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필사집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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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참 놀라운 일이고 신비한 경험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도 좋은 문장만 보면 서슴없이 베낍니다. 시 공부에 그 이상 더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나는 좋은 문장을 만나면 그것을 외우려고 애씁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사진, 샘플북 표지)


책의 저자 나태주 시인은 '사범학교' 출신으로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옛날엔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세운 학교가 '사범학교'로 지금은 없어졌다. 사범학교 1학년(1960년, 15세) 때 처음으로 <청록집>이란 시집을 빌려다 베껴 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시인의 베껴 쓰기의 시초이다.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그래도 괜찬아 나는 빛날 테니까(파트1), 눈물겹고 애틋한 너에게(파트2),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파트3), 삶이 너에게 해답을 주리라(파트4)로 이어지면서 국내와 해외 작가들의 작품 일흔 여덟 편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샘플북이라 이중에서 발췌한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이용악의 <그리움>, 조르주 상드의 <상처>, 윤동주의 <서시>,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 헤르만 헤세의 <행복> 등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진, 내 필사)


이 작품에 대한 나태주 시인의 노트엔 결혼을 하여 신접살림을 차린 신랑, 신부의 방에도 걸려있던 문장이라며 먼 나라 시인의 충고는 '오늘은 어차피 글렀으니 내일을 꿈꾸면서 살라'는 것이라며 지금도 이 문장이 마음에 사무치는 건 머지않아 오리라던 그 '기쁨의 나'이 아직도 자신에겐 오지 않은 까닭인 듯하다고 술회한다. 


또 멀지 않은 과거 암투병을 겪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시인은 그 경험을 되돌아보며 '나를 살리는 문장'인 까닭은 바로 시를 통해서 본 세상만이 진짜 나의 세상이고 시에 비쳐진 모습만이 진짜 나의 모습이다'라고 해설을 붙인다.


(사진, 윤동주 '별 헤는 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해당 작품을 필사할 수 있도록 필사노트를 공간에 배치하고 있다. 이 시를 필사하다 보면 젊은 윤동주 시인을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윤동주 시인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24살 때(1941년) 시집을 출간하지 못해 자필로 필사하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이름으로 세 권의 시집을 만들었다.


시 한 줄이 인생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나태주 시인은 좋은 글의 필사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추천한다.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이는 유효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완고한 가부장적 이미지의 아버지는 내 국민학교 시절 내내 채근담과 명심보감의 귀절을 노트에 필사하도록 했고 이를 꼭 점검했었다. 고등학교를 내 뜻대로 진학하지 못한 반항심으로 어둠의 세계에서 한때 방황했던 나 또한 그런 좋은 글귀 때문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의 길에서 방황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필사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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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5-11-18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호시우행님은 어릴 때 부터 비록 아버지의 강압(?)이긴 하지만 필사를 하셨었군요. 채근담과 명심보감이라니... 김용의 무협지에도 그런 장면이 나와요. 신조협려의 주인공 양과를 어릴 때 부터 황용이 강압적으로 교육 시킨 것이 필사였어요. ㅎㅎ 그 필사의 힘은 무협이든 현실이든 크게 발휘하나 봅니다.ㅅㅅ