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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미리 살아봤습니다 - 퇴직 5년 전부터 시작한 인생 2막 실험
지즐(김경옥) 지음 / 미문사 / 2026년 9월
평점 :
퇴직의 순간을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정년이라는 날짜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지금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삶을 미리 살아 보기로 했다. 아직 교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조금씩 내려놓고, 조금씩 비워내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있다. 몸을 다시 단련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낯선 배움을 이어간다. 이 책은 은퇴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지즐(김경옥)은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방통대 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을 전공했다. 36년째 교육 일선에서 아이들과 함께해오며 현재는 주전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퇴직을 기다리기보다 퇴직 이후의 삶을 미리 살아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총 7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예순, 인생의 초읽기가 시작된다(파트1), 지금 내려놓지 않으면 늦는다(파트2), 예순 이후의 삶은 체력이 결정한다(파트3),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즐거들(파트4), 교장은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파트5), 은퇴 후 10년을 미리 살보는 법(파트6), 2031년,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 것인가?(파트7) 등을 통해 퇴직을 앞둔 당사자의 사전 준비를 솔직하게 전한다.
“내일 아침 조금 일찍 눈을 뜨는 것.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한 줄을 쓰는 것. 혹은 그냥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 그 작은 선택 하나가 퇴직 후의 나를 완전히 다른 자리에 세워놓는다는 것을, 나는 지금 몸으로 배우는 중이다.”(12쪽)
그동안 딸로, 아내로, 엄마로, 교육자로 등의 많은 역할 속에서 살아왔던 저자는 늘 자신보다 누군가를 먼저 생각하는 삶에 익숙했다. 나이 예순에 이르러 처음으로 '지금,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지만 솔직히 답하기 두려웠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의 시간을 더 단단하게 준비하는 방향으로 삶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예순은 늦은 나이가 아니라 새롭게 나다운 삶을 시작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선 배움이 필요하다. 영어 회화를 듣고, 투자 공부를 하고, 다채로운 분야의 책을 읽는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순간, 삶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예순의 시간은 결코 저무는 해가 아니다.오히려 정교한 전략을 세워 멀리 비행하기 위한 설렘 가득한 출발점이다.
또한 이젠 내려놓을 때이다. 내려놓기란 비움이다. 비움은 매일의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오늘 하나를 덜어내고, 내일 또 하나를 내려놓는 것은 결국 삶을 가볍게 만든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전에 지금 꼭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는 습관이 몸에 배여 삶은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더 많은 걸 가지려고 애썼던 시간에서 벗어나, 이젠 뭘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묻는다.
비움을 실천하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소비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예전엔 구매 충동이 생기면 그냥 샀지만, 이젠 '정말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로 충동구매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아낀 돈을 가족과 함께하는 등산, 딸과의 댄스 수업, 남편과의 골프 등 사랑하는 가족과의 경험에 투자했다.
예순 이후의 삶은 체력이 좌우한다. 몸은 가장 정직한 거울이다. 마음이 지치면 몸이 무거워지고, 반면에 몸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이렇게 심신心身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예순 이후의 삶에서 체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금 내 몸에 투자한 시간은 미래의 나에게 많은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늙지 않았다는 증거들
영남알프스 7봉 도전
마라톤 완주
10년의 골프
넘어지며 다시 일어나는 스키 타기
딸과 함께 댄스 학원의 교습
제주 환상 자전거길 4박 5일 종주
배움엔 정년이 없다. 예순의 공부는 이전의 것과는 다르다. 시험도, 등수도, 졸업도 없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라도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저자는 지금도 새로운 공부를 한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영어를 배우고, 경제를 공부한다. 여전히 서툴지만 이 과정 자체가 예순의 삶을 더 젊게 만든다. 예순인 지금도 여전히 학생이다.
같은 은퇴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시작이 되고 누군가에겐 방향을 잃는다. 이 차이는 무엇을 준비했느냐에서 비롯된다. 이에 저자는 은퇴를 기다리지 않고 현직에 있는 기간에 가상의 은퇴를 살아보기로 했다. 소위 '가짜 은퇴 실험'은 도피가 아니라 은퇴 후 현실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한 연습인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은퇴를 인생의 마지막 장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은퇴는 끝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바뀌는 전환점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 변화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하는 날 아침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정년이 오기 전에 은퇴 이후의 하루를 미리 살아 보기로 했다.”(172쪽)
사람들은 평생 몇 개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저자 또한 그러했다.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낳은 딸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에서의 생활에선 은퇴를 앞둔 지금 초등학교 교장이란 직업상의 이름으로 불린다. 36년의 오랜 교직 생활 동안 가장 큰 울타리는 학교였으며, 교장이 되고 처음으로 명함을 만들었다. '이 명함이 사라진 뒤에도 어떤 직함이 생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2031년, 저자는 교장이란 직함을 내려놓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 '지즐'(지혜롭고 즐겁게)라는 필명筆名은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글을 쓰고, 달리고, 배우는 사람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정년停年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만나기 위해 오늘도 미리 그 삶을 살아보는 경험을 한다.
다시 시작하기 위한 한 걸음
정년 퇴임 후 하루를 구체적으로 그려 본다
지금 내가 미루고 있는 것 하나를 오늘 시작해 본다
오늘 가족에게 먼저 말을 건네 본다

정년은 인생 2막으로 향하는 기회의 문門
정년을 내리막길의 시작으로 여기고 인생의 쓸쓸함을 떠올리고, 또 사회적 쓸모의 유통기한이 만료되었다며 허탈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감상적인 허무함 대신에 정년을 오히려 인생 2막을 향하는 문이자 설렘 가득한 기회의 문으로 삼자. 정년을 앞둔 예비 은퇴자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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