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인사이트 - 스타트업이 일류기업으로 가는 길
장효상.변인학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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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커지고, 직원 수가 늘어나며 조직이 복잡해질수록 과거의 성공 방식은 점점 한계를 드러냅니다. 창업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던 구조는 병목이 되고, 몇몇 핵심 인재의 맨파워에 의존하던 운영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잃습니다. 즉, 성장을 만들어낸 방식이 성장의 장애물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공저자 장효상은 서울시립대와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서 경영 전략을 전공했다. 여러 기업에서 인사, 영업, 전략, 마케팅, 해외 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으며, 글로벌 강소기업의 전략 마케팅 리더를 거쳤다. 또다른 공저자 변인학은 현재 주식회사 키로의 COO로 재직하며 조작 운영과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로켓인가 폭탄인가?(1장), 미션/비전(2장), 시스템/평가/채용(3장), 영업/연구/마케팅 프로세스 혁신(4장), 사람/리더십/조직문화(5장) 등을 통해 지금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면 다 늦기 전에 읽어야 할 내용을 소개한다.

책은 가상의 법인 XM컴퍼니의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소개한다. 그 주요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전략마케팅 팀장 김서율은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동일 업무의 커리어를 쌓은 후 XM에 합류해 강준혁 창업자이자 대표의 지지 속에 이현학 전략마케팅팀 과장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간다. 연구개발 부문은 박영수 박사가 핵심 인재이고, 생산관리팀은 이상호 팀장이 현장형 관리자로 책임지고 있으며, 해외 영업은 김민수 영업팀 팀장이, 경영지원팀은 최순덕 팀장이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XM컴퍼니는 산업용 정밀 측정장비 분야를 개척하던 중 우연히 회사의 핵심 기술을 의료기기 시장에 접목해 예상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딜러들이 제품 상담차 회사를 자주 방문하고 있다. 그래서 강 대표는 김 교수(대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김서율과 함께 수행한 적 있음)를 통해 김서율 팀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면담을 진행 중이다.

현재 XM컴퍼니는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다. 마케팅만 하더라도 특별한 전략이 없고 해외 의료기기 전시회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거나 병원을 대상으로 제품 시연 행사를 진행하는 정도 뿐일 정도라서 곧 출시될 신제품의 시장 론칭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강 대표의 고민을 듣던 서율은 신중하게 발언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사적인 전략 방향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업무 체계와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역량 강화나 성과 관리, 교육 훈련 같은 인사 관리 시스템의 재설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고요"

로켓인가, 폭탄인가

스타트업이란 말 속엔 빠른 성장과 유의미한 도전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모든 로켓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않는 것처럼, 신생인 스타트업의 성장과 도전도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이를 판단하려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회사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진정 해결하고 있는지, 아니면 '있으면 좋고'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말이다. 다음으론 회사가 믿을 만한 수준인지, 즉 시스템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와 회사라는 바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자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도 점검해봐야 한다. 만약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다면 이런 면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에 서율은 최종 판단을 위해 XM컴퍼니 방문을 강 대표에게 요구했다. 점검한 끝에 숨겨진 문제점들은 아래와 같았다.

첫째,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는데 회사 곳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직원들이 늘면서 조직은 자기 무게에 짓눌리고 있었다. 함정은 바로 한두 사람에게 모든 걸 의존하고 있는 내부 구조였다. 이 그림자를 벗어나려면 '표준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둘째, '가족 같은 회사'의 허상이다. 창업 초기에나 먹힐 자부심 뒤엔 모호한 역할 분담, 어려운 대화의 회피, 평가 기준의 모호함 등이 숨겨져 있었고 누군가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 안에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곡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셋째, 창업자의 즉흥적인 의사결정과 전략 부재不在는 비록 추진력을 발휘할지라도 조직 자체의 생동감과 생존력을 키워내지 못하고, 또 창업자의 영웅 심리는 조직의 성장을 그 자리에 멈추게 만든다. 권한 위임이란 시스템을 설계하지 못하면 폭발적 성장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고질적 내부 구조를 가졌다.

이 대목에서 나의 경영고문 역할과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인지한 작은 회사의 문제점들을 밝히자면, 모든 권한이 기업 오너에게 쏠려 있어서 뭐든 간에 자율적인 결정을 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오너에게 돌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냥 입 닫고 시키는 일만 실수 없이 하면 월급 받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구성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변화와 혁신은 정말 많은 시간과 무수한 과정 끝에 이루어진다.

서율은 2월 두 번째 월요일, 오전 여덟 시 좀 넘긴 시각에 안암동 대학가에 위치한 XM컴퍼니 본사 건물로 첫 출근했다. 전략마케팅팀은 3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다섯 개 빈 책상 중의 창가 쪽 마지막 책상 위엔 비닐로 덮힌 '전략마케팅팀장 김서율'이란 명패가 놓여 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내무 점검에 들어갔다.

4월 셋째 주 월요일, 오전 9시, 2충 대회의실에 XM컴퍼니의 모든 팀장들이 모였다. 강준혁 대표가 함께한 자리에 서율은 화이트보드 앞에 선 채로 지난 3개월 동안 회사를 들여다 본 것을 솔직하게 말하며 여러 팀장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첫 문장을 적었다.

"XM컴퍼니는 좋은 제품과 좋은 사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다음 10년을 보장할 수 없다."

공유된 정체성 부재 -> 미션/비전 워크숍
정보 블랙홀 -> 고객 데이터베이스 통합
반창고 문화 -> 조직문화 개선

위 세 가지 안건에 관해 여러 팀장들이 '이미 해보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예산이 없다' 등등 발언이 연속해서 제기되었다. 뭐 일종의 텃세 행동이다. 나 역시 그랬다. 스카우트 되어 새로 직장을 이직해서 가진 회의에서 한결같이 이런 반응을 보였었다. 결국 강 대표의 "시작합시다. 김 팀장이 총괄합니다"란 발언으로 회의는 종료됐다.        

스케일업 프로젝트 1단계 일정 수립

4월말~ 조직문화 진단 완료
5월 중순~ 마션과 비전 워크숍 1차
6월말~ 고객 데이터 정리 완료

스케일업은 마라톤 경주다

성장과 스케일업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본질이 다르다. 성장은 투입을 늘려서 산출을 늘리는 일이다. 직원을 두 배로 만들면 매출도 두 배가 된다는 단순한 논리다. 스케일업은 이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투입을 별로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면서 산출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스템과 프로세스, 그리고 문화다.(62쪽)


참된 성장, 즉 스케일업이란 뭘까? 단순히 회사 구성원수가 증가하는 것과는 다르다. 50명의 조직원이 100명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이 정의에 오히려 가깝다. 병법서兵法書엔 '일당백一當百'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한 사람의 군사가 상대편 군사 100명을 상대한다는 것인데, 이 개념이 바로 스케일업의 진짜 정의에 가까운 셈이다.

이게 말처럼 그리 쉬겠는가 말이다. 회사의 업무 영역이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전략과 방향성, 리더십과 의사결정, 조직문화와 핵심가치, 인재 관리와 채용,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R&D와 제품 개발, 영업과 마케팅, 재무와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여덟 영역이나 된다.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진화해야 비로소 전체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간다. 따라서 약한 영역이 결국 전체 성장의 한계를 결정한다.




그레이너의 기업 성장 5단계

창의성~ 창업단계(제품과 시장 창출)
지시~ 유능한 전문경영자 초빙
권한 위양~ 권한분산 조직 구조
조정~ 공식적인 제도 사용
협력~ 관료주의의 탈피, 상호간 강력한 협력 체제 구축

스케일업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게임이다. 당해 회사의 매출액이나 직원들의 숫자만으로는 진짜 성공을 증명할 수 없다. 회사 전체 구성원이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각자 맡은 바를 최고의 성과로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구성원과 조직이 함께 성장한 진정한 결과물이다. 

가치는 일상의 작은 결정에서 입증된다

회사의 핵심가치를 회사 내 여러 장소에 사인물로 부착하는 회사들이 많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백화점에 임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엔 유독 더 그러했다. 다양한 고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였다. '친절, 최고의 서비스, 무엇이든 해결해 드립니다, 최저가 보장, 최상의 품질' 등은 너무도 뻔해서 오히려 식상할 수도 있다. 사실 이를 회사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같은 단어임에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고, 가치는 머리에서만 작동하고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저 전략일 뿐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로 작동하기엔 한계성이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회계 담당자에게 '최저가 보장'이란 미션은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영업이익이 줄기 때문에. 그래서 가치는 시간이 지나고 구성원이 이를 수용할 때에 비로소 '내재화'가 된다. 즉 강요가 아닌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때 잘 나가던 회사 엔론은 연차보고서(2000년)에 '소통, 존중. 진실성'을 핵심가치로 명시했지만, 이 회사는 1년 뒤 미국 최대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망했다. 그렇다. 가치는 선언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결정을 통해 비로소 입증되는 셈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그 회사의 진짜 가치를 보여준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화형식(1995년)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품질 불량 문제를 극복하려던 이건희 회장의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때 구미 사업장에서 500억 원 상당의 15만 대 휴대폰을 전량 소각했었다.


시스템 만들기와 평가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선 이에 합당한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어야 한다. XM컴퍼니는 주문부터 출하까지 47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은 16단계이고 나머진 확인과 보고하는 절차였다. 이에 가장 적절한 시스템을 만들어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하자 직원들은 분기 목표의 수립, 중간 점검, 최종 결과 숫자로 확인이라는 플로우(업무 흐름)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직원들은 일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되었다. 특별히 실적과 성과가 특출하게 뛰어난 직원들은 더욱 그랬다. 그러나, 완벽하게 공정한 평가 시스템은 없다. 어쩌면 이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공정함은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단지 어제보다 조금 덜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연구 조직(R&D)의 혁신

책은 애자일로 일하는 법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주기로 결과물을 만들고 이를 피드백 받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을 말한다. XM컴퍼니의 제품 기획부터 실제 출시까지 무려 26개월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기에 서율은 R&D 부문을 맡고 있는 박영수 박사에게 애자일 방식의 도입을 건의했다. 이후 26개월이나 걸리던 피드백을 2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기다려주는 시장은 결코 없다. 시장은 항상 움직이는 생물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기획부터 출시까지 26개월이 걸린다면 경쟁사들의 더 뛰어난 제품 출시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애자일이 제대로 자리 잡은 조직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사실 속도가 아니다. 모두가 당당하게 제품 기획 가설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빠르게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 솔직한 인정과 용기가 결국 그 조직이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진짜 이유가 된다. 그렇다. 속도는 애자일의 결과일 뿐, 그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빠르게 틀릴 수 있는 용기에 있다.

일류기업을 향한 조직문화

앞서 김서율 팀장이 XM컴퍼니로의 이직에 앞서 가진 면담에서 오너인 강 대표가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장점으로 내세웠음을 안다. 가족 같은 따뜻함은 시작은 좋지만 끝은 좋지 않다. 냉정한 평가를 절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일류 조직은 따뜻함과 차가움만으론 만들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문화 역시 자유는 책임과 솔직함이 함께 있을 때만 작동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좋을 때만 좋은 문화를 유지하는 회사는 많다. 진정한 일류기업은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자기 원칙을 지켜내는 회사다. 결국 일류기업의 출발점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더 나아지기 위해 계속 질문하고 조정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에 있다.


진정한 일류 조직이란

성장통을 겪는 XM컴퍼니는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한다.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가족 같은 회사'는 듣기엔 따뜻할지 몰라도 종종 함정에 빠지게 된다. 결과가 나빠도 '열심히 했으니 괜찮다'는 미지근한 반응으로 끝낼 수가 있기에. 난 프로야구 경기를 좋아한다. 국민학교 시절 야구선수를 했기에 그렇기도 하지만, 실상은 승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 내면을 목격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내가 수행하는 작은 회사의 경영고문 업무와도 닮았다. 진정한 일류란 높은 성과 기준과 따뜻한 인간관계가 함께 어우러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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