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연애 - 늘 버티는 연애를 해온 당신에게
을냥이 지음 / 생각정거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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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날 우리집 현관문 앞에 고양이가 버려졌다. 전 연인이 키우던 고양이였다. 어릴 땐 귀엽다고 키우다가 조금 크니 귀찮아졌는지 나에게 떠맡기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나름대로 인터넷을 찾아가며 용품을 샀다. 안 좋게 헤어진 전 연인이 생각나 짜증이 솟구쳤지만 얘는 잘못이 없다. 그냥 버려진 거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싫증나면 버리는 게 갑의 연애인가?

 

어디에서나 을은 서러운 존재다.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구 갑질하는 연인에게 비록 서운해도 차마 입도 뻥긋 못한다. 가슴 속에 넣고 삭이다 보니 다소 과장해서 숯 검정이 한 트럭 분량이다. 왜 그럴까? 소심한 을은 갑을 너무 사랑해서, 혹시 갑을 자극하면 미련없이 떠나버릴까봐 두려워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항상 지면서 살고, 주고 또 줘도 항상 부족한 것처럼 느껴서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헌신과 희생을 오히려 편하게 여긴다. 을의 연애 방식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갑은 제때 연락 안하고, 친구와의 약속이 우선이며, 다른 이성에게는 엄청난 친절을 베푼다. 정작 잘해줘야 할 을에게는 무관심이 극에 달한다. 결국엔 이런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에도 을은 갑을 생각한다. 즉 갑의 스킨십, 말, 웃음, 심지어 실수까지 머릿속에 주마증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비록 지금 헤어질지라도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다림에 익숙한 게 바로 을의 연애 방식이다.

 

책의 저자 을냥이(필명)는 예고와 예대를 졸업, 만화가의 꿈을 가졌지만 현실적인 삶과 타협, 7년 동안 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마케터였지만 20대 후반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간 굳어버린 손으로, 익숙지 않은 컴퓨터로 자기 자신과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를 엮어서 그림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씁쓸한 을의 연애를 32가지 에피소드로, 고양이 그림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을은 분명 갑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다만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 연락 문제, 잘못에도 당당한 태도, 늘 친구가 1순위인 모습, 뻔뻔한 거짓말, 이런 갑에게 던지는 을의 속 시원한 18가지 '사이다 투척'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연락은 내가 늘 먼저한다

 

사귀는 연인이 있으면 뭐 하나? 늘 먼저 전화하고 연락하는 건 상대방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다고 나누는 통화가 뭐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다. "밥 먹었어?" 또는 "뭐하고 있었어?" 등과 같이 가벼운 일상의 동향을 묻는 정도이다. 이렇게라도 물어봐야 겨우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가"라고 반응한다. 이런 식의 관계라면 바로 당신은 '을의 연애'를 하는 것이다.

 

상대는 뭘하고 있는지 먼저 말해 주는 법이 없다. 왜 먼저 말해 주지 않고 게다가 왜 맨날 술을 마시러 가는지 묻고 싶지만 감히 그런 행동을 못한다. 왜냐고? 전에 한 번 물어보았더니 그런 나 때문에 상대는 "숨이 막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상대도 연락하지 않는다. 마냥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교차된다. '헤어질까, 말까' 그런데, 타이밍 한 번 기똥차다. 이 연락 하나에 그 많던 번민이 봄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내일 데이트 할까?"

 

 

항상 대기조

 

상대는 친구들이 더 좋고 술이 더 좋다. 결코 우선순위가 아닌 나는 겨우 상대가 남는 시간에 만나는 사람일 뿐이다. 나 만날 시간이 없냐고 말하면 상대의 반응은 더 냉정하다. 정말 상대는 남는 시간에만 나를 찾는다. 결코 원하지고 않는 나는 대기조가 되고 말았다. 만날 친구도 있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 하지만 상대가 언제 나를 만나자고 할지 모르니 항상 기다리기만 한다. 상대는 언제쯤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줄까?

 

"우리 일주일에 한번만 봐도 되잖아. 나 과제도 많단 말이야"
"친구들이랑 술을 내내 마시면서 나 볼 시간은 없어?"
"너도 친구 만나서 놀아. 나만 바라보고 사냐? 너 만나고 나중에 친구들 만나러 가야해"

 

 

꿈을 꾸었다

 

"미안했어. 우리 다시 잘해보자"

"응!"

 

꿈마저도 을의 입장이다. 다시는 안보겠다며 떠난 상대가 미안하다며 다시 교제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꿈이었다. 이때 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난 바보같다. 상대가 먼저 다시 시작하자고 연락해주면 바로 이를 받아들이니 말이다. 지금도 떠난 그 사람이 다시 와주기를 간곡히 기다리는 내 심정이 꿈에 나타난 셈이다.

 

 

연인이 이별을 고할 때

 

"니가 너무 착해서 내가 만날 자격 없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다른 사람 생겼어)
"나 이제 공부하려고"(너보다 좋은 사람 만날려고)
"일이랑 사랑 동시에 안 되겠어"(니가 일보다 힘들다)
"혼자 있고 싶어"(더 이상 니가 감당 안 돼)
"그냥. 이유 없어. 헤어져"(여태 수도 없이 말해왔어)

 

대부분 연인들이 이별할 때, 그 이유가 뭐냐고 상대에게 물으면 이런 식으로 답한다. 그렇다. 속마음은 그게 분명 아닌데(괄호 안을 보라), 진짜가 아닌 거짓으로 답한다. 그저 상대에게 끝까지 잘 보이려고 사탕발림 소리를 늘어놓는 셈이다. 이런 행동을 그대로 믿고 속을 태우는 사람이라면 바로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싫어졌다면 시시콜콜하게 이별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깨진 접시 다시 붙일 수 없다

 

접시를 내던지면 그 접시는 당연히 깨질 것이다. 깨진 접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시 원위치가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게 바로 사람과의 관계이자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한번 깨지고 나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돌아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신뢰도 이와 같다. 한번 깨진 사이는 억지로 붙여봤자 살짝만 건드려도 산산조각나기 마련이다. 깨진 조각을 붙들고 후회해봐야 이를 잡은 손에 상처만 날 뿐이다. 상대의 마음과 신뢰를 깨뜨린다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제발 술에 취해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하지 마라.

 

 

싸구려 친절은 필요 없다

 

"피곤할까봐 사왔어~"

 

연인이 나를 챙겨주는 건 분명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이다. 하지만 다른 이성에게도 동일한 상황에서 똑같이 이렇게 챙겨준다면 이는 그냥 친절한 행동일 뿐이다. 연인이라면 특별하고 싶기 때문에 당연히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행동하는 그런 수많은 친절 중 하나를 나에게 하는 것이라면 굳이 계속할 필요 없다. 소위 치마 입은 사람에겐 늘 이런 식인데 말이다. 이런 싸구려 친절은 휴지통에 버려라.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사랑하자

 

을의 자세로 사랑하다 보니 그만큼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에 나의 마음을 연인에게 모두 말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면을 쓴 채로 연인에게 척하면서 지냈다면 이젠 새롭게 사랑을 해보자. 이제껏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인에게 모두 맞춰주려던 탈도 벗어버리자. 나의 참모습 그대로 연인과 사랑하자. 지금껏 '을의 연애'를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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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사람이 말하면 사고 싶을까? - 끄덕이고, 빠져들고, 사게 만드는 9가지 ‘말’의 기술
장문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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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통념은 지우라. 말은 분명해야 한다. 상대에게 분명하게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똑같은 제품도 잘 사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꿰뚫고, 질문에 분명하게 답하며, 문제나 요구 사항을 정확히 알아채고 대응한다. 마케팅의 목표는 '원하는 것을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마케팅 전투에서 검증된 9가지 말의 기술

 

책의 저자 장문정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마케팅 세일즈 언어 전문가로, LG그룹, 미국 월마트, 일본 JVC 등 국내외 대기업에서 전략기획, 시장분석, 영업환경 구축 등 세일즈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다. 이후 CJ오쇼핑 쇼호스트로 매출 기네스 최고 기록을 세우고 베스트 쇼호스트상을 수상했으며, 단 1시간 사업설명회에서 210억 매출을 낸 세일즈 언어의 고수다.

현재 그는 마케팅 컨설팅 회사 'MJ소비자연구소' 소장으로, 기업 제품과 서비스의 토털 마케팅 솔루션은 물론 전문 프레젠터로 활동하고 있는 마케팅 세일즈 전문가이다. 부동산, 금융, 보험뿐만 아니라 패션, 생활, 건강식품, 요식업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컨설팅을 하면서 무엇보다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누구나 분야는 달라도 '말'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와 솔루션 등 무엇인가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고객이 사고 싶게 만드는 '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9가지 말의 기술을 이 책에 담았다. 국내 주요 일간지와 기관, 협회, 기업사보에 마케팅 칼럼니스트로 다년간 글을 써왔고, 미국 LA 한인신문에도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세일즈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팔지 마라, 사게 하라>를 비롯해 <한마디면 충분하다>, <사람에게 돌아가라> 등이 있다.

 

지금 당장 저조한 매출 실적을 올리고 싶다면 말부터 바꿔라. 그러면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홈쇼핑 매출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저자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사게 만드는 말이 따로 있다고 밝힌다. 팔리는 말의 핵심은 바로 또렷하게 말하기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상대의 니즈를 간파해 답을 내놓는 것이다. 마케팅부터 세일즈까지 어떤 품목을 팔든 상대를 끄덕이고, 빠져들고, 사게 만드는 방법을 우리들에게 전격 대공개한다.

 

 

 

 

타깃 언어, 고객의 니즈를 간파하라

 

상품 컨설팅 전문가라는 직업상 저자는 밤낮없이 의뢰받은 상품을 공부한다. 하지만 그가 다른 경쟁사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상품에 몰두하기보다 그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리에 오히려 더욱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구매를 원하는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지 못하면 일방적 자기 자랑만 되기 일쑤다.

 

코오롱인스터트리는 자사 운동화 브랜드 '헤드'의 판촉 이벤트를 가졌다. 행사 내용은 운동화 구매 후 일정 기간 안에 체중을 3kg 감량하는 고객에게는 운동화 값을 환불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 이벤트는 성공했을까? 고객의 입장에선 성공일지 몰라도 회사 입장에선 잘못 설정한 판촉 이벤트였다. 너도나도 환불을 요청했으니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 정도의 감량 의지와 실천력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심리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결과였다. 따라서, 우리는 소비자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통찰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소비자 통찰력을 발휘하려는 노력은, 고객이 왜 그렇게 행동하고 말하는지 이유를 캐치하게 해준다. 

 

 

시즌 언어, 잘 사게 되는 시간을 노려라

 

계절의 변화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무더운 여름이 마치 계절을 잊은 듯 지속적으로 극성을 부리다가도 어느 한순간 낙엽이 지는 가을로 접어든다. 기나긴 동장군의 위력 앞에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앉아서 한파를 당할 수밖에 없다가도 겨울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싹이 돋아나면서 봄의 향연을 펼친다. 계절은 몸으로 느끼게 하는 재주가 있다. 계절의 힘은 막강하다.

 

시즌 전략의 또 하나 큰 장점은 첫 해만 접근 공식을 잘 만들어놓으면 이듬해부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는 쉽게 변해도 계절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계절을 잘 이용해보라. 고객을 함부로 재단하지 마라. 고객의 마음은 달과 같다. 달은 기울면 차고 차고 난 후에는 반드시 기운다. 멋진 시즌 언어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보자.

공간 언어, 같은 제품도 특별한 곳에서 산다

 

공간에 대한 투자는 비용으로 직결되기에 돈 쓰시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공간에 적합한 언어를 만드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건설적 고민을 통해 마치 이사한 집에 가구를 배치하듯 그 공간에 맞는 적합한 언어를 배치해보시라. 장소가 달라지면 언어도 달라진다. 언어가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생각이 달라지면 태도가 달라진다. 지갑 여는 태도 말이다. 

저울 언어, 경쟁 대상과 비교하라

 

상대 제품을 근거 없이 폄하하는 것은 최악의 마케팅이다. 상대 제품을 존중해주고 관대하게 표현해주면 내 제품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준다. 경쟁 제품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하고, 경쟁 제품을 언급할 때 무척 공정하게 말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몇 년 전에 발생했던 삼성과 엘지 간의 '세탁기 전쟁'은 결국 두 회사에 상처만 남겼음을 우린 기억한다.

 

저울 언어는 대상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이분화하면 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이성의 무기가 된다. 또한 저울 언어는 신속함이 무기다. 상대방의 제품을 저울에 달아버리는 순간 저울의 추가 자신 쪽으로 기우는 것을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울 언어는 직관적이다. 고객의 지적 시력은 양분화된 대상을 볼 때 관성적으로 묵직한 것, 근사한 것, 더 나아 보이는 것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선수 언어, 예측과 제압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조용히 앉아 일만 하면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누가 알아주겠는가? 먼저 알리고 스스로 나서야 한다. 자기 PR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이 멋지듯이 지금은 브리칭 시대다. 그러므로 후대응보다는 선대응이 맞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선수 언어를 날려야 한다. 상대의 생각을 내다보고 이미 꿰뚫고 있으면 상대는 고분고분해지는 습성이 있다.

 

"이 말 하려고 그랬죠?"

 

자신이 할 말을 상대가 이미 꿰뚫고 먼저 해버리면 맥이 빠져버리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말하자면 상대방에게 선빵을 맞은 셈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알렌스바허에 따르면 오늘날 소비자는 상품 판매 현장에서 제안을 받거나 설명을 듣기도 전에 이미 의심을 하고 마음에 방벽을 치는 비율이 지난 십 년간 5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적절한 선수 언오로 까다로운 고객을 무너뜨려 보자.

 

 

마케팅은 돈 벌기 위한 전략이다

 

책에는 이밖에도 눈 앞에 보여애 믿는다는 '사물 언어', 끔찍한 진실을 폭로하는 '공포 언어', 모두 까기는 강력한 전략임을 보여 주는 '비난 언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항 수 있는 정확한 숫자로 승부를 하라는 '통계 언어' 등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들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왕 하는 것이라면 아홉 가지 말의 기술을 이용해서 소비자의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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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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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나의 저술들에 대해 비판적 태도로 참여한 중국 철학 전공 학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상하이에서 모여 나의 철학적 견해와 유가 및 도가 사상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토하엿다. 나는 중국 철학 전공자가 아니므로 배우기를 열망하는 학생으로 이 대화에 접근하였다. 나는 서양의 도덕철학과 정치 철학에 나타나는 개인주의의 과도한 점들에 대한 나의 비판이, 가족 및 공동체의 의무를 강조하는 중국의 철학적 전통에 가교를 제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아버지의 절도를 숨겨야 할까, 고발해야 할까?

 

저자 마이클 샌델은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수업은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힌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에 관한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는 그는 명실공히 이 시대의 최고 석학이자 철학계의 록스타이다. 대표 저서로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완벽에 대한 반론> 등이 있다.

 

공저자인 폴 담브로시오는 중국 상하이 화둥사범대학에서 중국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ECNU'의 영어 석사 및 박사 과정의 코디네이터이자 다문화센터의 책임자다. 유교와 도가, 현학, 현대 비교철학에 대한 논문을 주로 발표했으며, 근대 중국어로 된 몇 권의 책을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공저로 <Genuine Pretending: On the Philosophy of the Zhuangzi>가 있다.

 

'정의justice'는 한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가르는 척도이면서 체제를 구성하는 기준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들은 정의야말로 공동체의 존재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끼고 있다. 이 책에는 아홉 명의 중국 철학 연구자들이 등장,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에 대해 새로운 논점들을 제시한다. 즉 동양권 문화, 특히 중국의 것에 크게 영향을 미친 도가道家와 유가儒家 사상 등을 검토하면서 샌델 교수가 미처 고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셈이다. 

 

책은 총5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에서는 개인, 가족, 공동체 등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정의덕德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시민의 덕과 도덕 교육을, 제3부에서는 도가의 전통에서 바라 본 샌델을 각각 살펴본다. 제4부에서는 '자아관自我觀'을 다루면서 샌델과 유가의 전통을 비교하며, 마지막으로 제5부(중국 철학에서 배우기)에선 마이클 샌델의 자문자답을 담고 있다.

 

 

 

 

존 롤스<정의론>은 유럽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 정의란 개개인들이 모여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감에 있어서 구심점 역활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는 동양에서도 정의라는 개념이 이와 동일하게 작동했을까? 중국 철학 연구자들은 정의에 대해 새로운 논점들을 제시한다.

 

2007년, 마이클 샌델 교수는 중국에서 강연을 가졌다. 이때 그는 <논어>에 등장하는 유명한 토론 주제를 인용했다. 이는 최근 몇 십 년 동안에도 중국학자들 간에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그런 문장이었다. 행실이 곧은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섭공葉公공자 간에 나눈 대화로, 섭공은 도둑질을 한 아버지를 고발한 아들이 곧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공자는 가족을 보호하는 게 옳다고 이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섭공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당시 초나라에 속한 섭지방(현, 하남성 섭현葉縣 남쪽 지역)을 다스리던 태수太守 심제량心諸 으로, 나중에 초나라 대부大夫 자리에까지 오른 정치적 실력자였다. 이제 샌델이 인용한 <논어>에 등장하는 두 인물 간의 대화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섭공이 자랑스러워하며 공자에게 말한다. "우리 마을에 '곧은 사람直躬'이 있는데 아버지가 양羊을 훔치면 관가에 고발합니다" 그런데 공자는 이를 칭찬하지 않고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 마을의 곧은 사람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숨겨 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잘못을 숨겨 줍니다. 곧음은 그 안에 있습니다" - <논어> '자로'편

 

 

조화 없는 공동체에 대한 유가적 관점

 

1993년 이래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직선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해 왔다. 그때 이후로 싱가포르는 세 명의 대통령을 선출하였는데, 그 가운데 둘은 화교계, 하나는 인도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인들은 대통령이 어느 인종에서든 나올 수 있다고 믿지만, 각 인종집단의 대부분은 자기 종족 출신의 대통령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소수자 출신 대통령이 선출된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참고로 싱가포르 국민은 약 74퍼센트의 화교, 13퍼센트의 말레이족, 나머지는 인도인, 유라시아인 및 기타 인종으로 구성된 다인종이다. 

 

이에 최근 헌법위원회는 대통령직에서 모든 인종집단의 대표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헌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한 가지 제안된 해결책은, 어떤 한 인종집단이 다섯 번 연속된 임기 동안 대통령직을 차지하지 못했다면, 그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 특정 인종집단 출신의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일정 기간 대통령직에서 가장 큰 인종집단 셋 모두를 대표할 수 있어 싱가포르가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조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게 바로 헌법 수정안 옹호자들의 주장이다.

 

대통령 선출의 새로운 메카니즘 채택은 싱가포르의 사회적 조화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강력한 국민 정체성을 형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가儒家가의 조화 철학은 소수집단우대정책이나 인종차별 없는 대통령제와 같은 민감한 사회 문제를 평가하기에 아주 좋은 관점을 제공한다. 또한 공동체 및 이에 뿌리를 둔 개인 정체성 전반에 대한 강력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개인 정체성을 구축하고 공동체를 세우는 과정은 사회적 조화와 좋은 삶을 이루기 위해 의도된 것이다. 그 어느 하나도 다른 것 없이 달성될 수 없다. 조화의 개념이 없다면 공동체주의 철학은 그 틀 내부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게 되므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탄탄한 설명으로 적합하지 않게 된다. 샌델의 공동체주의 철학은, 그 논의에 조화를 적절하게 포함시켜야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시장 기반 사회의 도덕적 결함

 

마이클 샌델의 정치 이론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주제가 되었다. 1990년대부터 21세기 초까지 현대 정치철학을 연구하는 중국의 학자들은 샌델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특히 샌델의 구성적 자아관,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 중립성에 대한 비판에 주목했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의 논쟁도 연구했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불만>,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특히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간되면서 샌델의 정치철학이 중국에서 학계뿐 아니라 공공 영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정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란 무엇인지, 일상생활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市場 방식의 추론이 미치는 해악, 더 일반적으로 말해 시장 기반 사회에 고유한 도덕적 결함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샌델의 정치철학은 학자들이나 일반 대중에게 정치 이론의 도움으로 일상의 도덕적 물음을 생각할 수 있게 영감을 주었다. 중국인들이 샌델의 정의론에 관심을 크게 갖게 된 연유는 중국 사회에 공공철학이 공허하고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시장 경제 속에서 중국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중국 사람들에게 정치 이론과 도덕적 담론은 시장 기반 추론이 야기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 샌델의 정치철학은, 이러한 필요가 충족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대중들이 이러한 문제를 더 깊이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음양 매트릭스는 상호보완이다

 

중국적 맥락에서 보면 인간 사회에 내재한 복잡성과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쟁점의 문제는 음과 양을 중심으로 그 둘 간의 상호작용 내에서 분류할 수 있다. 서구의 학자들은 젠더가 이원론적이며 젠더의 구성이 남성 우위를 반영하는 반면, 전통 중국에서의 젠더는 상관적이고 음과 양, 땅과 하늘, 안과 밖을 모델로 하는 상호 의존성과 상보성의 개념 위에서 구성된다. 이런 유형의 젠더 구성은 여성들에게 더 다양한 범위의 기회를 주는 사회적 공간을 제공한다.

 

초기 중국 사유思惟에서는 여성의 배제나 남과 여의 분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남자, 남성, 남성성이 있는 한 여자, 여성, 여성성이 늘 함께했다. 두 가지가 함께 인간 존재의 완전성과 인간적 이해의 완전성을 구성했다. 남과 여가 같은 공간에 살면서 통일된 지평을 형성한다. 젠더의 분리에 대한 초기 저작의 예시가 <시경詩經>에 나오는 남경여직男耕女織이다. 즉 남자는 밭을 갈고 곡식을 심으며 여성은 직물을 짠다는 뜻이다. 이 모든 활동은 인간 실존의 필수 부분이고 높은 가치를 가지며 이런 식의 젠더화된 노동의 분업은 종속이 아니라 상보성相補性의 관계를 보여 준다. 

 

 

샌델의 철학과 도가 사상

 

마이클 샌델인간 공동체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는 철학을 지닌 도덕주의자라면, <노자>와 <장자>의 도가 철학은 사회 제도에 관해 매우 회의적인 반反인간중심적이며 무無도덕적이다. 도가 사상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은 샌델의 논의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물론 그의 논의를 새롭게 조명해 줄 수도 있다.

 

첫째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역할, 덕, 이익에 대한 공리주의적 이해와 연관된 절차적 계산에 대한 거부다. 고대 중국에서 경쟁하는 학파들이 제도화되면서 생겨났다고 받아들여지는 (아마도 이것은 오해인 듯하다) 이러한 계산적 사유 방식은 나중에 '기계적 사유' 혹은 글자 그대로는 '기계적인 마음'이라 할 기심機心이란 말로 요약된다. 유명한 도가적 이상, 즉 '자발성' 혹은 '스스로 그러함'이라 할 자연自然과, '억지로 하지 않는 행위' 혹은 '불간섭'이라 할 무위無爲는 이러한 기계적 마음에 대한 원형적 대안들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상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 사물,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는 물론 그런 상호작용이 양산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로 '만족할 줄 아는 것', '족함을 아는 것'이라 할 '지족知足'은 기심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되는 주요 부분이면서 또한 그 자체로 대안이기도 하다. 특히 <노자>에서 보이는 지족은 탐닉에 대한 경고를 뜻한다. 그것은 우리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하고, 나아가 지나침은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치를 높이기만 할 뿐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셋째 개념은 <장자>에 나오는 '참사람' 또는 성인이라할 '진인'에 대한 묘사다. 이 개념은 사람이 사회적 규범과 역할을 수행할 때 그로부터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능력을 가리킨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것은 사회 영역에서 '자발성', '억지로 하지 않음' 그리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을 실존적으로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화를 넘나드는 대화

 

중국 철학을 전공한 학자들과 샌델의 저작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일은 샌델 본인에게는 여러 수준에서 학습의 기회가 되었다. 이는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향에서 이루어진 자신의 관점에 대한 도전들을 깊이 생각하게 했고, 중국 철학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경쟁력 있는 관점들 일부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문화적 전통과 철학적 전통을 넘나들면서 대화가 어떻게 잘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주었다.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오래 전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유가 사상은 한국 문화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은 유가 사상을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엄격하며, 폐쇄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남녀 차별, 직장 상사의 권위적인 언어 폭력과 성희롱, 직업에 대한 귀천貴賤 등의 문제는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특정 계층의 탐욕으로 인해 본질이 훼손, 악용되어 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부조리를 우리들이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사회 인식을 뒤바꿈으로써 이 사회가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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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김 대리는 어떻게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을까? - 퇴근 후 1시간 부동산 공부로 빠르게 부자 되는 법
카스파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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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를 하면 망한다고 하는 바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게 낫다. 2018년 하반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부동산 공부를 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정부 규제와 함께 2018년 하반기와 2019년 상반기까지 공급 물량은 아마 넘쳐날 것이다. 매매 가격은 둘째치더라도, 전세 가격은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다. 끝없이 이어지는 공급랠리가 정리되는 시점이 오면, 또다시 부동산 회오리가 몰아닥칠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부동산에 대한 기초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낮에는 회사원, 저녁엔 투자자

 

책의 저자 카스파파는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생활의 낭만을 포기하고 공부에 전념했다. 서울로 상경해 원하던 직장에 입사했지만, 현실은 두 다리도 뻗기 힘든 고시원…. 평범해 보이는 행복이 아무에게나 주어지지는 않음을 깨닫고 재테크 공부에 돌입했다. 그러나 학창 시절 아버지의 주식 패망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와 소심한 성격이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7년 동안 수백 개의 강연을 듣고, 수백 권의 책을 탐독하면서 '천천히 가더라도 잃지 않는' 투자 인사이트를 얻었다. 그리고 2014년 경기도 분당 아파트에 첫 투자를 감행한 뒤 마흔이 되기 전에 30억 가까운 자산을 만들었다.

 

82년생 평범한 직장인이자, 3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한 저자도 처음부터 부동산 투자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오리지널 흙수저로서,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 환경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인물이다. 지방대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취직한다면 인생이 술술 풀릴 거라고 그는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무일푼으로 상경한 그는 월세 50만 원짜리 고시원에 살며 생활비와 유흥비로 돈을 쉽게 낭비하는 생활을 보내다가 평생 회사에 봉직했음에도 제대로 된 집 한 채 없이 은퇴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후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1,000만 원 이상의 수강료를 투자해 관련 지식들을 쌓았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했다. 사실 돈 없는 월급쟁이가 무턱대고 남들처럼 통 크게 투자할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괜찮은 부동산 물건을 봐도 '집값이 하락한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7년 동안 공부만 하고 투자를 전혀 실행하지 못했다. 이처럼 소심한 성격 탓에 투자의 기회보다는 리스크가 훨씬 크게 보였던 셈이다. 이런 그가 어떻게 부동산 투자에 나서서 자산가가 될 수 있었는지 책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월급쟁이 초보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자들이라면 돈이 되는 빌딩에 투자할 수도 있고, 전문 법조인을 고용해 특수물건에도 도전할 수 있으며, 미래 가능성을 보고 토지에까지 투자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다소 위험이 따르는 재개발이나 경매에도 욕심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반해 월급쟁이들은 소심하게 접근하고, 깐깐하게 의심하고, 차근차근 조심해서 실수요 위주의 주택에 투자해야 한다. 과욕에 따른 섣부른 투자로 그동안에 쌓았던 공든 탑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생계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총 7장에 걸쳐서 부동산 사장님들 앞에서 호구 되지 않는 법, 사기 컨설팅에 빠져들지 않는 법, 엉터리 수익률에 속지 않는 법, 공실을 최소화하는 법 등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지식을 매우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지금 변해야 미래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

 

거절을 못해 여러 보험 상품에 가입을 하고 고지혈증을 얻어가며 술자리를 따라다녔던 소심한 김 대리는 변해야만 했다.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이유로, 그 사람과 멀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며 30대인 지금도 뭔가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40~50대에는 지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하지 못할 이유는 그만 만들고, 해야 하는 이유부터 만들자'

 

 

강의 뒤풀이도 무시하지 말라

부동산 강의가 끝나면 가끔 뒤풀이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이때 강사가 오프 더 레코드로 알짜배기 정보를 흘려줄 때가 있다. 또, 뒤풀이 자리에서는 강사에게 궁금했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볼 수도 있다. 게다가 그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인맥이 형성되기도 한다. 저자도 이런 식으로 여러 단톡방 모임을 갖게 되었고, 실제로 투자를 할 때 그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긍정적인 인맥 쌓기인 것이다.

 

 

부동산 공부 덕에 프로포즈에도 성공하다

얼떨결에 첫 투자를 감행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추가로 한 채를 더 매수하려니 저자의 고민은 점점 많아졌다. 그는 최종 후보지를 신설되는 경강선 노선에 위치한 쌍동역(현, 초월역)과 삼동역 중 한 곳을 정하기로 압축시켰다. 그런데, 이 투자는 결국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쌍동역 인근의 아파트 가격마저 3,000만 원이 상승하자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때마침, 머릿속을 스친 문구가 있었다.

 

'혼인으로 인한 1세대 2주택은 5년 내 양도 시 비과세다'

 

 

말 한 마디에 사람의 마음도 달라진다

“제가 신혼부부입니다. 어려운 형편에 결혼 준비하느라 돈이 좀 많이 부족해서요… 열심히 살라는 의미로 100만 원만 깎아주실 수 있을까요?”

 

계약서에 사인하는 날, 감동을 줄 수 있는 말 한 마디에 따라 매도인의 마음은 동하게 된다. 그러면 예상하지도 않았는데 매도가격을 살짝 깎아준다. 300만 원짜리 오토바이를 사면서 100만 원을 깎아달라고 하면 저급한 심보로 비춰질 수 있지만, 3억 원이라는 큰 액수 앞에서 100만 원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마련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100만 원이 아니라 50만 원이더라도 사정할 이유는 충분하다. 말 한마디에 가격도 수수료도 깎을 수 있다. 이런 돈을 어디 가서 쉽게 얻을 수 있겠는가?

 

 

갭투자, 이젠 조심해야 한다 

2014~2015년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였던 전세 갭투자에 이상 기온이 감돌고 있다. 갭투자의 최대 장점은 최소한의 투자금으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간격이 서서히 벌어지고 있다. 즉 전세 가격은 그대로인데 매매 가격이 오르면서,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게 된다.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갭투자가 아니다. 따라서, 이젠 갭투자를 조심해야 할 때다.

 

 

부동산 투자에 대박 비법은 없다

 

책의 저자는 공부한 지 7년이 넘도록 단 한 건의 투자도 도전하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익률보다 내면에 숨겨진 작은 리스크가 훨씬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투자의 물꼬를 튼 이후에는 이런 면이 오히려 투자에 있어서 장점으로 발휘되었다. 그렇게 저자는 자금력이 빈약한 월급쟁이에게 최적화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투자법'을 발견했다.

 

그렇다고 이 책엔 대박을 터뜨리는 기적 같은 비법은 없다. 대신에 사이비 투자 컨설팅을 피하는 법, 꾼들 사이에서 호구 되지 않는 법, 손품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는 법, 공실 줄이는 법 등 월급쟁이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지식이 가득하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의 길잡이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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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격
권오현 지음, 김상근 정리 / 쌤앤파커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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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끌면서 경험한 것이기에 다른 기업 또는 일반 중소기업이 받아들이기에 거리감이 느껴질지 모른다는 생각 또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나 조직이라도 그것이 움직이고 발전해나가는 데에는 보편적인 원리와 원칙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 그러한 원칙을 담고자 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성장에 필요한 통찰을 만나다

 

이 책의 저자 권오현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삼성전자 회장 자리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사명으로 인해 글로벌이 초경쟁 사회로 진입한 최근 10여 년간 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킨 탁월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즉 1985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 1992년 '세계 최초'로 64 메가 디램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삼성전자가 걷게 되는 '초격차 전략'의 실질적 토대를 닦았다.

 

그는 2008년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사업총괄 사장을 거쳐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에 올랐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래 삼성전자는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현재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편 김상근 연세대학교 교수가 2017년 봄부터 2018년 여름까지 1년여에 걸쳐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과 단독으로 진행한 수차례 대담을 통해 이 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흔히 우리들이 사용하는 '격차'라는 말은 간격이 멀어진다는 뜻을 가진 격隔을 가리킨다. 곧 다가오는 가을엔 올 시즌 프로야구를 결산하며 왕중왕을 가린다. 5강强이 진출하는 왕중왕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면 정규 시즌 성적이 상위에 랭크되어야 한다. 그래서 1위 팀은 압도적인 성적으로 초격차를 벌여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하고자 한다. 선수들에게 꿀맛같은 휴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격차'에서의 격은 '자격이나 지위 등이 서로 다른 정도'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격格을 말한다.

 

 

 

 

탁월한 리더의 덕목

 

수많은 리더십 학자들은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되는가?'라는 주제로 많은 연구를 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타고난 본성(진솔함, 겸손, 무사욕無私慾)이 좌우한다거나 또는 후천적 노력에 의한 외적 덕목이 더 중요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리더의 자질은 본성에 의한 영향이 3분의1,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3분의 2쯤 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외적 덕목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리더십이란 이런 덕목들이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골고루 갖추어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다. 즉 네 가지 요소 모두에서 골고루 '탁월함'이 발휘되어야만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한편, 이와같은 요소들의 완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가졌다면 이런 사람은 리더가 되기보다는 탁월한 리더를 곁에서 보좌하는 참모가 되는 편이 옳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리더의 유형을 말할 때 카리스마적 리더, 실행력이 뛰어난 리더,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능숙한 리더, 새로운 조직을 만들 때 필요한 리더 등으로 그 형태를 분류하지만 이는 편의적이고 작위적인 발상일 듯 싶다. 최근에 들어 요구되는 리더십의 형태가 변했다할지라도 한국적인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리더를 구원투수처럼 등판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직을 잘 만드는 리더를 투입했다가, 조직을 안정시킬 단계에 왔다고 해서 그 리더를 다른 사람으로 갑자기 교체할 수 없다. 따라서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 등을 골고루 갖춘 인물이 진정한 리더이다.

 

우리 주변의 뛰어난 학자들이나, 특출한 사상가들은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모두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통찰력이 뛰어난 계량경제학자나 경영 대학에서 경영 전략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경영을 맡기면 그 회사가 성장하게 될까? 그들의 뛰어난 통찰력이 경영 성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다. 그들에게 맡겨진 '사명'은 다른 것이다. 저자는 삼성전자를 관리하면서 통찰력은 뛰어나지만 행동에 굼뜨고 추진력이 약한 사람을 의외로 많이 봤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기발한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정작 필요한 실행은 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단력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항상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치고 만다.

 

 

미래를 망치는 최악의 리더

 

리더의 덕목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사항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저자는 실패한 리더는 '미래를 망친 리더'라고 단언한다. 리더가 물러난 다음 회사가 급격하게 쇠퇴의 조짐이 보인다면 이는 바로 최악의 리더가 남긴 최대의 피해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절대로 범해선 안 될 실패가 '미래를 망쳐놓는 것'이다. 

 

최악의 리더들의 특징은 한결같다. 모든 좋은 것을 실컷 다 누린다. 많은 보수를 받았을 것이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회적 위상을 내심 즐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물러나고 난 다음 회사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이는 바로 가장 심각한 실패를 초래한 거다. 재직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조직을 생존시키고 조금이나마 성장을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을 막아버렸다면 이 사람은 '최악의 리더'가 된 셈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의외로 자주 일어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재임 기간에 실적이 좋아 보이도록 착시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한다. 즉 미래는 아랑곳않고 당장 자신의 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현실을 왜곡한다. 실적을 부풀리기 용으로 엉뚱한 곳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시킨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정체가 탄로나기 마련이다. 재임 기간이 끝나고 나면 조직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이것이야말로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실패한 리더의 전형적인 태도는 자신의 후계자나 부하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후배들을 이용하려고만 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부하나 후계자를 절대 키우지 않는다. 반면에 물러난 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오히려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후계자로 지명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들만의 왕국을 파괴하라

 

사일로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왕국입니다.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각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고독한 섬나라 왕국의 왕처럼 행세한다. 다른 사일로와의 소통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자신은 왕국의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른바 그들은 제품 개발의 왕, 제조의 왕, 그리고 마케팅의 왕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현재 위치에 크게 만족한다. 그래서 어떤 직원이 제품 개발의 왕에게 개발 방식을 다르게 해보자고 의견을 내면 개발의 왕은 이를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옛날에 다 해보았다며 입 다물라고 윽박지른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조치한 방식은 '제품 개발의 왕'을 그 사일로에서 차출해 '제조의 왕' 자리에 앉혀 주는 것이다. 당연히 본인도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인사 발령을 낸다. '제품 개발의 왕'은 당황한다. 비록 왕의 자리에 추대되어왔지만 그는 개발 부문에서만 왕이었을 뿐 제조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새로 추대된 왕은 어쩔 수 없이 그 사일로에 속한 부하 직원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소통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부처 이기주의는 이렇게 전격적으로 교차 배치를 하다 보면 또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자신이 언제 어느 사일로로 배치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일로들끼리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개발, 제조, 마케팅이 서로 대화의 채널을 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리미리 다른 사일로와 협력을 하게 한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발적으로는 이런 채널이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일로의 행동 양식은 그런 특징을 지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편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려 한다. 즉 기존의 사일로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더 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제적인 요소가 일정 부분 동원되어야만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저자의 관찰을 통한 결론이었다. 리더는 이런 강제적인 부분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외도 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외부의 강제력이 없어도 스스로 변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늘 소수였다. 물론 제한된 인력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 조직을 이런 방식으로 운용하는 게 쉽지 않다.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몇몇 부서만이라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면 좋을 듯하다.

 

 

혁신만이 생존이다

 

혁신을 원한다면 이것을 늘 기억하라. 혁신을 추진할 경우, 반드시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이 그 변화의 방향에 대해 모두 저항을 한다는 사실을. 혁신으로의 방향 전환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으로 방향을 정했을 경우에는, 반드시 사람을 교체시켜야 한다. 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다.

 

기존의 인력을 교육해서 혁신의 방향으로 내부 분위기를 전환시킨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만약 사람을 교체해야 할 경우 이 점을 꼭 기억해 두라. 혁신을 위해서 인적 자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할 경우, 예상과 기대를 초월하는 특별한 보상을 해주어 기존 사람들이 불평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것도 혁신의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을 그대로 존치시킨 채 혁신에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는 분명한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직원이 오너십을 갖게 하라

 

많은 리더가 직원들을 단순한 베이비시터로 대하고 그렇게 활용한다. 직원들이 성장해서 그들 자신의 아이를 낳아 키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아이를 임시로 맡아서 키우게 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물론 베이비시터도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를 잘 돌보려고 노력한다.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먹이고, 혹시 뛰어다니다가 넘어질까 살펴보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처럼 그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맡은 아이의 인격 도야를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베이비시터가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직원을 베이비시터로서 대하는 리더는 어떻게 될까? 결과는 뻔하다. 베이비시터가 집을 떠나면 결국 그 많은 일을 다시 자기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 시간에 맞추어 우유를 먹여야 하고 뛰어다니다가 넘어질까 살펴보아야 한다. 자기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아이 돌보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항상 바쁠 수밖에 없다. 리더가 제아무리 바쁘게 움직이며 일해도 직원들은 베이비시터로서의 사명을 다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리더는 직원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타성에 젖어 일한다", "게으르다", "책임감이 없다"라고 탓만 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쉽다. 직원들을 베이비시터로 만들지 말고 그들이 직접 아이를 낳아 기르게 만들어야 한다. 부하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부하들을 불신하니 리더 자신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감독하고 보고받으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다른 회사를 따라잡기 위해서 일하던 패스트 팔로워 시대에 어느 정도 통했던 리더십 형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런 리더십 스타일은 옛 시대의 잔재물이다. 만약 퍼스트 무버로 전환시키기 원한다면 권한 위임이 꼭 필요하다.

 

 

시장 개척자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이다. 한국 경제도 이제 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저자가 크게 성취를 이룬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창조하는 '시장 개척자'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요즈음 세계 음악 산업에선 한국의 보이 그룹 BTS가 새로운 비틀즈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자신들의 노래를 작사, 작곡, 심지어 프로듀싱까지 한다. 그렇다. 이젠 우리 사회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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