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고 이기는 말하기 기술
김은성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나를 지키는 기술을 알려준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서른여덟 가지 토론 기술의 의미를 지금의 관점으로 해석, 설명하고 나아가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커뮤니케이션 박사로서의 시각을 담았다. - ‘들어가며’ 중에서



현재까지 대한민국 미디어는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편파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그래서 심지어 몇 몇 두드러진 방송사는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란 소리까지 흘러나왔다. 미디어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 공론의 장을 펼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더구나 토론장에 나온 정치인들 중 일부는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마치 특장 인사의 호위병 노릇에만 올인하고 있어서 과연 국민들을 위한 토론인지 헷갈리게 한다.


공론의 장에서 펼쳐지는 토론은 상대방을 존중해야 함에도 상대의 치부를 들춰내고 약점만 밝혀내려고 정해진 토론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조작과 선동이라는 사술詐術로 일관하는 모습은 시청하는 관중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일체의 사과도 없다. 그들이 지켜야 할 사이비 인물을 지켰다고 오히려 우쭐댄다.


사실 굳이 정치판의 토론을 예로 들 필요도 없다. 우리들의 일상 대화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쌍방향의 깊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자랑질, 감정 해소, 그리고 자신의 의견 관철하기에만 올인하는 모습이 허다하다. 이를 듣는 상대방은 결국 대화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렇다. 지금의 우리들은 진정한 대화가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소통, 협상, 그리고 대화가 사라지는 이런 이기에 책은 쇼펜하우어의 논쟁술을 들고 나왔다. 국내 1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인 저자 김은성은 ‘삼성 SERI CEO’에서 4회에 걸쳐 강의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집필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인생은 고통이고 세계는 최악이다(1부), 토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다(2부), 사술에 당하지 않으려면(3부), 나를 지키는 말하기 기술(4부), 갈등의 논쟁을 넘어 건강한 토론까지(5부) 순으로 쇼펜하우어의 ‘토론의 법칙’이 펼쳐진다.


쇼펜하우어의 철학 배경


쇼펜하우어는 고립적이고 비관적이었다. 이러한 특성은 그의 철학적 작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숙고하며 삶의 고통과 무의미함을 철학적으로 탐구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 체계가 탄생했다. 그의 철학은 당시 유럽 사상계에 큰 충격을 던졌으며 후대 철학과 예술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가 살았던 19세기 초중반의 유럽에선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가 발생했다. 그의 철학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의 어린 시절인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이 혼란스러웠고, 유럽 전역의 많은 국가들은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같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고통, 의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독특한 철학을 제시했다. 당시의 낙관적이고 진보적인 사조와 달리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고통과 비극을 강조하며 의지를 중심으로 한 비관주의 철학을 발전시켰다.


논쟁적 토론술


쇼펜하우어는 토론술에 있어 객관적인 진리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리는 깊은 곳에 숨어있고 토론 중에는 무엇이 진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다가도 논쟁을 벌이다 보면 그 믿음이 흔들리며 진리 추구가 아닌 논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다. 토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다. 그 이유는 토론이 단순한 의견 교환이 아니라 지적 경쟁과 전략적 싸움으로 보기 때문에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고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양자택일 방식으로 몰아붙이기


“검은색 옆에 회색이 있으면 회색이 희다고 한다. 회색 옆에 흰색이 있으면 회색이 검다고 한다.”


상대방이 이성적 판단을 하기 전에 강하게 압박해 원하는 걸 얻는 전략이 바로 양자택일 방식이다. 즉 원래보다 더 불합리한 반대 주장을 함께 제시, 상대방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이때 쇼펜하우어는 반드시 큰소리로 압박하듯이 말하라고 조언한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그렇게 말할 때 보는 사람이 더 당당하고 타당하다.


“할 거야? 말 거야?”


내성적이거나 주체적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일 것이다. 외출을 앞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부부끼리 자주 하는 말이 이런 식으로 양자택일을 압박하는 것이다.


상대가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거나 혹은 상대의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간파했다면 허점을 공격하는 게 좋다. 하지만 상대가 다시 궤변으로 내 주장을 반박한다면 궤변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


상대의 궤변엔 궤변으로 맞선다


상대방이 겉으론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치는 걸 간파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때엔 허점을 공격하면 좋다. 그럼에도 상대가 궤변으로 내 주장을 반박한다면 궤변으로 맞설 필요가 생긴다.


왜냐하면 토론에서 중요한 건 진리를 찾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는 게 더 낫다. 상대가 논점에서 벗어난 논거論據를 들고 오면 나도 같은 방식으로 공격하라는 조언이다


충분히 이성적이고 분별력 있는 사람과 논쟁을 벌여라


“닥치는 대로 아무하고나 논쟁을 벌여선 안 된다. 잘 알고 있고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경우 매우 창피하게 여길 만큼 충분히 이성적인 사람들하고만 토론해야 한다. 두 사람의 전문 지식이나 지력智力이 비슷해야 한다.”


권위로 누르지 않고 근거를 갖고 논쟁을 벌이며 상대의 합리적 근거에는 귀를 기울이고 동의할 수 있는 사람, 진리를 높이 평가하고 상대의 정당한 근거에 대해선 기꺼이 받아들이는 공평무사한 사람, 상대의 주장이 진리라고 판단이 서면 기꺼이 자기 주장의 부당함을 인정하는 사람하고만 토론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상대와 격이 맞지 않다면 논쟁 자체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한다. 인간 본성상 논쟁에서 지는 건 치명타이기 때문에 흥분하고 말싸움을 넘어 개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논쟁이 시작되었다면 무슨 수를 쓰든 이겨야 한다. 그렇다. 쇼펜하우어의 “토론은 정신으로 하는 검술이다”란 말은 실로 잔인한 말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경청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청이란 상대 중심에서 내용뿐만 아니라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가 왜 그런 근거를 주장하고 말하는지 전후 사정을 파악하고 들을 때 가능하다. 내 중심으로 맥락과 내용을 받아들이면 왜곡되거나 필요한 것만 듣는 선택적 경청에 그칠 수밖에 없다.


(사진, 경청의 핵심)


경청은 어렵다. 중요한 건 이런 다양한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그냥 듣고만 있다가 내 의견을 말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듣는 게 진정한 경청인지 이해하고 때로는 참고 무조건 끝까지 들어보자. 이런 단순한 방법을 지속하는 과정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배양되는 것이다.


메타인지와 멘탈 관리, 콘텐츠 장악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토론뿐만 아니라 일반 상황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상대가 사악한 기술로 나를 공격한다면 상황을 객관화하고 마음을 다스려 콘텐츠 장악력을 바탕으로 맞대응하라.


쇼펜하우어의 주장에 따르면 상대는 끊임없이 나를 화나게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하여 화를 내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라는 주장은 비록 사술이지만 효과적일 수 있다. 화가 나면 이성적 기제가 아니라 감성적 기제가 작동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나를 지키는 말하기 기술의 핵심

출처와 근거를 확인하라

의도, 의미, 구체성을 질문하라

격앙되지 않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라

프레임에 갇히지 마라

때로는 단호하라


상대에게 적개심을 노출하지 마라


쇼펜하우어의 주장에 따르면 상대는 쉼없이 나를 화나게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화를 내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라는 주장은 비록 사술이지만 효과적일 수 있다. 화가 나면 이성적 시스템이 아니라 감정적 시스템이 작동해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고 적개심을 드러내지 마라. 상대가 저질의 방법을 쓴다면 나는 여유 있고 차분한 고급의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상대가 계속해서 인신 공격 등으로 나를 화나게 한다면 이런 식의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네가 계속해서 나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니 내가 화날 것 같아. 우리 이러지 말고 차분히 이야기하자.”


유사시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라


내가 실수를 했거나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잘못된 근거나 사례를 들었다면 빠르게 인정하고 철회하는 게 좋다. 상대는 나의 잘못된 증거 하나로 나의 타당한 주장 전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인정과 사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계속 방어를 하다 보면 나는 신뢰를 잃을 수 있고 단 하나의 사례를 방어하느라 전체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


토론과 토의


토론과 토의를 혼동하곤 하는데 둘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토론은 찬반 의견이 명확한 한편 그걸 바탕으로 논하는 것이고, 토의는 찬반 의견이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 개진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상적인 논의 과정은 ‘토의 - 토론 - 재토의’다.


(사진, 토론 vs 토의)


갈등을 넘어 건강한 소통으로


어느 누구도 남을 완벽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평판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소문만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순간 소통의 공간은 좁아진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기 전에는 사람을 섯불리 판단하지 말자. 소문과 평판만이 아닌 직접 경험과 숙고를 거친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


#자기계발 #커뮤니케이션 #논쟁 #적을만들지않고 #이기는말하기기술 #쇼펜하우어 #논쟁적토론술 #김은성 #원앤원북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4-09-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때 보다 소통의 기술이 필요한 시대에 유익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는 책 같아요.
어느 분야나 소통이 원활하다면 다툼이 적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겠죠.
편안한 오후 시간 보내세요. 호시우행님.^^

호시우행 2024-09-2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방향 대화가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