?(파트10), 세계인의 먹거리 '밀'(파트11), 관세로 인한 '커피'의 세계화?(파트12) 등을 통해 경제 공부에 한 걸음 더 가까이갈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의 쌀' 반도체는 이젠 없어선 안될 사물이 되었다. 우리들의 일상에 너무도 흔하고 가까운 전자 제품이나 기기機器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물건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변화됨에 따라 전자식 제품의 핵심 부품이 바로 '반도체'이며, 이 수요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사물을 아무나 만들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에 한국 반도체의 위상은 꼭 필요한 사물이라는 차원을 넘어 외교 협상에서 판을 뒤집는 지렛대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한편, 한국 반도체의 유일한 경쟁 대상은 대만의 TSMC와 이들이 구축한 칩생태계이다. 이들은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들이 주문(설계)한 대로 만들어주는 소위 '전문 위탁 생산'을 주업主業으로 한다. 즉, 제조를 잘하는 회사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사물을 나는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석유(원유)'로 꼽고 싶다. 이는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반도체 만큼이나 중요해서 결코 뗄려야 뗄 수 없으며, 아무 곳에서나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 반도체와 닮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동해 해상에서 석유를 채취한 적이 있지만 매장량이 그리 크지 않아 더 이상 채굴하지 않고 있는데, 향후 개발 예정인 7광구에 기대가 크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산유국들은 중동 지역에 밀집해 있다.
혹자는 '화석연료의 시대'가 종말을 맞았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지구인들은 '석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왜냐하면, 이는 현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연료이기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자동차와 버스, 해외여행시 이용하는 비행기, 화물운송에 사용되는 트럭이나 컨테이너선 등에도 마찬가지로 이용되는 사물이다. 한편, 최근 중동에서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인해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어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었다.
오일 쇼크로 유가가 급등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북해산 브렌트유, 알래스카산 원유, 셰일오일 등의 대체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같은 대체재의 등장은 전통적인 유가의 가격탄력성을 완화시키므로 중동 산유국들의 가격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튼 21세기엔 석유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 여전히 관심이 크다.
휴대폰은 이제 현대인들의 필수 소지품이 되었다.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외출했거나 잠시 정신을 판 사이에 이를 어딘가에서 분실했을 경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증상까지 보이는 그런 중요한 사물이다. 내 젊은 시절엔 손에 드는 전화기가 없던 때라 약속 장소에 나갔다가 상대방의 연락을 받을 수 없어서 소위 '바람 맞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휴대폰은 단순히 통신을 쉽게 주고받는 기기를 넘어 실상은 갖고 다니는 컴퓨터 역할을 하기에 이 물건이 손에 없으면 현대인들의 불안 증상까지 유발하는 셈이다. 길 찾기, 맛집 찾기, 도서 구매, 배달 음식 주문하기, 지식 검색하기, 영화나 드라마 시청하기, 음악 듣기 등 얼마나 많은 편익을 우리들에게 제공하는지를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금세기 최고의 정보 혁명이자 산업 혁명이다. 예쁜 디자인에다 손 안에 쏘옥 들어와 휴대에도 매우 편할 뿐더러 온갖 편익 기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장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국경을 아예 넘어가 있어도 이것만 손에 들고 있으면 다 되니까 말이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불과 얼마 전엔 테슬라의 전기차 등장과 함께 이에 장착되는 배터리가 각광받았다. 이젠 반도체 위에 배터리 시대가 열렸다고 신문엔 온통 관련 기사로 도배된 적이 있었다. 주식이라곤 전혀 모르던 딸과 아내가 배터리 관련 주식을 매수했을 정도였다.
배터리를 제조하는데 필수적인 금속이 바로 리튬이다. '백색 반도체'라 불리기도 하는데, 원소 주기율표상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암석 또는 자연수에 미량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채굴이 쉽지 않다. 크게는 화강암 같은 단단한 바위 광산이나 소금 호수에서 이를 얻는다. 현재 리튬이 가장 많이 추출되는 곳은 남미 산악지대의 염호鹽湖이다. 2차 전지(배터리)의 세계적인 생산국도 바로 한국이어서 그동안 중국, 호주 등지에서 리튬을 수입했지만 해외의존도를 벗어날 필요성이 대두되어 아르헨티나 고지대에 리튬 공장을 건립했다.

이 대목에서 지하자원에 대한 지식을 넓혀보자. 크게 세 가지 단어, 즉 부존량, 매장량, 생산량에 관한 해설이다. 부존량은 지구 속에 해당 자원이 얼마나 많은가란 개념이고, 지질 조사와 과학적 추정을 통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양까지 포함한다. 실제로 캐낼 수 있는지와 돈이 되는지는 따지지 않은 단계이다.
매장량는 훨씬 현실적인 개념으로, 현재의 기술과 비용 기준에서 '실제로 캐서 팔면 이익이 남는 양量'만 골라낸 것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원만 여기 범주에 포함된다. 동일한 리튬일지라도 너무 깊거나 농도가 낮아서 채굴 비용이 더 들면 매장량에서 제외된다.
생산량은 훨씬 더 직관적이다. 즉 '올해 실제로 얼마나 캐냈느냐'를 말한다. 예를 들어, 2026년 생산량이란 그해 동안 광산에서 실제로 뽑아 올려 시장에 공급한 양을 뜻한다. 따라서 이는 사용한 양과 캐낸 양에 따라 매년 변하고, 여러 나라의 투자와 정책, 가격, 기술 수준에 따라 크게 요동친다.
참고로, 부존량 기준으로 중남미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리튬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볼리비아(1위), 아르헨티나(2위)인데 전 세계 부존량의 약 절반에 가깝다. 이 때문에 한국도 리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채굴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선택한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금, 철, 구리 등 전통적인 금속과 쌀, 콩, 밀 등 곡식, 그리고 전 세계인의 대표적인 음료 커피를 순서대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고고학의 이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고고학 인문서로 권위가 높은 책인데, 이 책 내용엔 한국의 볍씨(쌀)가 세계의 대표적인 근원지로 인정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콩의 원산지가 바로 한국임을 시사하는 용어가 '두만강豆滿江(콩이 가득 찬 강)'이란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이제 글을 줄이고 저녁 커피를 한 잔 마시려 한다.

읽은 소감
일상에서 흔히 접하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친숙한 사물들 속의 이야기를 통해 경제학을 배운다는 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 책을 통해 관련 경제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무심코 지나기보다 작은 지식이라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보내고 싶다. 일상 속에서 찾는 경제 공부를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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